돌연 통로 속에서 귀가 멍멍할 정도의 고함이 들렸다. 연아는 몸을 낮추어 입구 속으로 몸을 들이밀어 들어갔다. 동굴 속에는 의외로 습기가 많지 않았으며 시끄러운 고함소리만 아니면 좋을 것 같았다. 연아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역간 굽어진 통로안쪽에서 마치 동물의 눈같이 빛나는 눈동자를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서 그 자리에 섰다.
“웬 놈이냐?”
“웬 놈이기에 여기 들어왔느냐?” 연아는 괴인의 몰골에 놀라서 할말을 잊어버리고 그 자리에 굳어 버린 듯 서있기만 했다.
“이놈! 왜 대답이 없느냐? 세 늙은이가 보내서 온 것이냐?”
“아닙니다. 전 세 늙은이가 누군지도 모르고 산길을 가다가 쇳소리와 고함소리에 호기심을 느껴 이곳을 찾아온 것 뿐 입니다.” 대답을 하는데 노인이 손을 흔들자 무형의 기운이 연아를 괴인 쪽으로 잡아끄는데 연아가 도저히 대항할 수 없이 강맹하여 차츰 괴인 쪽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허어, 이놈 봐라. 그래도 근력 꽤나 되는 놈이로구나.”
“허~업”소리와 함께 연아의 몸이 괴인의 흡인력에 휩쓸려 괴인에게 팔목을 잡히게 되었다.
“네 놈이 누구냐? 누가 시켜서 이곳으로 왔느냐? 어떻게 이곳을 알아냈느냐?”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괴인의 물음이 진행되고 정신을 차린 연아는 겨우 괴인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음...” 연아는 침음소리를 낼 수 있었을 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괴인은 머리카락과 수염이 마구 자라 허리 밑으로 내려와 있었고 양손에는 만년한철로 된듯한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으며 더욱이 쇠골에도 쇠사슬이 꼬여 벽에 박혀있었다. 무슨 이유로 누가 이 노인에게 이런 끔찍한 금제를 가하였는지 허리아래의 두 다리는 허벅지만 보이고 무릎아래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끔찍한 모습에 연아는 두눈을 질끔 감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누가... 이렇게....”
“네 이놈, 대답을 안 할 테냐?”
“저는 ... ” 팔목을 잡은 괴인의 손이 마치 쇠 집게인 듯 조이자 연아는 팔목이 부러지는 듯한 고통이 왔지만 이를 앙다물고 신음을 내지 않았다.
“허어, 이놈 봐라. 아주 죽고 싶으냐?”
“이렇게 하시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할 수 없습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연아의 말이 괴인의 성질을 건드린 듯 “이놈 어디 한번 당해봐라.” 하며 연아의 견정혈과 삼음교 그리고 몇 개의 혈을 짚는다. 그러자 연아는 마치 벌레가 혈맥을 갉아먹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전신의 근골과 혈맥이 뒤틀려지면서 정신을 잃어갔다. 하지만 독하게도 역시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다만 두눈을 부릅떠 괴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정신이 혼미해 졌다.
“허어, 독한 놈이로군..” 괴인이 막혔던 혈을 풀어주자 깜쪽 같이 고통이 사라지고 근골이 풀렸다. “이놈, 내 물음에 아직도 대답을 안 했다.”
“대답할 시간을 주시기나 하셨소?”
“그래 시간은 많으니 어디 대답해 보거라.”
“전 누가 시켜서 온 것도 아니고, 세 늙은이가 누군지도 모르고, 우연히 산길을 가다가 소리를 듣고 따라온 것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여긴 천형의 땅이다. 누가 들어 올 수 있겠느냐?”
“여기가 천형의 땅인지, 어떤 지옥인지도 전 모릅니다. 그냥 우연히 들어왔을 뿐”
노인의 전체에서 풍기는 기도가 마치 칼날같이 날카로워 그냥 서있는데도 마치 칼끝이 온몸을 찌르는 듯 했다.
“그래, 네가 이곳에 온 것이 우연이라고 치자. 그런데 왜 이런 곳 까지 찾아왔느냐?”
“전 무공을 배우려 천산쪽으로 가려했는데...”
“뭐라구? 무공을 배우려 천산쪽으로 가려고 했다고?”
“예, 지금 약간의 무공을 배우긴 했어도 아직 멀었다는 걸 느껴 좀 더 상승의 무공을 배우기 위해 길을 떠났던 것입니다.”
“네놈의 몸속에 삼갑자가 넘는 내력이 잠재되어있다. 그걸 모르고 있느냐?”
“네놈이 지금 내게 거짓말을 하려 하느냐?”
“전 거짓말 할 줄 모릅니다.”
“아직까지 거짓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하긴 네 얼굴을 보니 거짓말 할 필요도 없었겠지..”
“네놈이나 나나 어디 누가 잘났는지 막상막하일 테니...”
“그나저나 네놈의 이름이 뭐냐?”
“예, 전 성을 모르고 이름은 연아라고 불려왔습니다.”
“음.. 성을 모른다. 그럼 네 부모님도 모르느냐?”
“예, 어려서 약초캐던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랐고 단지 제 어머니가 자연선자라는 별호를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 밖에 못 들었습니다.”
“음.. 너도 꽤나 기구한 운명을 지닌 놈이로구나.”
“그런데, 네 몸속에 있는 내력은 웬 연고냐?”
“그런 사실조차 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넌 어떤 형태로 내공을 연마하느냐?”
“어머니가 전해주셨다는 책 속의 연공법을 계속 연공하여 왔습니다.”
“그래, 음.. 그 연공법을 내게 알려줄 수 있느냐? 전부 말고 서설만..”
“예, 일월이 혼재하면 상극 하니라............생략 .......... 반과 합을 극하니 통령을 지배하느니라.”
“음..., 네 어머니의 호가 자연선자라 했느냐?”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네가 연마한 내력은 현옥진경이다.”
“극양의 진경으로 이는 강함만 추구하여 내력을 급진시키기는 하나 나중에 대성하면 주화입마가 따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극유의 현음신공이 필요하다.”
“그렇다 해도 지금 네 몸속의 내력은 그 근원이 어딘지 모르겠다.”
“어려서 사노인도 그렇게 말씀하셨었습니다.”
“사노인은 또 누구냐?”
“할아버지 친구인데 의원을 하시던 분입니다.”
“음...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너로 보면 아주 좋은 기연일 테지”
“좋다. 내 너를 내 제자로 맞고 싶은데 네 뜻은 어떠냐?”
“싫습니다.”
“뭐야? 싫어? 허~~ 이놈 죽으려고 환장한 놈일쎄~~”
“내가 널 가르친다는데 그게 싫어?”
“전 근본도 모르는 사람의 제자가 되긴 싫습니다.”
“그래~ 그럼 근본을 알면 제자가 되겠느냐?”
“네, 그렇습니다.”
“흠~ 맹랑한 놈이로구나. 그래, 내가 네놈의 현옥진경의 해를 고쳐줄 유일한 사람인데도?”
“전 잘 모르겠지만 무공을 익히는 게 해가 된다면 그건 안배우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찌하겠느냐? 네놈이 안 배우겠다면 강제로라도 가르칠 밖에..”
“그럼 지금 네가 운기 해 보아라. 삼주천 때부터 단전에 막힘이 생길 것이다.”
“그 단전의 막힘은 주화입마의 시초이다. 너의 공력이 높아감에 따라 그 반향이 더 커질 것이다. 그 때에는 그 누구도 이를 고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 말을 듣고 연아는 연공을 시작했다 잠시 후 삼주천을 하자 진짜로 단전에서부터 임독맥을 흐르는 진기에 강한 반향이 생겨나는 것이 느껴졌다. 즉시 운공을 멈추고 괴인을 바라보는 연아의 눈빛에서 강한 의혹이 느껴진다. “어떻게 이런 사실을 미리 알 수 있으신지?”
“이놈아! 그건 너와 내 운명이 그렇게 정해놓은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허허, 선재로고, 선재로고...” 알 수 없는 의문에 사로잡힌 연아는 이 모든 게 궁금하지만 물어 볼 수가 없다. 어둠에 익숙해진 연아의 눈에 주변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정쪽에서 작은 틈새로 약간의 빛이 들어오고 괴인의 주변에는 이끼와 버섯류 그리고 벽을 따라 흐르는 물방울 물방울이 고인 작은 웅덩이가 전부였다.
“이속에 얼마동안이나 계신 겁니까?”
“그래 얼마나 있었을 것 같으냐?”
“저야 모르지요.”
“글쎄다, 나도 모르겠구나. 한 50년이나 됐을까?”
“예? 50년이요?”
“음,,, 한 60년쯤 인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