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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렇게...(여자이야기-9)

써니 |2004.07.27 19:10
조회 334 |추천 0

 

나는 여전히 물가에 앉아서 발만 담근채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가 친구들이 좀더 깊은곳으로 간다길래 갔다오라고 하고선 혼자 앉아서 이생각 저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런데 조금 있자 선생님이 옆에 다가오셔서 물에 발만 담근채 옆에 앉았다. 나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선생님은 굉장히 편안한듯한 표정을 보였고 나는 그런 선생님을 한참동안 멍하니 쳐다보며 웃었다. 그런데 왜이렇게 가슴이 아픈걸까?

알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이 나를 또다시 못살게 굴고 있었다. 그런 내마음을 알기라도 한것처럼 선생님이 물었다.

“무슨일 있어?”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대답을 했다.

“네? 아뇨 왜요?”

“아니 그냥 무슨일 있는것처럼 보여서...”

“아니예요 아무일도 없어요”

“그럼 됐구”

나는 조금은 빙돌려서 선생님의 마음을 떠보기로 했다. 마음이 어떤지는 알아야지 고백을 하든 말든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누굴 짝사랑해본적 있으세요?”

“어? 아니 갑자기 그건왜?”

나는 실망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말을 이었다.

“그래요 그냥요”

“넌 있나보네?”

“네”

나는 억지로 대답을 했다. 차마 선생님이란 말을 잇지는 못했지만...

“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나보네”

“네 있어요”

“그럼 말해봐”

“아니요 그사람은 나한테 너무나 큰존재인걸요 차마 가까이 다가갈수 없는... 솔직히 두려워요 고백했다가 만약에 사이좋은 지금 사이마저 잃게 될까봐 저 참 겁쟁이죠?”

나는 속에서 삼켰던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주저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내가 좋아하기엔 너무먼나라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이렇게 옆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데도 멀게 느껴지는건 제자와 선생님이란 상황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선생님은 이런 내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격려하는듯한 말을 이었다.

“아니야 누구나 다 그럴 거야”

나는 선생님의 이런 짤막한 대답에 한숨만 나와서 그냥 쓴웃음만 짓고 말았다. 그렇게 또다시 고백하려 했던 내 마음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짝사랑조차도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내마음을 알수나 있긴 한걸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내가 고백한다해도 그냥 어린여자아이가 장난치듯 느껴질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차마 속마음을 드러낼수 없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가고 어느새 밤이 되었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마음이 심란해서 잠이 오질 않았다. 나는 아이들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는 예쁘게 별들이 수놓여져 있었고 계곡에는 한없이 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놀러와서 처음보는 밤풍경에 나는 취해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 주변을 서성이다가 다시 숙소있는쪽으로 와보니 누군가 앉아있었다. 나는 한참을 바라보고서야 선생님이란걸 알수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작은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선생님은 뒤돌아서 나를 보셨다. 나는 얼른 옆에다가가 앉으면서 물었다.

“않주무시고 뭐하세요?”

“그냥 잠이 않와서”

“않피곤하세요?”

“응 별로 그러는 너는 왜 않자고 돌아다녀?”

“저두 잠이 않와서요”

“그래?”

“내일 하룻밤만 더자면 가네요”

“응 왜? 아쉽니?”

“네 조금요”

“그럼 내일 실컷 놀아”

“그게 아니예요”

나는 그 뒷말을 삼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어? 뭐가?”

선생님은 알수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놀지 못해서 아쉬운게 아니라구요”

“그럼 뭐가 아쉬운건데?”

나는 짤막하게 한숨을 들이쉬고는 말을 이었다.

“여기 올때 생각했던 일을 못이뤄서요”

“뭔데?”

‘선생님 좋아한다고 고백하는거요...’

나는 속으로 말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그런게 있어요 하지만 이젠 소용 없어졌어요”

“왜?”

“그냥 그렇게 돼버렸어요”

나는 눈물이 날려는걸 억지로 삼키고는 그냥 웃어버렸다. 그렇게 한참동안 둘다 아무말없이 밤하늘만 쳐다보다가 내가 말을 꺼냈다.

“여긴 별이 참 많네요”

“응 공기가 좋으니까”

“굉장히 가까이 있는것처럼 보여요 너무 이쁘네요”

“그래 니말대로 참 멋있다.”

“네”

나는 가만히 선생님 옆에 앉아있다가 살짝 선생님 어깨에 기대었다. 밀쳐버리거나 화내지 않기를 속으로 빌며 눈을 감아버렸다. 내바램대로 선생님은 그저 가만히 있어줬다. 나는 일부러 잠이 든척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아침이 될 때까지 한없이 어깨를 빌려 주셨고 나는 너무나도 편안하게 어깨에 기대어서 선생님의 얼굴을 볼수가 있었다. 선생님은 아침이 되자 나를 흔들어 깨우셨다.

“아라야 그만 일어나”

“어 계속 이러고 있었던거예요?”

나는 일부러 놀란척 연기를 했다.

“응 니가 하두 곤히 자길래”

“선생님은요?”

“나? 뭐?”

“주무셨어요?”

“응 조금”

나는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걸 잘 알고 있었다. 한순간도 눈을 감거나 움직이질 않으신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은 가끔 내마음을 아는것처럼 얘길하곤 했다.

“괜찮으니까 걱정마”

“그래도요”

“얘들 일어나기전에 빨리 세수나 해”

“네”

나는 숙소로 들어가서 대충 씻고서는 일회용 커피를 찾아서 두개를 탔다. 마지막 남은 커피였다. 커피를 갖고 선생님이 있는곳으로 다가가서 선생님 볼에 커피를 댔다.

“앗 뜨거”

선생님은 놀라서 나를 쳐다봤고 나는 커피를 내밀었다.

“웬 커피야?”

“일회용 갖고온거 딱 두개 남았더라구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탔어요 빨리 드세요”

“어 고마워 잘마실게”

“뭘요 저 때문에 추우셨을 것 같아서 탄거예요”

“그래 넌 괜찮아?”

“네 선생님 덕분예요”

“내가 뭘했다구..”

“그래두요”

선생님과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가만히 앉아서 커피만 마셨다. 그러고 있자니 커피가 바닥이 날때쯤 얘들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우리는 어제와 똑같이 아침준비를 하고 똑같은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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