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몽.2
쭉 뻗은 도로에 잎도 없이 매끈한 미류나무들
인적없는 거리를 호젓히 걷는데 해가 기울고
도시의 초저녁 음산히 일어서는 바람에 쫓기어 터미널을 찿아든다.
대합실은 범상찮은 기운을 뿜어내며 삼삼오오
어슬렁대는 자, 계단에 걸터앉은 자, 아무렇게나 뒹구는 자,들로 붐비는데
행선지 표지판은 비어 있어도 간간이 표를 끊는 길손이 있고
검은 썬팅창구의 뚫린 구멍으로 흰 손 두 마디쯤이 들락거린다.
침묵을 깨며 움직이는 석고상 사이로 두런두런 걸어오는 무리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으니 서울행 표 한 장 끊어 주세요,
대답없이 뻔히 바라보던 무리들이 뚜벅뚜벅 대리석 계단을 밟으며
떡, 아가리를 벌리고 선 교태로운 분홍빛 유혹속으로 빨려간 뒤의 대합실,
한층 예리하게 날을 세운 정적이 밤의 중심부로 날으고 있었다.
숙소를 찾아야지...
단단한 담벼락을 따라 괴이한 불치장의 골목을 지나서
몇 장의 흰 도화지를 바른 고층빌딩숲을 지나서
다시 대합실, 대합실은
흐르지 않은 풍경속에 다만 중앙에 원두막 한 체가 들어서 있고
지하로 통하는 계단과 한 모서리에 뚫린 보도를 따라가는 난간에
대여섯 아이들이 소근소근 키득거리고 있기에 다가가 쉴 곳을 물었더니
한 소녀가 난간을 따라 쪼르르 달려가서 멈춰 선 자리에서 윗쪽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천사년 중복에... 프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