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북자가족 임진각 소나무에 걸어둔 400장 통째로 실종 파주시 “일회성 이벤트인줄 알고… 도로 넓히면서 제거”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 꼭 보여드리려고 한 건데….”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나들목 근처에 선 최우영(36·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씨의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작년 10월 23일, 최씨가 납북된 아버지의 무사귀환을 빌며 이곳 소나무 한 그루에 매단 노란 손수건 400장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무가 있던 자리는 땅을 갈아엎은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 나무에 매달린 노란 손수건은 납북자들의 상징이자 절박한 마음이에요. 60명이 넘는 비전향 장기수들은 북송시켜 주면서 납북자 송환을 외면하는 정부에 대해 외치는 메아리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납북자 가족들에게 힘을 주는 것이었어요. 파주시청에서 왜 맘대로 없애 버렸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당시 최씨가 시작한 노란 손수건 달기 운동은 한나라당과 한국기독교개혁운동이 참여하면서 해외로까지 퍼져 나갔다. 최씨는 이 나무에 영양제까지 주고, 먼지에 더러워진 노란 손수건을 수시로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밤 이곳을 찾은 최씨는 깜짝 놀랐다. 나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파주시청에 문의했지만, “그게 무슨 나무냐” “12월 초에 나무를 옮겨 심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2007년부터 자유로를 4차선으로 확장공사하는 계획에 따라 소나무를 나무은행에 옮겨 심어 놓았다”며 “소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매단 것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노란 손수건 또한 이식 도중에 전지작업을 하면서 모두 제거됐다고 한다. 최씨는 이에 대해 “어떻게 한마디 말조차 없이 나무를 없앨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내년이면 ‘동진호’ 선박 어로장이었던 아버지가 북한 경비정에 납치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최씨는 그래서 더 안타깝다. “아버지 보고 싶으면 오곤 하던 곳인데…. 이 노란 손수건은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꼭 임진각을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노란 손수건은 미국에서 출옥을 앞둔 장기수의 아내가 변함없이 남편을 기다린다는 징표로 마을입구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소설에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