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醜面游龍 (28)

조기수 |2004.08.05 18:40
조회 647 |추천 0

 

연아의 머리맡에는 푸른 피봉의 편지가 놓여 있어 열어보았다.

유려한 글씨의 내용이 연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신의 일신에 관한 사항과 가족사항 그리고 삼성 사제와의 관계 마지막으로 연아 얼굴의 문제까지 세세히 적혀있었다.

술 속에 약간의 미약과 산공분을 사용하여 쉬게 한 후 자세히 살펴보았다는 이야기와 후천적 기형인 얼굴은 시술하면 원상복구 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그리고 편지는 다 읽은 후에 소거해야 한다는 것으로 끝 맷었다. 연아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과 몰랐던 부분 그리고 삼성의 현재 근황과 사제의 은거지등 여러 가지 알아야할 내용을 적어 놓은 게 연아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왜? 어째서 나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지? 루주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어째서 어렵사리 말 안하다가 편지로 알려주는지? 복잡해진 머리를 정리하기 쉽지 않다. 연아가 만홍루를 빠져 나올 때 멀리서 바라보는 한 쌍의 눈이 있었다. 만홍루주였다.

“휴우 이 무슨 운명이 이렇단 말인가?”

“이 아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어쩜 그럴 수 있을거야.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선 무족신의에 연락해야겠군.”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연아와 많은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연아는 밖으로 나와 객점으로 갔다. 객점으로 돌아오니 선아가 점원에게 연아를 찾아내라고 닦달하고 있다. 그러다 돌아오는 연아를 보고는 왜 말없이 나가서 밤에 안 왔느냐고 아주 강짜를 부리는데 완전히 억지다.

연아는 겨우 선아를 달래놓고 잠시 쉬는데 “자네 어디 안나가고 있군.” 항취개였다. 밤새도록 술을 퍼 마셨는지 술 냄새가 동천을 한다.

“아! 어서 오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뵙고 싶었는데.... 잘 오셨습니다.”

“허, 이 형님이 그리 보고 싶던가?”

“오빠를 아우 취급하는 이 거지는 누구예요?”

“선아야! 얼른 인사 드리거라. 이분이 개방의 항취개님이신데 나의 의형이시다.”

“어머, 몰라 뵈었네요. 전 유선이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내 아우의 동생이라면 내 동생이기도 하지. 나도 잘 부탁하네.” 호호백발의 노인이 이렇게 말하자 선아는 우습기도 하고 또 이상하기도 하고

“제가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가?”

“우선 만홍루주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삼성과 사제의 근황을 알고 싶고요.”

“흠 첫 번째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고... 두 번째는 좀 어려운 일 이겠군”

“그리고 부탁하는 김에 선아의 무공지도와 당분간 보호를 부탁드려야겠습니다.”

“왜. 어디 가려고?” 

“네 사천에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요.”

“음. 사천이라면 유혼교를 치려 하는가?”

“제 혼자서 유혼교를 칠 수 있겠습니까? 우선 알아 봐야 할 것이 있어서요.”

“뭐 어려운 일은 아닌데 이 아가씨가 내 말을 잘 들을까?”

“말 안 들으면 혼내 주셔도 됩니다.”

“뭐가 어째요? 전 오빠 따라 사천까지 갈 거예요! 뭐 날 누구에게 맡긴다구요? 뭐 내가 물건이예요?” 마치 소나기처럼 퍼부어대는 선아의 말소리도 끝나기 전에 연아가 선아에게 “이번에 내가 사천에 가려는 것은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어서 위험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나 혼자 가는 것도 위험한데 네가 같이 가면 나의 행동이 제약을 받게 되고 그리되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러는 것이니 이 형님의 지도에 따라 무공이나 수련하면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말 잘 듣고 기다려야 한다.” 단호한 연아의 말에 선아는 입만 삐쭉거리며 말을 못한다. 항취개는 개방의 제자를 불러서 빨리 연아가 알아보라고 한 내용을 전하며 하루안에 다 알아서 연아에게 직접 알려주라고 지시한다.

“형님이 계셔서 정말 든든합니다.”

“그럼 술이나 사”

“얼마든지 사드리지요. 하지만 아침부터 술은 마실 수 없고. 사실은 어제 제가 대취하여 오늘은 좀 쉬고 싶은데요.”

“엥? 자네가 대취했다고? 누구와 마셨는데?”

“사실은 만홍루주와 마셨습니다.”

“만홍루주라..... 여자였겠군?”

“그랬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아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뭐라고요? 여자랑 밤새워 술 마셨다고요? 어떻게 나를 내팽겨 쳐두고 혼자 나가서....”

“오해 말아라. 만홍루주는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어.”

“오해는... 사실인데 내가 왜 오해를 해요?”

“그래, 그래 오해든 육해든 그게 문제가 아니고 내가 멀리 가는 동안에 네가 얼마나 진전이 있는지에 따라 앞으로 네가 할일이 있을 테니까 제발 열심히 수련해서 나중에 나를 좀 도와주겠니?” 그 소리에 선아의 샐쭉한 얼굴에 화색이 돌며 얼른 대답한다. “그렇게 할께요.”

연아는 머리도 아프고 피곤하기도하여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이들과 어울려 잠시 이야기를 하였다. 항취개의 술 욕심은 끝이 없어 선아를 대동하고 술 마시러 나갔다. 연아는 잠시 객방에서 쉬려고 방으로 갔다. 하루였지만 연아의 객방에는 은은한 여자의 향이 배어있었다.

침상에 앉아 운기조식을 하여 아직도 조금 남아있는 취기를 몰아내었다.

품속에서 만홍루주의 편지를 다시 꺼내어 읽어보고는 삼매진화를 이용하여 가루를 내어 버리고는 사천으로 가면 해야 할 일을 정리 해 보았다.

어째서 만홍루주가 자기에게 관심을 보였을까? 그리고 자기의 얼굴이 복원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 진의는 무엇이고 왜 그런 친절을 보인 걸까? 왠지 낯설지 않았던 어제의 분위기는 또 무슨 연유에서인가? 의문이 의문을 낳고 또 ...... 연아는 이제 혼란스럽기 까지 하다.

“휴우... 선아까지 와서 골치깨나 아프게 되었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겠지.”

연아는 생각을 접고 잠시 운공을 한 후 항취개를 찾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항취개는 이미 선아와 술을 마시는데 술병이 대여섯개나 빈 후였다.

“흠... 아침부터 마신 술이 겨우 이정도 인가요?”

“왜 이러나? 왜 이렇게 또 심사가 틀어진 겐가?”

“틀어지다니요? 아직 여섯병 밖에 못 비우셨으니 그러지요.”

“허허허,,, 여섯병 밖에라....”

“아직 연락이 없었습니까?”

“그것 때문에 그렇게 비아냥 인가? 이제 얼마나 됐다고.”

“빨리 재촉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사람, 그래 그 일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인가?”

“어려운 일인 줄은 알지만 빨리 확인해야 제가 움직일 수 있으니 급해서 그러지요.”

“음... 아무래도 네 오래비가 빨리 너를 떠나고 싶은가보구나.” 갑자기 선아에게 이야기 한다. 연아는 재빨리 “아니다. 내 마음이 급한 걸 네가 알겠지? 빨리 떠나려 하는 게 어떤 이유인줄 알겠지?” 연아가 변명을 하자 선아는 짐짓 모르는 척 “그걸 어떻게 제가 알아요?”

“오빠가 언제 제게 이야기 해주었었어요?”

“흠....” 말문이 막힌 연아는 항취개를 보면서 눈만 부라린다. 항취개는 빙그레 웃으며 연아에게 “자네 아주 딱 걸렸어. 선아가 보통 고집이 아니라서 이젠 나도 어쩌지 못하겠는데...”

아무래도 그간에 선아와 항취개가 짜고 자기를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연아는 정말 화가 난 척 말도안하고 꼼짝을 안한다. 오히려 몸이 달은 건 선아여서 “오빠! 왜 아무말 안해요?” 말을 시키려한다. 그래도 연아는 묵묵부답 말이 없다. “자, 이제 그만하고 술이나 한잔 하세.” 잠시 놀려먹은 항취개가 연아에게 술잔을 주며 말했다. “음.... 제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네요.”

“겨우 그 정도에 머리가 아프면 더 큰일이 있을 때는 어쩔려구 그러나?”

“그래요. 좀 대범하게 할 수 없어요?”

“아이고, 아주 둘이 짜고 가지고 놀아요.”

“어라, 내가 어째 자네를 가지고 노나? 그리고 왜 내가 나 어린 선아와 짰다고 행각하나?”

“이제 그만 하십시요.”

“그리고 좋은 말 한 마리만 좀 구해 주십시요.”

“그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내가 거지 아닌가?”

“드린다구요. 드려요.”

“히.... 그래야지 자넨 부자지만 난 거지니 그냥 구해 줄 수 없지.”

“제발 형님 이젠 농담하시지 말고 좀 진지하게 이야기 합시다.”

“이사람 참... 세상이 이런데 어찌 진지할 수 만 있는가? 웃자고 하는 소린데 자네도 좀 여유를 갖고 행동하는 게 좋아.”

아무리 이야기 하여도 자기가 당할 수 없는지라 연아는 입 꾹 다물고 대답도 안한다.

이때 조그만 거지 아이가 뛰어 들어온다. 항취개 앞에서 멈추어선 거지 아이는 조그만 죽통을 건네주고는 말도 없이 돌아갔다. 죽통을 건네받은 항취개가 죽통의 봉인을 열고 그 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읽는다. 읽고나서 그 편지를 연아에게 건네주었다. 편지 속에는 만홍루주의 신세 내력이 적혀있었다. 나이는 45 - 50세 전후이고 성이 초씨라는 것 그리고 십여년전 이곳에 홀연 나타나 만홍루를 열고 장사를 하는데 직접 나서지 않고 항상 다른 사람을 내세워 영업을 했다는 것 그리고 무공을 하는 여인이나 이를 숨기고 있어 어느 정도의 무공을 익혔는지 모른다는 것 등 아직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이 없다는 것 등이었다.

삼성과 사제에 대하여는 좀더 확인이 필요하므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다 읽은 연아는 편지를 다시 항취개에 건네주었고 항취개는 즉시 파기했다.

“짐작 가는 일이 없는가?”

“전혀 짐작하는바 없습니다.”

“그래? 그럼 직접 부딪쳐 보는 게 제일 빠르겠군.”

“그래야 될 것 같군요.” 매사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선아가 또 나서려하자 연아는 “제발  제발 좀 참아주겠니?” 선아는 연아가 말하자 겨우 참는 듯 했고 연아는 항취개에 다시 부탁했다. 술은 이제 좀 참으시고 선아 무공을 좀 봐주시라고..... 고개를 끄떡이는 걸 확인 하고야 연아는 만홍루에가서 만홍루주를 다시 만나보기로 작정을 하고 만홍루로 향했다.

만홍루에 도착한 연아가 들어서자 벌떼 처럼 달려들던 아가씨들의 태도가 이상하게 조용하다. 단지 소홍만이 나서서 연아에게 필요한 것을 묻고 시중을 든다. 이상함을 느낀 연아가 소홍에게 “어찌된 일이냐?” 묻자 소홍은 “루주께서 혹시 소협이 다시오면 조심해서 접대하여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전부 조심하는 것 뿐입니다.”

“내가 다시 온 것도 루주에게 볼일이 있어서인데...”

“그렇지 않아도 벌써 전갈이 닿았을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주모가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당도하여 연아가 내원으로 들기를 권하였다.

“고맙소.” 연아는 내원으로 따라갔다. 주모마저 내원에서 물러나고 연아가 잠시 기다리고 서있는데 어제 보았던 루주가 모습을 나타내었다. “이리로 들어오시지요.”

“아! 감사합니다.”대답을 하면서도 소리 없이 다가온 루주의 신법이 보통이 아님을 감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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