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강반장은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에 충격을 받고 있었다. 그는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최형사가 그를 불러 몽롱한 상태에서 깨웠다.
"저… 반장님!"
"…"
"그 사이트… 말인데요."
"응?"
"’그림자 살인’ 사이트."
강반장은 최형사의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침묵했다. 그리고 최형사는 강반장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소가 뭐였지?"
최형사는 아무 말 없이 주소를 입력했다.
'용케 결정을 하셨군요.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데도…'
강반장은 그림자 살인 회원으로 가입하고, 개설 된 한 토론방에 입실했다. 그러나 그는 토론의 진행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철은 틀림없이 누군가의 지시대로 행동한 거에요. 자살할 생각이 아니었다고요."
"어떻게 그걸 알죠?"
"사실 이건, 비밀인데 저는 국회 도서관 감시카메라 영상을 보았거든요?"
"네?
"저도 보여주세요"
"저도요"
"잠시만요. 지금 전송 할게요."
이 토론을 지켜보며 강반장과 최형사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시작부터 그 수위에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었다.
"정말 어이가 없군… 경찰의 증거자료가 이렇게 쉽게…"
"아마, 국회 감시카메라를 해킹했을 거에요."
곧 전송이 끝나고, 토론방 회원들의 입 시름이 다시 시작 되었다.
"확실히 뭔가 행동이 부자연스럽군요."
"하지만 이것으로 타살이라고 하기에는 역부족 이에요."
"하지만 자살도 아니죠."
"뭔가의 지시를 받았다는 건 뭐죠?"
"그는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뇨. 녹화영상에 핸드폰을 사용한 흔적은 없어요."
"이미 지시를 받았을 수도…"
"그것도 의심스러워요. 그렇다면,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핸드폰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도록 지시했을 거에요. 그리고 핸드폰은 결정적으로 통화기록이 남는다고요. 제가 조사한 바로는 그에게 그런 지시를 한 통화기록은 없었어요."
강반장이 중얼거렸다.
"통화 기록까지…"
최형사가 웃으며 말했다.
"이 자식들 전부 검거할까요?"
그러나 강반장은 지금 최형사의 농담을 받아줄 마음의 여유기 없었다. 그는 지금 이 사이트에 발을 들여놓기 전 보다 더 비참했다.
"이철은 현장에서 직접 지시를 받은 게 틀림 없어요. 그 방법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의 행동에 이상한 점이 있어요."
"뭐죠?"
"그는 뛰어 내리기 직전에 동쪽 방향을 바라 보았어요. 그러니까, 동쪽 방향에 뭔가 지시를 내리는 트릭이 있었을 거예요."
"맞아요. 그리고 그가 뛰어 내렸다는 것도 말이 안돼요. 그는 밑을 내려다 보다 떨어졌어요. 죽기 직전에 허리를 굽히고 밑을 내려다 본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해요."
"그렇군요. 그럼 그가 내려다볼 때… 밑에서 그를 끌어 당겼다는 추측이 더 타당성이 있군요."
"흠… 그렇다면, 그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한 트릭은…"
"그건, 제가 알 것 같아요. 다른 토론방에서 이 살인 트릭에 대해 토론을 했는데, 'No2739'라는 닉네임의 회원이 말하길. 그곳은 전면이 유리로 된 고층 건물들이 국회 방향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니까. 그 중 한 건물을 선택해서 조명을 조정하면, 쉽게 지시를 내릴 수 있다고요. 실제로 그날 ‘신한증권’과 ‘한화증권’ 빌딩에서 일시적으로 중앙에서 전력을 통제한 기록이 있데요."
토론 내용을 지켜보는 강반장과 최형사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미치겠군…”
동시에 두 사람은 침통했다.
"역시… 그럼 모든 트릭은 밝혀진 거군요."
"하지만, 아직 한가지 의문이 남아요. 이철을 밑에서 끌어당겼다면, 최소한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까요? 이철도 순간 놀라서 최소한의 반응을 했을 것 같은데…"
"그건, 당시 경찰의 사건파일을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겠는데요?"
"구할 수 없을까요?"
"실제로 모 토론방에서 그런 자료가 돌았다는 소문이 있어요. 물론, 소문 뿐이지만…"
"나도 보고 싶어…"
"의문점은 또 있어요. 바로 우박이죠."
"맞아요. 그건 저도 의문 이예요. 틀림없이 의도적으로 우박이 오는 날을 택한 건데… 어떻게 알았을까요?"
"흠…"
토로방은 침묵했다. 그러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쉽게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누구인가가 토론의 주제를 바꾸어 버렸다.
"그럼, 성윤기 살인사건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는 독살 되었어요. 싣기에 독이 묻어 있었죠. 의문점이라면 모두 치명상을 면했는데… 그만 독살되었다는 거예요."
"어떤 트릭을 사용한 걸까요?"
"제가 그날의 그의 행적을 쫓아 보았는데… 그날 오전 내내 그는 국회 도서관에 있었던 모양 이예요. 그날의 감시 카메라 영상이 그것을 증명해 주든요."
"그건 저도 보았어요."
"보았다고요?"
"아~ 네, 감시카메라 영상을 해킹했거든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도 보여줘요."
"저도요"
"저도"
그리고 또 한참 시간이 지났다.
"역시 그렇군요. 그런데, 저 여자는 누구죠?"
"누구요?"
"아, 네 이정아라는 신문사 기자에요. 그날 종일 그를 감시했어요. 그리고 아마 그 전에도 두 사람은 이철의 살해 현장에서 만난 적이 있었을 거예요."
"그럼, 두 사람은 정보를 공유해서 ‘그림자 살인’의 범인을 찾고 있었다는 애기군요."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마침 이정아도 실종 되었으니…"
"확실히 이들은 무엇인가 표적이 될 만한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하지만, 이정아가 성윤기를 미행했다는 것은… 성윤기는 이정아가 모르는 비밀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녀가 실종된 건… 아마 이미 죽었다고 보아 야겠죠. 아무튼, 그것은 나중에 그녀도 진실에 접근했다는 애기가 되요. 즉 죽기 전에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다는 애기죠… 그렇다면 그녀는 과연 언제 알았을까요?"
"그거야 성윤기가 준 쪽지에 진실이 있지 않았을까요?"
"네?"
"영상을 잘 봐요. 틀림없이 성윤기는 죽기 전에 이정아에게 무엇인가를 전해 주었어요."
그 순간 강반장과 최형사도 놀라서 동영상을 다시 보았다. 그 영상에서 성윤기는 틀림없이 죽기 전에 이정아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정아는 무엇인가를 건네 받고 손을 꼭 쥔 채 도주하고 있었다.
"역시 그렇군요… 도대체 무슨 내용의 쪽지를 받았을까요?"
"혹시…"
"잠깐! 대화방을 폐쇄하겠습니다."
이 돌발적인 상황에 강반장과 최형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고 대화를 감시하는 분이 있군요."
이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방은 폐쇄 되었다.
"빌어먹을…"
강반장과 최형사는 지금 무척 참담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쪽지…”
“그녀의 방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요. 아마… 지니고 있지 않았을까요?”
“내일 다시 정밀조사를 해 봐야겠어…”
“그러죠…”
두 사람은 그렇게 참담한 기분을 그대로 안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