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가을이에요. 단풍구경 갔으면 좋겠어요. 운명의 향기도 가을만큼 많이 사랑해주세요.
너무 놀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전부 다 그림속의 여자는 나이지만 또한 내가 아니었다. 나와 닮은 여자. 아니 나이지만 내가 아닌 나. 도대체 유환오빠는 누굴 그린 그림일까? 나. 아님 나를 모델로 한 다른 여자. 아니지 뭐지... 머리에서 북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너무 머리가 아팠다.
"이 그림들은 오빠가 나에게 준 그림이잖아요. 오빠의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나에요. 아님 나를 닮은 여자인가요? 오빠의 첫사랑....그러기에 이 여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요."
"맞았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 내 꿈속의 여자니까? "
"꿈 속의 여자"
"설명해줄게. 여기와서 앉아. 얼굴이 창백해"
정말 그랬다. 너무 놀라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없을만큼 너무 놀라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유환오빠가 가르키는 곳에 편안하게 앉았다.
"늘 밤마다 저 여자의 꿈을 꿨어. 늘 나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저 여자. 그저 꿈이라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널 만난거야. 처음에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고, 아님 환영을 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널 보았을때 그렇게 말했던거야 기억나"
"기억해요. 오빠가 날 귀신으로 생각했잖아요. 그랬구나....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저 여자와 네가 닮았다고 널 만나는 것은 아니야. 그 날 이후로 저 여자 꿈을 자주 꾸지 않아. 아주 흐리지만 예전보다 자주 꾸지는 않아. 이상하게 널 보면 내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 한번도 이런 느낌 다른 여자에게 받아보지 못했어. 예쁜 얼굴도 아닌데 말이야 . 내 심장이 미친게 분명해"
"내 얼굴이 얼마나 예쁜데요. 이런 얼굴 보기 힘들어요. 주위에서 다들 연예인하라고 난리들인데... 우리 엄마도 영화배우데... 알아요"
"응 알아. 너희 집하고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같은 계통이라서 알고 있어."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죠"
"너희 어머니보다 네가 조금 예쁘다"
난 웃었다. 그래도 마음에 뭔가가 남아 있었다. 유환오빠의 대한 뭔가가....
"나도 악몽 같은 꿈을 꿔요. 오빠처럼.... 언제나 같은 꿈이지만 그 남자의 얼굴은 보지 못했어요. 한번도.. 그런데 어느 날 오빠의 얼굴을 봤어요. 그냥 내가 요즘 오빠 생각을 많이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어요. 오빠 말처럼 운명이 있다면 예전에 오빠와 내가 만난적이 있는 사이겠죠."
"남매였을까? 사이 좋은 남매 말이야"
"아님 원수지간일 수도 있죠. 사이 좋은 남매보다 그게 더 설득력이 있네요. 이번 생애 둘이 그 원한을 풀어보라고 이렇게 만나게 해줄수도 있죠 사이 좋은 남매는 무슨..."
"이 고딩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은거야 심히 궁금하네"
"텔레파시 받았어요. 방금 오빠한테 바보라고 했는데..."
"나도 보냈는데 받았어"
"하정이 예쁘다고요. 그건 다 아는 사실이고...아님 하정이가 사랑스럽다고..히히히"
"네가 말하고도 민망하지"
"조금 민망하네요"
"이젠 집에 가라고 텔레파시 보냈는데...."
"오빠가 집까지 나 태워주세요 이 밤길에 너무 무서워요"
"아무도 안 데리고 가. 네 얼굴이 무기잖아. 도끼"
"너무해~~~ 오빠 얼굴은 기름이네요. 인사동의 휘발유 불이 확~~ 홀라당 잘 탈거야"
"그럼 도끼하고 휘발유하고 한번 가볼까?"
"하하하"
유환오빠랑 있으면 늘 웃게된다. 늘 이렇게 같이 있었으면.... 전생에 우리가 무엇이든 남매이든 원수이든 상관없다.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전생은 필요없다.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누구랑요"
"너랑 나랑"
"웃기네요. 어떻게 오빠랑 내가 닮았어요. 이렇게 예쁜 나랑 이렇게 늙은 노땅 아저씨랑 어디가 닮았다고.. 말도 안돼"
"이 오빠를 뭘로 보고... 원래 F4 가 네명이 아니었어 F5였는데 내가 시간이 없어서 못 한거야. 그 쪽에서는 내가 필요하다고 한번만 와달라고 했는데 그 놈의 시간때문에 대만으로 못갔지"
"유치해 정말 유치해요"
"고딩하고 노니까 정신 연령도 낮아지는 것 같네"
"요즘 고딩들 상당히 엘리트하거든요. 오빠 원래 이렇게 유치한 사람이에요 처음에는 과묵하고 멋있더니 점점 갈수록 사람이 왜 이래"
"네 앞에 서면 다른 사람이 된다"
"푸하하하"
"최하정 왜 웃는거야."
"안 가르쳐줄거에요"
어느새 집앞까지 다 왔다. 정말 아쉽다 같이 더 있고 싶은데... 그래서 남자 여자들이 결혼이라는 걸 하는가보다. 밤새 같이 있기 위해서...
"들어가"
"오빠 먼저 가세요"
"들어가는 것 보고"
"우리 지금 영화 찍는 것 같아요. 남자주인공이 먼저 들어가 하면 여자 주인공이 아니야 먼저가 그러면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잖아요. 지금 우리가 그래요."
"그 다음은 뭐지 헤어지기 싫어서 다시 남자 집으로 가는건가? "
"아니요 여자가 먼저 들어가요"
"아니지 남자 주인공이 먼저 가.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아님 이럴때 부모님이 집에서 나오든지 그래서 딱 걸리는거에요"
그런데 우린 다른 영화나 드라마처럼 부모님에게 걸린 것이 아니라 재준오빠에게 걸렸다. 대문을 열고 재준오빠가 나왔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혜정이 집에 갔다고 하더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화낼 것까지는 없었다. 죽을 죄를 짓은 것도 아닌데... 지금 오빠는 날 죄인 취급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환이 먼저 인사를 했다. 그걸 재준은 험악한 인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
"그만 들어가자"
"오빠 먼저 들어가 유환오빠에게 할 말 있어"
"들어가"
"왜 그래"
"저 사람이랑 단 둘이 할 말이 있어. 그러니까 들어가"
"유환오빠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데, 지금 지나친 간섭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오빠로서 당연히 동생을 걱정할 권리는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들어가"
"먼저 들어갈게 나중에 나랑 얘기 좀 해"
하정은 유환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별로 유쾌하지 못했다. 대문 앞에 단 둘이 남은 두 남자. 재준은 당장이라도 이 놈을 패주고 싶었다. 정말 죽을 만큼 패주고 싶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
"하정이 만나지마. 이건 경고야"
"오빠로써 동생한테 관심이 많으시네요"
"친오빠 아니야"
순간 유환은 한방 맞은 사람 것처럼 휘청했다. 그 만큼 재준의 말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하정이 말하지 않아겠지.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하정이 앞에 나타나지마"
"그럼 사랑입니까?"
그 말 한마디에 재준이 한 방 먹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 다음 말은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재준은 자신과 마주 서 있는 유환을 노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집으로 들어갔다.
"사랑이라면.... 동생의 대한 내 마음이 사랑이라면 내 동생 하정이 과연 날 사랑할까?"
재준은 괴로운 얼굴로 집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