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야 말로 지옥도 그대로였다. 수백구의 시신들이 서로 얽혀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는데 무시무시한 격전이었는지 온전한 시신이 거의 없었다. 병장기들이 서로를 찌르고 부수고 베어버린 잔흔들 그리고 아직 뼈 사이에 끼인 채 그대로인 검과 해골..........
무슨 일로 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서로 죽고 죽이고 했단 말인가? 무엇 때문에 이리도 잔혹한 현장이 만들어졌단 말인가? 또 이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란 말인가? 유독 한 구의 시신이 석벽에 기대인 채 산화하여 자세히 보니 글씨를 쓰며 죽은 것 이었다. 맨손으로 석벽에 지력으로만 글씨를 쓸 수 있는 이 사람 또한 누구란 말인가? 글씨를 읽어보니 ‘이곳은 커다란 음모가 숨어있다. 나는 소림의 혜정이노라. 우리는 모두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전부 미쳐가고 있으며 종내에는 서로를 죽일 것이다. 아! 뉘라서 우리의 죽음을 알리고 이 음모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연자여! 이를 만일 읽게 된다면 우리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후세에 전하여 경종을 주기 바란다. 이 곳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존재하기도하며 사멸되기도 한 곳이니 부디 이곳에 남겨진 모든 것을 그대로 후기지수에 전해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바이다.’ 이 무슨 말인가? 무슨 음모이기에 이렇듯 잔혹한일을 저질렀으며 이곳에서 후세의 안녕을 바란단 말인가? 연아는 종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우선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것 같아서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부터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백골들 사이로 보이는 이들의 유품이 거의가 고가품들이었다. 그리고 그곳의 병장기 자체가 범상치 않은 예기를 뿜어내는 것이었으며 여기저기에 흩어진 책자는 일반 강호인들 에게는 꿈에라도 한번 보았으면 할 정도의 진경들이었다. 역근경과 소림영약 대환단, 태극 양의검, 반룡대구식, 투룡십팔번......각 대문파의 실종되었던 비전 절기들이 시신들 사이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팔대문파와 삼대세가 그리고 사개방파..... 무림의 내로라는 고수반열에 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몰살되었다는 것이란 말인가?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무림을 통째로 뒤엎어버리려는 음모이며 전대미문의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대 어찌 이런 사실이 강호에 알려지지 않고 있었단 말인가? 의문이 의문을 낳고 꼬리에 꺼리를 무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 연아는 만홍루주의 강호동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100여년전부터 암중에 활동해온 의문의 집단과 천의맹 그리고 각대문파의 원로고수들의 연합 여러 사건을 연관지어 생각하니 지금 여기에 누워있는 시신들이 당시 각대문파의 수장들의 집단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유물들과 유품 등은 각대문파의 진산지보로써 그 가치를 황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는 고귀한 것들이었다. 결국 연아는 이들의 유물과 유품을 전부 거두어 각대문파에 그대로 전달하여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챙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역시 석벽에 새겨진 문장을 하나 더 발견하게 되었는데 ‘우리를 이곳으로 유인하여 산공분과 미약으로 정신을 흐리게 하여 서로 싸우다 죽게 하였다. 이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안배하여 우리가 연합하도록 하였고 다시 이곳으로 유인하여 들어온 길로 다시 나가지 못하도록 입구를 막아버리고 우리를 허기에 지치게 만들었다. 이제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몇 자 남기니 이것 또한 우리의 죄과와 연이음일까? 현현자 후예와의 악순환이 이로서 끊어지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음.... 사조님과의 연관이 있었단 말인가?”
있었다면 어떤 인과관계라서 악순환이라 했는가? 이들이 그럼 사조님을 연합공격 했었단 말인데 이를 사주한 암중의 세력이 누구란 말인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암중에 활약하는 세력의 배후인이 과연 누구이기에 이렇듯 치밀하게 무림을 말살하려 하는가? 결국 지금까지 조사한 모든 것이 이들 암중세력과 연관이 있는데 그들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란 말인가? 연아는 유물과 유품을 수습하며 끊임없이 생각을 하였으나 도저히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반나절을 소모한끝에 수습을 끝내고나니 유품의 양도 짊어져야할 정도의 분량이었다. 이들이 들어온 길로 나가지 못했다면 나도 나갈 수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가보고나서 다음 행보를 결정하여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통로를 찾아보았지만 통로는 없었다. 결국 이곳이 막다른 곳이란 이야기인데 그럼 그 바람은 어디를 통하여 들어왔는가? 하고 생각하는데 다시 입구 쪽에서 우르릉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기류가 입구 쪽을 향하기 시작했다. 공기가 입구 쪽으로 끌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공기의 흐름을 감지하며 공기의 유입구를 확인하려 흐름을 따라가니 석벽사이에 작은 틈이 여러개 있었고 그 틈으로 공기가 세차게 끌려 들어오고 있었다. “이곳이다.” 연아는 즉시 장심을 석벽에 대고 운공하여 보았다. 한자 정도의 석벽 뒤에 공간이 있고 그 속에서 공기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연아는 수습한 청강장검으로 석벽을 찍어내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두자 정도의 공간을 확보하고 안쪽의 상황을 보기위하여 화섭자를 내밀어 보니 입구처럼 동굴이 이어지고 제법 신선한 공기가 느껴졌다. 서둘러 빠져나와 동굴을 따라 계속 가는데 어디선가 약하게 땅을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것으로 보아 땅을 파고 있는 소리로 들렸다.
계속 걸어가자 점점 그 소리도 멀어지는 게 느껴지고 아마도 그쪽과 반대 방향의 길인 것 같다. 사부와 탈출시 만났던 신망을 생각하자 바짝 긴장하여 길을 가는데 다행히 이 길에는 그런 짐승들은 없는 것 같았다. 멀리서 빛이 보이기 시작하자 빛을 따라 계속 갔다. 드디어 지상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연아는 위치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할 수없이 높은 곳을 향하여 몸을 날려 달려가니 서쪽으로 멀리 검은색의 바위들이 보였다. 족히 삼십여리의 거리였다. 어쨌든 흑옥곡을 찾아가야 하기에 연아는 그리로 급히 갔다. 생각했던 데로 흑옥곡구에 도착하게 되었고 신의의 모옥에 도착하니 신의가 뛰어나오며 맞는다.
“돌아왔구만...”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독안마제의 행방은 찾지 못하였지만 커다란 수확이 있었습니다.”
“그 짊어진 것 말인가?”
“그렇습니다.”
“들어가서 보시지요.” 신의와 항취개가 받아들고 들어가자 뒤따르며 “그 외에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는데 나중에 이야기 하지요.”
“음... 꽤나 묵직하군.” 안에서 보따리를 풀자 취개와 신의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니! 이것은 우래 개방의 신물인 묵철죽봉인데.... 이것이 어찌.... 헉! 이것은 녹옥불장 .....”
보따리 안에서 나온 것은 각대문파의 신물과 절전된 비급 그리고 전대 고수들의 유품들이었다.
“이것들이 전부 천화동에서 나온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곳에는 수백구의 시신이 있었는데 그들의 유품입니다. 그중 혜정이란분이 남긴 글이 있었습니다.”
“무슨 내용이었는가?”
“음... 그 내용이 너무 황당하여서...”
“무슨 내용이었기에 그리 ...”
“혜정이라 밝히신 분은 그곳으로 어떤 암중의 세력에 의하여 연합세력이 되어 유인되었고 전부 그곳에서 서로 싸워 죽게 되었으며 유물을 각파에 온전하게 전해달라는 유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현자의 후예와 악연이 끊어졌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음..... 그럼 암중의 세력이 어떤 단체인지는 안 밝히고?”
“내용으로 보아 그들도 확인하지 못하고 전부 죽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자네는 어찌 그렇게 쉽게 들어가고 나올 수 있었는가? 난 여러번의 시도를 했었지만 한번도 못들어 갔고 또 나오면서도 겨우 죽지 않고 살았는데.”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그들은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음.... 그렇다면 100여년전에 의문의 실종자들은 전부 다 그곳에서 죽었다고 봐야하겠군?”
“그뿐 아니라 암중의 세력은 무림 자체를 말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길에 누군가 땅을 파는 듯한 소리를 들었는데 직접 확인을 하지 못하고 돌아와서 제가 다시 천화동에 들어가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 사람아, 한번으로 족하네. 완전히 파악된 후에 다시 시도하는 게 옳을 것이네.”
“아닙니다. 그 소리 나는 곳을 찾으면 틀림없이 독안마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때가 아니어서 자네가 이것을 먼저 찾게 했다고 보네. 그러니 우선은 급한 불 먼저 끄고 알아보는 게 맞을 썽 싶네.”
“흠.... 알겠습니다. 그런데 급한 불이란 게...?”
“먼저 그 암중의 세력이 어떤 단체이고 둘째로는 이 유품을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것 셋째 현현자의 후예가 있는지를 찾아 그를 설득하여 무림의 안녕을 도모하는 것 이것이 우선이라고 생각 하네. 세 번째인 현현자의 후예는 내 앞에 있는 것 같으니 찾아야할 필요가 없겠고. 자네가 옥군자의 아들이니 당연히 현현자의 후예일 것이고... 자네가 우선 이 비급의 내용을 확인하여 보고 나서 이것을 원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네.”
“제겐 소용이 없습니다.”
“아닐쎄. 강호의 일은 아무도 알수 없는 법이야. 이때에 각대문파의 비전절예를 수련하면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터이니... 시키는 대로 하게나.”
“음.......”
“그리고 이 대환단과 소환단은 자네가 보관하도록 하게. 이 대환단은 죽어가는 사람도 벌떡 일어나게 할 수 있는 영약이고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꿈에도 그리는 영약 일쎄. 한 갑자 이상의 공력이 생기니 어찌 귀한 것이 아니겠는가? 달마 이래 현재까지 다섯알을 연단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귀한 것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네. 그래도 명색이 신의라는 내가 하는 말이니 못 믿을 건 없을 테니까 또 소환단은 내상에 즉효이므로 상비해야 하는 것이네. 강호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 하며 유품을 분류하여 각 대문파별로 나누었다. 그중 비전 절예를 별도로 모아 연아에게 건네주면서 “이것을 익히게 자네의 오성은 이를 한번 보는 것 만 으로도 어느 정도 익힐 수 있을 테니까 나중에 익히더라도 우선은 머릿속에 넣어 두도록 하게.”
연아는 대답 없이 받아들고는 한번씩 훓어 보았다.
소림의 역근경 중의 내용이 본문심법과 비슷한 점이 느껴져 자세히 보았으며 그중 천현지력은 본문의 현음지와 거의 같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각 대문파의 비전절예를 모두 읽었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았다. 만 하루정도를 책과 씨름했는데 어느 사이에 시간이 그리 흘렀는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에는 혼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고 신의와 취개는 밖에서 뭔가 서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깁봉성님의 리플이 저를 많이 기쁘게 하네요.
힘이 부쩍 나는것 같아서 오늘 한편 더 올립니다. 재미있게 봐주신다니 저도 신이 나네요.
애독해주시는 여러분의 덕분에 힘들어도꼭쓰게 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