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채연과 강반장은 그 동안 사건이 일어난 곳을 조사하면서 다음에 발생할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최형사님은?”
“사건조사가 여기에서만 있는 건 아니잖아”
“…”
두 사람은 지금 채연의 요구에 따라 국회의 도서관 옥상에 있었다. 채연이 옥상에서 동쪽에 늘어선 고층건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야?”
“응”
채연은 지금 이철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도서관 옥상의 동쪽 모서리에 서서 즐비하게 늘어선 증권가의 고층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그녀는 지금 기억의 퍼즐들을 끄집어 내서 최형사가 보여 주었던 옥상 북쪽 감시카메라의 영상을 기억 속에서 재생시키고 있었다. 기억 속의 퍼즐조각을 맞추어본 그녀는 곧 옥상 모서리의 남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동쪽의 건물 숲을 바라보았다.
‘역시, 기특한 녀석.’
그때, 채연의 표정으로 감정의 변화를 읽은 강반장은 그녀가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강반장도 같은 장소를 서성거려 보았지만, 그는 특별한 것을 그때까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도대체 뭐지? 내가 놓친 것이…?’
그때, 채연이 어느새 그의 옆에 와서 말했다.
“알고 싶어?”
“…”
강반장은 조금 놀랐지만 아무런 반문도 하지 않았다.
“저기 의사당 옆에 공원이 있는데… 거기서 보자. 혼자와!”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도서관을 빠져나갔고, 강반장은 곧 그녀의 지시대로 경찰을 물리고 의사당 옆의 공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채연이 의자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혼자 왔네… 착하기도 해라…”
“놀릴 생각이라면 그만 둬.”
“뭐야~ 삐진 거야…?”
“…”
채연은 재우의 옆에 달라붙어 않으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아빠랑 공원에 갔던 생각이 생생해… 아빠도 재우씨처럼 다정했는데…”
“어서 말해”
“뭘?”
“아까 네가 깨달은 것.”
“응. 여기 공원이 있는 것을 보고, 데이트 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재우씨가 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거짓말 하지 마”
“와~ 저것 봐 재우씨. 까치야.”
“이 공원은 네가 바라본 빌딩의 맞은편이야. 등 뒤에 있는 나무숲으로 가려진 이 공원을 보았을 리 없잖아”
순간, 채연을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보이며 크게 화를 내며 벌떡 일어났다.
“왜 그래! 정말!”
“…”
“왜 자꾸 내 기분을 망쳐 놓느냐고?”
이번에는 강반장도 강하게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
“너야말로 제 정신이야! 난 경찰이고 넌 용의자야!”
“뭐?”
채연과 강반장은 갑자기 모두 침묵했다. 서로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내뱉고 후회하는 연인들 처럼… 채연은 지금 강반장이 자신을 위해서 외통수를 물려주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반장은 물러서지 않고 끝내 채연의 퇴로를 차단했다.
“이런 공원이 있는 것을 다 알고 있는 걸 보니, 사건계획 전에 사전답사라도 한 것 아냐?”
사각에 몰린 채연은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이 자식!”
채연은 세차게 강반장의 따귀를 때렸다. 그리고 그녀의 손톱이 강반장의 얼굴을 할퀴고 말았다. 지금 그녀의 눈은 독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게 뭐야… 이게 아냐… 미안해! 재우씨…’
그녀는 갑자기 공포에 질린 눈으로 변해버리는가 싶더니, 곧 고개를 떨구고 공원을 내려가 버렸다.
“젠장…”
강반장은 지금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오후에 강반장과 채연은 최형사와 합류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마치 실어증에 걸린 사람들처럼 조용했다. 그러한 두 사람을 보며 자꾸 불안해 지는 것은 오히려 최형사 였다. 그는 강반장이 얼굴에 갑자기 밴드를 붙인 것을 보고 무엇인가 묻고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지금 네 번째 살해 현장인 영화의 세트장에 있었다. 두 사람이 사건 현장에 도착해서도 계속 침묵하자 결국 최형사가 인내를 드러내고 채연에게 물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사실… 이미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사건입니다.”
“…”
“예언서에 따르면…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내가 보니 하늘에서 땅이 떨어진 별 하나가 있는데 저가 무저갱의 열쇠를 받았더라 저가 무저갱을 여니 그 구멍에서 큰 풀무의 연기 같은 연기가 올라오매 해와 공기가 그 구멍의 연기로 인해 어두워지매 또 황충이 연기 가운데로부터 땅 위에 나오매 저희가 땅에 있는 전갈의 권세와 같은 권세를 받았더라…. 그 괴롭게 함은 전갈이 사람을 쏠 때에 괴롭게 함과 같더라… 황충들의 모양은 전쟁을 위하여 예비한 말들 같고… 그 이는 사자의 이 같으며 또 철흉갑 같은 흉갑이 있고 그 날개들의 소리는 병거와 많은 말들이 전장으로 달려가는 소리 같으며 또 전갈과 같은 꼬리와 쏘는 실이 있어 그 꼬리에는 다섯 달 동안 사람들을 해하는 권세가 있더라….’ 이런… 건데, 이곳에서 도대체 어떤 살인 방법을 추출해낼 수 있는 거죠?”
채연은 조용했다.
“김채연씨?”
잠시 더 긴 침묵이 흘렀지만, 최형사는 그녀의 대답을 인해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곧 채연이 말했다.
“이번은 그 어떤 때 보다도 쉽지 않겠군요. 범인은 그 예언에 나타난 어떤 귀절을 차용해도 예언을 따르는 게 되요. 그러니까, 어떤 살인 방법을 써도 상관이 없다는 거죠.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예언서에 장소에 관한 힌트는 전혀 없다는 거예요. 하지만, 지금까지 범인의 형태를 봐서는 이번에도 이곳 여의도를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강반장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채연에게 쏘아 붙였다.
“이번에는 살인 수법도, 장소도 모른다… 이건가?”
“그래. 그리고 또 하나, 누가 죽을지도 모르지…”
“그럼, 이번 사건에서 네 역할은 도대체 뭐야?”
강반장은 알 수 없는 마음으로 인해, 자꾸 그녀와의 간격을 벌리고 있었다. 그러나 채연도 더 이상 물러서지 않기로 한 모양이었다.
“너무 그렇게 몰아 붙이지 마… 어제처럼 좀 부드럽게 대해줄 수는 없어?”
“네?”
채연의 말에 최형사는 조금 어리둥절 했고, 강반장은 갑자기 크게 당황했다. 상황이 한 순간에 역전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채연은 그러한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빌어먹을… 도대체 이게 뭐야? 젠장’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한계선을 넘지 않기로 결정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젠장, 자비라도 베풀겠다는 거야? 빌어먹을… 물리지 않겠다는 의도로군…’
지금 세 사람은 차로 이동하고 있었다.
‘살인방법, 장소, 그리고 누구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강반장이 채연에게 물었다.
“시간은?”
“그것만은 나도 정말 모르겠는걸…?”
그녀의 이 한마디에 강반장과 최형사는 큰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진 긴 침묵을 깨고, 최형사가 물었다.
“그 말은 곧, 장소와 방법… 그리고 타깃은 알고 있다는 애긴가요?”
“흠…”
채연이 뜸을 들이자 강반장은 다시 참지 못하고 화를 드러냈다.
“어서 말해!”
“뭐야? 그게 협조를 구하는 태도야? 재우씨…”
“그만 둬!”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강반장은 그만 말 문을 닫아 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채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장소와 방법은 알아! 하지만, 시간과 타깃은 몰라.”
이번에는 최형사가 물었다. 이번에는 그도 상당히 화가 나 있는 눈치였다.
“알면서 왜 정보를 주지 않는 거죠?”
“게임 아니었나요?”
“게임?”
최형사가 되 묻자 채연은 그에게 이미 게임이 시작되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네! 나와 재우씨… 누가 먼저 필우를 찾느냐. 그런데, 정보를 줄 리가 없잖아요.”
“…”
“그럼, 우린 널 이 수사에서 빼버릴 수도 있어”
“그건, 불가능할걸? 윗분들은 재우씨 보다는 내 말을 더 신뢰하니까…”
강반장과 최형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미 경찰 수뇌부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깊은 신뢰를 얻고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을 이미 그녀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정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들 마저도…
그날 밤. 강반장은 최형사를 따라 고수부지의 공원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한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김경수씨?”
“네! 제가 김경수 입니다.”
최형사는 두 사람 주변을 서성거리며,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강반장과 김경수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편, 강반장과 최형사가 김경수를 만나는 사이 채연은 호텔의 안전가옥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있었다. 그녀는 지금 관리자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림자 살인’ 사이트의 모든 동향변화를 감시하고 있었다.
“이 토론방은… 아직도 대기중 인가?
토론방에서는 한 명의 회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No2739 : 뽈님은 아직이네요.
타락천사 : 늦는군요. 뽈님이…
미로 : 그러게요…
No2739 : 반장님. 그리고 최형사님 언제까지 그 닉네임을 사용할 거죠?
타락천사 : 원하는 정보를 얻을 때 까지는…
No2739 : 그냥 새로운 닉네임을 개설하시죠.
미로 : 뭐….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서…
김채연은 토론 내용을 보며 생각했다.
“그럼, 이번에는 이 토론방에 접속해오지 않는 뽈이 타깃 인가…? 어쩌면 벌써 죽었나? 이상하군… 오늘은… 집회가 없을 텐데… 책을 조금 벗어날 생각인 거냐… 필우야…”
경찰서 전산실에서 강반장의 지시를 받은 경찰 2명이 ‘타락천사’와 ‘미로’라는 닉네임으로 그림자 사이트에 접속해 있었다.
“우리가 왜 이걸 해야 되는 거야?”
“몰라… 반장님이 연막이라고 했어.”
“연막? 누구한테 치는 거야?”
“낸들 아나…”
한편, 채연은 강반장과 최형사가 사이트에 접속해 있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그림자 사이트를 감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