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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언제나 좋은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박흔숙 |2004.08.30 00:47
조회 18,575 |추천 0

마흔일곱, 이제는 머리도 희끗희끗해지고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일도 많아졌어요. 결혼 후 이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생활에 치여서 그동안 우리가 하루하루 나이들어 간다는 것을 느낄 여유가 없었네요. 두 딸아이를 대학에 보내놓고 이제 쫌 마음이 편해지니, 비로소 당신과 내가 오랜 세월동안 참 많이 변했구나 하고 알게됬어요.

젊었을적에는 멋쟁이 소리도 많이 듣고, 큰 키 덕분에 모델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던 당신이었는데, 지금은 세월의 흔적이 보이네요. 윤기없고 까칠한 얼굴에 들어찬 주름살, 희끗희끗한 머리, 축 처지고 살찐 몸.... 피곤해 잠이 든 당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니 애처로운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우리가 이렇게 나이 들어 가는 동안 두 딸아이는 제 키보다도 훌쩍크고, 어느새 투정쟁이 아이에서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는 것을. 변한 당신의 모습이 속상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면 미소짓게 됩니다.

매일매일 착하게 살고 싶었지만, 정직하게 일해도 세상은 만만치 않았어요. 노엽고 화가나도 고개를 돌리면 올망졸망 당신만을 바라보는 저와 두 딸 때문에 한번 더 참고, 또 참는 당신의 모습을 압니다. 쓴 소주로 그 응어리가 풀릴리는 없겠지만, 가끔씩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들어오는 당신을 보면 저 또한 마음이 아파오곤 했어요.

마음은 그렇지 않아도 가시박힌 말은 미처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쏟아져나오네요. 당신은 양 손 가득 굳은 살이 박히고, 어깨는 울긋불긋 멍자국이 가득한데, 파스를 붙여주면서도 저는 마냥 애들 학원비 걱정에 다달이 들어가는 집세에 끊임없이 불만을 털어놓았어요. 그렇게 또 한바탕 싸우고 말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겨운 마음이 드는게 바로 부부간의 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소리없이 성장하는 우리 가족의 사랑이 당신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바랄뿐이예요.

처녀적에는 쑥쓰러워서, 결혼한 후에는 애 낳고 살림하느라 바빠서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쉽게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당신 하나 믿고 이 세상 살아오면서 어렵고 힘든 때에도 후회해본적은 없어요. 살갑게 마음을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라 때론 서운했지만, 무뚝뚝함 가운데서도 언뜻언뜻 보이는 그 정이 좋아서 저는 언제나 당신편이었어요.

결혼생활 이십년 고개를 넘기니 풋사과 같던 첫사랑도 달콤했던 신혼생활도 모두 가물가물해져요. 하지만 매일 살 맞대고 살아가다 보니 제 마음이 당신 마음이고 당신 마음이 제 마음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어려움과 즐거움, 소소한 기억들까지 함께 나누게 되면서 이제 우리는 한마음이 되었네요.

요즘은 잠들기 전에 잠깐씩 기도해요. 종교는 없지만, 우리 가족을 살펴주고 있을 그 어떤 분을 향해서 말입니다. 제 기도의 첫 마디는 항상 '고맙습니다'예요.

가족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 날에도 잠자는 모습을 가만가만 들여다 보면, 당신은 저처럼 늙고 고된 얼굴에, 딸들은 이제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그 예쁜 얼굴에 저절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또 생각하지요. 내일은 당신과 딸아이와 좀 더 오래 눈맞춤을 해야지...

우리 앞으로 살아가면서 아둥바둥 앞만 보고 달리지 말기로 해요. 이제는 크게 숨 한번 내쉬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가끔은 당신과 오붓하니 손 꼭 마주잡고 오솔길도 거닐고 싶고, 한번쯤은 당신이 손수 지어준 소박한 저녁밥상을 기대해봅니다.

우리가 처녀 총각때 설레였고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마음처럼, 나이들어가면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오롯이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생활에 치여서 고왔던 서로의 모습이 변해가도 마음만은, 넘치는 사랑만은 영원하길 기대해봅니다.

당신에게 언제나 좋은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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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아름답습니다|2004.08.31 11:16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행복한 가정 꾸리시구요. 마흔일곱의 여인의 삶에 대한 향기가 아릅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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