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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성(城)을 향해 가는 길 [에필로그]※

미강 |2004.09.12 22:59
조회 3,185 |추천 0

 

 

 

 

에필로그


 

 

 하연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탁자 밑, 침대 밑, 커튼 뒤,

 

샅샅이 찾아봤지만 도무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수많은 모래알 중에서 바늘을 찾아내는 것도 아닌데, 이토록 힘들다니.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목구멍이 쓰라렸다.

 

 

 

“…무슨 일이야?”

 

 

막 집으로 돌아온 민혁이

 

덜덜 떨며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녀를 향해 던진 말이었다.

 

 

하연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자, 잠깐…지하실에 내려갔다가…와 보니까 없어졌어요!”

 

 

“없어지다니? 뭐가?”

 

 

 

아무렇지도 않게 넥타이를 풀어 헤치는 그를 향해 하연이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당신 아들 말이에요!”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이제는 서 있을 힘조차 없었는지,

 

아예 하연은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재빠른 동작으로 다가와 무너지는 하연의 어깨를 붙잡으며 몇 가지 질문을 쏘아댔다.

 

 

 

“시간은 얼마나 됐지? 의심스러운 전화는? 정원은 찾아 본 건가?”

 

 

“…한 30분 정도 됐고, 전화는 없었어요.

 

정원은 벌써 찾아 봤구요.”

 

 

 

그렇다면 납치는 아닌 것이다!

 

 

하긴, 여기까지 찾아와 집 안에 있는 아이를 데려갈 만큼 대담한 놈들도 없지만.

 

 

흉흉한 세상에서는

 

얼마든지 아이의 몸값을 담보로 내세울 수 있는 법이니까.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이라고는 하지만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면 제법 많이 걸어갔을지도.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못하고 앞만 곧장 보고 걸어갔다면…?

 

 

일단 민혁은 힘이 빠져 버린 하연을 소파에 조심스레 기대어 준 뒤,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집중하자. 집중해!

 

아이가 갔을 만한 곳!

 

 

 

번득이는 감(感)이 이끄는 대로 방향을 잡았다.

 

 

부드러운 흙이 깔려 있는 산책로를

 

아주 느린 속도로 걸어가며

 

재빠르게 아이의 흔적을 더듬어 나가기 시작했다.

 

 

정확히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민혁의 눈에 웅크린 채 잠이 들어 버린 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빳빳하게 곤두섰던 긴장들이

 

한꺼번에 탁, 풀리며 저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이는 마치 행복한 꿈이라도 꾸듯, 방긋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이런, 엄마 아빠 심장을 떨어지게 만들어 놓고 태평스레 잠을 자고 있다니. 요 녀석!’

 

 

 

자고 있는 아이를 안으려던 민혁은

 

잠들어 있는 그 곳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명, 이 곳은 하연이 아이를 위해 만들어 주겠다던 꽃밭 터였다.

 

 

반듯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다듬어진 곳에

 

아직 꽃은 없었지만

 

이듬해 봄이 오면 분명 꽃씨를 뿌리리라 마음먹은 장소가 틀림없었다.

 

 

어느 새, 민혁의 뒤를 따라 뛰어 온 하연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의 곁에 앉았다.

 

 

 

“…집이 갑갑했던 모양이지, 산책을 나온 걸 보니.”

 

 

“산책로로 갔을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 했어요. 어찌나 놀랬는지.”

 

 

“요 녀석이 날 닮은 구석도 있군.

 

자기 건 줄 미리 알고 있어.”

 

 

 

그제야 하연도 아이가 웅크리고 있던 장소를 알아차렸다.

 

 

세상에나!

 

안도감에 번지는 미소를 억지로 감춘 하연은 일부러 민혁을 향해 살짝 눈을 흘겼다.

 

 

 

“무슨 소리에요?

 

창휘는 당신을 더 닮았어요.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절대로 다시 먹지 않고

 

떼를 쓰는 대신 은근히 심술을 부린다구요.

 

그리고 저것 좀 봐요, 당신 닮았다는 걸 증명해주고 있잖아요.”

 

 

 

하연의 말을 들은 민혁의 눈썹이 묘하게 올라갔다.

 

 

분명 쏙 빼닮았다는 말은 맞는데 별로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닌 것 같으니.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해볼까?

 

 

 

“…어디서 찾아냈는지, 버려진 고양이 옆에서 잠든 건 어떻게 설명하지?

 

나비를 잡겠다고 꽃밭을 뒹굴어 대는 건?

 

내가 혼이라도 낼라치면 날 어떻게 쳐다보는 줄 알아?

 

그 눈동자는 당신이랑 똑같다고!”

 

 

“당신과 날 닮는 게 당연하잖아요. 안 그래요?”

 

 

 

배시시 번지는 웃음에 이번에도 넘어가 버리는 민혁이었다.

 

 

잠에서 깨지 않게 살그머니 아이를 품에 안는 하연을 보며

 

깊숙이 스며드는 행복감을 마음껏 느꼈다.

 

 

누군가의 말처럼 소름이 끼칠 만큼 지독한 행복감.

 

 

 

“…올 해도 우리가 내려가야 하나?

 

올라오시면 근사하게 생일상을 해드릴 텐데.”

 

 

“아마 그럴 거예요. 엄마는 하루라도 파도 소리를 듣지 않으면 못 견디신대요.”

 

 

 

잠결에도 하연의 품을 파고드는 아이는,

 

축복처럼 쏟아져 내리는 별무리와 블루문의 황홀함을 좋아했다.

 

 

자장가 대신 달빛을 맞으며 새근새근 잠이 드는 아이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가끔 어디론가 사라져서 가슴 철렁하게 만드는 것을 빼면.

 

 

산책로를 빠져나오는 그들의 귓가에

 

쉴 새 없이 말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등 뒤에서 날아드는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며

 

난감한 표정을 한 상현이 그들에게 걸어왔다.

 

 

 

“저 여자 좀 맡아 주실 수 없습니까?”

 

 

“…쓸데없는 소리!”

 

 

“도무지! 위생상태가 불량해.

 

손톱은 언제 깎았어요?

 

아무리 바빠도 면도는 제때 하고 다니란 말이에요!

 

지금 내 말 무시하는 거 맞죠? 그런 거죠?

 

밀폐된 차 안에서 곯아떨어지지를 않나!

 

툭 하면 끼니를 거르는데다 인스턴트식품으로 대충 때우고!

 

제발 날 좀 못 견디게 하지 말라니까요!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요?”

 

 

 

상현의 뒤를 쫓아오며 속사포처럼 쏘아대던 윤경은

 

조심스레 창휘의 작은 귀를 막고 있는 하연을 보며 잔소리를 멈추었다.

 

 

조금 있다가 봐요!

 

매서운 눈빛을 날리며 윤경이 어색하게 웃었다.

 

 

이제야 살았다는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 하연에게 건네는 상현도

 

똑같은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었다.

 

 

똑같은 표정으로 웃는 두 사람은 분명 제대로 된 인연이 맞는데.

 

 

 

어쩌면 매일같이 계속되는 말다툼도 그들만의 방식인지도 몰랐다.

 

투명한 작은 상자 속엔 짙은 파랑색 신발이 얌전스레 담겨 있었다.

 

 

 

“고마워요, 상현씨. 너무 예뻐요.”

 

 

“창휘 덕에 매번 살아남는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입니다.”

 

 

 

손가락으로 쓰윽, 선글라스를 올리던 상현을 향해

 

또 다시 후반전을 시작하려던 윤경은

 

날카로운 민혁의 눈빛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세상에 자기만 자식이 있는 줄 아는 팔불출 같으니라구!

 

못 봐주겠군.

 

 

아직도 윤경은 이민혁이라는 남자가 못마땅한 게 틀림없었다.

 

 

잠들어 있는 아이를 들여다보던 상현이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찰나,

 

윤경의 손이 그의 손목을 잡아챘다.

 

 

 

“뭐 하는 짓이야? 병균이 득시글거리는 손으로!”

 

 

“이 여자야, 손 씻은 지 몇 분 안 됐다고!”

 

 

“그럼 그 손에 묻은 시커먼 때는 뭔데?”

 

 

“…펜에서 잉크가 묻은 것 뿐 이야!”

 

 

“어쨌든! 안 그래도 면역 약한 아기한테 손대지 마!”

 

 

“결벽증!”

 

 

“불결해!”

 

 

 

또 다시 시작된 말다툼을 등 뒤로 한 채,

 

민혁이 하연의 어깨를 가만히 잡아끌었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말다툼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두 사람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한참 만에 하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저렇게 싸울까요?”

 

 

“결혼 뒤에도 늘 저렇게 싸울 거야. 내 장담하지!”

 

 

“…그럼 안 되잖아요!”

 

 

“어떤 방식으로든 두 사람이 잘 맞으면 되는 거야.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말다툼에 지쳐 나가떨어진다면 그것처럼 밋밋한 게 있을까!

 

아직도 모르겠어?

 

김윤경에게 조상현이 맞춰 나가고 있는 게 훤히 보이는데.”

 

 

 

민혁의 말을 곰곰이 되새겨보던 하연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언제나 사무적인 말투로 ‘용건만 간단히’를 지키던 상현은

 

어느 새 윤경의 조목조목 따지는 말에

 

일일이 반박을 해대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무뚝뚝한 얼굴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을 텐데.

 

 

 

“…이제 보이네요. 그럼 당신과 나는?”

 

 

“전적으로 내가 당신에게 맞춰 나갔다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지!”

 

 

 

자신을 향해 온갖 따사로움을 보듬은 눈빛을 보내던 그녀의 눈동자를 보자

 

민혁은 지금이라도 그녀의 입술을 맛보고 싶은 생각에 아찔해졌다.

 

 

하지만 때맞춰 얕은 하품을 터트리며 반짝 눈을 뜨는 아이 덕분에

 

그 생각은 몇 시간 뒤로 미루었다.

 

 

 

“…아주 영리한 녀석이야!”

 

 

“네? 무슨 말이에요, 그게?”

 

 

민혁은 입맞춤 대신 짧은 윙크를 던지며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말다툼을 말리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삶이라는 건 때때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운 좋게 선택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여지조차 없거나.

 

 

하지만 반드시 어디에서든지 사랑이라는 것과 한 번쯤 마주치게 된다.

 

 

꽃향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사랑의 향기는 언제까지나 남아있는 것이다.

 

 

까르르 하며 터지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허공을 타고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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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긴 숨을 토해 봅니다.

 

분명 틈틈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비밀의 성'에 매달려 있는 동안 만큼은

 

숨도 한 번 제대로 쉬어본 기억이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늘 끄트머리에 남는 아쉬움들이 미미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비밀의 성을 쓰는 동안 참 많은 님들을 다시 만나뵈었고, 새로이 알게 되었고

 

제게 주시는 용기와 응원도 많이 받았습니다.

 

 

에필로그가 올려지고 나서야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지네요...

 

섭섭하고, 아프기도 하고.

 

제 글 사랑해 주신 모든 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그리고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제 마음 조용히 남겨두고 갑니다.

 

 

그리고 [그.가.저.방]에 관한 질문쪽지에 대한 답변은 

 

소장본 이미지로 대신하려 합니다. ^^

(이미 제 미니홈피에 오셔서 보신 님들도 계시겠지만요...)

 

 

 

모든 님들의 가슴 속에 비밀스러운 사랑이 언제까지나 간직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물러갑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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