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같이 마시자는데 혼자 베란다로 나가 술을 마셨습니다
내가 내 돈주고 내가 마실려고 소주를 사보기는 처음이라 저도 어색하고
친구도 놀라고 ,,,,
(제가 워낙 술을 잘 못마셔서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시뻘개지고 심장이 터질듯이 뛰고 하는 타입이라)
늘 안주발만 세우던 내가
울면서 깡소주를 마시려고 하니
친구가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저도 놀랍습니다 제가 이렇게 술이 다 마시고 싶다니....
전 대학을 다니다 휴학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비싼 학비와 전공을 확실히 살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남은 3년의 세월을
졸업장을 따기 위해 다닐 바에야 차라리 그 시간에 돈 벌어서 내 장사를
하자가 제 인생관이었죠..
수능이 끝나자 마자 시작된 저의 아르바이트 인생은
호빵공장, 카페트 공장, 수영장 에서 핫도그 판매, 커피숍,호프집, 바, 캐셔, 신발 판매.전단지 알바 ....
를 거쳐 지금 하고 있는 대형 마트 판매직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지금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나름의 좌우명과
점점 세월이 지날수록 쌓인 나름의 노하우로
사람 상대도 잘 하고 일도 열심히 한다고 어딜가나 항상 고용주나 상사에게
사랑받고 인정 받으며 지내왔습니다
그렇게 이일 저일 하다 대형 마트서 일을 하게 된건 지금껏 했던 어떤 알바보다
제일 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사람 상대하는 일이라 더럽고 치사한 경우도 많고
판매 도우미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영 곱지만은 않아 가슴 아플때도 많았습니다
제품 설명을 하는 저에게
니깟께 알면 얼마나 안다고 지껄이냐고
난대없이 화를 내는 손님
울고있는 자기 자식에게
너 자꾸 엄마 말 안듣고 울고 그러면 저런 언니처럼 된다
는 손님
나이도 어린게 반말 찍찍 하는 손님
아가씨 어쩌구 저쩌구 하면 집적대는 손님,,,
속상하고 이 일을 때려 치우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습니다
그래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통장의 잔고와 언젠가는 나도 장사를 하고야 말꺼라는 꿈이
있었기에 그저 참을수 있었습니다
줄이 적적 가서 잘 안 보이는 티비를 눈 찡그려 가며 보는 아빠에게 티비도 사드리고
시장 옷만 입던 엄마 내가 번 돈으로 이쁜 옷도 사드리고
할머니 내의도 사드리고
정말 나름대로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단기 행사로 이곳 저곳 마트를 다니며 일을 하던 전 체계적으로 돈을 모아야 겠다는 생각에
고정적으로 행사를 하는 마트를 구해 들어 갔습니다
엄마 같이 살뜰히 챙겨 주시는 아줌마 직원들
담당 같지 않게 너무 잘해 주셨던 파트 매니저님 , 대리님
그리고 너무 좋았던 언니들과 친구들
아프면 일찍도 보내주시구
또 마트가 바쁘면 자진해서 연장도 하고 정말이지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그렇게 몆주같은 몇달을 보냈습니다
불과 몇일전까지 말이지요
늘 틱틱대는 말투에 우리끼리 투덜이 스머프라고 부르는 파트 매니저 위에 상사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관리 하는 사람으로 거의 마주칠 일이 없는 편이라 그동안 크게 부딪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추석 시즌이 다 되어가서 계속 내려와 일일이 간섭을 하고 다녔지요
전 평소에 면바지에 면남방 앞치마를 입고 일을 합니다
그런데 그날부터 세트 판매라 정장을 입으라고 해서 입고 갔습니다
작업복 차림에 늘 일하다 정장을 입고 나타나니 다들 이쁘다고 좋게 한마디씩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팀장 저에게 와서 이러더군요
넌 옷이 그게 모야 ?
그냥 웃고 넘겼습니다 원래 말투가 그러니
오늘부터 세트 한다고 정장 입고 오래서 입고 왔다구 말씀드렸습니다
제 옷차림이 가짢다는듯 훑어 보더군요
기분 나빴지만 신경 안썻습니다
냉동이 가능한 정육과 달리 냉장인 선어세트는 추석즈음해서
많이 나가는 상품이라
추석을 많이 남겨 두고 있을 때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팔아 보겠다고 열심히 했습니다
열심히 설명도 하고 멘트도하고 좀더 잘해 볼려고
같이 일하는 오빠랑 보자기 포장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팀장이 오더군요
몇개나 팔았어?
아직 한개도 못 팔았는데요................
팀장 비웃음 한번, 팔지도 못하는게 옷은 쫙 빼입고 나와서
솔직히 약간 맘 상했지만 애써 웃고 넘기려 했습니다
옆에 있던 오빠 거들어 준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알고 왜 이러십니까 그래도 삐리리가 제일 일 잘하는데
팀장 비웃음 ,잘하긴 개뿔이 잘해
참으려 했습니다
참으려 했습니다
참으려 했습니다
결국 참지 못했습니다
팀장이 가고 서있는데 왜그런지 눈물이 났습니다
그것보다 심한 말도 다 참아 왔던 나였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별일도 아닌데
수도관이 터져 버린거 처럼 툭툭 떨어지는 눈물은 몇일째
마르지가 않았습니다
친구가 그러더군요
니가 많이 지쳐 있었나 보다고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라고
이제 돈 때문이 아니라 니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나 공부를 하라고
친구 말처럼 돈 때문에 시작한 이일이 벌써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지금은 실직자입니다
뭔가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까 앞이 깜깜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후회 안합니다 아니 안하려고 합니다
뭐든 배우고 나를 위해 투자 할것입니다
늘 가난했기에 부끄럽지만 무조건 부자가 되는게 오직 인생 목표 였던 제 자신을 뒤돌아 보며
비오는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소주를 마시며 생각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