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신문에서 인터넷 설문을 통해 주부들을 상대로 누가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가를 조사한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주부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인물은 역시 “시어머니”로 나타났고,
신세대라는 네티즌 주부들에게도 고부간 갈등은 여전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다음 스트레스의 대상은 물론 “남편”이었습니다.
우리 문화에서 결혼한 여자에게 있어 “영원한 숙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고부간의 갈등”이리라 생각되어 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남편들은 아내들이 겪는 이 큰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에........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아내들이 고통스러워하고 고뇌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나의 아내는 시부모께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어른들을 배려하려고 애쓰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도........어느 날 나에게 이런 말을 들려준 기억이 납니다.
"여자에게 '시'자가 붙은 존재는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 시댁의 식구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조심스러운 분들이라는 말이에요.
늘 긴장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어떤 관계라는 것을 새삼 알게 해 준 말이었습니다. 결코 쉽지 않는........
어쩌면 평생을 평행선으로 달릴지도 모르는 그런 관계 속에서 아내들은
고전분투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삶의 경험이 너무 적습니다. 그렇기에......인간관계, 특별히 가정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해결책을 낼만한 지혜 또한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며 같은 문제를 겪고 있으며, 또한 아파하는 이들과 같이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함께 해답을 찾아보고자 하는 작은 일념(?)으로 이 글을 쓰고
있음을 먼저 밝히고 싶습니다.
고부간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러한 갈등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도 심각한 문제이지 않습니까? 이것은 결국 인간의 죄악된
본성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하면.....우리가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도 연약한 인간이며, 며느리도 또한 연약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통한 교양이나, 바른 인격적 훈련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의 미숙함이 특별한 고부 사이에
나타날 때는 서로를 그토록 고통스럽게 만드는 갈등으로 치부되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왜 고부갈등이 우리의 삶에 큰 문제가 되었을까”....라고
한번 생각해 보셨습니까?
먼저.......우리는 우리의 가정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상황은 다분히 유교적인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효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에서 부모를 모시는 가정구조,
즉 대가족 제도를 이어왔고 그 결과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사는 한국적
가정들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부모님들은 여전히 유교적인 전통을 안고 살고 있음을
우리는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부모님들의 가치관과 습관은 여전히 옛 문화에 익숙한 모습으로 살고
계십니다. 옛 시대를 살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제를 해결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자신에게 사랑과 따뜻한 이해를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당신의 아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며느리인 자신도 또 하나의 자식으로 품어주고
용납해 줄 것을 기대하고 결혼합니다.
그러나.........시부모님들의 가치관과 습관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꿈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며느리로 이해해 주기는 하지만 여전히 시어머니라는 사실은 변함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처럼 모질게야 하겠는가 만은 그 갈등은 여전하여
지금도 많은 아내들이 고통을 느끼며 아파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또한 시어머니대로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는 며느리를 인해 속상해
하는 가정들이 많습니다. 그런 갈등을 가진 채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그 갈등은 그대로 여과없이 남편인 아들에게 전달되어 집니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고 굳게 믿는 아들이 있는 한,
고부갈등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시부모를 절대 모실 수 없다고
굳게 다짐하는 아내가 있는 한 고부갈등은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시부모와 함께 살든, 분리해서 살든 중요한 것은 각자의 마음에 사랑이 있는가
하는 점과 우리의 마음에 따뜻한 사랑이 부족하다는 점일 것입니다.
거기서부터 우리의 문제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부갈등의 관계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하는 것은 남편일
것입니다. 어머니의 편도, 아내의 편도 들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갈등의 대부분의 책임은 바로 남편 자신이 져야 합니다.
아무리 유교적인 배경을 가진 가정이라 할지라도 남편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내를 사랑한다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은 한 남자가 그 부모를 떠나 한 여자와 합하여 한 육체가 되는 것입니다.
둘이 하나가 되는 가정을 새로이 형성하는 것이죠.
그 가정은 결코 기존에 남자가 속했던 가정이 아내를 영입해서 조금
확장되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유교적인 배경을 가진 가정들이 그러한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까! 그런 가정에서는 단순히 한 여자, 며느리가 더해진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아내된 여자에게 너무도 힘든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남편 외에도 너무도 많은 명령권자와 너무도 많은 섬김의 대상들이 아내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것은 평생의 짐이 되어 아내를 스트레스 속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실예로.......예전에 내가 알고 있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여성의 얘기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결혼한 뒤, 우리는 시댁에서 살았어요. 시부모님 뿐 아니라 시동생들과 함께
살았는데, 남편은 가족들과 웃으며 즐겁게 지냈지만 정작 저는 늘 외롭고
힘들었어요.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다고 제게 자주 핀잔을
주셨어요. 그런 이야기를 남편에게 해도 남편은 제가 속이 좁다고만 했어요.
제가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잘 해 드리지 못한다고만 했어요."
"남편은 자기 식구들과 늘 즐겁게 웃고 즐거워했지만, 저는 그 시간에
설거지하고 청소를 해야 했어요. 마치 내가 가정부인 것처럼 초라하게
느껴져서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했어요. 제 남편은 제가 시댁 식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만 책망하곤 했지요. 저는 점점 결혼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으며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워요."라는 말은 한번쯤 생각을 해 볼
말인 것 같습니다.
글이 긴 관계로 두 편으로 올림을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