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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과의 로맨스 [16] 우리의 기쁨이

미니미니 |2004.10.07 12:59
조회 1,610 |추천 0

"하연아 안색이 많이 안좋아보이는데 오늘은 좀 쉬지 그러니?"

 

 

졸업을 위해 계절학기 수업을 신청했더니 12월 한달 동안 거의 매일 학교에 나가야했다. 친구들도 없고 오전오후 계속되는 수업에 하연은 좀 지쳐있었다.

 

 

"출석체크 매일매일 꼼꼼하게 해서 빠지면 안되요. 다녀오겠습니다."

 

 

청바지에 운동화, 하얀색 더플코트를 입은 하연은 영락없는 대학생이었다. 요즘따라 얼굴도 안되어보이고 부쩍 피곤해하는 하연을 보며 태윤의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걱정마세요, 어머니. 제가 가볼께요."

 

 

어머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태민이 위로했다. 살이 약간 빠져서 이제 풋풋한 소년티보다는 청년의 분위기가 났다.

 

 

학교를 그만두면서 머리도 약간 밝게 염색을 하고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준 태민은 대학 안에서 자연스레 학생들 사이에 섞여들 수 있었다.

 

 

"되게 멋있다. 근데 왠지 윤태윤이랑 좀 닮지 않았니?"

 

 

하연이 수업을 듣는 강의동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태민은 지나는 사람의 심심찮은 이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누나!!"

 

 

한눈에 보기에도 피곤해보이는 하연이 터덜터덜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입구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어? 태민아 여기 왠일이야?"

 

 

"응, 누나 밥먹을 사람도 없는 것 같아서 당분간 여기 도서관서 공부하며 놀아주려고."

 

 

"그래? 기특한걸~ 그럼 오늘 밥은 누나가 사야겠네."

 

 

하연이 웃으며 태민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스산하게 흔들리는 나뭇가지, 금세 눈이 내릴 듯 찌푸린 하늘. 하지만 태민의 눈에는 이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고 그의 옆에 있는 하연만 보이고 하연만 느껴졌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사람..... 가는 머리카락이나 웃을 때 패이는 볼우물, 위에서 내려다보면 가지런하게 뻗은 속눈썹, 금세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크고 둥근 촉촉한 눈동자.

 

 

 

 

"아~ 오후수업 듣기 싫은데... 힘내야지!! 아자아자!!!"

 

 

태민이 있어서 그런지 한결 생기있어 보이는 하연이 밥을 먹은 후 소리쳤다.

 

 

"수업 열심히 들으면 내가 상 줄께. 5시에 마치지? 같은 장소에서 기다린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하연의 눈 앞에 오토바이를 탄 태민이 보였다.

 

 

"응? 어디가는 거야?"

 

 

"영화보러 가요."

 

 

태민의 오랜만에 보는 웃는 얼굴 때문에 하연은 거절하지 못하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자신의 이런 행동이 태민의 마음접기에 도움을 되지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슬픔으로 어린 동생의 눈빛이 흐려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다 매진이예요?"

 

 

방학이라 그런지 영화표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럼 DVD이라도 보러갈까?"

 

 

 

1시간 뒤 하연은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잠들어있었다. 곤하게 자느라 입까지 약간 벌린 하연의 머리를 살며시 자신의 품 안에 안은 태민은 한손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왜... 나는 안되는걸까.... 왜....  미안해, 누나...."

 

 

 

 

 

 

 

"어디 다녀오는 거야? 기다렸잖아."

 

 

 

바쁜 회사일 때문에 자주 늦게 오던 태윤이 오늘은 일찍 왔는지 방에 앉아있다 투정을 부렸다.

 

 

 

"응? 음... 오늘 태민이랑 밥먹고 영화봤어."

 

 

 

왠지 좀 찔리는 기분에 하연은 옷장에 옷을 걸며 태윤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무슨일 있었어? 왜 눈을 안보는데?"

 

 

 

태윤이 뒤에서 자신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등 뒤로 전해오는 따뜻한 느낌.

 

 

 

"솔직히....."

 

 

 

하연은 태윤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자연스레 태윤의 팔 안에 갖혀서 태윤을 바라보는 자세가 된 하연이 말을 이었다.

 

 

 

"태민이를 거절하면 상처받을까봐 거절하지는 못하겠어. 하지만 받아주어도 그게 또다른 상처가 되지 않을까 너무 걱정이 돼."

 

 

 

"...........태민이의 마음도, 네 마음도 잘 알아. 시간이... 아마 해결해줄꺼야."

 

 

 

태윤의 다정한 말에 하연은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늘 한결같은, 뜨겁고 다정한 사람.

 

 

"하지만 동생이라도 다른 남자 얘기하는 건 질투나는데? 이건 벌이야."

 

 

"하지만 읍!"

 

 

뭐라 항변하려던 하연은 강하게 몸을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어왔다. 거칠게 시작되었지만 어느새 부드럽게 이어지는 입맞춤.

 

 

머릿 속이 어질해지며 무릎에 힘이 풀리는 하연을 보며 태윤은 싱긋 웃었다. 어느새 방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드러난 하연의 부드러운 피부에 태윤이 입을 맞추었다. 열꽃처럼 하얀 피부에 붉은 자욱이 생겨났다가 이내 사라지곤 했다.

 

 

"으음... 태윤아...아..."

 

 

하연은 항상 부끄러워했지만, 하연의 신음소리는 태윤에게 아주 사랑스럽게 들렸다. 태윤은 부드럽게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입을 맞추었다.

 

 

"하연아...아..."

 

 

격정의 순간에 하연은 항상 땀에 젖은 상기된 태윤의 얼굴을 보며 입을 맞추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자신의 남자.

 

 

태윤이 유일하게 약한 모습과 동시에 최고의 쾌락을 느끼고 있는 곳이 자신의 품 안이라는 것이 하연에게 큰 기쁨이었다.

 

 

두 사람은 맨살을 맞댄 채 서로 얽혀 잠이 들었다.

 

 

 

 

 

"오늘 몇시에 마쳐? 데리러 갈테니 같이 저녁 먹자."

 

 

"정말? 알았어. 5시에 마쳐,"

 

 

집 밖에서 만나는 건 오랜만이라 하연은 한껏 들떠있었다.

 

 

 

"뭐 먹을까? 먹고싶은 거 있어?"

 

 

까만 정장 차림의 태윤은 무척 멋있었다. 깔끔하게 맨 타이와 잘 정돈된 얼굴과 그만의 향기.

 

 

하연은 물끄러미 태윤을 쳐다보다 되물으며 자신 쪽으로 돌리는 태윤의 눈동자에 깜짝 놀랐다.  

 

 

"뭘 그렇게 봐? 뽀뽀해달라고?"

 

 

태윤은 신호대기 상태에 걸린 채로 하연에게 입을 맞추었다.

 

 

"씨이~ 자기가 하고 싶었으면서.."

 

 

립글로스가 다 지워지고 빨갛게 부풀어오른 입술을 만지며 하연이 투덜댔다.

 

 

"응 내가 좋아서 했는걸. 나는 이하연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니까."

 

 

"여튼 농담이 안통해요. 나도 윤태윤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요."

 

 

둘은 마주보며 웃었다.

 

 

 

 

"와아~ 맛있다. 너도 얼른 먹어."

 

 

정신없이 노릇하게 잘 굽힌 고기를 집어먹으며 불분명한 발음으로 하연이 자신만 보고 있는 태윤을 재촉했다. 요즘 계속 힘이 없다고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태윤에게 하연은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진짜 잘 먹네. 아유~ 예쁜 것!!!"

 

 

태윤은 하연에게 부지런히 잘 굽힌 고기를 건내주며 흐뭇해했다.

 

 

 

"으아~ 너무 많이 먹었나봐. 배봐!!"

 

 

차에 타서 배를 두드리며 하연이 말했다.

 

 

"흠.. 심각한데.. 누가 보믄 애기 하나 있는 줄 알겠다."

 

 

"쳇! 그럼 오늘밤은 혼자 자라."

 

 

"자기야~ 한번만 용서해줘, 응? 자기없음 나 못자는 거 알잖아."

 

 

태윤의 애교에 하연은 웃으며 용서해주었다. 고기냄새를 없앤다고 투닥대며 같이 샤워를 하고 사랑을 나눈 후 두 사람은 잠자리에 들었다.

 

 

 

 

 

깊은 밤, 태윤은 문득 이상한 소리와 함께 잠이 깨었다. 욕실의 불이 켜져있고 자신의 옆에 누워있어야 할 하연이 없었다.

 

 

"하연아! 하연아 너 왜 이래?"

 

 

욕실로 뛰어들자 변기를 붙잡고 한참을 토하던 하연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태윤을 보았다.

 

 

"헤에.. 너무 많이 먹었나봐. 너무 아파서 깨버렸어."

 

 

"나를 깨우지. 잠깐만 있어봐."

 

 

물밖에 나오지 않는데 계속해서 토악질을 하는 하연의 등을 두드려주던 태윤이 손과 입을 씻겨주고 침대에 눕히더니 아래층으로 가 약을 들고 왔다.

 

 

"약먹고 나믄 좀 편해질꺼야. 일단 좀 누워."

 

 

약을 먹이고 태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누운 하연의 옆에 앉았다.

 

 

"깨워서 미안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하연이 태윤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태윤은 살짝 하연의 이마를 튕기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먼저 못 알아채서 미안해."

 

 

"태윤아 네가 안아주면 금방 잠 올것 같은데 안아줄래?"

 

 

"네, 공주님."

 

 

태윤이 웃으며 하연에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하연은 스스르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몸은 좀 괜찮아?"

 

 

다음날 퇴근해 온 태윤이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 하연의 뒤로 다가와 살짝 물었다.

 

 

"응. 하루종일 쉬었더니 많이 좋아졌어."

 

 

아직 완쾌된 건 아닌지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며 하연이 속삭였다.

 

 

"밥먹자."

 

 

오랜만에 태윤의 부모님과 태윤, 하연, 태민 다섯 식구가 모두 모여 저녁을 먹었다. 이것저것 푸짐한 반찬에 모두들 웃으며 밥을 먹고 있던 참이었다.

 

 

하연은 좋아하는 고등어에 젓가락을 대었다 울컥 하는 속 때문에 깜짝 놀랐다.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을 옆자리에 앉은 태윤만 눈치채고 가만히 손을 잡으며 눈으로 물어왔다.

 

 

하연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미역국에 숟가락을 담궜지만 그 안의 소고기 내음에 참을 수가 없었다.

 

 

"욱!"

 

 

입을 감싸쥐고 욕실로 달려가는 하연의 뒤를 태윤이 따랐다.

 

 

 

"왜 그러니?"

 

 

뒤따라온 태윤의 부모님과 태민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보였다.

 

 

"어제 같이 밥먹고 와서 한번 토했거든요. 그뒤로 계속 몸이 안좋은가봐요. 안되겠다, 내일 병원가보자."

 

 

"잠깐만... 하연아, 너 혹시..."

 

 

순간 같은 생각이 다섯 사람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태윤이 너 얼른 약국가서 테스트기 좀 사와. 병원은 늦어서 안될꺼고.."

 

 

 

 

하연이 태윤이 사온 임신진단기를 들고 들어가 있는 동안 네 사람은 다들 다른 생각으로 초조하게 하연을 기다렸다.

 

 

"어머니, 두줄인데요. 두줄이 뭐예요?"

 

 

태윤의 어머니가 달려와 하연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하연아, 축하한다. 임신이네!! 두줄이면 임신이야!!!"

 

 

"축하한다!!!"

 

 

"축하해요."

 

 

태윤의 아버지와 태민이 축하의 말을 건내고 이어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의 태윤이 하연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정말 이 안에 우리 아이가 있는거야? 정말?"

 

 

태윤은 하연의 배에 가만히 손을 대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몇번이고 반문하더니 갑자기 하연을 번쩍 들어올렸다.

 

 

"와아~ 내가 아빠가 되는 거야?"

 

 

"얘!! 하연이 다칠라!!"

 

 

하연을 빙빙 돌리던 태윤은 어머니의 말에 깜짝 놀라 조심스레 하연을 내려놓았다.

 

 

"내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확인해보렴.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까 너무 흥분하지 말고."

 

 

어머니의 말에 태윤과 하연은 두근대는 가슴을 억누르며 자리에 누웠다.

 

 

 

"하연이 넌 어때? 23살에 엄마라니 좀 당황스럽지?"

 

 

흥분이 좀 가라앉은 듯 차분한 목소리로 태윤이 하연에게 말했다. 하연은 눈을 반짝이며 천장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언젠가는 아이 낳을꺼였잖아. 그리고 우리 아이잖아. 나는 무지 기쁜걸?"

 

 

"하연아, 사랑해. 사랑해."

 

 

태윤의 말에 하연은 환하게 웃으며 태윤의 목을 끌어안아 입을 맞추었다.

 

 

 

 

 

"어때요? 뭐래요?"

 

 

"정말 임신맞대요. 벌써 2개월째래요."

 

 

병원에 간 두 사람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던 태윤과 하연의 부모님들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각자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세상에 이제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거예요?"

 

 

"그러네요. 정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건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 안에는 환한 웃음이 피어나있었다. 아직 좀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새생명이 자라고 있다는데 기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유... 그런데 하연이가 몸이 약해서 큰일이예요.

 

 

 게다가 하연이 엄마, 아니 사돈어른도 하연이 가졌을 때 입덧 때문에 고생 많이 했잖아요."

 

 

 

"안그래도 걱정이예요. 음식을 거의 입에 못대서 링겔을 맞다가 결국은 산달 전에는 2달간 병원 침대에서만 지냈었는데... "

 

 

 

"안되겠네. 내일 당장 하연이 데려가서 우리 약지읍시다."

 

 

 

어른들의 말처럼 하연은 거짓말처럼 병원에 다녀온 날 이후로는 거의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하연의 임신소식에 수정과 미라, 현재가 집으로 찾아온 날도 하연은 침대에서 아이들을 맞았다.

 

 

"어서와. 안힘들었어?"

 

 

"으유~ 기집애! 이 꼴이 뭐야. 살은 다 빠져가지고선..."

 

 

수정이는 벌써부터 눈물을 글썽이며 하연을 걱정했다. 아닌게 아니라 그렇게 잘 먹던 하연이 음식을 잘 먹지 못하자 통통하던 뺨이며 몸에서 살이 쑥쑥 빠졌다.

 

 

 

"이것 좀 들어요. 태윤이 올 때까지 하연이랑 많이 놀아주고요."

 

 

태윤의 어머니가 직접 커다란 접시에 담긴 과일을 내왔다. 하연 앞에는 따로 커다란 접시에 담긴 각종 과일과 보약이 담긴 그릇이 놓여졌다.

 

 

 

"이게 다 뭐야? 이거 다 먹어?"

 

 

 

키위, 포도, 바나나, 메론, 사과 등등 각종 과일이 예쁘게 담겨있었다.

 

 

 

"과일은 잘 넘어가는데 딴 건 잘 못먹거든. 이게 요즘 내 주식이야."

 

 

하연이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다. 쓴 탕약까지 마신 후에야 하연의 얼굴에 살짝 생기가 돌았다.

 

 

 

"그럼 과일만 먹고 연명하는 거야? 약이 제대로 들어? 밥도 안먹고?"

 

 

"가끔씩 안에서 참아주면 먹지. 그리고 많이 안좋을 때는 한두번씩 링겔로 맞아."

 

 

 

"뭐가 그렇게 급해서 이렇게 빨리 애기를 가졌어? 고생만 하구."

 

 

 

웃으며 말하지만 파리한 하연의 얼굴에 미라가 툭 쏘듯 말했다.

 

 

 

"아니야, 우리 기쁨이 다 알아듣는다. 얘 때매 요즘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직 전혀 티나지 않는 배를 어루만지며 하연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기쁨이? 애 이름까지 지었어?"

 

 

 

"헤헤..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라고 기쁨이라고 불렀어. 그러니까 이모랑 삼촌이 자꾸 그런말 하믄 안돼. 화나면 나 또 괴롭힌단 말이야."

 

 

 

창백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며 말하는 하연의 모습을 보고 친구들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제법 엄마 다운데..."

 

 

 

 

 

 

"왔어요? 오랜만이네요."

 

 

"어, 태윤씨 빨리 왔네요."

 

 

침대에 누운 하연 주변에 앉아있던 아이들이 헐레벌떡 들어서는 태윤에게 인사를 건냈다. 인사하기 바쁘게 태윤은 하연에게 바싹 다가앉았다.

 

 

 

"기분은 어때? 밥은 먹었어? 약은?"

 

 

"야~ 천천히 물어봐. 얘들 놀라잖아."

 

 

태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자꾸 아프니까 걱정이 되서 정신이 없어요. 몸이 두개였으면 좋겠다니까요."

 

 

태윤의 모습에 아이들은 안심한 듯 웃으며 집을 나섰다.

 

 

 

 

 

한밤중에 태윤은 자신의 팔 안에서 자꾸만 꼼지락거리는 하연의 기척에 눈을 번쩍 떴다.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빠져나가려 했는지 하연은 깜짝 놀라며 안그래도 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떴다.

 

 

 

"왜 그래? 어디 아파?"

 

 

 

태윤이 하연을 감싸안으며 말했다. 하연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사다줄까?"

 

 

하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윤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하연이 과일 외에 무언가를 먹고싶다고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기 때문에 태윤은 몇시이든, 어디이든 하연이 말만 하면 당장 달려나가 사다주곤 했다.

 

 

"오뎅 먹고싶어. 따끈한 국물이랑. 그러니까 같이 나갈래."

 

 

하연도 일어서며 말했다. 태윤은 하연의 어깨를 잡고 다시 앉히며 고개를 저었다.

 

 

"날씨 많이 춥단말야. 그리고 힘도 없어서 잘 걷지도 못하잖아. 내가 사올께. 조금만 기다려."

 

 

"아니야, 나도 갈래."

 

 

하연이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결국은 태윤이 양보했다. 두터운 스웨터에 양털 숄을 두르고 장갑과 모자, 두터운 양말까지 신긴 후에도 태윤은 대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자신의 코트 속으로 하연은 쏙 감싸 안았다.

 

 

 

"헤~ 맛있다."

 

 

연거푸 서너개를 집어먹는 하연의 모습에 태윤은 걱정스러워하면서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잘 먹지 못해서 자꾸 마르는 하연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운 태윤이었다.

 

 

"괜찮아? 더 먹을래?"

 

 

부지런히 먹다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는 하연의 모습을 불안한 듯 보던 태윤이 말을 건내기 바쁘게 하연은 포장마차를 뛰쳐나갔다.

 

 

전봇대를 부여잡고 토하고 있는 하연의 등을 태윤이 두드려주었다.

 

 

"아~ 오늘은 좀 든든하게 잘까했더니 속 아파 죽겠어."

 

 

"업혀. 내가 업어줄게."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힘들어하는 하연을 안타깝게 보던 태윤이 등을 내밀었다. 하연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괜찮아. 걸을 수 있어. 너도 하루종일 일하고 와서 힘들잖아."

 

 

태윤이 계속 등을 돌린 채 고집을 피우자 결국은 하연이 태윤의 등에 업혔다. 태윤은 터덜터덜 걸어가며 등에서 느껴지는 하연의 따스한 기운이 너무 작게만 느껴져서 불안했다.

 

 

 

"태윤아.. 태윤아... 세상에, 너 지금 우는거야? 왜 그래?"

 

 

불러도 대답이 없자 작은 손으로 태윤의 얼굴을 쓰다듬던 하연이 깜짝 놀라 말했다. 태윤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우는 거 아니야. 너 힘든 거 너무 싫어서... 기쁨이한테 이런 마음 가지면 안되는데 네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마음 아파서 그래."

 

 

"........태윤아..... 나 괜찮아."

 

 

하연은 태윤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기쁨이가 뱃속에 있어도 세상에 나와도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알지?

 

 

네가 제일 소중해. 그러니까 아프지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두다 해줄게."

 

 

하연과 태윤은 한그림자를 이루며 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히히~ 드디어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 생겼답니다.

 

 

어제 약속 못지켜서 죄송해요. 즐겁게 읽으시고 답글, 추천 많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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