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기독교 인사 10여명은 6일 오후 2시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칭)국가보안법 폐지 기독교 운동본부’ 결성을 제안했다.
“기득권 상실 우려하는 교회권력 문제”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교회에도 희망이…”
한국기독교 어쩌다 ‘수구’됐나
[사설]기득권 위한 ‘구국기도회’
[현장] 기독교 인사들, 보안법폐지 촉구 대국민 호소문 발표
“그들은 결코 한국 교회의 대표가 아니다. 한국 교회의 대표는 일제시대와 군부독재시절 항일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며, 이것이 기독교의 전통이다.”(정석현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사무국장)
한국 교회의 진정한 대표는 누구인가?
지난 4일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중심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구국기도회에 분노한 기독교 인사 30명이 6일 오후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 모였다.
군사독재 정권시절 기독교를 배경으로 민주화 투쟁을 이끌어온 홍근수, 박형규, 오충일, 강희남 목사 등 기독교 원로목사들이 이날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한쪽에서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독재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축복기도”를 위해 청와대에 초청받고 있을 때, 다른 한쪽에는 민주화를 외치던 목사들이 감옥에 갇혀 있거나 아스팔트 위에 있었다.
당시 독재자를 축복하던 보수교단은 시청앞 광장으로 나서 우익세력과 손을 잡고 반정부집회를 이끌고,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던 목회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목소리를 냈다.
느티나무카페에 모인 기독교 인사들은 분단 60년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통일은커녕 아직까지도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고 있지 않은 현실에 책임을 통감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하나님의 뜻인 민족의 진정한 화해·통일·평화·번영을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폐지가 시급하다고 보아 대국민 호소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국가안위를 명분으로 독재정권 안보, 인권탄압, 분단고착화, 수구매국세력의 도구가 되어온 국제적 악법 국가보안법 폐지에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국가안보의 문제는 형법관련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형법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을 상대로 “북측은 남측을 적화통일할 능력이 없음이 점점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경제 차이는 이미 수십 배가 되며, 인구도 남쪽이 두 배나 많다”며 “냉전체제의 소산인 안보불안증독증에거 깨어나 국민의 힘으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통일시대를 향해 전진하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교회를 상대로 “한국교회는 초창기부터 민족의 자주와 독립, 민주와 인권,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제사상적이고 예언자적인 전통을 이어왔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민족의 진정한 화해를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기도하며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 통일을 바라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라도, 진정한 민족안보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국보법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김정일 정권 타도 등을 외쳤던 한기총의 주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한기총 초대 총무를 역임한 한명수 목사는 “남북 대치상황에서 기독교가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참여했다”며 “한미동맹과 남북공조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국보법 폐지에 대한 양쪽의 의견을 모두 이해한다. 하지만 국보법은 형법이 없던 시절의 한시적 법이었고, 그동안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던 만큼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목사는 “민족보다 더 큰 우방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남북화해를 저해하는 모든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국가보안법 폐지 기독교 운동본부(가칭) 결정을 정식으로 제안했다. 이들은 7일 저녁 기독교회관 인근에서 첫 연석회의를 열어 향후 활동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며, 목회자 2004인 선언과 평신도 선언 등을 통해 국보법 폐지 여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선언 및 호소문> 전문
-먼저 우리는 하나님께 돌아와 참회합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실천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내년 2005년, 분단 60년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통일은커녕 아직까지도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함께 아파하며 책임을 통감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그리스도인의 선교적 사명입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하나님은 우리 민족이 하나 되길 원하십니다. 민족의 진정한 화해, 통일, 평화, 번영이 하나님의 뜻일진대 국가보안법 폐지야말로 시대적 과제임을 거듭 확인합니다.
-제17대 국회는 올해 안에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가보안법 문제는 당리당략이나 개인적 이해관계로 처리되어서는 안됩니다. 국회의원은 국민과 함께 한걸음 더 나아가 새시대, 새역사를 내다보고 이끌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국가안위를 명분으로 독재정권 안보, 인권탄압, 분단고착화, 그리고 수구매국세력의 도구가 되어온 국제적 악법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서야 합니다.
특히 지난 9월20일 형사법학학회, 한국형사정책학회, 한국비교형사법학회 등 한국의 형법관련 최고 전문가들의 모임인 3개 학회에서 “국가안보에 대한 규율은 국가의 기본 법률인 형법에 맡기는 것이 옮으며, 국가보안법의 주 내용은 현행 형법으로도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며, 국가보안법은 우리 정부가 비중, 공포한 국제인권규약 제18조(사상과 양심의 자유), 제19조(의사표현의 자유)를 위반”하고 있다고 발표한 성명에 주목하길 바랍니다.
민족 장래를 위하여 역사에 남을 용기 있는 결단을 거듭 촉구합니다.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우리나라 지도를 그릴 때 38선 이남만 혹은 이북만 그리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북녘도 남녘도 우리나라입니다. 북녘 동포도 남녘 동포도 우리민족입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한쪽을 ‘주적’이나,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분열과 대결을 조장해온 국가보안법도 이제는 폐지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보가 불안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진정한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남북긴장을 해소하고, 서로 안심하고, 위로하고, 평화할 때 진정한 민족안보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더구나 북측은 남측을 적화통일할 능력이 없음이 점점 확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경제차이는 이미 수십 배가 되며, 인구도 남쪽이 두 배나 많습니다. 현재 북측은 고난의 행군 중에 진정한 대화와 평화를 원하고 있고, 원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물론 외세의 작동으로 북의 체제가 불안해질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흡수통일이 되어야 할까요? 안 됩니다. 남북 서로 감당할 수 없는 민족적 불행과 재앙을 겪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남북 기본합의서 1조 1항, “쌍방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정신을 살려야 합니다. 6·15 공동선언을 부지런히 실천하여 남북이 공존, 공영하는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개성공단 사업, 경의선 연결 등등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남북교류협력사업 또한 더욱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걸림돌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만 합니다.
국민여러분! 냉전체제의 소산인 안보불안중독증에서 깨어납시다. 위대한 국민의 힘으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질적으로 새로운 통일시대를 향해 전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 한국교회는 줄곧 초창기부터 민족의 자주와 독립, 민주와 인권,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제사장적이고 예언자적인 전통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1995년 분단 50년을 극복하기 위하여 앞장서서 희년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그 맥을 이어서 내년 2005년, 분단 60년이 통일원년이 되도록 우리가 먼저 떨쳐 일어납시다.
주님은 사랑이십니다. 막힌 담을 허물고 하나 되게 하시려고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주님과 함께 주님을 따라 화해와 통일의 십자가를 지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통일원년으로 전진합시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기도하며 일심전력으로 일어날 것을 호소합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끝까지 기도하며 실천할 것을 선언합니다.
오늘날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우리 민족이 진정한 화해, 통일,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역사의 대세이며 순리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며 국민과 그리스도인들께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는 이 일을 위해 기도하며 실천할 것을 선언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주님! 우리 민족을 불쌍히 여기소서. 아멘!!
2004년 10월 6일
기독교 인사 1차 선언 참가자
강신석(광주무진교회), 강희남(난산교회 원로목사), 금영균(예장통합성덕교회 원로목사), 김동원(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김병균(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상임의장), 김상근(KNCC 교회일치위원회 위원장), 김재열(성공회 전 교무원장), 나명환(복음교회 전 총회장), 노영우(청주남교회), 문대골(생명교회), 박경조(서울교구 피선주교), 박덕신(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공동의장), 박영모(동수원교회), 박형규(한국기독교장로회 전 총회장), 백도웅(KNCC 총무), 서일웅(총회시국 문건을 반대하는 대구경북 목회자연대), 오충일(복음교회 전 총회장), 유경재(안동교회 원로목사), 이명남(예장 사회문제위원장), 이상호(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이해동(인권목회자동지회 회장, 성남주민교회), 장기천(감리교회 전 감독), 전병금(강남교회), 조승혁(기독교사회산업개발원 원장), 조용술(KNCC 전 회장), 조화순(감리교회 원로목사), 한명수(예장합동 전 총회장, 기독교교단장협의회 전 대표회장, 찬송가공회 전 대표회장), 홍근수(향린교회 원로목사), 홍성현(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전 공동대표)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