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25살의 학원강사 일을 하고 있는 여자구요...
남친은 27살이예요...지금은 취업준비생이구요...
얼마 전까지는 조그만 회사에서 영업일을 했었구요...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월급만 겨우 받아 나왔구요...
남친과는 1년 정도 사귀었구요...
인터넷 동호회에서 서로 알게 되었구...
취미나 좋아하는 것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 서로 친밀감을 가지다가
연인으로 발전했어요...
처음엔 비슷한 걸 좋아하고 말도 잘 통하는 것 같고
그냥 사람 하나 좋아보여서 교제하기 시작했는데...
제 나이가 20대 중반이다 보니 결혼이란 것도 자주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아직 결혼한 친구보다 안 한 친구들이 더 많고
요즘은 서른 넘어서 결혼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이제는 결혼...미래...남편...내 아이...이런 것들이 소녀시절의 달콤한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옴을 느끼게 되네요...
전엔 남친을 내 애인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남편으로도 괜찮은가...하는 생각도 종종 들었지요...
남친도 같은 고민을 했었나 봅니다...
아니...저와 결혼을 하기로 이미 마음먹었죠...
어느 날...부모님이 저를 보고싶어 하신다면서 시간 괜찮은 날을 묻더라구요...
교제기간이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고...(요즘은 1년이면 길게 사귀는 건가?)
조금 부담스럽다고 했는데...그냥...밥이나 한 끼 같이 하는 거니
편하게 가면 된다고...(어디 편한 자리가 되겠습니까?) 몇 번을 조르길래...
부모님을 뵈었습니다...
그 전에 남친에게 들었던 남친의 집은...
부모님 두 분에 외아들...식구는 세 식구...
(전엔 외아들이라는 걸 별로 신경 안 썼음...결혼 생각 안 했을 시절...ㅡ.ㅡ)
두 분이서 갈비집 하신다고 했고...(그냥 장사하시나보다 생각했음...)
집은 무슨 동에 살며...가게도 같은 동네서 하고 있고...
대충 이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님 뵈러 과일 사들고 남친 집 갔습니다...
아버님은 가게에 계신다고 먼저 가게에 들렀습니다...
갈비집이라고 들었던 가게...ㅡ.ㅡ
대형 갈비집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간판도 하나 없는...테이블 4~5개의 온갖 메뉴를 다 하는 분식집 같은 식당이었습니다...
남친이 얘기하던 것과는 달라 속으로는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
아는 아주머니가 잠시 가게 봐 주시기로 하고 남친 아버지와 집으로 갔습니다.
올라가고...올라가고...또 올라가고...거의 달동네...... ㅡ.ㅡ
집 안으로 들어가니 음식 준비하고 계시던 남친 어머니가 저를 반겨주셨습니다.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 지...입으로 들어가는 지도 모르고...대충 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를 같이 도와드려야 하나 고민하며 일어날까 말까 주춤거리니깐
남친이 제 허벅지를 쿡쿡 찌르면서 어머니 쪽으로 눈짓을 하더군요...
결혼을 해서 며느리인 것도 아니고 처음 놀러온 건데
아들 여친으로 손님이라면 손님인데 눈치주는 남친도 서운하고
(자기는 엄마한테 점수 좀 따라고 일부러 그랬다는데...)
괜찮다는 말씀 한 마디 없이 "그럴래?"하면서 자연스레 고무장갑을 주시는
어머니도 당황스럽고...... ㅡ.ㅡ
설거지 대충 끝내고 과일 먹으면서 저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죠...
나이는 몇이냐...스물 다섯? 혼기가 꽉 찼네...할라면 빨리 날 잡아야겠네...
부모님은 다 계시고? 뭐하시는 분들이시냐...
두 분 다 계시고...아버지는 직장 다니시고...어머니는 속옷가게 하신다고 하니..
아이고...명퇴다 뭐다 말들이 많던데 아버지가 아직까지 직장생활 하시는 것 보면 대단하시네...
(정년은 보장되는 곳이니깐요... ㅡ.ㅡ)
너는 무슨 일 한다고 그랬더라...학원에서 애들 가르친다고 하니...
이제보니...우리 아들이 선생님이랑 만나고 있었네...
결혼하면 애 공부는 잘 가르치겠네.....애 교육은 잘 시키겠네....
허걱...교원자격증을 가진 정식 교사도 아니고...
일반 입시학원의 강사일 뿐인데.....페이는 조금 쎈 편이지만....
집은 어디냐...**동에 살아요....
밥은 할 줄 아냐...밥은 할 줄 알아요....
김치 만들 줄 아냐....엄마가 김치 만드는 것 본 적은 있어요.....
등등등....등등등....
저에 대한 질문이 끝나고 집안 얘기를 하시는데...
너도 보다시피 이 손바닥만한 집에 세 식구가 산다...
우리도 식당일 하면서 비싼 가게세 줘 가면서 (가게세? 그 식당이 남의 것?)
겨우 생활하는지라 따로 분가시켜줄 능력도 안 되고
니도 혼수다 뭐다 준비할라면 돈이 많이 들텐데
집은 돈 모일 때까지는 같이 살기로 하고.....
**방이(남친) 둘이 자는 데는 지장없으니깐 저 방 쓰면 될거고...
돈 모아서 분가할라면 하고...그 집에서 같이 살면 우리야 좋고...
참...방세는 니들이 내야된다....우리는 가게세 내기도 벅차서...
네???????무슨......???????? (아들방도 따로 돈을 받나? 왠 방세?)
주인집 여자가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린 게 방세 줄 날짜 며칠만 지나도
온갖 ㅈㄹ을 다 떤다면서...
헉....헉....헉......
나한테는 결혼하자는 청혼도 안 했으면서 부모님한테 먼저 데려가질 않나...
부모님은 당장 결혼할 것처럼 얘길 하질 않나....
머리가 너무 복잡해 집에 가봐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내려오는 내내 남친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은 채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나중에 전화한다는 말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뒤 남친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나한테는 결혼에 대해 상의도 한 마디 안 하고 그럴 수 있냐고
부모님은 우리가 당장 다음달이라도 결혼할 것처럼 믿고 계실수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자기랑 결혼할 거 아니냐고 반문을 합디다...
부모님께 이 여자 아니면 결혼 안 할거라고 정말 괜찮은 여자라고
며칠동안 말씀 잘 드렸답니다...그리고 부모님도 좋게 보셨답니다...
물론...지금 연인 사이긴 하지만...결혼이 그렇게 간단한 거냐고 되물었습니다.
자기랑 결혼하기 싫냐고 정색하며 묻습니다...
그리고는 긴 얘기를 합니다.......
스무 살 때 과친구를 사귀었답니다.
근데 그 여자애 허영심이 너무 많고 만나기만 하면 이것저것 사달라기만 해서
감당이 안 되어 헤어졌답니다.
졸업을 하고(전문대 출신) 군대를 갔다오고 회사를 들어가면서
아는 사람 소개로 한 여대생을 만났답니다.
알고보니 꽤 부잣집 딸이었답니다...
사는 것도 자기랑은 천지차이고 생활수준도 안 맞는 것 같고...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그 여자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졌답니다.
그리고는 저를 만났답니다...
사치도 안 부리고 허영심도 없고 평범한 일반시민같고 그리고 많이 사랑하고...
저랑 결혼하고 싶답니다...그것도 빨리 하고 싶답니다...
자기는 어렸을 적부터 결혼해서 부모님 모시면서 와이프랑 토끼같은 자식들이랑
알콩달콩 사는 게 꿈이었답니다.....
울 부모님 반대할 게 뻔합니다...
달동네 월세방의 가난한 집 외아들....
학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변변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하실 게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결혼은 빈 손으로 하냐고...만약 결혼하면 어떻게 생활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직장생활하면서 500정도 모아둔 것이 있답니다.
그걸로 식이나 올리고 저는 신혼여행비만 조금 보태랍니다...
예물예단은 생략하고 다른 돈 들어가는 건 축의금 들어오는 걸로 해결하잡니다.
그리고 혼수는 필요없답니다...따로 살림을 차리는 것도 아니고...
살던 집에 사람 하나 더 들어오는 건데 딱히 필요한 것 없답니다...
(어머니도 그리 생각하실까? 행여나...)
그래...맘에 드는 건 하나도 없지만...일단은 그렇다치자....
나만 자기 부모님 뵙고 자기는 우리 부모님 안 뵐 거냐고...
울 부모님이 자기한테 지금 무슨 일 하냐고 물으면 뭐라고 할 건데?
지금 여기저기 이력서 넣고있기는 한데 전문대라서 그런가
면접보러 오라는데가 없긴 한데...안 되면 조금만 눈을 더 낮추든가
(낮출대로 낮추고선 더 이상 낮출데가 있기나 한 건지...)
아님 부모님 가게 내가 맡지 뭐...
무슨 가게?
무슨 가게긴 갈비집이지...
그거 손 좀 봐서 치킨집으로 바꿀까?
자기도 치킨 좋아하잖아...우리 둘이서 함 해 볼까?
헉....헉.....헉.....
그럼...부모님은? 넷이서 닭 튀김을 팔자고?
(혹시나 오해하실까봐...치킨가게를 안 좋게 생각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부모님은 이제 은퇴하셔야지...나이도 있으신데...
아직 50대 초중반이신 분들인데....?
결혼하면 내가 책임져야지...
뭐해서?뭘로 책임질 건데?
치킨집은 예를 든거고...회사를 다니든...가게를 맡든...다른 장사를 하든...뭐든지...
철이 없는 건지...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건지...
학벌이 문제다 싶으면 조금 늦어도 편입을 하던가...
취직이 힘들면 요즘 개나 소나 말이나 다한다는 공무원 시험이라도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던가...
아님...전문직종 자격증을 딴다던가...
돈은 없어도 능력을 키우는 비젼있는 남자로 거듭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지금 형편대로 능력대로 살지 뭐...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정말 속상합니다.
안 그래도 저도 혼자인데...집에선 외동딸인데...
남친집보다는 형편이 낫다고는 해도...
두 분이서 노후생활 하실 수 있다고는 했어도
점점 힘 빠지고 나이들어 가는 모습 보면 신경이 쓰이지 않겠어요?
형편이 조금 낫다는 핑계로 울 부모님 생활 편히 하시지 않냐면서
울 부모님은 한 번도 신경쓰지 않고 자기 부모님만 하루 빨리 모시려고만 하고....
남친 말대로라면...결혼해서...
부모님 모시면서 그 집에서 같이 살면서
(울 집에서 따로 방 얻어주는 건 싫다하니...누가 방 얻어 준다고나 했나?)
회사생활을 하든...아니면...치킨집 하면서...
네 식구...아기라도 태어나면 다섯식구...그렇게 살자고 하는 것 같은데...
저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습니다.
제가...우리 둘이 몇 년 돈 모아서 조그마한 방이라도 한 칸 따로 얻어서
(저도 부모님께 손 벌리는 건 싫거든요...)
결혼하면 안되냐고 하니 자기는 직장만 구해지면 바로 결혼하고 싶답니다.
부모님이 50대라도 고생을 많이 하셔서 두분 다 팔이며 다리며 안 아픈 데가 없답니다.
빨리 편하게 해 드리고 싶답니다...알고 보니 하늘도 감동할 효자였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시면서 자주 피곤해하시고
엄마도 하루종일 가게에서 일하느라 온 몸이 쑤신다고 하는데......
울 부모님한테도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울 집에선 무조건 결혼승락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만 같습니다....
신혼부터 부모님 모시는 것도...
그 집에서 같이 살면서 방세를 내는 것도...(다른 빚은 있나 몰라...)
남친이 현실 감각 없는 것도.......부모님만 너무 챙기는 것도.....
부모님 한 번 뵙고 나서 남친에 대한 사랑까지도 식어버리는 것만 같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 봅니다...
만약에 남친 집이 부잣집에다가 하루 매상이 몇 백쯤 되는 큰 갈비집이라도 하고 있고
결혼하면 아파트 한 채 사 준다거나 아님 전세금이라도 넉넉히 주신다고 하셨다면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죠...ㅡ.ㅡ
남친이 빨리 새 직장을 구하기를 바라면서......
(돈보다는 능력을 키우길 바랬으면서...저도 모순덩어리였군요....ㅜ.ㅜ)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셀 수 없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사랑만으로 결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을 믿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지만
만약에 남친과 결혼하면 로또라도 대박 터지지 않는 이상
어떤 생활을 하게 될 지 눈에 선명하게 그려지기에
남친과의 결혼이 상당히 망설여집니다.
그렇다고 당장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남친이 예전에 부잣집 딸래미 아빠의 반대로 헤어졌다고 했는데
나도 똑같은 상처 한 번 더 주게 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부잣집 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참아가며 결혼생활 할 자신도 없고.......
남친을 사랑한 건...남친과 사귀는 걸 결정한 건 저인데도....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가슴이 답답하고.....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저도 제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찌해야 잘하는 것인지.....좀 알려주세요......
악플도 감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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