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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탕찌게~

미미 |2004.10.21 20:22
조회 1,116 |추천 0

오늘 아침도 일찍 일어났다.

 

예정일이 열흘 남짓 남았는데 요즘 통 불면증에 잠을 못 이루는 참이라...

 

새벽 네시에 잠이 들었는데 여섯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눈이 떠졌다.

 

아직 어둑어둑하다...

 

화장실때문에 일어났지만

 

뱃속의 애기가 밥달라고 내 배를 걷어차는 통에 다시 눕지 못하고 주방으로 갔다.

 

내 아침을 위해서 남겨놓은 반주걱의 밥을 밥솥에서 긁어내고

 

간장 한스푼...에 비벼서....

 

컴터를 켜고 키보드 앞에 밥그릇을 두고 후다닥 먹어치웠다.

 

미니홈에 한번들르고 신문기사 한번 주욱 검색하고...

 

빈 밥그릇을 설거지 통에 넣어놓을까 하다가...

 

요즘 몸이 계속 안조아서 아침을 못해준 신랑생각에...잠시 심호흡 한번 하고...

 

설거지를 시작했다...(임신말기가 되니 찬물에 손을 넣으면 손가락 마디가 부서지게 아픔...)

 

밥솥씻고...컵이랑 어제저녁 오늘 아침 간장 비벼먹은 내 밥그릇이랑 숟가락...몇개...

 

그러고 나서 쌀을 씻어 밥솥에 올렸다... 예약 취사

 

나 밥 못해줘도 잔소리 한번 안하는 착한 우리 신랑

 

오늘은 밥도 한 김에... 콩나물 국밥을 끓여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다시 국물을 만들었다...

 

작은 솥을 꺼내서 멸치랑 다시마 넣고 국물 내고... 다시마는 꺼내고 멸치는 좀 더 우리고...

 

구수한 냄새가 나는데...콩나물을 넣고 국을 끓여 놓을까 하다가

 

어차피 신랑은 늦게 일어나니 한숨 더 자고 일어나서 끓이자 하는 생각에

 

신김치 쫑쫑 썰어두고 콩나물은 다시 냉장고 넣어두고...준비 완료 해놓고

 

침대로 갔다...

 

그리고...

 

어제밤 잠을 설친 탓인지 그때부터  깊이 잠이 들어서....

 

눈을 뜨니 열한시였다.

 

이렇게 깊이 잠든것도 오랜만이군 하면서 눈을떴는데

 

옆에 있어야할 신랑은 없고

 

부엌에서 콩콩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일어나서 살그머니 신랑을 뒤에서 안았는데

 

"내가 찌게 끓여주께 "

 

한다...

 

도마에는 난도질 중인 호박이랑 양배추가 있고...

 

.......가스렌지 위에는....

 

..............

 

...................총각김치가 냄비속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저기 자갸.... 이 냄비속에 국물은 어떠케써....?"

 

"어 그거 버리고 설거지해써"

 

허거거.....

 

"그거 나 자갸 국밥해줄라고 멸치 다시마 넣고 국물 끓여놓은건데...아직 안식었을텐데...."

 

"아....냄새가 좀 이상하더라고....그랬구나..."

 

피식피식피식.... 그때부터 밥 다 될때까지 난 계속 웃고 말았다...

 

도저히 그이 옆에서 웃을수가 없어서 침대에서 머리박고 키득대며 웃었는데

 

잠시후 그이가 날 불렀다.

 

"자기야 밥 다 댔어~"

 

식탁에는 밥 두그릇이랑 수저...냄비가 중간에 덜렁 놓여있었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무지무지 맛나게 먹었다.

 

그이말에 의하면....잡탕찌게~

 

겉보기엔.... 김치 조림~

 

국물은 거의 없고....

 

내용물은 우리 냉장고속 모든것...

 

양배추...

 

배추김치...

 

총각김치....

 

참치한통.......

 

호박....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열숟갈 정도 뜨니까 국물이 하나도 안남는데...

 

그이는 내가 국물을 맛나게 먹으니까...

 

그 찌게에...총각김치만 건져먹었다...

 

내가 국물 맛있다고 먹으라고 하니까...아니야 아니야 하면서...

 

끝까지 총각김치만 먹는데...감격해서 눈물이 날뻔했다...

 

밥먹고 그이가 일어나서 남은 찌게에 냄비를 얌전히 닫아두며

 

"남은거 이따 저녁때 물붓고 한번 더 끓여서 자기 먹어"

 

한다...

 

우리신랑... 열두시쯤 나가서....밤 열두시 반에 들어온다...

 

토 일욜은 오전 일곱시에 일어나서 일하러 나간다...

 

일년에 딱 두번 설날이랑 추석때만 쉰다...

 

요즘은 태어날 애기때문에 조금더 신경을 쓰는거 같아 맘이 좀 아프다...

 

결혼전에 속도위반을 해서 지금 결혼 4개월에 만삭이라...

 

내가 애기만 없었더도 우리가 좀더 여유있을텐데...나 일하면 되는데...해도

 

괜찮다고...자기가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날 생각해주는 착한신랑...

 

고마워요...

 

정말 맛있게 잘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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