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는 오늘도 달렸다
혜주와 늦게까지 얘기하고 놀다 둘다 늦잠을 잤다
엘리베이터를 간신히 타고 문이 닫히려는데 다시 열리더니 누군가
올라탔다
은수는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털고 있었다
" 오늘도 달렸나? "
" 네? "
이사님이다 또....
" 안녕하세요! "
" 안녕 못해.. "
" 네? 무슨... "
" 당신..... "
현채가 무슨 말을 이어서 하려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
은수는 뒷말은 들을 생각도 않고 사무실로 달리듯 걸어갔다
현채는 사실 은수 생각에 잠을 설쳤다고, 꿈 속에서 조차 자신을 피해
다니던 그녀를 찾아 다니느라 힘들었다고 말 하고 싶었다
은수는 몇 분 간격으로 울려대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 점심시간에 지하 주차장에서 보지 '
현채였다 통보하듯 날아온 문자....
무슨 접견하듯 그에게서 처음으로 날아온 문자였다
은수는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또 고민이다
" 또 오전일 다 했네....휴~~ "
" 은수씨!! 점심 먹으러 안가? "
벌써 점심시간이 되어버렸다
" 네.. 저.. 약속이 있어요! "
" 그래? 그럼 갔다와.. "
" 네!! 맛있게 드세요 "
결국 은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B1' 이라 표시된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에 내려서 두리번 거리는데 많이 본 차가 오더니 그가
내려 차 문을 열어 그녀에게 타라는 시늉을 했다
평소 거칠게 대하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은수는 다소 무거운 그의 표정에 군 말 없이 차에 올랐다
그도 차에 오르더니 아무말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렇게 조용히 주차장을 미끄러져 나가 어느 조용한 한식당으로 갔다
아주 정갈하고 포근하게 꾸며진 방으로 종업원이 안내했다
종업원이 나가고 둘은 마주보고 앉아 아무 말이 없었다
" 뭘 먹을텐가? "
한 참후 현채가 먼저 말 문을 열었다
" 네? 아무거나요.. "
은수는 막상 또 물어보니 '아무거나요' 밖에 못했다
" 그 땐 안 물어본다고 난리더니 웃기는군... "
' 그냥 좀 넘어가지 하여튼 꼭 따진다니까... '
은수는 밖으로는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그렇게 또 음식이 나올때 까지 침묵이다
맛깔스럽게 생긴 음식들이 차례대로 날라져 왔다
" 먹지... "
" 네... "
어색한 침묵속에 둘은 숟가락을 들었다
" 음~~ 맛있다.. 여기 되게 비싸죠? "
은수가 어색한 침묵을 깨고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 하하하 "
" 왜요? "
" 이런 상황에서도 잘 먹는군.. "
" 뭐가요? "
" 아니야.. 먹지.. "
그는 그녀를 정말 알 수 없었다
자기만 보면 겁 먹은 얼굴을 하고는 금방 또 저런 엉뚱한
소릴 하니 말이다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 안 드세요? "
" 어? 어.. 먹어... "
현채답지 않게 더듬거렸다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식혜를 마시고 있었다
" 그만 가지... "
" 네... "
은수는 그를 따라 나와 차에 올랐다
또 아무말 없이 운전하는 그의 옆모습을 살짝 힐끔 거렸다
햇살에 살짝 갈색빛을 띄며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와
무엇이든 꿰뚫어 볼 것 같은 깊고 날카로운 눈,
세상에 두려울것 없이 높게 솟아있는 콧날,
무뚝뚝한 말 들로 정 떨어지게 하는 저 입,
잘 생겼다는 말로는 조금 모자란듯 싶었다
이렇게 오래 그를 찬찬히 살핀게 그를 만나고 처음인 은수였다
처음엔 무작정 피했는데 요즘엔 현채의 일방적인 행동들이
처음처럼 정 떨어지게 싫은건만은 아니었다
" 뭘 그렇게 보나? "
" 네? 아니에요.. "
" 내가 잘 생긴건 알지만 이런 대낮에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곤란해 "
" 하하하 농담도 하세요? "
" 농담 아닌데.. "
은수는 그의 단호한 대답에 얼른 고개를 창으로 돌리고 더 창 쪽으로
몸을 돌려 앉았다
차 창 밖으로 보이는 가로수들이 어느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벌써 가을문턱이다
은수는 가을과 함께 찾아올 앞으로의 일들을 예상치 못하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모처럼 푸근한 마음이었다
그의 옆에 있으면서 이렇게 편안하게 있을 수 있다는걸 은수는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