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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건국기 1부-17편: 탑신소환

Alone |2004.10.23 23:50
조회 109 |추천 0

아침이 되자 다시 사대천왕과 나찰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성벽을 따라 새까맣게 기어올라오는 나찰들의 무리는 상상만 해도 징그러워 소름이 끼친다.
간밤에 늦게 잠자리에 든 파크는 한참만에야 하녀가 깨우는 통에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크는 눈을 비비고 세수를 하고나서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무릎을 꿇고 아침 기도를 올렸다.
파크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문을 중얼거리고는 아침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곧장 야고보가 있는 숙소로 달려갔다.

파크는 문을 빼꼼히 열고 벌써 며칠 째 몰래 야고보를 살펴보고 있다.
야고보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하인이 가져다 준 빵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걸 느꼈는지 슬쩍 문쪽을 쳐다본다. 깜짝 놀란 파크가 황급히 문을 닫으려다가 멍청하게 자신의 머리를 문 사이에 끼우고 만다.

"아이고~!"

파크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움켜쥐는데 어느새 야고보가 문 앞에 서 있다.
파크가 무서워서 흠칫 뒤로 돌아 도망가려다 바닥에 엉덩 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야고보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파크에게 가까이 다가서서는 허리를 구부려 눈을 마주친다.

"으으... 살...살려주세요. 천사님~"

파크는 두려움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한 채로 두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물론 살려주고 말고. 꼬마야~"

"저 꼬마 아닌데요."

파크가 갑자기 정색하며 말하자 녀석의 어이없는 대답에 야고보는 그만 피식 웃고 만다.


"베르베르님이 이끄시는 우리 십이천사대는 모두 열 세명의 천사로 구성되어 있단다. 우선 대장님이신 베르베르님. 그리고 서열 순서대로 안드레아님, 마태오님, ..."

야고보는 차례차례 자신이 속한 십이천사대의 대원들의 이름을 호명하였다.
어느새 파크와 야고보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까워졌다.
파크는 야고보의 침상에 걸터앉아 그가 설명해주는 천공과 십이천사대의 이야기를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린 채 경청하고 있었다.

베르베르의 십이천사대는 말한 바와 같이 모두 열셋의 천사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십이지장인 베르베르, 그리고 서열 순서대로 안드레아, 마태오, 베드로, 빌립, 유다,다니엘, 바르톨로메오, 토마스, 시몬, 요한, 야고보, 루씨가 바로 그들이다.


갑작스런 엄청난 함성소리에 야고보가 창밖을 응시한다. 비록 여기서 성 밖의 광경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귀를 기울여 상황을 판단해보려는 것이었다.
아침부터 사천왕과 나찰의 무리들이 다시 달라니안 성의 공략을 시작하였다.
안드레아는 십이천사대를 이끌고 망루로 올라갔다. 성벽 아래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달라니안 성은 주위가 모두 평야지대인 언덕위에 축조되어 있었다. 원래부터 성을 만들고자 축조한 것이 아니라 작은 요새가 우선 지어졌다가 그것을 증, 개축하면서 만들어진 성이라 그 모양은 큰 마름모와 작은 마름모 두개를 합쳐놓은 듯 하다.
성문은 마름모의 접합점을 뺀 꼭지점마다 하나씩 모두 여섯 개가 있었는데 모두 삼 중의 나무와 철과 석문으로 겹겹히 닫혀 있어서 그 단단함이 성벽과 다를 바 없었다.

광목천왕과 증장천왕이 또 다시 앞장을 선다. 이번에는 그들의 우두머리인 다문천왕도 합세하였다.
무엇을 하려는 걸까? 나찰들은 어제와는 다르게 성벽에 오르거나 달라붙지도 않고 수십장 밖에서 대기중이었다.
제 5대장군 다문천왕이 나찰들의 앞으로 걸어나왔다. 거대한 몸집이 움직일 때마다 지축이 흔들린다.
뒤에는 광목과 증장이 따르고 있었다.
다문천왕은 성벽 아래에 멈추어 서더니 손바닥을 위로 하여 왼손을 뻗어냈다.

"어서 성을 내어놓고 항복하지 않으면 성안에 있는 건 인간뿐 아니라 네발 달린 짐승, 날아다니는 짐승, 벌레 할 것 없이 모두 갈갈이 찢어 나찰들의 먹이로 삼으리라~!"

다문천왕이 으름장을 놓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하든지 성위에 병사 중 허약한 자 한 명이 깜짝 놀라 발을 헛디뎌 아래로 추락하여 즉사하였다.

"형님~! 어차피 항복하지 않아도 모두 먹이로 삼을 거 아닌가요?"

증장이 옆에 섰던 광목에게 작은 소리로 묻자 광목이 혀를 차며 꿀밤을 한 대 먹인다.

"조용히 해 ! 이 녀석아~! 큰형님이 말씀하고 계시잖냐!"

이에 살라도르가 앞에 나서며 성벽 아래를 굽어보고 말하는데 비록 몸집의 크기는 수십배나 차이가 났지만 그의 목소리가 결코 지국천왕의 목소리에 뒤쳐지지 않는다.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리니... 절대 우리가 항복할 일은 없다.
천사님들의 축복까지 함께 하는 우리를 너희들이 결코 해할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터.
괜한 짓 하지 말고 어서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거라~!"

"그래그래 그렇게 나와야 이쪽도 흥이 나지. 좋아 그럼 계획했던 대로 소환을 시작해볼까?"

다문천왕이 중얼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어 주저앉더니 땅바닥을 향해 손을 뒤집는다.

그의 왼손에서 빛이 번쩍이는 듯 하더니 갑자기 온사방의 땅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 지진인가?"

달라니안의 병사들이 웅성웅성하며 망루를 부여잡고 흔들림에 저항하고 있는데 성벽 아래 대지의 밑에서 열 개의 거대한 탑들이 솟아올라와 성 주위를 에워쌌다.
각 탑은 모두 수십 개의 단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모든 단을 합한 탑의 총높이는 달라니안의 성벽보다 한참이나 더 높은 것처럼 보인다.

'그르르릉~!'

열개의 탑은 지상으로 모두 솟아나온 후 둔탁하고 기괴한 마찰음을 내면서 성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 이런 큰일이다~!"

안드레아가 성벽을 향해 기울어지는 탑들을 바라보며 당황한다.

"탑들이 성벽에 닿아 사다리 역할을 하게 되면 성은 순식간에 마물들의 무리에 잠식당하고 말 것이야!"

안드레아의 말에 살라도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안드레아의 말 그대로 탑을 따라 마물들이 기어올라온다면 정말 속수무책이기 때문이었다.

"궁병~! 모두 위치를 사수하라~! 창병 ~! 성벽앞으로 전진~!"

살라도르의 명령에 각 망루를 맡은 사령들이 수신호를 보내고 구령을 내리자 창병들이 올라오는 마물들에 대항하기 위해 성벽 가까이로 창을 뻗어 전진하였고 궁병들은 활에 화살을 매겼다.
안드레아도 천사들에게 명령한다.

"각자 하나씩 탑을 맡는다. 있는 힘을 다하여 탑을 무너뜨리도록 해라."

'쿵 ~!' 소리를 내며 탑들이 성벽에 기대우기 시작했다. 기대진 탑 주위론 부서진 성벽들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천사들이 날개를 펼치고 각자에게 할당된 탑을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지국천왕이 자신의 비파를 쓰다듬으며 탄성을 내질렀다.

"장관이로다. 장관이야! 정말 멋지구나! 큰형님께서 며칠째 뭘 그리 끙끙거리나 했더니 소환술을 정리하여 탑 개수를 줄이고 대신 단을 올려 높이를 키우느라 그랬구먼. 그나저나 형님의 탑신 소환술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하하하!!! "

사천왕은 요괴계의 동쪽 수미산 자락에서 태어난 강력한 네 마리의 요괴로서 각자마다 자신들의 특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 다문천왕은 창 다루는 솜씨가 비범하고 마력이 가장 강력하였는데 그 외에도 다수의 탑신을 소환하는 능력이 있었다.
탑신이라 함은 다문천왕이 소환하는 탑모양의 대형 마물인데 수많은 요괴들의 집합체로 이루어진 괴이한 형태의 요괴였다.
같은 마귀들과의 전투에서는 그리 큰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었으므로 별로 좋지 못한 기술로 치부하고 있었는데 이제보니 이런 공성전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가 막힌 무기가 되는 것이다.

마태오는 자신이 맡은 탑 주위를 빙빙 돌았다.
탑은 거무스름한 광택이 나는 대리석들을 한단한단 이어붙인 듯 보였는데 주위를 한바퀴 도는데 수십번의 날개짓을 해야 할 정도로 그 둘레가 엄청났다.
수천의 나찰들의 무리가 탑을 타고 새까맣게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마태오는 손에 쥔 검에 살수의 법을 불어넣었다.
마태오는 탑의 단 중 성벽에 기대어져 있는 바로 밑의 단을 살수의 법으로 쳐서 단번에 두 동강 내어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숨을 고르고 마태오가 탑으로 접근하는데 갑자기 탑을 이루고 있는 단들 안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길다랗고 길다란 팔들이 뻗어나왔다.

"으와와왓~!"

마태오가 깜짝 놀라 탑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자세히 살펴보니 탑의 단들에는 창문 비슷한 것들이 사방으로 나 있었는데 그 안쪽에는 하얗게 눈이 뒤집어진 인간 형상의 정체 모를 요괴들이 그 길다란 손을 탑 밖으로 뻗어 닥치는대로 잡아 자신들의 입안으로 쳐넣고 있었다.
심지어 같은 편인 나찰들조차 그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마태오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다시금 안드레아의 소집명령이 떨어졌다.

"나도 보았다. 이 탑은 마치 살아있는 듯 하구나!"

안드레아는 다시 천사들을 2인 1조로 편성하여 모두 다섯 조로 만들고 각각 하나씩 탑을 공략하도록 하였다. 즉, 각 조의 한명은 공격, 한명은 엄호를 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되자 자연히 나머지 탑 다섯개에서 쏟아지는 나찰들은 그대로 성안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발사~!"

살라도르의 명령에 궁병들이 일제히 화살을 발사하자 탑을 기어오르던 나찰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창병들은 기다란 장창으로 성벽에 달라붙은 나찰들을 밀어내고 보병들은 모두 검을 빼어들고 그들의 머리를 베었다.
터져나가는 핏발과 함께 나찰들의 커다란 안구가 바닥에 굴러다닌다.
살라도르가 자신의 앞에 몰려드는 나찰들을 베어내다 기울어진 탑 너머로 집채만한 물체가 올라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커다란 장창을 오른손에 집어든 혼돈계 제 5대장군 다문천왕이었다.

'우르르릉~!'

겨우겨우 탑 다섯개를 모두 무너뜨리고 천사대는 공중으로 치솟아올랐다.
안드레아가 내려다보니 커다란 장창을 집어든 마왕 하나가 탑을 타고 올라와 망루 위를 헤집고 있었다.
게다가 나머지 마왕 두 마리조차 다문천왕의 뒤를 따라 탑을 타고 기어올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많은 수의 마물들이 성안으로 침입하였습니다."

"나머지는 남은 탑들을 무너뜨리도록 하고 마태오는 나와 함께 망루위에 있는 마왕을 해치우도록 한다."

마태오와 안드레아가 내려와보니 터져나간 병사들의 시체가 망루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살라도르만이 혼자서 거대한 마왕에게 힘겹게 맞서고 있었다.

"감히 인간 주제에 나에게 검을 들이대다니 정말 가소롭구나!"

으르렁거리며 다문천왕이 창을 한번 휘두르자 엄청난 기세에 살라도르의 옷깃이 마구 날린다. 
다문천왕의 창을 피해 몸을 날렸던 살라도르가 깜짝 놀랐다. 어느샌가 다문천왕이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왔던 것이다.
다문의 발이 살라도르를 덮치는데 안드레아와 마태오가 다문천왕의 목을 노린다.
간발의 차로 그의 발이 살라도르를 비켜가고 안드레아는 검을 곧추세워 마왕의 목에 꽂아넣었다.

"크아아악~!"

다문천왕이 괴로움에 비명을 지르는데 마태오가 연이어 달려들다가 그의 왼팔에 맞아 내동댕이쳐졌다.
안드레아가 마왕의 목에 꽂아넣은 검을 부여잡고 다문천왕이 몸을 흔드는대로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는 사이 살라도르가 내동댕이쳐진 마태오 곁으로 다가갔다.

"괜찮소이까?"

"아아~!! 걱정하지 마세요. 이 정도는 간지럽습니다."

마태오가 괜찮다며 손을 휘휘 저으며 일어나다가 다시 무릎을 꿇었다.

"아이쿠!"

마태오는 한쪽 날개가 부러진 고통에 몸을 움츠렸다.

"으라라럇~!"

기합과 함께 안드레아가 자신의 검에 살수의 법을 불어넣자 다문천왕의 목덜미가 회오리치듯 터져나가며 검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나온다.
순간 다문천왕이 왼손을 번쩍 들어 안드레아를 집어 던져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다문천왕이 닥치는 대로 창을 휘두르자 병사들과 나찰들이 성벽 아래로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혈이 사방을 붉게 물들였다.
나찰들이 탑을 타고 끊임없이 밀려올라왔다.
살라도르와 마태오는 밀려드는 나찰을 베느라 정신이 없다.
탑 아래를 내려다보니 광목천왕과 증장천왕이 이미 탑의 반을 올라왔다.

"탑을 우선 떨어뜨려야겠습니다. 저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나머지 두 마왕이 탑을 따라 기어올라오는 것을 본 마태오가 살라도르를 돌아보며 말하자 살라도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 위에서는 안드레아가 다문천왕을 상대로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살라도르는 주변의 병사들을 불러모아 주위의 나찰들을 막아내도록 하고 마태오와 자신의 허리에 밧줄을 동여맸다.
날개가 부러져 날 수 없게 된 마태오와 함께 안드레아 대신 2인 일조로 탑을 무너뜨리기 위해서였다.
밧줄을 동여맨 인간과 천사가 나찰들을 베어내며 다문천왕이 타고 올라왔던 탑의 중턱까지 내려갔다.
공중에서 귀혼들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닌다.
탑의 안쪽에서는 계속해서 길다랗고 거대한 수백개의 팔들이 뻗어져 나와 둘을 잡으려고 몸부림친다.

끝이 세갈래로 갈려진 다문천왕의 삼지창이 붉은 휘장을 휘날리며 공중에서 수십개의 원을 그리는데 안드레아의 날개짓도 그에 따라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미 남은 다른 탑들은 거의 다 무너지고 광목천왕과 증장천왕이 올라탄 탑만이 남아있는데 이 두 마왕은 이미 마태오와 살라도르가 있는 단 근처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광목천왕이 둘을 향해 힘차게 철지주를 던져올렸다. 탑의 한쪽이 철지주에 맞아 터져나가는데 마태오가 살라도르의 허리를 안고 밧줄의 탄력을 이용해 다른 쪽으로 몸을 날려 이동했다. 굉장한 몸놀림이었다.

"오오~! 천사라서 역시 몸놀림이 다르긴 다르네요. 형님!"

"입닥쳐 이녀석아~!"

증장천왕의 어처구니없는 주저리에 광목이 버럭 화를 내며 인간과 천사의 이인 일조를 향해 오른손의 이무기를 뻗어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이무기(용과 뱀의 중간 형태의 요괴, 광목천왕이 사육하고 있다)가 마태오의 발목 바로 밑까지 달려들자 살라도르가 검을 들어 곧바로 놈의 턱을 쳐냈다.

"살수의 법을 쓸 것입니다. 충격이 클 터이니 저를 꼭 잡으세요."

마태오가 이렇게 말하는데 살라도르는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아무리 충격이 커도 그렇지 고작 검으로 쳐내는 것인데 그만한 걸 못 견뎌낼까봐~'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살라도르의 오산이었다.
마태오가 검에 살수법을 담아 시전하는 순간 탑이 두 동강이 나며 수천의 나찰들과 증장, 광목 천왕이 까마득한 성벽 아래로 추락했다.
공간을 왜곡시켜 가르는 엄청난 수법에 살라도르는 오금이 저리는데 '아차!' 싶더니 그만 잡고 있던 마태오의 허리를 놓쳐버렸다.
추락하던 광목천왕이 이를 보고 공중에서 다시 한번 이무기를 뻗어냈다.
 
안드레아는 요리조리 몸을 피하다가 다시금 다문천왕의 목덜미로 달려들었다. 아까 꽂아두었던 검을 회수하기 위해서였다.
검은 다문천왕의 몸에 박혀 요지부동이었다. 그의 단단한 근육들이 검을 꽉 움켜쥐고 놓지 않는 것 같다.
안드레아는 검을 쥐고 다시 한번 살수법을 시전하였다.
왠만한 마물이라면 단 한 번의 시전으로 재가 되어 날아가버릴 터인데 이 괴물 같은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다문의 승모근이 회오리치며 다시 한번 찢겨 나가는 동시에 겨우 검이 뽑히고 마왕의 목덜미에서는 끝도 없이 선혈이 뿜어져 쏟아지고 있었다.

"꾸에에엑~!"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피를 뿜어내며 사방으로 창질을 해대던 다문천왕은 점점 기력이 빠지는지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피를 많이 흘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망루가 온통 그의 피투성이인데 다문천왕은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몇십번 비틀비틀 돌다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거대한 몸집이 건조물들을 부숴뜨리며 망루 아래로 떨어지자 자욱한 모래바람이 일어난다.
'쿵~!' 하며 엄청난 굉음이 귓청을 울리는데 안드레아는 숨을 몰아쉬며 망루에 착지하였다.

"괜찮습니까?"

마태오가 살라도르에게 묻는다.
마태오는 광목천왕의 이무기가 살라도르의 몸을 물려는 순간 밧줄에 매달린 채 유연한 몸놀림으로 공중에서 그를 낚아챘다. 
살라도르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나머지 천사들이 모여들어 곧 그 둘을 성벽 위로 끌어올렸다.
광목과 증장은 까마득한 성벽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다시 일어나 지치지도 않는 듯 위를 올려다 보며 또다시 포효하고 있었다.

성주 살라도르가 망루를 내려와보니 거대한 몸집의 다문천왕이 대자로 누운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 커다란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려대다가 곧 조용해졌다.
그의 숨소리가 모두 잦아들었음을 확인한 살라도르가 말한다.

"엄청난 놈이군..."

"이번에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안드레아가 살라도르를 바라보며 말하자 곧 살라도르가 감사의 말을 전한다.

"고맙습니다. 그대들이 아니었다면 절대 이 성을 지켜내지 못했을 겁니다."

"당신이야말로 정말 용감한 분입니다."

마태오가 부러진 날개를 치료하러 야고보가 있는 곳으로 가면서도 살라도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인다.

"이 괴물놈의 시체는 어찌 할까요?"

병사들이 묻자 살라도르가 명령한다.

"연병장으로 끌고 가 곧장 태워버려라."

다문천왕의 몸집이 워낙 커 백여명 가까운 병사들이 달라붙어 겨우 그를 쇠사슬로 칭칭 동여매어 끌고 연병장으로 향했다.


살라도르는 곧 성안의 병사들에게 전열을 정비하도록 지시하였고 전투는 다시 소강 상태로 들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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