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친결에 들락거린지 벌써 일년하고도 반년이 지났습니다.
우연히 작년에 결혼준비하면서 들르게 되어, 혼수네 뭐네 속으로 앓던 것들을 시친결님들 글 보면서 위안도 받고 많이 배우기도 했지요. 그렇게 시친결과 인연을 맺어 거의 눈팅만 오늘까지 얼추 일년반이 되었는데 오늘은 좀 제 얘길 하고 싶어서 감히 이렇게 로긴을 했습니다...
대학 4학년때 만난 신랑과는 5년여의 연애끝에 작년 4월 결혼을 했습니다.
아들 둘 형제중 맏아들인 신랑은 결혼하면서 부모님께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동생과 약속을 했답니다. 그래서 예단 생략, 예물 생략, 함 생략... 뭐 이렇게 신랑이 하자는 대로 하다보니 시댁서 한복한벌 해주시고 신랑이 반지하나 해주고 해서 예식장에 들어갔더랬지요....
전셋집은 신랑이 은행융자로 얻고 (그나마 신랑이 좀 좋은 직장을 다녀서 집걱정은 덜했습니다.) 혼수중 일부는 신랑 적금을 헐어 마련하자고 했지만 어차피 그돈이 내돈이다 싶어 고건 냅두고 혼수는 제가 직장생활하면서 모아둔 걸로 준비했습니다. 아들 장가보내는데 다른건 몰라도 며느리 양장한벌, 반지 한개라도 제대로 해주시겠지 생각하던 친정부모님은 결혼식 일주일전까지도 아무 말없는 시댁눈치보다가, 정말 일주일 앞두고 백화점서 반지 사주는 신랑을 보시곤 기가막혀 말을 하시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간간히 " 느 신랑이 장가는 싸게 들었다 "고 농담삼아 말씀하시곤 합니다. 많이 속상하셨던 게지요...시부모가 한푼도 보태주지 않고 융자만 몇천안고 시집가는 딸을 보니 앞으로 그거 갚으려고 쟤가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하나 생각하시니 딸래미가 안쓰럽고 사위가 많이 미웠다고 합니다. 연애 오래한게 죄라고 이젠 다 늙어서 어디 딴데 시집보낼데도 없고...^^;; 시집은 보내는데 기쁘지가 않고 마음이 좋지가 못하셨답니다.
저도 시댁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안정할수 있고 게 된것 만으로도 감사하며 결혼을 했고 이후 시댁에 일주일에 한번씩 안부전화하고 대소사 챙기며 올해 손주도 하나 안겨드렸구요 나름대로 이쁜 며느리되고자 노력하며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자 하고 잊고 살고 있었는데 말이죠...
이번 명절에 시댁에 내려가 식구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도련님이 내년봄에 결혼할 계획이랍니다. 도련님 역시 오랜 연인이 있구요...직장관계로 둘이 떨어져 있기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관계로 결혼을 하는게 낫겠다는 주변의 의견이 대다수지요...뭐 이런저런 얘기를 더 하다가 아무렇지도 않은듯 시어머니 툭 던지시는 말씀... " 전세집은 얻어줄께 결혼해라. 니들 차비가 더 아깝다..."
그런데 그 말씀이 제게는 왜이리 비수가 되어 꽂힐까요. 한복한벌에 싸게 데려간 며느리 앞에서, 결혼할때 부모님께 부담주지 말자 약속했다던 도련님과 어머님이 하시는 얘기는 더이상 듣기도 싫었습니다. 뒤돌아서 생각해도 서운하고 집에와서 생각해도 머릿속에 그 말이 뱅뱅 돕니다.
성격상 저는 마음이 한번 돌아서면 차가워지는 사람인데 그 이후론 마음에서 시댁이 멀어질라하네요. 제가 나쁜 며느리인 걸까요....
덧붙여...
많은 시친결님들이 봐주셨네요...위로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신랑한테 속상했던 마음을 얘기했더랬어요. 이러저러하니 속상하다고...근데 이해를 못하더군요. 자기 부모, 동생이라 이거죠. 동생이 좀 가져가면 어떠냐고 합니다...ㅠㅠ 빨리 집장만하자고 어린 아들내미 친정엄마한테 맡기고 직장다니는 마눌이 천하무적 원더우먼인줄 알구요...연애 오래해서 이 남자에 대해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살다보니 그것도 아니네요...
암튼 지금 서운한 마음은 우선 묻어두고 도련님 결혼할때 하는거 봐서 응징(?)을 할랍니다. 물론 시부모님께는 암말 못할테지만 신랑은 옆구리라도 좀 꼬집어 뜯어놀 생각이예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