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17 - 제1장 지나온 세월, 그리고 새로운 출발 16 -내글-
- 새로운 출발은 항상 기분을 들뜨게 한다. 약간의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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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형님의 호출을 받고 한 시간이 넘게 시달리다 결국 숨겨진 사실을 실토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한바탕 소동이 일기시작하자, 복교는 안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짐을 싸들고 가평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산길을 걷던 정민은 등산로가 아닌 샛길을 발견하고 그길로 접어들었다. 야영을 하기위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였다. 장기간 야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물을 구하기 쉬운 곳을 찾기 위해 계곡을 향해갔다. 그런데 길이 다시 넓어지며 인가가 보였다. 너와집이었다. 야영을 할 요량으로 왔는데 인가가 있어 잠시 망설이다 집으로 다가 갔다. 이단은 목도 축이고 자세한 길안내도 받고 싶었다.
집안과 밖을 나누는 울타리는 없이 집만 서있는 전형적인 산촌의 집이었다. 처마 아래에는 마늘과 옥수수가 걸려있었고 툇마루에는 산나물과 약재를 말리는 광주리가 있어 목가적인 분위를 연출하고 있었다. 마당 한 구석에는 멍석이 깔려있었고, 그 곳에는 머리가 허연 노인이 등을 보이고 앉아 무언가를 다듬고 있었다.
“저기요, 할아버지…!”
정민이 조심스럽게 노인에게 말을 건네자, 노인은 돌아보지도 않고 곧바로 굵지만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젊은이 묶을 곳을 찾아오셨나? 이곳은 사나운 들짐승 때문에 밖에서 자는 건 위험하다 네. 그러니 건넌방이 비었으니 그곳에 짐을 풀고 이리 와서 내일 좀 도와주게. 공짜 밥은 못해주니 일을 도와주어야 하네.”
“네, 네에! 그렇게 하지요 어르신.”
정민은 노인의 말에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순순히 따라 자연스럽게 툇마루에 등에 지고 있던 짐을 풀어 놓고 노인이 앉아있는 멍석으로 다가 갔다. 노인은 박달나무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동물모양인 것으로 보아 손자들을 위해 장남감이라도 만드는 것 같았다.
“허허, 하늘 안 무너지네. 서있지 말고 옆에 안게나. 그리고 이걸 가지고 나처럼 목각을 깎도록 하게… 옳지, 그렇게… 잘하는군.”
정민은 노인이 건네주는 소도와 박달나무를 받아들고 노인이 깎는 목각 모양대로 깎기 시작했다. 그 모양은 말 같기도 했으며, 그렇다고 말은 아니었다. 부조형태를 띤 어른 손가락 두 개 크기의 목각이었다. 정민은 특별한 설명을 듣지도 않았으나, 이미 어떻게 깎아야 될지를 충분히 설명을 받은 것으로 느꼈다. 그리고 정민은 노인이 하는 그대로 스스럼없이 자신도 모르게 목각을 깎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소도는 아주 오랜 동안 손에 익은 것처럼 정민의 의도대로 잘 다룰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단한 박달나무라 쉽게 깎을 수가 없었다. 조금씩, 조금씩 모양을 따라 깎고 다듬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무를 깎아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어가고 있을 때, 노인의 목소리가 정민의 손을 멈추게 했다.
“그만하고 이리 와서 이것 좀 들게.”
“아,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여기를 좀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아니네, 그대로 두라고. 칼만 이리로 가져오게나. 그것들은 밤이슬을 맞아야 하느니.”
정민은 시간이 꽤 흘러 해가 지고 있음을 알았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순간 정민은 자신이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 만나는 노인의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목각을 깎았다, 그것도 시간의 흐름조차도 느끼지 못한 체로. 정민은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청하게 서있었다.
“그놈 참, 뭘 멍청하니 서있냐! 이리와 어서 먹 거라. 네놈이 올 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각들은 앞으로 네놈이 쓸 것이니 제대로 깎도록 해라.”
정민은 지금자신이 깎는 것이 자신이 쓸 것이라는 노인의 말에 더욱 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 어르신! 무슨 말씀이신지?”
“허참, 그놈! 역시나 말 많고 고집 쌘 놈일세. 이놈아, 그런 건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풀릴 것이다.”
노인은 만면에 웃음을 띠우며 더욱 친근한 목소리로 정민을 불렀다.
“아, 네! 알겠습니다.”
정민은 노인의 말에 음식이 차려진 마루로 올랐다. 조그만 소반에는 산나물 무침과 감자를 섞어 지은 보리밥이 차려있었다. 그리고 나무를 깎아 만든 수저가 한 벌만 준비되어 있었다. 정민은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머뭇거리자 노인은 다시 말했다.
“거참, 독이라도 먹일까봐 그러냐? 그런 의심은 나중에 네가 일할 때 잊지 말거라. 지금은 차려놓은 밥이나 맛있게 먹어라.”
마치 오래간만에 놀러온 친 손자를 대하는 듯 하는 노인의 말과 행동에 정민은 더 이상의 주저함이 없이 밥상으로 다가앉아 차려진 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진짜로 꿀맛 같은 밥을 먹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점심도 산에 오르는 중간에서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었기 때문에 배도 고팠지만 무엇보다도 친손자를 대하듯 하는 노인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왔기 때문이었다. 맛있게 밥을 먹는 정민을 바라보던 노인은 혼자 말을 중얼 거렸다.
“허허, 과연! 딱 맞는 놈이로다. 그래 이놈이면 모든 일을 맡겨도 되겠는 걸, 허허허!”
“네에! 그, 큭…!”
- 캑, 콜록 콜록
정민은 노인의 말을 듣고 놀라 사래가 들었다.
“이런, 이런! 급하긴, 자자 천천히….”
정민은 사래를 가라앉히고,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어르신,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게 일을 맡기겠다니요?”
이해할 수 없다는 정민의 말에 노인은 느긋하게 말문을 열었다.
“그래, 자네에게 맡길 일이 있다네. 앞으로 이곳에서 삼, 사 개월 동안 지내도록 하게나. 내가 관상을 보고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조금 있다네. 그래서 자네가 이곳에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네. 그래서 우리 벙어리 할망구에게 건넌방을 치우라고 했다네. 참 할망구 어디 갔나, 부엌에 있나? 그래 이따가 인사하면 되겠군. 먹던 밥이나 마저 먹으면서 이야기를 듣도록 하게.”
“아, 네!”
정민은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들이 풀렸다.
“어르신, 저의 관상을 보실 수 있으신가요? 예전에 어머니를 따라서 점집에 가면 다들 제 관상을 보기를 포기하고 말았는데요. 물론, 엉터리들은 빼고 용하다는 사람은 제 사주하고 관상보기를 겁내하던데요.”
정민의 돌연한 질문에 노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네놈의 관상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니지. 네 관상을 본 놈들은 동티나서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관상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안다고 자신하는 놈들은 네놈 얼굴만 보아도 동티 날까봐 십리 밖으로 도망갈 것이다. 크크, 하하하!”
노인의 웃음에 정민이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때, 부엌에서 물 대접을 들고 머리 수건을 쓴 여인이 나왔다. 노인이 말한 벙어리 할머니인 걸로 알고 인사를 하려고 일어섰다가. 할머니의 얼굴을 본 순간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허름한 한복에 흰머리수건을 걸치고 대접을 나무쟁반에 받쳐 나오는 모습은 할머니로 보이게 했지만, 얼굴은 아니었다. 이십대의 동안, 거기다 이목구비가 전형적인 한국형 미인인 게 옷만 제대로 차려입으면 미인도에나 나올법한 미모였다.
“허허, 그놈! 우리 할망구 얼굴에 놀랐구나. 그래 저 할망구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예뻐서, 나도 저 할망구 간수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야. 네놈도 딴 맘먹지 말고, 네 할 일이나 열심이 해. 저래 보여도 나이 먹은 꼬부랑할망구야. 말은 못하지만 듣는 건 다 듣는다네. 말실수 않도록 해, 허허허!”
정민은 노인의 말을 들으면서도 여인, 아니 할머니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런 정민을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는 화사한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며 물을 마시라는 몸짓을 했다. 순간 당황한 정민은 얼굴을 붉히며 물이 담긴 대접을 받아들다가 순간 놓치고 말았다. 실수를 한 정민은 더욱 붉어진 얼굴로 허둥대기 시작했다.
“이놈아, 정신 차려라! 이놈도 여자 꽤나 밝히는 놈이군. 앞으로 여자 그만 밝혀라. 큰일 할 놈이 예쁜 여자에게 그렇게 쉽게 혹해서야, 쯔쯔쯔!”
“예쁜 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 있습니까? 누구든지 할머니의 웃음에 안 넘어 간다면 그게 돌부처지 사람입니까? 여자라 하더라도 본다면 다 넘어갈 겁니다.”
정민은 실수를 만회하기위해 노인의 농담에 농담으로 되받았다.
“이놈 보게! 할망구, 앞으로 조심해야 되겠는데. 이놈이 언제 나쁜 맘을 먹을지 모르니까!”
노인은 눈에는 웃음을 지우지 않고 짐짓 심각한 목소리로 여인에게 말을 했다.
“아니, 어르신! 저를 어떻게 보시는 겁니까? 그런…!”
당황하며 정색한 정민의 말을 자르며 노인은 여전히 정민을 놀렸다.
“어떻게 보긴 다 똑같은 사내놈으로 본다, 이놈아!”
“…!”
노인과 정민의 말싸움 아닌 말싸움을 보고 여인은 다시 한 번 해맑고 소리 없는 웃음을 띠우며 정민이 실 수해서 땅 바닥에 떨어진 물 대접을 다시 집어 들고 부엌 쪽으로 걸어갔다.
“자자, 이놈아! 그만 정신 차리고 먹던 밥이나 먹어라. 그리고 앞으로 네놈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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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금요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해서 몸이 좋을 때는 이곳 저곳 많이 다녔었는데,
지금은 4년째 투병 중이라...![]()
뜻있는 주말 보내세요.
한글날이 기념일이 아닌 국경일이 되는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