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을 타고 벌통에 갈 때 종종 아이를 데리고 쫓아가는 때가 있다. 멀리 팔라시오스에 다녀올 때 잠깐 들려봐야 하는 벌통 놓은 자리라든가 해서 같이 가는데, 비포장 도로를 먼지를 풀풀내며 해바라기밭, 콩밭, 호박밭 여러 밭을 지나다 가끔 그냥 들판이 나올 때가 있다.
거긴 농사를 못짓는 소금지대이기 일쑤인데, 소금이 별로 없는 땅에 듬성듬성 풀이 자라는 사막에 가까운 지역이 있곤 했다.
그 지역엔 어김없이 이구아나가 재빠른 속도로 달려가곤했는데 그 생김이 악어에 가까웠다.
이구아나는 커다란 도마뱀이다.
길이가 30센티부터 1미터 짜리까지 있는데, 대부분의 이구아나가 초식동물인데 어떤건 잡식성이라 사나운 것도 있다.
그런거 잡다가 손가락 잘려먹은 이도 있다고했다.
공룡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생긴 여러 종류의 이구아나가 뛰어다녔는데, 크기만 작지 공룡과 다를게 없었다. 어떨땐 두 마리가 우리 트럭을 보고 놀래서 허겁지겁 도망가는데 그 모양이 서두르는게 우스꽝스러웠다.
악어의 가죽처럼 이구아나의 가죽은 비싼 값으로 팔린다. 그래서 커다란 이구아나는 이 동네 청년들의 용돈이 되어주곤했나부다.
어느 날 아버님과 랑은 커다란 이구아나를 잡아서 자루에 담아오셨다. 그 넘이 벌이 도망간 벌통에 잠입해 남은 꿀을 훔쳐먹다 랑에게 잡힌거란다. 도망도 안가고 뎀비더란다. 꿀이 맛있었나부다. 랑은 손 여기저기 물려가며 이구아나를 잡아왔다.
그 꿀범벅된 이구아나는 자루 안에다 응가를 해놔서 그 독한 냄새가 사방팔방에 퍼졌는데, 하도 그 안에서 요란스레 발광을 떨어서 그 주위만 가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와 아들넘은 무서워서 근처도 못가고 구경도 못했다. 혹시나 자루에서 도망쳐서 급작스레 아이를 물까봐 난 아들넘을 업고 다녔다.
아버님과 랑은 커다란 벌통을 두개 이어 맞붙여 그 이구아나를 가두었다.
우리에게 구경을 시켜줄라고 하나본데...무서워서 구경을 할 수가 있어야지. 아무래도 그 이구아나의 분비물 냄새로 보아 잡식성인데, 그건 우리 손가락도 물어 뜯어 먹을 수 있다는 사나운 넘같았다.
아버님은 우리가 구경도 못하니 도로 놔주자고 하시는데, 랑이 어떻게든 구경은 시켜줄 요량으로 놔두고 있었다.
아버님과 랑이 일하러 가고 나면 그 넘이 한쪽 구석 창고에서 발광을 해대서 아들넘과 난 무서웠다.
'에이. 저거 그냥 놔주지. 한 창고에서 지내게 한담. 무서워 죽겠구만.'
오후에 오면 한소리 하려고 준비하는데 일꾼이 랑을 쫓아 창고에 왔다.
그 일꾼은 이구아나가 탐이나니까 자기 거북이 두 마리랑 바꾸자고 거북이 두 마리를 가져왔다. 그 거북이도 방금 잡힌거라나...
그 사막 거북이는 초식 동물이라 물거나 하질 않는단다. 난 랑보고 얼른 바꾸라고 했다.
랑은 그 이구아나가 커서 팔면 백불은 받는데...하며 농담을 했다. 내가 째려봤더니 웃으며 얼른 바꿨다.
그래서 우린 이구아나를 내보내고 거북이 두 마리를 받았다.
하나는 내 손바닥만했고, 또 하나는 그보다 조금 더 컸다.
두 거북이는 잡혀온게 충격이었고, 겁이났는지 의기소침해 있었다. 우린 그 거북이가 징그러워 만지지는 못하고 막대기로 뒤집어 놓기도하고 바로 놓기도 하고 그랬다.
정말 뒤집어 놓으면 못 뒤집나 하고 뒤집어 놨더니 머리랑 발을 써서 발버둥치다 용케 주위에 조그만 돌멩이를 만나면 그걸 이용해서 뒤집곤 했다.
때때로 뒤집어놓고 까먹고 있다 아침에 보면 그대로 뒤집어진채 있는 거북이를 발견할 때가 있었다. 에구. 불쌍해서 얼른 바로 놓아주면 어슬렁거리며 지자리로 갔다.
그 사막 거북이 두 마리는 창고에서 우리랑 어울려 지내게 되었다.
이구아나를 가져간 일꾼은 울상이 되어 돌아다녔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이구아나 가죽을 채취했는데 (헉. 빨리도 죽였다. ㅡ.ㅜ) 이구아나 가죽은 배의 가죽이 제일 중요한거란다.
그걸 몰랐던 이 무지한 일꾼은 등쪽을 따서 가죽을 벗겨야하는데 배를 갈라서 했대나...그래서 팔아먹지도 못하고 버렸단다.
'에궁.....그냥 그럴꺼면 놔주지...'
그 이구아나가 너무 불쌍했다.
어느 날 아들넘이 잡아왔던 고양이가 아침마다 우리 창고 앞에 와서 야옹댔다. 이제 어느 정도 커서 지 혼자 살기로 했는지 같이 다니던 엄마와 지 형제들은 안보였다. 그 고양이가 오면 먹을껄 주었더니 아침마다 꼭 오고, 때때로 지 스스로 창고에 들어와서 자기도 했다. 근데 고양이가 자꾸 거북이를 귀찮게 해서 되도록이면 떨어뜨려 놓아야했다.
거북이는 고양이가 오면 머리랑 다리랑 다 지 껍데기 안으로 집어넣고 꼼짝을 안했다.
그렇게 창고에서 같이 지내는 식구들이 하나씩 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