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운은 건물의 중앙 계단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장실은 12층, 엘리베이터로 가는 편이 나았지만 답답함을 식히고 싶은 마음에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택했다.
탁 트인 곳에 있는 중앙 계단이라 낮시간에 이 계단을 이용했다면 눈에 띄었겠지만 이미 퇴근시간을 훨씬 넘긴 10시 쯤이어서 깜깜해진 복도에 비상등만이 켜진 계단에는 아무도 없었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다가 9층에 도착했을 때, 상운은 9층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음을 발견했다. 12층까지 있긴 했지만 큰 건물이 아닌데다 탁 트인 구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두운 건물 내부에 켜져있는 불빛은 그의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누굴까 싶어 그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다가 문득 이쪽이 해외사업부가 있는 층이라는 걸 깨달았다.
'혹시 강유미씨..인가?'
그의 머리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이름에 그는 웃음지었다. 최근 그의 머리속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니나 다를 까, 사무실에 홀로 남아 일을 하고 있는 건 강유미씨였다. 뭘 그리도 열심히 하는 지 최근들어 유미가 늦게까지 남아 있는 건 오늘뿐 아니라 예전에도 여러 번 봤었다. 자신과 비슷한 시간 즈음에 차를 몰고 회사에서 빠져나가는 걸 보는 것만해도 두 어번. 사무실에 남아 있는 것도 제법 자주 봤었다.
그렇게 열심히인 만큼 그녀의 성과도 좋아 얼마전에는 윤비서를 시켜 과일바구니를 보내기도 했었다. 자신도 왜 보내는 지는 의문이었지만 눈에 띄게 지쳐있고 살이 빠진 듯한 모습이 왠지 자신 탓인거 같아 신경이 쓰였다.
다른 때는 그냥 지나쳤던 그녀였지만, 왠지 모를 기분에 해외사업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사무실이 조용해서 상운의 발자국 소리가 울리는 게 스스로도 민망할 정도였지만 유미는 눈치를 채지 못한 건지 조금의 미동도 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강유미씨?"
"엄마야!!"
쓱, 그녀 옆으로 다가가 이름을 부르자 정말로 놀랐는 지 유미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장님?"
못볼 걸 봤다는 듯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니 순간 웃음이 나서 피식, 웃어버렸다.
"이 시간까지 뭐하는 건가?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군."
"...아직 일이 남아서..."
"이건.. 동남아 주력 상품건이군."
"네, 이번에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흠..."
상운은 유미의 파일을 넘겨보았다. 아직 미완성인 상태의 파일을 상사가 먼저 넘겨보면 직원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워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열심히인 그녀의 파일 내용이 사뭇 궁금해졌다. 게다가 최근 유미의 실적이 좋아 내용이 궁금한 것도 있었다.
"......"
유미가 초조하고, 당황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상운은 파일을 끝까지 넘겨보고는 웃으며 유미에게 건네주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훌륭한 내용이어서 본 회의때도 무리없이 진행하게 될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됐군. 그러니 이제 슬슬 퇴근하지 그래?"
"하지만, 아직 할 게 ..."
유미는 상운의 말에 곤란한 기색을 띄었다. 하지만 상운은 유미의 얼굴을 보니 일보다는 휴식이 먼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봐도 눈에 띌 정도로 유미는 피곤에 쩔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번에도 말한 것 같지만, 내가 사장이라는 건 알고 있는 거지?"
"...네."
"그럼 같이 가지. 옷 입어."
".....네."
유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컴퓨터를 끄고는 가방 안에 서류를 잔뜩 집어넣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양새를 보던 상운은 이 상태로 집에가서 일을 하려는 듯한 유미의 행동에 기가 막혔다.
"미쳤군. 서류를 들고 가서 어쩌려구?"
"네? 아니....집에서 마무리를..."
유미는 상운의 말을 오해한 건지 당황한 얼굴을 했다. 상운은 집에서까지 일을 할 생각이냐고 물은 거였는 데, 유미는 서류를 밖으로 가지고 나서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듯 했다. 상운은 한숨을 내쉬며 유미의 가방에 들은 서류를 빼놓고는 유미를 끌고 사무실을 나섰다.
"어? 사장님.. 서류.."
"집에가서는 일하지 말고, 좀 쉬지 그래. 저건 오늘 굳이 마무리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하지만.."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야. 가지."
".....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유미를 끌고 상운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까같은 기분이었다면 계단으로 쭉, 걸어내려갔겠지만 피곤에 쩔은 유미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지금은 아까 터질 듯이 몸안을 돌아다니던 화가 가라앉은 기분이 들었다.
이 여자를 만나서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상운은 이내 부정했다. 아마도 이 시간까지 열심히 일하는 이 여자에 대한 연민과 미안함이 작용했으리라, 그렇게 여겼다.
"저녁은 먹었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피곤한 듯 머리에 손을 대고 한숨을 쉬는 유미를 보니 안색도 안 좋은 것이 영 보기 안쓰러웠다.
".....아직.."
"밥도 안먹고 무슨 일을 해. 그러다 쓰러지면, 될 일도 안되는 거 몰라?"
"......"
상운은 자신의 옆에 있는 이 미련한 여자에게 화가 났다. 해외 사업부로 발령을 내 준 이후부터 미친 듯이 일하는 모습이 자신때문에 받은 상처, 지우고 싶은 과거를 잊기 위해 발악하는 것 같아 화가 났고 그 모습이 꼭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더 화가 났다.
상운은 아무 말 없이 유미를 끌고 자신의 차에 태웠다. 이 여자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자신이 힘들 때 옆에 자신을 감싸 준 사람들이 있어 버텨냈지만 이 여자에게는 그럴 존재가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해빈이 있고, 현준이 있고, 윤비서나 김비서가 있어준 것처럼 이 여자에게도 그런 존재를 만들어 주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자신이 되고 싶었다.
"저, 사장님...."
"......"
옆에서 어딜 가는 거냐고 묻는 유미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상운은 아무 대꾸없이 차를 몰아 작은 한정식집에 갔다.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곳인지라 11시가 다 된 지금도 아직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속에 부담 없는 걸로 해줘. 죽 같은 거면 더 좋고."
상운을 알아본 주인은 상운이 애용하는 방으로 그들을 안내했고 그는 유미를 앞에 앉힌 후 주인에게 말했다.
알았다며 미소를 짓고는 얼마 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상운의 말대로 죽과 부드러운 음식들 위주로 나온 음식이 놓여졌다.
"피곤해서 입맛이 없을테니 죽이라도 먹도록 해."
죽을 떠서 유미 앞에 직접 놓아주자 상운의 얼굴과 그릇을 한참 동안이나 번갈아 보던 유미는
「잘 먹겠습니다.」 고 작게 말하고서 먹기 시작했다.
새 모이 쪼듯 조금 씩 입에 밀어 넣던 것이 맛이 있었는 지 죽 한그릇을 다 비워내자 상운은 유미가 수저를 놓기도 전에 한그릇 더 담아 내밀었다.
"내일 아침까지 먹는다고 생각하고 많이 먹어."
이번에도 유미는 한참동안 상운을 쳐다보더니 내려놓으려던 수저를 다시 들고 죽을 먹기 시작했다. 상운도 그런 유미가 먹는 것을 보면서 자기 앞에 놓인 음식을 먹었다.
유미도 상운도 아무 말 없이 음식을 먹을 뿐이었지만 적어도 상운에게 아까와 같은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언제 미칠 것 같이 괴로웠냐는 듯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지금 이 순간이 편안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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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재미있으신가요? ㅋㅋ
주말은 잘 쉬셨어요? 이번 주말, 굉장히 날씨가 좋았지요? ㅎㅎ
전 사진찍으러 놀러간대놓고 결국 남친이랑 가만히 앉아서 빈둥거려버렸어요..
사진 한장도 못찍었다는...;ㅁ;..
오늘은 굉장히 두근거리는 하루에요.
낼 드디어 동생이 휴가를 나오거든요..ㅎㅎ
벌써 군대간지 1년이라니... 동생이 군대를 굉장히 일찍가서, 올해 군대내에서 유일하게 선거권이 없었다나요...엄청 이쁨받는 거 같아서 굉장히 마음을 놓았지요...
소심하고 얌전한 성격이라 군에서 구박받을까봐 엄청 걱정했는데..;ㅁ;)
아, 기뻐라..ㅋㅋ
지금부터는 글이 좀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기쁜 마음에 글이 제대로 써질까 모르겠네요..ㅋㅋ
아하하. 동생이 나와도 낼 하루만 이쁘고 들어갈 때까지 집에서 빈둥거리는 꼴 보면 속이 뒤틀리겠지만..ㅋㅋ 그래도 어서 낼이 왔음 좋겠네요!!
오늘 날씨 매우 좋대요! 모두들 좋은 하루로 이번주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