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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춤[影舞] 25 - 제2장 4

내글[影舞] |2004.11.11 09:14
조회 318 |추천 0

그림자의 춤[影舞] 25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4 -내글-

-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다, 단지 삶의 쉼표이지…

 

4


정민은 아직 감정정리가 되질 않아 울먹거리는 연정을 그 자리에 혼자 두는 것이 걱정스럽기는 했으나, 여주인이 걱정 말라는 눈짓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나셨다. 정민은 여주인의 뒤를 따라나섰다. 정민이 방을 나가자 연정은 언제 술이 취했었느냐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하는 게 잘 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음 또 그가 어떤 핑계로 나와 헤어지려고 할지 몰라. 오늘은 반드시…’

연정은 결심을 했다. 그런데 연정의 의지와는 다르게 술기운이 오르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근데 너무 마셨나? 졸음이 오네! 잠들면 안 되는데…, 정신을 차려야해!’

연정은 졸음을 쫒기 위해 얼음을 입에 물었다. 그러나 평소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연정은 무리해서 자신의 주량이 넘어서는 술을 마시고 밀려오는 졸음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연정은 하품을 계속하면서도 졸음과 싸우며 정민을 기다리다가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잠이 들었다.

거의 30분이 넘어서야 정민이 다시 들어왔다. 잠들어 있는 연정을 발견하고 나처한 표정을 지으며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연정이 바라는 게 무엇일까? 분명히 오늘은 무언가를 해주어야 무사히 넘어갈 것 같은데, 잠이 들어버렸으니…, 깨워야 하나?’

정민은 연정을 깨워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한숨 자고나면 술이 좀 깰 것이라 생각되어 그대로 나두고 밖으로 나가 진토닉을 한 잔 더 가지고 돌아왔다. 잠들어있던 연정이 정민의 기척 때문에 눈을 떴다.

“으응, 정민 씨! 언제 왔어요?”

아직 술이 들깨서 혀 꼬부려진 목소리로 물었다.

“응, 잠시 전에.”

“그래요, 헤헤헤! 저 취하니까 이상하지요?”

연정은 천진한 웃음을 흘리며 정민을 바라보았다.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마시니?”

정민은 연정을 책망했다. 금방 연정은 웃음을 걷고 표정이 어둡게 변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변했다. 정민은 순간 당황했다.

‘어어, 이러면 안 되는데! 또 울겠는 걸.’

정민은 재빨리 연정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리고 평소의 그답지 않게 부드럽게 안아주며 달래기 시작했다. 카페 여주인의 조언대로 한 것이었다. 그러자 연정은 그대로 정민에게 몸을 맞기고 떨어 지지 않으려는 듯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머리를 정민의 가슴에 묻고 부끄러운 듯 말을 더듬으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정민 씨, 오, 오늘은… 저, 저랑 꼭 같이 있어 주실…거죠? 아니 오늘뿐만 아니라 내가 죽는 그날까지 같이 있어준다고 약속해 주세요, 네? 다시는 저번처럼 훌쩍 떠나지 않겠다고, 꼭이요!”

“그, 그래!”

정민은 연정이 자신의 가슴을 더욱 파고들며 말을 하자 얼굴이 화끈거리며 감정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느끼고 당황하여 말을 더듬으며 대답을 하였다. 연정은 정민의 대답을 듣자 고개를 들어 눈물 적은 눈으로 정민의 눈을 바라보았다. 정민은 연정의 얼굴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자석에 끌리는 쇠붙이 가 된 듯 연정에게로 얼굴을 가져갔다. 연정은 자신의 입술에 이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부드러움을 느끼며 눈을 스르르 감았다, 이 순간이 영원이 되기를 기원하며. 그리고 더 이상의 허무한 기다림이 없기를 간절함으로 기원했다. 그렇게 그날 밤은 정민과 연정의 시간이 되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다시 이 년 전 정민이 이별을 선언했던 그때처럼 허무함만이 연정의 곁에 밀려와 있었다. 정민이 끼었던 반지만을 손에 쥐고 행복했던 그날을 떠올리며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약속해 놓고…, 내가 죽는 그날까지 같이 있어준다고 약속해놓고…, 약속해 놓고…!”


정민은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건너온 폭이 1.5m 남짓한 동굴의 개울 너머에는 수천이 넘는 갑충 떼가 요란한 소음을 내며 모여 있었다. 정민의 예상대로 그것들은 물을 건너지 않고 있었다. 또한 물살이 제법 빨랐기 때문에 건너기전에 물에 쓸려 내려갈 것이었다. 더욱이 다행인 것은 몸이 무거운 갑충이 벽을 기어오르지 못 하며,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한다는 것 이었다.

‘후우, 이제야 좀 쉴 수 있겠다. 안전한 곳을 찾아 잠을 좀 자야겠어.’

정민은 손전등을 다시 켜서 동굴 안을 여기저기를 살폈다. 지금까지는 갑충들에게 정신없이 쫒기는 바람에 주위를 살펴볼 겨를 없이 여기까지 왔다. 5일을 걸었는데도 갈림길도 없는 외길로 끝없이 이어지는 동굴. 물이 고인 작은 연못도 지나 쳤던 것 같고, 비탈진 언덕도 몇 개를 넘기도 했지만 갑충들에게 신경 쓰느라고 얼마를 왔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오 일간 거의 쉬지 못하고 걸었으니 250km는 족히 이동 한 것 같은데, 아직도 끝이 없이 이어지다니 우리나라에 이런 동굴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 보지도 못했는데, 혹시 어둠 속에서 이동하다 보니 제자리를 뱅뱅 돌았을 지도 모르겠어. 그렇다면 다행이고…!’

석회동굴도 아닌 바위와 흙으로만 된 지형에 존재하는 동굴은 단지 그 크기가 남산에 뚫려있는 3호 터널 정도의 크기라는 것을 빼면 마치 광산의 갱도를 떠올리게 하는 삭막한 동굴 이었다. 여느 동굴들처럼 습기가 많았고, 온도는 섭씨 15도 정도로 춥지 않았다. 밖의 기온에 비하면 덥다고 느껴질 정도의 온도였다. 마치 누군가가 터널 공사를 하다만 형태로 약간 밑으로 경사가 져있고 왼쪽으로 완만하게 휘어져 계속되고 있었다.

‘이거 계속 따라가다간 끝이 없겠어. 이물은 어디서 흐르는 물일까? 이물은 넘치지도 않고 동굴을 가로질러 흐르는 걸 보니 흘러가는 쪽에는 큰 공간이 있겠는 걸. 나중에 확인 해보도록하고, 우선 쉴 자리나 찾자.’

정민은 결국 물이 흘러 들어가는 쪽에서 1m 떨어진 동굴 벽에 움푹 들어간 곳을 발견하고,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군장으로 앞을 가리고 비상 낙하산을 풀어 위장막 대용으로 뒤집어썼다. 그리고 손목시계의 태엽을 감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밤 낯의 구분이 없는 동굴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잊지 않고 수시로 점검을 해왔다.

졸음이 밀려왔으나 체력유지를 위해 먹을 것을 챙겼다. 그동안 물과 비상식량만으로 끼니를 해결해 왔기 때문에 비상식량은 일곱 번 먹을 양밖에 남지 않았다. 비타민과 우유 냄새나는 비상식량 대신 전투식량을 꺼냈다. 그리고 포장을 뜯고 수통의 물을 부어 먹기 좋은 상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흡혈갑충들은 정민을 감시하듯 물가에 떼를 지여 모여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건너오면 가만 안두겠다는 듯 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

‘저것들이 놀리나? 에고, 물을 끓여 넣으면 더 맛있을 텐데. 제기랄, 이게 무슨 신세냐! 하찮은 벌레 따위에게 쫒기고, 이제는 찬물에 불린 밥을 먹게 되었으니, 한심 하군. 구조를 바란다는 것도 더욱 힘들게 되었군. 이제 식량도 5일분 밖에는 없으니 최대한 아끼면서 다른 먹을 것을 구해야겠구나.’

정민은 그런대로 먹을 수 있게 된 전투식량을 먹고 나서, 잠을 청했다. 그러나 밥을 먹기 전에 그렇게 졸음이 쏟아지는 것과는 달리 막상 잠을 청하니 잠이 잘 오질 않았다.

‘에고, 잠이 잘 오질 않는 군…!’

정민은 문득 연정의 얼굴이 떠올랐다.

‘잘 있겠지, 혼자서 힘들 텐데…! 그때 임신이 되었으니 지금은 사 개월이 다되어 갈 텐데…. 입덧도 많이 할 때인데 옆에 있어주지도 못하고…!’

정민은 연정의 고생하고 있을 모습이 떠올라 목이 메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연정이 안겨오면서 조용히 자신의 심장소리를 듣겠다며 귀를 갖다 대던 목각이 들어 있는 왼쪽 윗주머니 쪽으로 손을 가지고 갔다. 정민은 목각들 때문에 약간 불록하게 튀어 나온 주머니위에 손을 댄 채로 가만히 있으면서 연정의 숨결을 생각해내려고 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정민은 자신도 모르게 그 자세 그대로 잠이 들었다.

정민이 잠이 들고 두 시간이 지났을 때 그의 손에 눌려있던 주머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서서히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두 시간이 흘렀다. 정민은 마치 석상이 된 것처럼 꼼짝하지 않고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댄 자세로 잠이 들어 있었다.

그러는 사이 처음에는 겨우 반딧불처럼 미약했던 빛이 점점 강력해 지면서 손이 가리고 있고 낙하산을 덥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굴 안을 훤히 비추었다. 그러자 물 건너편에서 정민을 감시하듯 모여 움직이지 않던 갑충들이 갑자기 부산을 떨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정민이 불을 붙여 던져도 상관없이 달려들던 것들이 정민의 가슴 쪽에서 나오는 빛에서 벗어나려 도망하고 있었다. 불과 수십 초도 안 돼 그 많던 갑충들이 다 사라졌다.

이런 소동에도 불구하고 정민은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날 줄 몰랐다. 전민의 가슴 위에서 강열하게 빛나던 빛은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두 시간이 흐르자 빛은 완전히 사라졌다. 꼬박 여섯 시간에 걸친 변화였다.

정민은 꿈을 꾸었다. 연정이 자신의 가슴에 볼을 부비고 따뜻한 입김을 불어 놓으며 장난치는 꿈을 꾸었다. 연정이 결국 뜨거운 입으로 정민의 가슴에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정민은 왼쪽가슴에 뜨거운 느낌을 받고 눈을 떴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흡혈갑충을 생각해내고 기겁을 하며 벌떡 일어나 자신의 왼쪽가슴을 보았다. 목각이 있어 약간 불룩하게 솟아있는 주머니만 보일 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정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 거렸다.

“후우, 뭐야 신경쇠약증에 걸린 것도 아니고 별것에 다 놀라네.”

정민은 단추를 풀어서 열고 주머니 안을 뒤적여 작은 목각 여섯 개를 꺼내는 순간 놀랬다. 전과는 다르게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 있었나? 스스로 빛을 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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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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