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가족이 있었습니다. 가난이 한스런 가족이었습니다.
아빠 다람쥐는 일했습니다. 열심히 일한 덕으로, 그리 잘살게 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다람쥐 가족은 제법 여유를 찾게 됐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다람쥐 가족은 아빠를 잃고 말았습니다. 낮이고 밤이고 일만하는 아빠, 아빠를 일터에 빼앗겨 버린 것입니다.
일요일도, 휴가도, 외식도 없습니다. 생일잔치도 그저 손님인 듯 아빠는 집 주변만 서성거릴 뿐입니다.
이제 다람쥐 가족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아빠 다람쥐로 하여 모두가 불행할 뿐입니다.
가을, 하늘이 무척 높아진 오늘- 며칠째 인터넷을 떠도는 다람쥐 가족 얘기가 가슴을 짓누릅니다.
그렇습니다. 아빠 다람쥐는 이제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렇고 우리가 그렇고, 주변이 그런 듯만 싶습니다.
딱이 아빠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라도 상관없습니다. 아니 맞벌이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렵고 힘든 요즘, 넉넉하지 못한 집이라면 누군가- 생계를 책임져야 할 어느 한쪽은 다람쥐 아빠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돈만 아는 엄마, 일밖에 모르는 아빠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맘이 있어도 안 됩니다. 가족들의 대화는 낯이 섭니다. 당황스럽고, 속이 상하고, 그래서 더 일에 매달릴 수도 있습니다. 어느새 사는 문화가 달라진 것입니다.
콘서트도 가고, 우아한 콘도 휴가와 그럴 듯한 생일파티에 익숙해 있습니다. 맨날 보는 TV에선 다 그렇게 합니다. 친구네 아빠 엄마는, 친구네 아내 남편은 다 그렇게 합니다. 품위 있고 멋있고, 생일 결혼- 가족축일을 거르는 법이 없습니다. 선물 하나도 격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가족 모두를 이해하고 잘못과 짜증을 삭여내는 유머가 있습니다.
돈만 아는 엄마! 엄마를 사 주세요.
일에 빠진 아빠! 아빠를 찾아 주세요.
다람쥐 가족은 불행합니다. 미움과 불평, 그리고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서로를 황폐화시킵니다.
다람쥐 가족 얘기는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꼭 우리 얘기인 듯만 싶습니다.
그러나 이 가을, 수확을 준비하신 당신은 그렇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들판에서 공장에서 거리에서 그 긴 폭염을 이겨 오신 당신은 훌륭합니다. 흔한 여행 한번, 휴가 한번, 변변한 외식 한번 못했다지만 오늘 당신의 어깨를 처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너무 분수를 지켜 답답한 당신, 바로 당신으로 하여 오늘 사회가 건강합니다. 당신의 노고로 하여 당신 가족이, 세상사는 모든 이들이 이만큼이나마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당신 가족은 다람쥐 가족이 아닙니다. 말이 없어도, 그리 보여도 그들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자랑스러워합니다.
‘일하는 게 즐겁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피곤하지 않다’는 말을 곧이 듣지 않습니다.
“다람쥐 아빠는 가족 곁을 떠나야 했습니다. 끝내 혼자, 쓸쓸이 길을 떠나야 했습니다….”
다람쥐 가족 얘기는 그렇게 끝을 맺게 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아닙니다. 당신의 가족, 아니 당신을 아는 모든 이들이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당신은 분명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입니다.
다시 쓰겠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가난한 다람쥐 가족이 있었습니다. 아내 다람쥐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집안 살림이고 애들 교육이고, 챙길 사이가 없습니다. 열심히 일한 덕에 살림은 조금씩 나아집니다. 엄마 다람쥐는 더욱 일터에 매달립니다.
불구남편은 아내가 안쓰럽기만 합니다.
“애들아, 음식물 하나도 남겨선 안 된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이 음식엔 엄마의 땀이 배어 있단다. 바로 이 음식이 우리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미래가 되고 희망이 되는 거란다.”
어린 딸은 방청소를 도맡습니다. 무뚝뚝한 아들은 엄마 일을 돕겠다고 나섭니다.
엄마는 힘이 납니다. 아들 딸이 고맙습니다. 밥 한 숟갈 귀히 여기는 남편이 감사하고, 남부럽게 키우지 못하는 아들 딸이 미안합니다.
다람쥐 가족은 행복합니다. TV와는 너무 부족한 살림살이지만 그들에게는 부족함도 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힘을 내십시오. 당신의 가족은 바로 당신의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