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대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2
8월17일 수요일 오후2시
강민아와 정웅기는 TV에서 계속해서 보내는 뉴스 속보를 보고 있었다.
정웅기가 머리를 흔들며 투덜거렸다.
“제길! 뭔 놈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이제는 우리나라도 테러에서 안전하지
못한 곳이 되어버렸군.“
강민아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정기자님은 저곳에 가보지 않으세요? 다른 신문사 기자는 이미 현장에 도착해서
기사거리 사진 찍느라 바쁠 텐데..“
그녀의 말에 정웅기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빨 다 빠진 잇몸 구경해서 뭐 합니까? 가봤자 아우성치는 사람들과 다 쓰러져가는
건물들의 잔해들 뿐 일 텐데...그것들 몇 장 찍고선 얼마나 큰 기사를 내겠습니까?
제대로 기사를 쓰려면 저 테러를 일으킨 놈이 누군지 무슨 목적인지 어떻게 우리나라에
온 건지 등을 알아내서 온 국민에게 자세히 들려주는 것이 진정한 특종이죠.“
“그래요? 그럼 정기자님은 알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 정웅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뭐 천재라도 됩니까? 방금 뉴스 보고 알았는데 어떻게 그걸 압니까? 더구나
테러라면 이미 1급 비밀정보로 취급되어서 국가정보원들이 개입되어 있을 텐데
그게 쉽게 알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럼, 정기자님은 저 기사를 포기하시려구요?”
“글세요. 이미 우리 신문사 기자들은 다 몰려갔을 텐데...뭐 나까지 갈 필요 있겠습니까?
우린 원래 계획대로 미스테리를 파헤쳐 보지요.“
“정말 우리가 ?는 것이 미스테리이긴 한 건가요? 계속 조사를 해오면서 느낀 건데
그냥 단순한 실인 사건들 중 하나가 아닐까요? 연결점도 없고 특별한 이유나 동기도
같은 것이 없어요.“
그녀의 말에 정웅기도 한숨을 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깊게 한 목음 빨아들이며 천천히 내 뱉으니 속이 펑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런 느낌 때문에 평생 담배를 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한림대를 나온 후 곧 바로 최근에 있었던 살인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한 것은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의 가족사항과 최근의 행적 등을 조사했다.
그리고 자살하지 않은 살인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성심 정신병원에 찾아갔다.
살인을 저지르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상 증세를 일으켜 정신병원에
가두어 둔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면회 접수를 받는 간호사는 그들의 말을 듣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가족이나 경찰에 관련된 분들 아니면 면회가 금지 되어있습니다.”
“저는 고려일보의 사회부 기잡니다.”
정웅기가 기자 신분증을 보여주어도 그녀는 계속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기자는 더욱 안됩니다. 죄송합니다.”
“그래요? 할 수 없죠.”
의외로 쉽게 뒤돌아서 나가는 정웅기를 보며 강민아가 의아스럽다는 듯 물었다.
“뭐예요? 그냥 포기하는 거예요? 기자 맞아요?”
그녀의 톡 쏘는 말에 정웅기는 실쭉 웃으며 말했다.
“안된다지 않습니까? 그럼 그냥 막무가내로 들어갑니까?”
그의 말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강민아가 중얼거렸다.
“뭐....그렇다기 보단...그냥...기자니깐...”
그녀의 모습을 보고 정웅기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말괄량이처럼 톡톡 튀지만 저렇게 어색해 할 때는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런 여자로 보였다.
잠깐 딴 생각을 한 정웅기는 머리를 흔들다 말했다.
“저도 면회가 안 될 줄 알고 있었어요. 그냥 한 번 접수 해 보러 갔던 거지.
확인차 말입니다. .... 따라와요!“
정웅기가 앞장서가자 뒤 쪽에 서있던 강민아가 손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다
바로 뒤 좆아갔다.
정웅기가 찾아 들어간 곳은 성심 정신병원 원장실이었다.
뒤 좆아 가던 강민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따라들어 갔다.
그들이 들어가자 바로 성심 정신병원 원장 김민규가 밝은 웃음으로 맞았다.
“어서 오게! 오랜만이야!”
정웅기는 밝게 웃으며 김민규의 손을 잡았다.
“선배님은 여전하십니다. 요즘 좋은 소식이 있다면서요?”
“어? 그거 비밀인데 벌써 퍼져나갔나? 병민이 이자식 한동안 입단속 하라고 했더니..”
“하하하, 좋은 소식은 알려야죠! 어디 병민 선배님 잘못입니까? 형수님의 임신 축하
드립니다.”
“하하하, 어쨌든 고마워! 내 집사람에게도 자네 말을 전하지.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바쁘신 기자나리께서 찾아오셨나?“
정웅기는 뒤 따라 들어온 강민아를 소개했다.
“여기 여자 분은 강민아라고 정신심리학 전공을 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제 학교 선배님이 이십니다. 인사들 나누시죠.“
정웅기의 소개에 둘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았다.
김민규가 정웅기 옆에 앉은 강민아를 살짝 보며 장난기 많은 목소리로 물었다.
“혹! 자네 장가가나?”
그의 물음에 강민아는 눈이 동그랗게 변했고, 정웅기는 기겁을 하며 손을 흔들어댔다.
“아이고! 선배님! 아닙니다. 하하하....그냥 서로 같이 조사하는 것이 있어서....”
정웅기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자 의심을 눈빛을 띄우며 김민규가 말했다.
“그래? 아님 말고! 헤헤. 강민아씨라고 했나요? 실례했습니다.”
김민규가 실없이 웃으며 사과하자 강민아는 재미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말했다.
“괜찮아요.”
이내 김민규는 정색을 하며 정웅기에게 물었다.
“자네가 그냥 오지는 않았을 테고 또 머리 아픈 일 부탁하러 왔지?”
그의 물음에 정웅기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헤헤, 선배 좋은게 뭡니까? 후배 좀 도와주십시오.”
“말해봐? 뭐야?”
그의 물음에 정웅기는 눈치를 보며 말했다.
“실은 이곳에 입원 된 환자 몇 명을 만나보고 싶어서요.”
“환자? 왜? 아는 사람이도 입원했어?”
“아니, 그게 아니라...뭐 좀 조사할게 있거든요.”
“흠. 취재차 왔다는 말이지? 안돼!”
“예? 선배!! 한 번만!!”
그러나 김민규는 단호히 잘라 말했다.
“안돼네.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함부로 외부인을 면회시키지 못해.”
“에이! 그러지 말고 이번에는 정말 중요한 일이라 그럽니다.”
정웅기가 간절하게 말하자 김민규가 물었다.
“누구를 면회하고 싶은데?”
“압구정동 옷가게 살인 사건을 저지른 박태성과 신림동 살인 사건의 한경애
그리고 역삼동 술집 살인사건 유진태가 이 곳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정웅기의 말에 김민규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들은 살인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이라 특별 구역에 입원된 환자라 함부로
외부인을 만나게 할 수 없는데.“
“저도 잘 압니다. 그냥 그들과 잠시만 대화를 나눌 수만 있으면 됩니다.”
옆에서 강민아가 도왔다.
“부탁드려요.”
그들의 말에 김민규가 말했다.
“그들을 만나도 아무 말도 듣지 못할 거다.”
“무슨 소리죠?”
김민규는 경직된 표정으로 신중하게 말했다.
“솔직히 갑작스럽게 우리 병원으로 호송된 그들을 보고 나도 놀랐다.
그들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이지를 상실해 있었어. 정신적인 문제 보다도
무엇인가에 꼭 홀린 듯 보이더군. 그리고.....악마의 얼굴을 그리라면 난 그들을
그릴 것 같아....“
신중하게 말하던 김민규는 갑자기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정신병원을 하면서 수없는 정신병자를 보았지만 그들을 보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사람이 과연 저렇게 무섭게 변할 수 있는지....“
김민규의 말을 들으며 정웅기와 강민아가 놀랐다.
김민규가 계속 말을 이었다.
“네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도 지금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살인 용의자다 보니
병실을 경찰들이 지키고 있고, 내가 외부인을 면회 시켜준 것을 경찰이 알면
나도 좋지 못하거든.“
심각하게 말하는 김민규를 보고 정웅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선배! 그렇게 선배에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네요.”
그의 말에 김민규가 한 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흠! 그들을 면회 시켜줄 수는 없으나 그들의 상태를 보여 줄 수는 있다. 녹음된
비디오 테이프도 있고 각 실을 모니터로 관찰하고 있으니...뭐 그 정도는 보여줘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군.“
그의 말에 정웅기와 강민아는 밝은 얼굴이 되었다.
“선배! 고마워요. 나중에 내 한 잔살께요.”
“자식! 그래 바쁜 기자한테 한번 얻어먹어보자. 하하하”
말을 마친 김민기는 사무실 책장에서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곧 바로 비디오에 테이프를 꽂고 틀었다.
“이 테이프는 처음 그들이 들어 와서 검사를 받을 때 찍은 거야.”
그의 말을 들으며 화면을 보았다.
김민기가 화면에 환자복을 입은 청년을 보며 말했다.
“저 친구가 옷가게 살인 사건을 저지른 박태성이야.”
화면에는 조그만 병실에 젊은 청년 하나가 침대에 묶인 채 으르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화면이 그 청년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잡자 정웅기와 강민아는 그 놀라서 자신들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아니!! 저...저...”
그들의 놀란 모습을 본 김민기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사람의 얼굴이 아니지?”
그랬다.
화면에 잡힌 박태성의 얼굴은 흡사 괴물과 같았다.
두 분은 푸른색으로 물들어서 광채를 냈고 가지런히 자랐어야 할 치아가
날카롭고 비정상적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마치 엑소시스트 영화에 나오는 악령에 걸린 소녀의 얼굴과 너무 비슷했다.
“맙소사! 사람 얼굴이 어떻게 저렇게 변할 수 있지요?”
놀람에 찬 강민아의 질문에 김민기도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처음엔 원래 선천적으로 기형아적으로 태어났는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경찰의 말을 들어보니 처음 경찰에 잡혔을 때만 해도 정상적인 모습이었는데
이곳으로 호송도중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더니 얼굴이 저렇게
변했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얼굴만 그런 것이 아니예요.“
그의 말에 이번에는 정웅기가 물었다.
“뭐가 또 이상한가요?”
“보게! 자세히 보면 몸 곳곳에 기다란 푸른 털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네. 마치
원숭이와 같이....그리고 손가락도 비 이상적으로 길어지면서 손톱이 날카롭게
보이지 않나?“
김민기의 말에 화면을 자세히 응시하던 정웅기는 놀라며 말했다.
“아니! 사람이 어떻게......”
심각한 어조로 김민기가 말했다.
“사실, 자네에게 이것을 보여줘서는 안되는 것이네. 경찰도 이런 상황에
당황해서 뉴스나 신문에 공개되길 꺼리고 있어. 그래서 급하게 정신병원에
가둔 거지. 만약 이게 신문에 나간다면 아마 국민은 충격에 휩싸일 거야.“
정웅기는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요?”
“보게!”
김민기가 비디오를 빨리 돌리더니 한 지점에서 멈추고 플레이 시키자 다른 화면이
나왔다.
“저 여자는...한경애?”
“맞아!”
화면을 본 강민아는 자신도 모르게 정웅기의 팔을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흉직하게 변하죠?”
화면에 나타난 한경애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
기다란 머리를 산발한 채로 푸른 눈빛을 반짝이며 울부짖는 여인의 모습은
흡사 천년묵은 구미호를 보는 듯 했고, 너무나 무섭고 끔찍했다.
만약 핏물이라도 뚝!뚝! 떨어진다면 무슨 공포 영화를 상영하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결코 분장된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닌 실사니
놀라고 당황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디오는 계속 돌아가 호프집 살해 사건의 유진태까지 보여주었다.
그 역시 앞의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모두가 마치 무슨 전염병에 걸린 듯 똑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충격을 받은 정웅기가 담배를 입에 물며 물었다.
“선배님! 사람이 저렇게 변한다는 것은....불가능 한 일이지 않습니까?”
그의 물음에 김민기는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지. 결코 상식선에서는 저렇게 사람이 변할 수 없지. 더구나 세 명 모두
똑 같은 증세를 보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병이 아니고서는..“
“그럼! 저들은 병에 걸린 겁니까?”
김민기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모르겠네. 우리는 저들을 이미 정밀 검사를 해봤어. 그들에게서는 그 어떤
약물도 발견되지 않았고...병적인 증후도 발견하지 못했어. 아니 오히려 너무
건강하고 강인한 육체더군. 잘 못하면 우리 간호사 두 명이 죽을 뻔 했거든.
힘이 어떻게 세던지 마취제를 두 방이나 놓고선 잠들었다니까.“
“경찰들은 뭐랍니까? 어떻게 한다는 말이 없습니까?”
“경찰들도 지금 내부적으로 당황하고 있는 눈치더군. 살인범을 잡긴 했는데
그들을 공개할 수도 없고 더구나...살인자들이 갑자기 이상한 모습으로 변했으니
당연한 거지. 그들은 일단 저들을 관찰하며 지켜보자는 쪽인 것 같아.“
김민기는 갑자기 정웅기가 자신을 찾아와 저들을 보여 달라고 한 것 더욱 궁금했다.
“자네는 무슨 짐작이라도 하고 저들을 만나려 한건가?”
“아니요. 요즘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이상하게 생각되 조사하던 중에 이곳까지
오게 된겁니다.“
“역시 기자적 육감을 가지고 특종을 잡으려는 거군.”
김민기의 칭찬에 정웅기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후후. 육감은...무슨...그것 보다 저들을 정밀 검사한 결과를 잠시 볼 수 있을 까요?”
“왜? 특별한 것은 없던데...”
“어디까지 정밀 조사를 했죠?”
“피를 뽑아서 약물검사와 병균에 의한 감염 검사등 여러 가지를 했지.”
“음, 혹! 머리 검사는 해봤습니까?”
“아니! 뇌파 검사는 해봤지만 그 밖의 다른 것은...”
“엑스레이는 찍어 봤을 거 아닙니까?”
“잠깐! 여기 기록부가 있으니 찾아보지. 갑자기 들어 닥친 환자들이라 바로 조사 할
수는 없었어. 이렇게 그나마 빨리 검사를 한 것도 경찰의 재촉과 희귀 환자라서
서둘렀던 거니. 아직 몇 가지는 실험실에서 올라오지 않은 것 같군. 아! 여기 있군.“
김민기는 이내 엑스레이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다른 곳은 멀쩡하니 찍을 필요가 없어 머리만 찍었군. 머리에게 충격을 받은 것이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
엑스레이 사진을 유심히 보던 김민기가 말했다.
“이건 일반 엑스레이라 뇌까지 관찰은 안돼. MRI로 찍어야 정확히 뇌를 파악 할 수 있거든
아직 그것 까지는 검사하지 못했어. 경찰 내부에서도 우왕좌왕하는 것 같아 함부로
검사한다는 것도 힘들거든.“
“그래요? 저는 잘 몰라서 그런데 선배님이 보기에 머리부분이 크게 이상있어 보이지는
않습니까?“
“글세. 특별히 이상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군. 단지, 이쪽 골격이 좀 부운 것 같아.”
그가 가리키는 곳을 강민우는 보았지만 다른 곳과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그래요? 그곳은 어디 부분이죠?”
“음, 이쪽은 전두엽 부분에 포함된 곳이지 이 부분은 시상하부에 관련된 부분이기 하고..”
김민기는 엑스레이 사진의 부분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그럼, 혹시 전두엽이나 시상하부 쪽에 이상 있는 것 아닙니까?”
“글세, 이 것 가지고는 모르지 더욱 정밀 촬영을 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음...그렇군요.”
“그런데 갑자기 왜?”
“아니요. 이들이 병적 질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전염병적 징후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약물투약에 의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모두 저렇게 비슷할
수 있을까요?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러게...나도 잘 이해가 안되는군. 가끔 저런 사례가 보고 된 적은 있긴 했지만 이렇게
심한 경우는 못 봤어.“
“저런 사례요? 어떤 경우였는데요?”
“예전에 몇 번 귀신에 빙의 되었다는 사람들을 관찰 한 적이 있어. 그때 그들의 뇌가
좀 비이상적으로 반응했던 부분이 좀 비슷하군...
그래도 저들처럼 저렇게 심하지는 않았는데....하여튼 요즘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니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강민아는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저어 혹시, 저 환자들 뒷목에 푸른 반점이 있지 않던가요?”
김민기가 놀라며 말했다.
“어? 미란씨가 어떻게 그걸 알죠?”
정웅기는 섬짓한 기분을 느끼며 다시 물었다.
“정말입니까? 선배? 그들 뒷목에 푸른 반점이 있었어요?”
“어. 나도 그게 내내 이상해서 피부도 조사해보고 피도 조사해보고 해도 아무
이상 증후가 없더라구. 몇 가지 현상이 같이 일어났다면 이건 꼭 전염병 같잖아...
그런데 그 환자와 접한 사람들은 아무 이상이 없으니....무슨 병인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정말 모르겠군.“
정웅기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최근에 이틀 사이에 일어난 살인사건이 총 9건이 있었는데 그중 살인사건 용의자
6명은 자살하고 3명은 경찰에 붙잡혔어요. 그런데 3명 모두 정신병원에 정신이상자로
입원해 있고요, 또한 최소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4명이상은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어요.
나머지 5명은 아직 확인을 해보지 않았지만 아마 같은 증상이 아닐까 생각돼구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하지요?“
그의 말에 김민기나 강민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김민기가 물었다.
“세 명은 여기 입원해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한명은 누구지? 누가 또 저들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거야?“
“H아파트 살인 사건 후 자살한 박민수, 그의 해부를 담당한 백병욱 박사를 만났어요.
그의 말로는 박민수의 뇌가 보통사람보다 비이상적으로 갑자기 발달되었다더군요.
특히, 전두엽 부분과 시상하부 쪽이 이상스럽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의 뒷목에도
푸른 반점이 있었고요.“
정웅기의 말을 들은 김민기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이건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란 말이네. 어쩌면 저들은 정말 병에 걸렸을 수도
있겠군. 그런데 무슨 병이지? 저런 희귀한 증세는 처음 보는 건데.“
“전염병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글세, 지금으로서는 전염성은 없는 것 같은데. 가족들은 어떻지? 그리고 보니...
저들이 이곳에 입원한 후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더군. 모두 가족이 없지는
않을 텐데.“
“그래요? 흠, 일단 더 조사해봐야 겠네요. 그리고 그들의 가족도 만나서 저들이
사건을 벌이기 전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도 알아봐야하고 그러다보면 의문점이
풀리겠죠.“
정웅기의 말에 김민기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자네 바로 기사화 할 건 아니지? 이 내용이 외부로 노출되면 경찰에서 난리칠지도
모르거든.“
정웅기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걱정 마세요. 선배! 일단은 더 자세히 조사한 후 결정 할 거니 그리고 선배에게
피해 안가도록 알아서 쓸테니까요. 고마워요 신경써줘서.“
“하하하, 고맙긴 사실 나도 저 사람들 보고 많은 의문이 들었거든. 자네가 조사해서
내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면 나도 좋은 거 아니겠어. 하하하“
“그럼 가 볼께요.”
강미란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수고하세요.”
“예.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하하하”
김민기의 말에 강미란의 머리에 의문 부호가 몇 개 떠올랐다.
‘좋은 소식? 사건 해결 소식?’
이내 김민기가 정웅기를 보고 눈짓을 해대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훗! 정말 웃긴 분이네.’
김민기의 좋은 소식이란 정웅기와 잘 사귀어 보라는 의미있는 말이었던 것이다.
정웅기는 갑작스런 김민기의 말에 어색해하며 바로 사무실을 나왔다.
성심 정신병원을 나오며 정웅기가 중얼거렸다.
"뭔지 모르겠지만...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강민아가 중얼거렸다.
“마치 살인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요?”
“바이러스? 살인 바이러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