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부.
# 서울역 근처
공중전화 박스... 줄을 기다리는 현.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때 지나가는 소녀. 바로
그녀다. 늘 혼자 다니는 그녀, 현은 몰래 그녀의 뒤를 따라간다.
# 종로 어느 까페
성재: 그래서? 집에까지 따라갔어?
현: 4호선 타고 수유역에서 내리더라. 그냥 왔어. 갑자기 바보가 된듯한 느낌이 들더
라구. 한심하기도 하고.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네가 봐도 한심하지?
성재: 그래. 한심하다.
현: 뭐라고?
서로 때리고 장난을 친다.
성재: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놔. 벙어리 냉가슴 앓듯 그렇게 있지 말고, 말꺼내기
힘들면... 음.. 쪽지에 네 생각을 적어서 주던가....
현: 그럴까? 아휴... 모르겠다. 내마음을... 내가 왜 그여자애한테 그런 감정이 생기
는지. 그건 그렇고 우리 무슨 영화 볼래?
# 종로 거리
영화를 보고 나온 둘은 분비는 사람들 틈을 걸어다니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주로
현이 얘기하고 성재는 웃어주는 편이다. 활기찬 종로 거리... 그 거리를 다정스럽게
걸어가는 현과 성재. 둘은 한참을 걷다가 탑골 공원으로 들어가 쉰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모습. 주로 노인들이 눈에 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어린 꼬
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성재와 현. 오월의 햇살이 눈부시다...
[성재야.]
[응?]
머뭇거리는 현...
[왜그래? 뭐 할말 있니?]
[이런말 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나 요새 좀 힘들어... 외롭기도 하고...]
심각한 표정의 현...
[그래?]
[에이... 괜히 얘기한 거 같다. 그만하자. 안들은 걸로 해.]
[괜찮아... 그런 얘기도 할 수 있는 거지 뭐... 배고프지? 우리 롯데리아에 가자. 내
가 햄버거 사줄께...]
== 한 쪽 어께에 가방을 맨 현이 모습이 축 쳐져있다. 현... 재수생이란 딱지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하여튼... 나란 놈한테도 친구가 있다니... 이런 얘기를 하는...
성재: 난 야구 보는 거 좋아해. 넌?
현: 나도...
성재: 난 엘지팬인데. 김상훈,김동수 팬이야...
현: 나도 엘지팬인데. 우리 다음에 야구장 갈래?
# 잠실 야구장
치어리더와 응원단장. 그리고 고비때 나오는 엘지 아저씨의 응원에 맞춰 열심히 응원
하는 현과 성재.
현: 도서관에 쳐박혀 공부만 하다가 이런 곳에 오니까 좋다. 맘껏 소리 지를 수도 있
고...
성재: 엘지가 이기니까 더 좋고 말이야... 잠깐...
판매대에 가는 성재... 주머니 여기저기에서 꼬깃꼬깃 접혀진 입장권을 꺼내어 점원에
게 준다. 그리고 싸인볼을 받는다.
성재: 입장권 지난 거 열장 모아서 가지고 오면 공짜로 사인볼 하나줘.. 자... 가져.
김동수 싸인볼이야...
현: 진짜 나 주는 거니? 고마워...
성재: 참... 그애하곤 잘되니?
현: 누구? 응... 아니 아직... 기회를 보고 있는 중이야.
# 성재의 집
집에 돌아온 성재... 이모가 와 계신다.
[엄마는?]
[시장 갔어. 그나저나 어떡하니? 큰누나는 시집 간다고 저러고 있지. 네 학비가 걱정
이다. 쳇... 네 아비라는 작자는 뭐라고 그런 줄 아니? 야간대도 대학이라고 들어갔냐
는 거야... 학비는 대주질 못할 망정 어떻게 그런 소릴 지껄일 수가 있니... 얘비가
되서 말이야... 세상에 기가 막혀서...]
아무말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간 성재...
TV를 켠다. 마침 스포츠 뉴스 시간이다.
# K대학
학교가 고지대에 있어 버스정류장에서 학교까지 마을 버스가 다닌다.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성재.
창밖으로 선애의 환한 모습이 지나간다. 밤 늦은 시간인데 학교로 올라오는 선애.
서로 잠깐 눈이 마주친다. 버스가 잠시 정차한 순간이다.
그때 한 남자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다. 버스가 떠난다.
선애가 손을 흔든다.
성재는 멀어지는 선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 성재의 방
슬픈 음악이 흘러나온다. 퀸의 러브 어브 마이 라이프...
== 집엔 지금 나혼자다. 오늘 외할머니댁에서 외가 식구들이 다 모이는 날이다.
그래서 나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
난 혼자가 좋다.
혼자 이렇게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들을 수 있는 이시간이 좋다.
방바닥에 누워 천정을 보는 성재. 옆에는 잡지책 한권이 놓여져 있다.
# 남산 도서관
혼자 열심히 공부하는 현. 시계를 본다. 점심시간이 다 되간다.
== 오늘은 왠지 혼자 밥을 먹기 싫다. 혼자 밥을 먹는 생활에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늘 그런 모습이 궁상 맞아 보인다. 그래, 성재에게 전화를 하자. 성재는 집에 있겠지.
..
공중전화로 다가가는 현.
# 남산 도서관 지하식당
국수를 먹는 현과 성재.
[자다 나왔니?]
[응...]
[눈꼽좀 떼라...]
==평소 말이 없는 성재. 그속엔 무엇이 들어가 있을까?
하여튼 성재가 옆에 있으니 고맙다. 적어도 누구에게 전화를 할까 망설이지 않아도
되니까...
# 다시 도서관 열람실
열람실에서 종일 이어폰을 꽂고 엎드려 잠만 자는 성재...
# 남산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저녁무렵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
바람이 몹시 부는 늦여름날...
현과 성재는 그 계단을 내려온다.
성재가 계단을 내려오다 주춤 넘어지려 한다.
이때, 손을 내미는 현. 성재, 현을 한번 쳐다보고 그의 손을 잡는다.
노을이 지는 저녁 풍경과 함께 어울려지는 장면... (슬로우 모션 처리)
==현의 손을 잡았다. 친구가 내민 손.
그러나 난 엉뚱한 생각에 사로 잡힌다.
그도 혹시...
아니다.
위험한 상상이다.
# 현의 고시원
10월 달력을 찍는 현.
한참 달력을 쳐다본다.
그리고, 초조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워 문다.
[야! 김현 뭐해? 응?]
[공부하니? 당구치러 갈래?]
[그럴까?]
그의 친구들이 그를 부른다.
# 종로 서적앞
==현을 기다린다. 그가 드디어 그녀를 만난다.
내가 시킨대로 쪽지를 건네준 것이다.
현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현이 나타난다. 그러나 현의 모습은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옷차림이 아니다.
늘 입고 다니는 낡은 청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때이른 황금색 솜잠바.
부시시한 머리와 덜 깍은 턱수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성재.
[왜그래? 내얼굴에 뭐 묻었니?]
[아니]
[근데 왜그래 임마]
[오늘 무슨 약속 있는 건 알고 있겠지?]
[그럼,... 자다 보니까 금새 시가닝 이렇게 된거 있지.
어때? 그래도 이만하면 멋있잖아.]
# 종로 어느 까페
현과 성재. 커피도 안 시킨 채 약속 시간을 기다린다.
[야, 시간 됐다. 좀 있다 내가 그애와 들어오면 어떡할래? 같이 놀까?]
[됐어. 둘이 데이트 하는데 내가 끼면 눈치 없는 놈 되는 거지. 됐어.
들어오는 거 보고 그냥 갈꺼야.]
[아휴... 그런데., 왜 이렇게 떨리지?]
웃는 성재.
그러나 현이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표정은 어두워진다.
얼굴을 손에 기댄채 창가에 시선을 두고 있는 성재.
가을도 다 가고 있는지 낙엽하나가 썰렁하게 떨어진다.
잠시후... 들뜬 기분에 입안 가득 미소를 지어 보이며 현이 나타나고
뒤따라서 그녀가 나타난다.
성재에게 눈짓을 보내는 현.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 쪽으로 나가는 성재.
현과 그녀가 앉은 테이블을 스쳐지나간다.
문을 열고 밖에 나오자 차가운 바람 한 줌이 그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린다.
힘없이 발걸음을 내딛는 성재. 레코드 가게에 들어간다.
그 때 흐르는 음악.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