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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소설] 키다리아저씨 이야기

전선인간 |2004.11.22 06:08
조회 1,484 |추천 0

# 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택배원 이야기를 아직 마무리를 못했더라구요. ㅠㅠ. 이번주내에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가족분들도 가끔 그냥 의미없는 댓글이라도

소식 전해주세요 궁금합니다.^^ 늦가을 초겨울 바람 조심하세요 

 

짧은 소설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



“아저씨 나두........,”

 

“난 노란색 풍선 줘요”

 

“난 솜사탕요”

 

11월! 이제는 쌀쌀한 날씨가 밉살스러운 바람을 불어대는 일산 호수공원의 한쪽으로

삼삼오오 아이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해맑은 아이들의 양 볼을 가볍게 붉게 만드는 바람이 미워서일까? 하늘은 마치

5월의 그것처럼 높고 푸르르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그마한 양손을 하늘을 향해 뻗친 채

그대로 태양이 뿜어내는 온기를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들의 눈엔 하늘꼭대기에 닿을 듯 한 높은 키를 자랑하는 한 사람이

위태위태 구부정 허리를 굽혀 아이들의 손에 형형색색의 풍선과 솜사탕을 나눠주고 있었다.

 

“맛있어?”

 

“네. 마치 토끼의 간처럼 맛있어요.

 

풍선과 솜사탕을 나눠주던 그는 하얗게 그리고 크게 부풀어진 손을 한 아이의 머리에 대고 쓰다듬으며 마치 솜사탕의 겉 표면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빨갛고 노랗게 색칠한 그의 얼굴이 색종이 같았는지 아이는 앞으로 길게 맨 청색 멜빵 바지 주머니 속 풀을 꺼내어 그의 뺨에 풀칠을 하기 시작했다.

 

“토끼의 간?”

 

“네 토끼의 간요. 쉿 이건 비밀인데 아저씨만 아셔야 해요?

오늘요. 제가요. 유치원에서 토끼와 거북이 그리고 용왕님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토끼의 간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 글쎄 용왕님이 거북이보고 토끼 간을

꺼내오라고 했다지 머예요! 그니까 이 솜사탕은 토끼 간만큼 맛있는 거죠“

아이는 오늘 유치원에서 별주부전의 이야기를 들은 듯하다.

병을 낫기 위해 토끼의 간을 먹어야하는 용왕의 절박함을 토끼의 간이 너무나 맛있는 것이기 때문에 먹고 싶어 한 것이라 생각하는 어린 아이들의 유연하고도 순수한 사고에

그는 다시금 미소와 더불어 왼쪽 손아귀에 쥐고 있던 분홍색 솜사탕을 아이에게 하나 더 건네어 쥐어주었다.

 

“자! 그럼 이건 맛있는 토끼의 간처럼 붉은 분홍색 솜사탕이요!”

 

“아이 좋아! 난 그럼 용왕님이시다. 에헴”

 

아이는 뜻하지 않은 솜사탕 선물이 너무나 기쁜 듯 그 오밀조밀한 붉은 입술로

한 손에 쥔 하얀 솜사탕을 이내 다 먹어버린 후 분홍색 솜사탕 막대를 받아들곤

들썩 들썩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히히 아저씨 고맙습니다. 자 이건 선물요.”

 

아이는 계속 좌우로 고개를 흔들며 풀칠을 해둔 그의 왼쪽 뺨에 주머니 속에서

꺼낸 별모양의 노란색 딱지 하나를 붙였다.

 

“응?”

 

“히히 이거 참 잘했습니다. 딱지인데요. 아저씨가 참 잘해서 붙여주는 거예요.

이거 다섯 개 모으면 선물도 주고 그래요. 그니까 다음에도 또 잘하면 붙여 드릴 게요“

 

“어? 그래? 그럼 이거 다섯 개 붙이면 아저씨한테도 선물 주는 거야?”

 

“으음....... 응! 아저씨가 이거 다섯 개 붙이면요.

제가 곰돌이 그려진 공책하나 줄게요. 생일날 받은 건데 되게 비싼 거예요.

그니까 응 아저씨 담에도 또 풍선이랑 솜사탕 많이 줘야 해요? 알았죠? “

 

“하하 응 그래!”

 

“그럼 키다리 아저씨 안녕”

 

이제는 돌아가야 할 서글픈 오후의 시간이 되었는지

아이는 그렇게 그와 한참을 이야기 하다. 엄마의 손을 잡고 귀여운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의 손에 쥐어져있던 형형색색의 풍선들과 달콤한 솜사탕들이

모두 떨어진 것을 발견한 다른 아이들도 그의 곁에서 하나둘씩 떠나가기 시작했다.

이제껏 즐겁고 커다란 웃음 짓던 그도 지금 이순간만은 아쉽고 외로운지

더 많은 풍선과 솜사탕을 가지고 나오지 못하는 자신의 한정된 작은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다 씁쓸한 웃음을 시익하고 웃어본다.

 

 

 

“저기 돈은?”

 

아이들이 곁을 떠나간 그의 허리춤 아래에서 한 30대 중반의 말쑥한 남자가

검은 색 장지갑을 꺼내어 든 채 자신의 아이들이 받아든 풍선과 솜사탕의 값을 지불하기 위해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것보다 좀 도와주시겠어요?”

 

“네?”

 

그는 지갑을 꺼내들고 있는 남자의 어깨위에 커다란 흰 손을 올린 후 끄응 하고 몇 번의

힘든 소리를 낸 후 남자의 어깨에 기댄 채로 그의 커다랗고 긴 형광색의 줄들이 들어가 있는 흰 바지를 벗었다.

저물어가는 태양 빛 그리고 여전히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사이로

흰색 반바지를 입고 있는 그의 두 다리가 보였다.

키 큰 어릿광대의 복장을 하기위해 1m 5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듯 한 목발을 신고 있는

그의 다리. 그의 오른쪽 다리의 잘 발달된 근육들은 키다리 어릿광대의 생활이 결코 짧은 몇 달간이 아닌 몇 년은 족히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의 왼쪽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지금 자신이 신고 있는 목발의 나무처럼 가냘픈, 근육이라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일자형의 왜소한 다리는 그의 튼튼한 오른 다리와는 달리 지금 불어오는 늦가을의

쌀쌀한 바람조차 견디지 못하는지 조금씩 떨고 있었다.

그제서야 30대 남자는 그의 걸음이 왜 그렇게 위태위태하였는지, 그저 웃음을 주기 위해

비틀 거리는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걸음이 왜 그렇게 자신에겐 우습지 않고

마음 한 곳을 저미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왜 이런 다리로......,?’라는 질문을 채 떠올리기도 전에 그가 긴 목발에서 내려온 후

한쪽 벤치에 놓여있던 장애인용 목발을 다시 집어 들었다.

 

“우습죠? 목발에서 내려오자 말자 다시 목발이라니.......,”

 

너무나 태연히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을 건네어 오는 그 앞에 이 남자는 그저

‘아, 아니요 ’ 라는 상투적인 말밖에 건넬 수 가 없었다.

머릿속엔 분명 무언가 다른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은 데 무언가 더 가슴속 깊은 곳에서

따뜻한 말을 꺼내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 데 그런데 막상 그를 위해 해줄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자신보다 오히려 더 여유로워 보였으니까.......,

주섬주섬 키다리 어릿광대의 분장을 분주히 챙긴 그는 얼굴의 분장은 지우지도 않은 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저기 솜사탕이랑 풍선 값은?”

 

왜 이런 말 밖에 할 수 없을 까? 30대 중반의 남자는 더 이상 그 어떤 단어도 생각나지 않는 자신의 멈춰버린 심장을 가슴 속으로 채찍질 하며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계속해서 장지갑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하나하나씩 더 꺼내어

들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그에게 고마움과 위로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기에......,

그러나 자신도 알고 있었다. 지금 이 행동 어쩌면 그에게 더 큰 상처가 되리라는 것도

그가 한 쪽엔 목발을 그리고 나머지 한 쪽엔 어릿광대의 분장도구를 챙겨든 채

이 남자의 앞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얼굴 가까이로 보다 더 가까이 마치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남자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혹 그가 상처를 받아 무슨 말이라도 할까봐 미안한 마음에

주눅이 들어있었고 그는 그런 남자의 눈앞에서 갑자기 크게 온 얼굴의 주름을 최대한 잡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왼쪽 뺨에 붙어있는 노란색 딱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풍선이랑 솜사탕 값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또 보세요. 전 이미 충분한 값을

지불 받았는걸요.”

 

“그렇지만 왜? ”

 

남자는 한 손에 만 원짜리 지폐들을 그대로 든 채 결국 다시 그에게 묻고 말았다.

 

“저는요. 저는 꼭 키 작은 사람들의 키다리 아저씨여야만 하거든요. 그래야만 하거든요.

씨익, 선생님 저기 아이들이 기다리네요. 어서 가보셔야죠? “

 

그는 오히려 남자에게 아이들이 기다린다는 걱정의 말까지 건넨 후 천천히

아이와 함께 그를 지켜보고 있는 한 가족의 시선을 뒤로 한 채로 절름거리지만 결코 삐뚤지 않은 발걸음으로 조금은 쓸쓸히 가슴에 지기 시작하는 태양의 아래로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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