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신들은 아무말이 없었다. -3
그는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이내 그녀의 뒤를 쫒았다.
안으로 들어 간 그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실내는 위쪽의 신전들과 판이하게 틀렸다.
마치 무슨 커다란 실험실처럼 수 십 개의 방들이 나뉘어져 있었다.
방들의 상부는 두꺼운 유리로 벽면이 되어 있어서 고개를
들면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수 십 명 이었다.
방마다 수 십 명의 사람들이 각종 실험기구와 기계들을 보며 무엇인가 연구하는 듯 보였다.
다행히 그들은 연구에 집중하고 있어서 정웅기와 강민아가 들어왔는지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웅기와 강민아의 복장은 신도들이 입던 초록색이라 눈에 금방 들어왔다.
구석에 숨어서 사람들을 관찰하던 정웅기가 엎드려서 조용히 한 쪽 실험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강민아가 뒤 쫒으려 했지만 정웅기는 오지 말라고 손짓을 해댔다.
잠시 후, 정웅기는 연구원들이 입은 흰 가운을 두벌 가지고 나오며 씩 웃었다.
그들은 초록색 옷을 벗어서 한 쪽에 숨기고 흰 가운을 걸쳤다. 그리고 어색한 걸음으로
실험실을 지나치며 무슨 연구를 하는지 훔쳐보았다.
처음에는 옷을 바꿔 입어도 알아챌까 두려웠는데 그들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험실들을 구경하며 그들이 본 것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각종 동물들의 생체 해부하는
모습이나 의약품들을 정제하는 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망스런 얼굴로 두리번거리던 강민아를 정웅기가 잡아끌었다.
“저 쪽으로 갑시다. 저 쪽은 모두 실들이 닫혀있는 것이 중요한 곳인 것 같은데.”
그들은 주위를 살피며 실 안 쪽의 복도를 따라 갔다. 기다란 복도 양 쪽으로는
수 십 개의 문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모두 잠금장치가 되어있었다.
그중 M-1으로 적혀 있는 문 앞에 서며 정웅기가 말했다.
“카드키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이걸 어떻게 열지?”
그의 말에 강민아가 샐쭉 웃으며 흰 가운 주머니에서 금색카드를 꺼내들었다.
“혹시....이거면 안될까요?”
“그건 어디서 났어요?”
“여기 주머니에 들어있던 데요? 호호.”
그녀는 웃으며 금색카드를 잠금장치에 밀어 넣었다.
띠릭!
간단한 음량이 울리며 잠금장치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주위를 다시 한번 확인 후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실내에 들어선 강민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허흡!”
정웅기 역시 경악으로 눈이 커다랗게 변하며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떻게....이런 일이...”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커다란 시험관들이었다.
십 여 개의 시험관 속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있었다.
그들은 시험관 안의 이상한 용액 속에서 죽은 듯이 서 있었는데 마치
생체실험을 당하는 듯 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어른들도 있었지만 어린아이들의 모습도 보인 것이다.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그들의 신체에는 붉은 선 같은 것이 수 십 개씩 꽂혀있었는데 무척이나 끔찍해 보였다.
놀란 강민아가 시험관 앞에 서서 말했다.
“어떻게...사람을 이렇게 할 수가 있죠? 도대체 이 종교 집단은 뭐하는 곳인데 어린아이들
까지 저렇게 끔찍한 실험을 하는 거죠?“
정웅기도 무어라 말하고 싶었으나 할 수가 없었다.
강민아가 실험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들의 끔직한 만행을 세상에 알려야 해요.”
그녀의 말에 정웅기도 고개를 끄덕이며 디지털사진기를 꺼내들었다.
“민아씨는 저기 서랍을 뒤져봐요. 문서자료 같은 것이 없나. 난 사진을 찍을 게요.”
그의 말에 강민아는 구석에 나열된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고 정웅기는 디지털 카메라로
시험관의 끔찍한 광경을 찍기 시작했다.
서랍을 뒤지던 강민아가 갑자기 정웅기에게 달려왔다.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저기 저 문 뒤쪽에서”
정웅기는 북쪽 벽에 있는 문을 보고 말했다.
“그래요? 무슨 소리가?”
강민아는 고개를 흔들며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정웅기는 문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이 안쪽도 무슨 실험실 같은데...”
그는 문 안 쪽에서 무엇인가 긁는 것 같은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리자 손잡이를 잡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강민아는 긴장된 얼굴로 그의 뒤를 쫒으며 물었다.
“뭐지요? 뭐가 보여요?”
그러나 방 안쪽으로 들어간 정웅기는 아무 대답이 없다.
정웅기의 대답이 들리지 않아 강민아는 두려움에 떨며 다시 불렀다.
“정웅기씨!”
역시나 부름에 대답이 없자 강민아는 걱정이 되어 방안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그녀가 방안으로 들어가니 앞 쪽에 정웅기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정웅기가 멀쩡하게 있으면서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화가 나서 소리치며
다가갔다.
“뭐예요? 사람이 걱정되게.........아....악!!”
그러나 그녀는 정웅기에 대한 불만을 다 털어 놓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어떻게....”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투명한 유리창 안 쪽에서 푸른 눈을 반짝이며 노려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모습은 끔찍했다.
남자 두 명과 여자 세 명이 투명 유리창에 모두 나체로 갇혀있었는데 남자 한명은
팔이 하나가 떨어져 나가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남자의
팔을 또 다른 남자가 들고서 아작아작 씹어 먹고 있는 것인 아닌가.
더욱 끔찍한 것은 여자들 쪽이었다.
여자 한명을 두 명이 잡고서 물어뜯어 먹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 두 명이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 뜯어대자 쓰러져 있던 여자는 고통에 소리치며
울부짖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들의 잔인한 유희가 계속 될수록 투명한 유리에
붉은 핏물이 튀어서 비가 오는 듯 했다.
정웅기는 처음 들어와서 그들의 치열한 싸움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 그리고는 이내 속이 울렁거리며 낮에 먹었던 것이 쏟아져 나왔다.
“우욱!!”
강민아 또한 그 지옥 같은 모습에 덜덜 떨며 벽에 기대며 주저앉았다.
“아....이건 악몽이야!”
그들이 놀라고 있을 때 문 쪽에서 검은 신도 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정웅기와 강민아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검은 신도 복을 입은 사람 중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잘들 구경 하셨습니까? 신도님들!”
그의 웃음은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웅기와 강민아는
그 인자한 웃음 뒤에 숨은 악마의 얼굴을 생각하며 소름이 돋았다.
‘아! 이 난관을 어떻게 빠져나가야할까.’
검은 옷의 노인이 뒤 쪽에 있던 두 명의 건장한 청년에게 소리쳤다.
“저들을 정중히 모셔라!”
그의 말에 두 명이 다가와 정웅기와 강민아에게 다가왔다.
청년 하나가 강민아의 팔을 잡으려는 순간 그녀의 몸이 옆으로 빠지며 청년의
손목을 잡고 뒤로 틀었다.
“아아!”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청년은 대처하지 못하고 강민아에게 팔이 잡혔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청년이 강민아에게 다가서려하자 정웅기가 힘껏 소리치며 덤벼들었다.
“이 놈들 여기도 있다!!”
기운찬 고함 소리와 함께 덮쳐가던 정웅기는 청년이 갑자기 내 지른 주먹에 얼굴을
가격 당하고서는 나자빠졌다.
“어이쿠!”
바닥에 쓰러진 정웅기를 붙잡으려 청년이 다가설 때 강민아가 소리치며 덤벼들었다.
“웅기씨 피해요!”
그녀의 외침에 놀란 청년이 뒤돌자 강민아는 유연한 몸동작으로 돌려차기를 했다.
“컥!”
그녀의 정확한 발차기는 청년의 턱을 맞추었고 그는 고목나무 쓰러지듯 쓰러졌다.
검은 옷의 신도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라며 소리쳤다.
“모두 꼼짝 마!”
소리치는 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정웅기와 강민아가 서로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자 쓰러져 있던 청년들이 다가와
그들을 각각 붙잡았다.
그때,
삐삐삐......삐삐삐.....
실내에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경고음에 검은 옷의 신도나 청년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지?”
안 쪽으로 누군가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마집법사님! 큰 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그의 물음에 달려온 사람은 덜덜 떨며 말했다.
“이미 어둠의 신 에레보스가 움직였답니다.”
그의 말에 마집법사는 놀라며 중얼거렸다.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