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경쟁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
그것은 박근혜의 미소입니다. 정치인중 가장 천진난만하게 웃는 게 누구입니까?
일반 시민들이 대단하다.
시장 상인은 가게 문을 닫고 “얼굴 보려고” 나오고,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나와 있다.
길 가던 10대들이 웬일인가 해서 기웃거리다가
박근혜를 보고는 ‘껀수’ 생겼다는 듯 달려든다.
남학생들은 괴성을 지르고,
여학생들은 팔짝팔짝 고무줄 놀이하듯 뛴다.
핸드폰 촬영이 바쁘고, 책가방 속에서 공책을 꺼내 사인해 달라고 야단법석이다.
공부하는 공책에다……급하니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하긴 그 공책으로 공부가 더 잘 되면 행운의 사인북일 터이다.
식당에서 밥 먹다 말고 나오는 사람도 있고,
병원 앞엔 환자복 입고 링거 병을 머리에 얹은 사람까지 나와 있다.
박근혜 앞의 아주머니들 호들갑은 말릴 수가 없다.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가 붕대를 감게 된 것은 이 아주머니들 손아귀 힘 때문이다.
남자들은 수줍게 눈 맞춤을 피해 악수를 하고 물러나는 게 보통인데
아주머니들은 여간 세게 잡아 흔들지 않는다.
쉽게 놓아주지도 않는다.
뒤를 슬슬 따라다니는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표정 또한 재미있다.
사람이 얼마나 나왔을까 걱정할 것 없고, 뒤에서 그냥 따라다니만 하면 된다.
이들은 알고 있다.
정치인들의 민생 현장 방문이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를.
어느 당에서 남대문시장에 갔다가 “소금 뿌려라” 소리를 듣고 뒤통수가 뜨거웠다는데
이게 남의 일이 아니다.
웃으며 손을 내밀어도 시큰둥할 때의 민망함이란
얼굴이 웬만큼 두껍지 않고는 견디기 어렵다.
7할에 가까운 중산층이 궤멸된 서민경제의 서글픔이
정치인들의 민생 현장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환멸과 분노가 활활 타고 펄펄 끓는데 그 속을 뚫고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신통방통한 것이 박근혜다.
유일하게 박근혜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모여드는 사람들만 바라보아도
자기들은 들러리만 서도 좋고 tv 연속극 세트가 되어도 좋다 싶을 것이다.
뒤에서, 박근혜를 보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말을 듣기만 하면 된다.
“아유 쪼끄매라.”
“이쁘긴 이쁘다.”
“보약 좀 먹여야겠어.”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
재보선에 임박해서는 또 손에 파스를 붙이거나 붕대를 감게 될 것이다.
순전히 아주머니들 때문이다.
관측자들은 박풍을 박근혜의 치맛자락에서 부는 것인 줄만 알고 있는데,
진짜 박풍은 민생의 한복판으로부터 불어오고 있다.
■ 미워하려 해도 미워할 수 없는 그 무엇
박근혜의 소지품 중에 아마 소화제는 필수품일 듯싶다.
가는 데마다 요구르트, 호빵 별의별 것을 다 먹어보라고 주는 통에
약을 먹지 않으면 못 견딜 일이다.
인삼도 싸주고, 배추도 싸주고, 젓갈도 싸주고, 떡도 싸주고
이것저것 막 집어주는 것도 적지 않은 빚이다.
“장사도 안 되는데……”
선물을 받아들고 돌아서는 마음이 짠할 수밖에 없다.
인파에 가로막혀 가까이 가지 못하는 어떤 아주머니는
뒤에서 멀건이 바라보다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박근혜는 누구를 만나도 스스럼이 없다.
상대방이 느끼는 거리감을 급속하게 좁혀 버리고 어색함을 순식간에 지워버린다.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서너 시간 동안 진행된 한 행사에서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아유, 대표님 좀 쉬시게 합시다. 화장실도 가야지.”
그러자 박근혜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직 괜찮아요.”
‘아직’이란 말에서 인간 박근혜의 본질을 엿보게 된다.
이런 말 한마디가
누가 그를 미워하라고 해도 미워할 수 없고,
싫다가도 싫어할 수 없는 교감의 통로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있다.
반대쪽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유신’이니 ‘공주’니 하며 공격을 한다.
이게 문제다. 여간 바보스럽지 않다.
대중은 이런 네거티브 전술에 신물이 나 있다.
팩트도 아니라는 데 더욱 심각한 결함을 그들은 갖고 있다.
바로 ‘공주’다.
특권층을 상징하는,
그래서 서민들과 관계가 없으며 서민들이 미워해야 할 이 ‘공주’를
이 땅의 서민들이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앞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태반이 서민들이다.
왜 서민들이 ‘공주’를 반기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다.
무작정 막말을 퍼붓고 인신공격을 해대는 바람에
지지율만 까먹을 대로 까먹어 버렸다.
‘박근혜 탐구’의 제1장 제1과도 읽지 못한 실력으로 덤빈 결과는 비참하다.
그 결과를 이번의 10.26재보선 분위기가 말해 주고 있다.
보자.
재보선 현장을 박근혜는 열심히 누비고 있는데,
집권당 지도부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후보의 차량이나 플래카드에 집권당 이름이 아예 없거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글씨로 한구석에 표시해 놓고 있다.
■ 웃음이 무섭고 울음은 못 견디게 무서운 사람들
필자가 직접 목격하고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이 있다.
안티들이다.
장소는 인천 신포시장. 때는 작년 총선.
세 명이 나와 팔짱을 끼고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때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탄핵역풍으로 지금의 집권당 처지와 같았다(처지가 뒤바뀌었다).
내가 물었다.
“……좋아하십니까?”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수첩과 볼펜을 들고 있는 걸 보고 기자라고 생각했는지 의심 없이 투덜 소리를 낸다.
“좋고 말고나 할 꺼 있습니까? 부모 이름 빼면 뭐 볼 게 있습니까?”
“뭐 하러 저러고 다니는지 ……”
“유신 독재 망령이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시장 골목을 빠져나와 길가에 세워둔 한나라당 버스에 올라가려던 박근혜가
홱 방향을 바꾸더니 이들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나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박근혜가 얼굴 마주보며 쏟아내는 말에
이들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엉겁결에 차례로 악수를 했다.
돌아서는 박근혜가 머리를 숙이자
마지못해 같이 머리를 숙이면서 약간은 당혹스런 표정들이다.
소감을 물었다.
“……어떻습니까?”
“인상이 나쁘진 않네요.”
“인상이 밥 먹여 줍니까?”
이들은 내심 혼란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박근혜 유세 현장에 왜 나왔을까?
어쩌면 투표에서 반대쪽 세표가 달아났을지 그건 모를 일이다.
문제는
최악의 지지율에서도 한나라당 박근혜는 대중 속에 들어가 웃고 있는데,
집권당 지도부는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집권당의 실패는 무능한 탓도 있고, 이념 탓도 있지만,
또 한 가지 중대한 결함 때문이다.
박근혜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박근혜의 한 번 웃음에 표가 무더기로 달아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웃음이 두렵다.
박근혜가 웃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울음은 더 두렵다.
표가 산사태처럼 무너져 내리는 견딜 수 없는 공포다.
겪어 본 일이다.
웃어도 겁나고 울어도 못 견디게 겁나는 게 박근혜다.
그것만 알 뿐,
그들은
박근혜의 웃음과 울음이 모두 두려운 현상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비참한 현실을 맞고 있다.
박근혜는 사전에 없는 단어 두개를 만들어냈다.
‘박풍(朴風)’과, 그리고 ‘손병’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나는데,
그 상대의 개념이 ‘손병’이다.
십리 밖에서 찾아온 손님이 끔찍이 반가워
손을 잡고 놓을 줄 모르는 바람에 생기는,
손에 파스를 붙여도 안 되고 붕대를 감아야 하는 병이 손병이다.
■ 외로움으로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다
연약해 보이지만 의외의 강골(强骨)이다.
얼굴은 웃지만 비장함이 서려 있다.
“부모도 자식도 없고, 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는 홀가분함,
누구 앞에서도 어디서도 긴장을 해본 적이 없는 담대함을 대중은 잘 알지 못한다.
손병이 나서 붕대를 감고 있는 것을 보면 그저 연약한 줄로만 안다.
선거 유세 지원은 공식 행사이지만, 가끔 비공식 모임에 참석할 때가 있다.
장소가 음식점일 경우
예약 전화를 해서 모임의 취지를 알릴 필요가 있을 때
‘박근혜’라면 열이면 열 놀라고 반가워한다.
그런데 통화가 끝난 뒤에 반드시 음식점 주인으로부터 확인 전화가 온다.
“정말 옵니까?”
“확실히 오시는 거죠?”
대화가 거듭되면서
‘박근혜’가 ‘박근혜 대표’ ‘박대표님’으로 호칭이 바뀌면
박근혜 방문을 실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빠지지 않고 묻는 것이 안전 문제다.
나름대로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데,
박근혜의 측근 보좌진은 항상 신변 보호 같은 문제는 신경 끊으라고 말한다.
아무렇게나 평소처럼, 일반 손님들과 다름없이 대접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라는 것.
박근혜가 도착하면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음식점 주인이 안내를 하고,
그런 다음,
방에서 박근혜와 손님들이 음식도 먹고 얘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 동안
종업원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힐끗힐끗 바라보면서.
모임이 끝나면 음식점 주인과 종업원들이 촬영을 요청한다.
그러면 이 사람 저 사람을 바꿔치기하며 번쩍번쩍 플래시가 터진다.
사인도 해주어야 하고.
이럴 때는
전여옥 대변인도 여러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 주기에 바빴다.
(박근혜의 측근 보좌진뿐 아니라 전여옥에게도
수행 비서가 따라붙어 이들은 다른 방에서 저희끼리 따로 식사를 했다.)
그래서 모임이 끝나도 신발 신고 문밖으로 나오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에 가면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 없는 텅빈 공간이 그를 품어버린다.
박근혜는 다시 외롭다.
외로움으로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