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강-3
버스에 몸을 싫었다.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비를 피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고속버스 터미널로향햇다. 지영의 어머니를 만나야 겟다고 생각했다.
대낮인데도 오는 사람과 가려는 사람들로 분주한 곳.
광주행 표를 끈어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시린 바깥기온과는 달리 버스 안은 따듯했다.
얼마간 잠을 자지 못햇던걸까.
지영이 파출소에 끌려와 있다고 전화를 해왓을때부터 오늘까지 몇일 이던가..
울다가 지쳐 자고.자다가 눈떠지면 울기를 반복했는데..파출소에서 검찰에서 그리고 구치소에서
바라본 지영의 모습때문에 미칠것만 같았다.
따스한 차안의 공기때문인지..몸이 쳐져왔다.
자꾸만 눈이 감겨왔다.
희미하게 시골길 마을앞의 우뚝솓은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그 나무 아래로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두 오빠들의 어릴적 뛰어노는 모습이 보였고, 저쪽으로
햇볕에 검게 그을린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낡고 무너질듯한 시골집 마당앞에 퍼질러 자고 있는 황구의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생각하기도 싫은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 담에 크면 꼭 복수하리라고 다짐하면서 자란 혜영이었다.
혜영의 아버지는 젊었을때 엄마와 어린 3남매를 두고 새살림을 차린 후 연락을 끈고 지낸 사람이었다.
혜영은 엄마가 그토록 고생하신게 다 아버지의 책임 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라왔던 것이다.
그도그럴것이, 혜영의 아버지는 시골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세련된 외모와 뛰어난 언변의 소유자였고 항상 따르는 여자가 많았으며 그렇게 아버지가 떠난후 가세가 기울어 두 오빠는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터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정에 막내로 자란 혜영이었지만 그녀의 어머님과 두 오빠들은 혜영을 항상 귀하게 여겼고 오빠들이 학업을 포기하면서 가정살림에 매달릴때 자신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것이 여간 미안한것이 아니었다.
[오늘도 저희 광주고속을 이용해주신 손님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잠시후면 여러분의 목적지 광주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잊으신 물건없이 안녕히 가십시오.]
어여쁜 안내 맨트가 흘러나와 혜영은 잠에서 깨었다.
이곳도 사람이 많다. 주말도 아니고 평일인데도 오는 사람과 가려는 사람들로 발딛을 틈이 없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알수없었다.
[아저씨. 대인동이요]
[네. 대인동 어디로 모실까요?]
[동부소방서 앞이요.]
택시가 출발했다.
[서울분이신가봐요?]
[네]
[여기 많이 변햇죠?]
[그렇네요]
사실 광주는 많이 변해있었다.
일년에 한두분 고향인 벌교로 내려가기 위하여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보니 내려올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에 적지않이 놀랄때가 많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같으면 친절한 택시기사님께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달라진 시내 구경도 구경할텐데, 도무지 오늘은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다 왓습니다.]
택시에서 내렸다.
바로 앞에 지영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다방이 눈에 들어왓다.
한계단 한계단 내려서는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퀘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가...]
[어머니..]
누가 머라 하지도 않았는데 둘은 눈물부터 흘린다.
다방의 몇 안되는 손님과 그곳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영문을 모르겠다는듯이 의아한 눈초리를 보낸다.
[그놈 어떻게 됬냐]
[아직도 거기에 있어요. 저 어떡해요 어머니]
[밥은 멌었냐?]
[네. 근데 밥 생각이없어요]
[어머니. 저....지영씨 꺼내야하는데 변호사 선임할려면 돈이 많이 필요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은
보증금 200만원이 전부인데. 어머니 조금만 보태주세요]
[나 돈 없다. 너 눈있으면 봐라. 먼 장사가 되야지...지난달에 제 대리고 오면서 있는 돈에 빛까지 얻어서 옴짝딸삭을 못하고있다.]
혜영의 눈이 분홍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아가씨에게 향했다.
아까부터 둘쪽을 바라보며 소리나게 껌을 씹고있는 여자였다.
[.....]
[그랑께 여긴 머하러 왔어? 어련히 돈 있으면 알아서 부쳤을까.]
[.....]
[난 돈 없으니까. 너가 알아서 하던지...아니면 그놈 팔자가 그런거니까 내버려 둬라.]
[.....]
[그놈 말처럼 지가 진짜 죄가 없으면 하늘이 있는데 안나오겄냐?]
[그래도 어머니 자식인데.....]
혜영은 더 이상 말을 잇지못햇다. 목이 메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눈앞이 일렁거렸다.
눈물에 일렁이는 희미한 커피잔만 응시하고 있었다.
[어머니. 저 갈께요..]
쇼파를 붙들고 억지로 일어서보았다. 주저앉고 말았다. 다리가 풀려 일어설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시금 두 다리에 힘을주어 발길을 출입구 쪽으로 돌렸다.
[무슨일 있으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가..내 지금 가진게 없고..이거 팔아서 보태써라.]
금팔지였다. 아무말없이 들고 나왔다.
두명의 사내가 계단을 걸어내려오다가 힐끗 곁눈질을 했다.
[먼일 이다냐? 어이 마담 먼일 있어요?]
[아니요...별일 아닌께 앉으세요]
[여기 커피2잔 줘요]
[네]
커피를 타려고 일어서는 지영의 어머니도 눈물을 흘리기는 매한가지였다.
[저렇게 보내면 안되는데......저렇게 보내면 안되는데....]
다방문을 나서자 저녁노을이 혜영을 반겼다.
아름다워야 할 저녁노을이 혜영을 더 비참하게 만들어놓았다.
하늘을 보며 소리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는데 떨어지는 눈물은 참을길이 없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 미친여인네를 본듯이 바라보다가 걷는데도 혜영은 아무것도 어느 시선도 느낄수가 없었다.
그저 머리속에..떠오르는 지영의 초췌해진 모습과 나약하기만한 자신이 미칠것처럼 싫어질 뿐이었다.
[불쌍한 사람아...자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