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 2
-작가오빠?-
"저기요.혹시.."
"예?"
"작가세요?"
그녀는 어떻게 눈치 챈것일까?
내가 확실히 지적으로 생기긴 했다만;
나의 직업을 단번에 맞춘 그녀는 도대체 누군가??
"어,어떻게 아셨어요?"
그때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찬우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아셨긴..내가 말해줬지."
"아."
난 왠지 모를 허무감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근데 내가 왜 허무한거지?-_-
찬우 옆에 앉아있던 그녀는 웃고 있는걸 보니
나의 그런 모습이 무척이나 재밌다는 표정이였다.
그때 내 옆에 있던 수진이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 오빠가 좀 순수해요.^^;;이해들 하세요."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녀가 수진의 말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예요.보통 사람과 다른 것 같아 너무 재밌어요!"
난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향해 수줍은 미소를 지어 주었고
다시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인상을 마구 찌푸렸다.-_-
다른 사람과 달라 보인다고?내가 그런 것도 모를 줄 아나?
다른 사람과 달라보인다는 말은 한마디로 말해 덜떨어져 보인다는 얘기 아닌가?
그렇게 고개를 돌린채 혼자서 궁시렁 거리고 있는데..
"저기 혹시..기분 상하셨어요?"
난 재빨리 맞은편 그녀를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하하.천만에요.아주 조금..;;"
"죄,죄송해요.-_-;"
그러자 수진이 나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는 재빨리 상황을 수습하고 있었다.
"아휴.아니예요.이 사람이 좀 소심해서 화를 잘내요.어서 사과하세요."
"......."
가끔씩 느끼는 거지만 수진은 황당하게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가 있었다.-_-;
찬우는 자신의 그녀가 더이상 집중 갈굼을 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듯
나와 수진을 향해 말했다.
"하하.얘 아직 어린애잖아.이해해!"
그러자 그녀가 찬우를 향해 눈을 흘긴다.
"오빠.저 어린애 아니거든요??"
"아.미안.미안."
아주 한 순간이였지만 난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시종일관 미소를 유지하고 있던 그녀가 "어린애"라는 말한마디에
표정이 순식간에 식어버린 광경을..
아마도 그녀는 화려한 외모 만큼이나 성격도 화려하지 않을까?
난 저런 족속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무척이나 증오한다.
저런 여자들은 정말 능력있고 완벽한 남자가 아닌 이상
어디 데리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것이다.
뻔하다.화려한 외모때문에 어렸을때 부터 많은 남자들에게 구애를 받았을 것이고
그런 일들이 자꾸 쌓이고 쌓이다 보면 ..
아주 자연스레 자신의 외모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해지게 된다.
그러면 그 프라이드가 자신의 모든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재수 없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면 불쌍한 여자일 수도 하다.
우리들은 보통 사람들 보다 눈에 띄고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마냥 행복한 것인 줄로 알지만 막상 연예인이나 스타가 되어보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군대에서나 사회에서나 평범한 인생이 가장 행복하고
무난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 보니 난 왜 이렇게 생각이 깊은거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나만의 세계에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난 항상 다짐한다.
서민서!!심각해지지 말자!
그냥 남들 처럼 단순하게 살자!!
찬우가 입을 열었다.
"자자.서로들 초면이니 소개 정도는 해야겠지?"
찬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있는 그녀를 쳐다본다.
그러자 그녀가 자신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박혜지구요.나이는 스무살이니 말씀들 낮추세요."
내가 잘못들은 것일까?왜 내 귀엔 ...
"혜징?"
"혜,혜지요!혜징일리가 없잖아욧-_-!!"
"아.혜지..그렇군요."
"말씀 편히 하세요."
"됐어요.초면에 무슨.."
나의 그 말투에 혜지는 무안한 표정을 지었고
찬우와 수진은 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옆에 있던 수진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던지..
재빨리 자신의 소개를 하면서 화제를 돌리고 있었다.
"아.저는 윤수진이구요.나이는 스물 일곱.
H 백화점에서 숙녀복 팔고 있답니다.^^;그리고.."
수진이 말을 하다 말고 날 쳐다보면서 수줍게 웃는다.
"옆에 있는 남자의 여자친구예요.^^"
난 수진의 그 말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혜지는 수진과 내가 연인 사이라는 것엔 별 관심이 없는듯
수진을 향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언니!백화점에서 일한다고 했죠?"
"네.^^;"
"그럼 저 거기서 사면 싸게 해줘요?"
"네.물론이죠.싸게 해드릴께요."
"언니.그 약속 꼭 지키세요.전 간다면 정말 가거든요?!"
"네.빈말 아니니까 꼭 오세요.안 오면 뒤져요?!"
"네,네??;"
순간 수진의 얘기를 듣고 있던 우리들의 표정은 전부 -0-;; 이렇게 되어버렸고
수진은 뒤 늦게서야 자신의 말을 수습하고 있었다.
"아하핫.농담.농담.^^;;"
"핫.수진 언니 너무 재밌으시다!"
난 아무 말 없이 수진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수진아.너 조금만 더 재밌었으면 사람들에게 욕먹고 다닐듯 싶다;;
그렇게 내가 소개 할 차례가 다가오자 난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하지만 그때.
아르바이트생이 우리 테이블에 삼겹살과 소주 병을 놓으며...
"죄송합니다.오늘 손님이 너무 많아서 늦었네요.맛있게 드세요."
아르바이트생은 그렇게 말하고는 우리 테이블에서 멀어지고
난 아르바이트생이 멀어지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하지만 그때-_-
찬우가 나의 말을 도중에 자르고는 수진에게 말한다.
"수진씨.오늘 제가 다 쏘는거니 마음껏 드세요~"
"네.고마워요.^^;"
난 조금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나는.."
또 그때!
"혜지도 많이 먹어?"
"응.
난 끓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찬우의 멱살을 잡았다.-_-;
"야이.씹새야!!"
"으,응?"
순간 싸늘하고 경직 된 분위기가 흘렀고 ..
아참.내 이미지!하는 생각에..
"아니다.고기나 먹자."
난 그렇게 말하며 삼겹살을 굽는등 딴청을 피우고 있었고
찬우는 그런 날 향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자 그때..혜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기.."
난 대답 없이 눈으로만 혜지를 응시했고,
혜지는 나의 눈빛을 확인하자 말을 이었다.
"우리 작가오빠도 소개해주셔야죠?"
"아.."
우리 작가오빠??
순간 내 가슴속에 아주 미세한 두근거림이 느껴졌고 ..
난 재빨리 아무렇지도 않은척 표정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찬우가 날 흘기며 쳐다본다.
"새끼.소개 못했다고 지랄한거냐?-_-;"
수진도 날 향해 피식 웃으며 말한다.
"오빠는 역시 소심해."
난 그런 찬우와 수진을 무시 한채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전 이름이 서민서구요.나이는 찬우랑 동갑.
직업은 이미 아시겠지만 프리랜서 시나리오 작갑니다."
그러자 혜지가 날 향해 질문을 던졌다.
"프리랜서??"
거기에 태클 걸줄 알았어.썅-_-;;
"네.프리랜서 시나리오 작갑니다."
"그냥 시나리오 작가랑 차이점이라도 있는거예요?"
"있죠."
"뭔데요?"
"그러니까 차이점이....
그다지 없습니다-_-;"
"풉.."
혜지는 입을 가리곤 웃고 있었고 찬우는 날 향해 비아냥 거린다.
"빙신.지랄을 해요.지랄을;"
내 앞에서 웃고 있는 박혜지라는 여자..
왠지 여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윙크-
술 자리가 점점 무르익고 어색하던 분위기도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딱 한가지 신경에 거슬리는게 있다면
혜지라는 여자가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신다는 점이였다.
5분마다 원샷을 하며 술잔을 비우는 걸 보니 ..
평소에 물 대신 술을 마시며 사는건 아닐까?하는 착각 마저 들 정도였다.-_-;
수진 역시 혜지가 술을 마시는 광경이 상당히 놀라운듯 보였다.
안되겠다 싶었던 나는 찬우를 보며 말했다.
"술 너무 많이 마시는거 아냐?"
"나?"
"넌 콜라 밖에 더 마셨냐?"
"아.혜지?"
그러자 혜지는 날 쳐다보며 웃는다.
"저 이정도 마시곤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그래도 좀 많이 드신 것 같은데.."
"겨우 3병 밖에 안마셨는걸요."
"겨,겨우 인가요?..."
"-_-?"
"아,아니예요."
찬우는 날 향해 웃으며 걱정말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혜지는 삼겹살은 거의 입에도 대지 않고 소주만 연거푸 들이켰고
찬우나 수진이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자신이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곤 했다.
난 그녀의 그런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혜지라는 여자.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술 마시는걸 보니
점점 짜증이 치솟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혜지와 나는 잠시 눈이 마주쳤고
난 그다지 그녀의 시선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채 시선을 돌리려고 했는데..
나와 눈이 마주쳤던 혜지의 왼쪽 눈이 순간 깜빡 거렸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왼쪽눈만 깜빡 거렸다는건 분명히 윙크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에이.서,설마-_-;하하하.
술 몇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취했나보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주 조심스레 혜지를 쳐다보았고
혜지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듯 자신의 술잔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여,역시..내가 잠시 미쳐있었군.
수진과 찬우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둘이서만 열심히 떠들고 있었고
나는 그 둘의 대화에 끼지 못한채 담배만 계속 펴대고 있었다.
담배를 피던 나는 혜지와 다시 눈이 마주치게 되었는데..
"깜빡."
헐..-_-;
내가 잘못 본게 아니였다!
확실했다.난 지금 두 눈 똑똑히 뜨고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혜지는 지금 분명히 나에게 왼쪽 눈으로 윙크를 했었다.
난 너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혜지를 쳐다보고 있었고
"깜빡."
혜지는 그런 나에게 다시 한번 윙크를 하고 있었다.-_-;;
난 순간 물고 있던 담배를 무릎위에 떨어트렸고..
"아악."
수진과 찬우가 깜짝 놀라며 날 쳐다본다.
난 무릎위에 떨어진 담배를 재빨리 집어 재떨이에 버렸다.
수진이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오빠.괜찮아?"
"응.괘,괜찮아."
찬우는 그런 날 보며 마구 웃어제낀다.
"이 새낀.인생이 코미디라니까.하하."
난 그런 찬우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지금 니가 웃을 처지는 아닌 것 같거든?
수진과 찬우는 나 때문에 잠시 끊겼던 대화를 다시 나누기 시작했고
난 바지에 묻은 담뱃재를 손으로 털고는 ..
다시 한번 조심스레 혜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_-
하지만 살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혜지는 아주 작정을 했는지 턱을 괸채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혜지의 입가엔 점점 미소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Written by Love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