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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 8

김명수 |2004.12.03 00:50
조회 187 |추천 0

 

겨울 이야기

 

 (8)


 

땅거미가 지면

 

시골 마을은 적막해 지고

 

아이들의 땡고함소리로 시끌벅적하던 고샅길도 정적이 감돈다.

 

일찍 저녁을 끝내고나면

 

삼십 촉 백열등 밑에서 몽당연필 꾹꾹 눌러가며 숙제를 한다.

 

전등불이 마을을 밝힌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 마을에 전깃불이 들어온 날을 나는 잊지를 못한다.

 

그 신비한 불빛은 밤을 낮으로 바꾼 마법의 등불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그 어둠침침한 등잔 아래서

 

구멍 난 양말을 깁기도 하고

 

헤어진 내의를 늘어놓고 바느질을 하셨다.

 

그것도 귀한 석유를 아끼기 위해

 

심지를 돋우지를 못하고 짤막하게 내려 밤을 밝혔다.

 

 

겨울밤은 긴지라 일찍 끝낸 저녁 탓에 출출해지기 시작하면

 

할머니는 독 속에 묻어둔 신 김치로 채를 쓸고 참기름 한 방울 친,

 

따뜻한 메밀묵을 말아 내온다.

 

숙제를 하고 나면 할머니는 어느새 알아차리고

 

부뚜막 가마솥에 한소끔 팔팔 물을 끓여 메밀묵을 메워 놓고는 하셨다.

 

 

메밀묵,

 

그것은 긴 겨울밤을 지새우는 대는 더없이 맛난 요기 거리였다.

 

향긋함이 배어 있는 진한 맛을 따라 입에 군침이 돌고,

 

보드라운 묵살이 목젖을 울릴라치면

 

그것은 행복한 겨울밤의 은총이었다.


 

푸 른 바 다

 


  Mai Piu Cosi Lontano - Andrea Boc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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