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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63. 슈퍼모델 선발 대회

무늬만여우... |2004.12.03 08:27
조회 3,345 |추천 0

비 온 뒤에는 날씨가 더 뜨거웠다. 땅에서도 온 천지에 아지랭이가 스멀스멀 피어올라서 들판도 집도 다 달구어 졌다. 그 위에 사는 사람은 흡사 요리 재료같이 구워지는 느낌이다.

마당에 호스로 물을 뿌렸다. 그 열이 올라가며 잠시 시원했지만 물은 뜨거운 태양열에 순식간에 말랐다. 점심을 먹은 랑도 쉬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달구어진 집은 오븐이 되어 있는 상태니 나와도 덥고 들어가도 덥다. 랑은 호스를 들고 지붕위로 올라갔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아빠를 쳐다보며 아들 넘은 신이 났다. 지도 올라가고 싶어 안달이 났다.

지붕에 물을 뿌리던 랑은 놀랬다.

"야~ 번개가 이 집으로 몰릴만하다."

"왜?"

랑은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지붕에 엄청난 쇠로된 건축자재가 있다고 외쳤다. 어구 비맞게 철근들을 왜 거기다 놔뒀을까. 집 주인이 팔이 잘려서 집을 짓다 말았기 때문에 놔둔 철근들이 지붕에 한가득 있댄다. 그러니 번개가 그렇게 다녀갔지.

아버님이 슈퍼에서 오시는데 아들넘이 할아버지에게 한 마디 했다.

"애비 물 뿌려요."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왔다. 지네 아빠보고 할아버지가 부르는 용어를 사용한다.
칠리 외할머니와 칠리가 오니까 또 아빠를 손으로 가리키며 한 마디 한다.

"미 빠빠 (우리 아빠) 아구아~ 아구아 (물 물)"

나름대로 설명을 하려는게 재밌어서 다들 웃었다.

칠리네는 오늘 동네에서 패션쇼가 있다고 야외 수영장에 간단다.

잉. 이 조그만 동네서 뭔 패션쇼?
재미있다고 가자고 했다. 랑과 난 못이기는 체하고 저녁을 일찌감치 해먹고 수영장으로 걸어갔다. 평소에는 그냥 들어갈 수 있느 수영장이 오늘은 입장권이 있어야 입장 가능했다. 주위는 철망으로 둘러쳐져 있어서 안이 다 보이긴 했다.

입장권은 저녁 식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에이. 진작 알았으면 하나 사는건데...

수영장 중간에 구름 다리도 두개 만들어놓고 수영장 위에는 빈 드럼통을 여러개 이어서 출렁거리는 다리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수영장 주위는 식탁과 의자가 멋지게 장식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벌써 다들 일찍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우리처럼 미처 입장권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그냥 철망 밖에서 구경했는데 그 인파가 꽤 됐다.

솔직히 난 그 작은 동네에서 이뤄지는 패션쇼라니깐 무시했다.

모델들도 다 동네 애들 중에서 뽑았댄다. 대부분 인근 큰 도시로 나가서 대학을 다니는 애들이랜다. 옷도 다 동네 협찬이래니 보나마나 우스운 패션쇼임에 틀림없다 싶었다.

1번부터 나왔다.
와~ 금발 머리의 마릴린 몬로같은 애가 나왔다. 너무 이뻤다.
머리는 어느 미장원 치마는 어느 가게 협찬 구두는 어디꺼 이럼서 수영장을 한 바퀴 돌고 누구네 집 몇 째 딸 누구 였습니다. 이럼서 소개가 끝났다. 후후 재미나라.

두 번째, 세 번째 이어지는데 어쩜 애들이 그렇게 하나같이 이쁜지 모른다. 그대로 영화며 텔레비젼에 바로 출연해도 될 정도의 애들이었다. 원래 혼혈애들이 이쁘다고는 하지만 프랑스계와 독일계 이태리 계들이 뒤죽박죽 섞인 얘네들 정말 예쁘다. 아직 어린 애들이라 몸매도 끝내줬다.

하긴 산타페 지역 여자들이 아르헨티네 내에선 제일 이쁘다고 소문이 나있긴 한다지만...
근데 왜 저렇게 이쁜 애들이 미스 아르헨티나나 뭐 그런데 안나갔지? 미스 아르헨티나 뽑힌 애들보면 얘네들보다 좀 떨어지는 듯했다.

아르헨티나 여자들은 옷걸이가 좋다. 아무리 거지같은 옷이래도 얘네들이 걸치면 끝내주는 파티복이 된다. 그 옷 한국 여자가 걸치면 정말 못 봐준다.

아르헨티나 여자 애들의 공통적인 아름다움은 다리가 늘씬하니 정말 잘 빠졌다는 것이다. 얘네들은 나이가 만으로 14살이면 한국여자 스물 대여섯 살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 대신 일찍 핀 대신 일찍 늙긴한다. 몸매도 일찍 망가지기도 하고.

속옷 패션쇼와 수영복 심사도 있었는데 공원 앞 레스토랑 집 둘째 딸이 일등 먹었댄다.

난 배가 남산만해서 철망에 달라 붙어서 구경하는 게 내 스스로 웃겼지만 너무 재미 있어서 자리를 뜨지 못했다. 랑과 랑 친구인 양씨 아저씨네 둘째 아들은 입이 헤 벌어져서 구경했다. 여자인 내가봐도 저리 이쁜데 저 남정네들 눈에야 오죽하겠나 싶었다.

내가 아직 장가 안간 랑 친구에게 하나 골라잡으라고 했다. 랑 친구는 안된다고 했다. 그래도 결혼은 국산이 최고래나. 그럼서 한국 여자와 결혼한댄다. 하긴 같은 한국 사람끼리도 이렇게 안맞아서 사네 못사네 하는데 문화충격 있는 국제결혼이야 말해 무엇하랴.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피곤했지만, 인상깊은 슈퍼모델 선발대회였다.
어쩜 애들이 그리 하나같이 이쁘지? 참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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