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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사랑만 가지곤 못살아.. - 그 첫번째 이야기

cpdiemyoon |2004.12.15 14:59
조회 1,632 |추천 0

[여자에게 있어 결혼이란건……]

 

제1장 - 사랑만 가지곤 못살아..

 

앞에서도 밝혔다시피 난 다니는 회사에서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내 계획대로라면 스물아홉 정도 되어서야 결혼하는게 정상이었지만 인생이 그리 계획대로 되는게 아니라는건 모두가 아는 사실일것이다.

나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저녁때 야간대학을 다녀 학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1차 목표였고, 또 열심히 저축해서 결혼하기전 내명의의 집을 마련하는게 2차 목표였다. 그당시 나는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살림만하고 살겠다며 결혼과 동시에 그만두는 여직원들을 제일 경멸했었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겠지만 경제적 독립을 하지못해 늘 남편에게만 매여 떠받들고 사는 이전 시대 즉 우리 어머니들의 삶이 너무 처량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혼할 때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 이렇게 정해지는 것도 그다지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내가 힘들게 모은 돈으로 산 내 명의의 집을 갖고 결혼을 하는 것이 나름대로 떳떳한 결혼생활의 밑거름이 될거라는 생각에 그런 목표를 세웠던 것 같다.

하지만 1차 목표는 4시 30분이면 정문을 내리고 손님이 빠져나가는데도 시재 마감 및 이것저것 잡무를 처리하고나면 어느새 9시가 훌쩍 넘어버리고, 또 야근이라도 한다치면 다음날 집에 들어가는게 다반사인 은행이라는 이상한 곳에서 근무하다보니 현실과 타협하면서 사그라들어 버렸고, 2차 목표는 적어도 솔로로 10년 정도는 회사생활을 해야 가능한 일이었는데 6년차인 25살에 뜻하지 않게 결혼이라는걸 하게되면서 사용한 이런저런 돈들과 함께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내 2번째 꿈을 앗아간 ‘결혼’이라는것 때문에 난 더욱더 많은것들을 포기해야 했었다.

여자라면 누구든 한번쯤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기 마련이기에 나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럴싸한 프러포즈는 아니더라도 달콤한 말 한마디는 들을 수 있을거라 기대했었지만 어찌된일인지 그는 1년 나와 가까이 사귀어보더니 당연히 결혼 하는걸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자만심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철썩 같은 믿음이라고 해야하나?

기쁨의 눈물을 흘릴만한 이벤트성 프러포즈는 애초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나와 결혼해줄래?” 혹은 “너와 함께 날마다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정도의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할 수 있을 식상한 말들은 그도 해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기에 그런 입에 발린 말 한마디 들어보지 못한채 결혼한지 4년이 되어가는 지금에와서도 나는 내가 왜 그와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내자신에게 반문해보곤 한다.

여하튼 그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일(?)은 바로 현실로 다가왔고 양가 상견례가 끝나고 결혼날짜가 잡히고 나자 그때부터 우리 앞엔 뜻밖의 고난과 시련이 닥쳐왔다. 결혼이라는게 두사람만의 만남과 결합이 아니라 두 집안의 만남이라고 했던가? 그 집안끼리의 만남이라는게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오빠가 고등학교 다닐 무렵 시아버님은 시골에서 읍장으로 일하시다가 심근경색으로 젊은나이에 갑자기 돌아가셨고, 다른 형제자매들은 모두 결혼함과 동시에 분가해서 오빠가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살고 있었다. 물론 오빠가 모든 생활비를 다 부담했을게 뻔하기에 저축한 돈이 그리 많지 않을거라는건 대략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결혼을 하려고보니 모아놓은 돈은커녕 빚만 잔뜩 지고 있다는 사실에 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본인이 은행 직원이면서도 은행권 대출뿐만 아니라 카드사 고리의 대출까지 받아 쓰고 있던 상태였기에 난 더욱더 화가 났다. 난 아둥바둥 벌어서 직원들에게 할당되었던 우리사주 인수 관련 대출도 이미 상환했고, 결혼자금 또한 집에 손 한번 벌리지 않고 내가 모두 마련했으며 퇴직금 중간정산도 받아 그가 자동차를 구입하는데 모두 보태준 상태였는데 그의 재정상태는 그 모양이라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시댁이나 친정이 잘살아 집 한칸 마련해줄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었는데 집은 집대로 함께 고민해야하고 혼수니 예단이니는 내가 또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 내 자존심을 무척이나 상하게 했고, 남편될 그 남자가 무능하게만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예단은 생략하고 둘이 돈을 모아 필요한건 구입하자는 말을 듣고 싶어 그를 통해 어머님의 생각은 어떠신지를 살짝 떠보았지만 그런 배려는 좀처럼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은행의 임차보증금 제도를 통해 어렵게 어렵게 집을 구하기까지도 너무 힘들었지만 예단으로 현금을 준비해야 했을때는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내가 누군가와 결혼하면서 현금을 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고, 그 당시만해도 결혼 관습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에 주위의 회사 언니들에게 물어봤더니 대답도 각양각색이었다.

협의하에 생략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5백만원을 주고 3백만원을 돌려 받았다는 사람, 7백만원을 주고 3백만원을 받았다는 사람, 7백만원을 주고도 겨우 2백만원 받았다는 사람까지 제각각 격앙된 표정으로 불합리한 제도라며 내게 얘기를 해주었지만 결론은 주어야 할거라는 거였다. 나중에 눈치 안보기 위해서라도, 미움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예단은 많이 주면 많이 줄수록 좋다는 얘기였다. 어이가 없었다. ‘돈까지 주어가며 시집이란걸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자 짜증만 밀려올 뿐이었다. 그럴려고 여태까지 참고 참아가며 회사생활 한건 아닌데…… 오빠와도 많이 싸웠었다. 그런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였다.

결국엔 5백만원을 건네고 나중에 내 예복이며 핸드백, 구두값 모두 포함해서 2백만원을 돌려 받았는데 돈을 받으면서도 기분은 씁쓸했다. 내 돈을 내가 다시 받으면서도 웃으며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남의 돈으로 잔치하는 듯한 그런……

실은 내가 예단으로 5백만원을 보낸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결혼날짜가 잡힌후에 대명절인 설날이 돌아와 어쩔 수 없이 그의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가게 되었는데 내 형님될 사람 즉 그의 형수가 나에게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주다가 갑자기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예단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어?” “그게…좀 고민중이에요. 저희 집이 형편이 안좋아서 큰딸이 결혼하는데도 전혀 도움을 줄 수 없으니까 제가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요, 도대체 어느 정도나 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며 한숨을 내쉬자 형님도 덩달아 한숨을 푹 쉬는것이었다.

“이런 얘기하면 자네한테 부담이 될런지도 모르겠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얘기해줄게. 나는 학교 다니면서 자네 시숙을 사귀어 거의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실수로 애를 가져버렸어. 그러다보니 직장생활이라는 건 전혀 해보지를 못했고, 돈도 제대로 벌어보지 못한채 엉겁결에 결혼이란걸 하게되다보니 모아둔 돈도 한푼도 없었던거야. 결국엔 그다지 좋은 형편도 아닌 집에 손을 벌려 결혼을 하게되었는데 예단을 3백만원 준비했었지. 그 당시엔 그것도 큰 돈이었고 어머님하고 친척들 이불은 따로 준비했었는데도 그 중 백만원을 돌려주시면서 어머님은 돈이 적다고 언짢아 하셨어. 그러더니 결혼후에도 두고두고 그얘길 꺼내시더군. 그래서 하는말인데 자네도 나중에 그런식의 싫은 소리 안들으려면 적어도 5백만원 정도는 준비해야 할것같아.” 예전의 안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듯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이런 얘기를 하는 형님을 본 순간 결혼이란게 실제로는 그다지 로맨틱하거나 행복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그때까지 한참 고민하던 나도 결국은 현실에 순응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시어머님께 5백만원을 드렸던 것이었다.     

그러곤 살림살이에 가전제품, 가구, 커튼, 예물과 한복 등을 사느라 수천만원을 써야 했을땐 ‘정말 돈이란게 벌긴 어려워도 쓰긴 참 쉽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당장 빚은 어떻게 갚아갈것이며 언제쯤 우리 돈으로 전세집이라도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어지럽혔지만 예식 비용이며 신혼여행 비용까지 다 치르고 나자 그냥 될대로 되라지 하는 맘이 되버렸다.

우리 돈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은행의 제도를 빌어 전세를 얻은 오래되고 허름한 아파트에 이것저것 채워넣었을때의 심정이 그다지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채 덜컥 결혼이라니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고, 과연 좋은 선택을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마음은 무척 복잡했지만 함께 살아가야할 나날이 더 많은 미래의 시작점이 될 결혼식은 눈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는 신혼여행지인 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저 둘이 함께 영원히 행복할꺼라는 희망으로 다른 모든 불안감들을 다독이면서……

 

Notice : ‘결혼은 곧 현실’이라는 말에 주저없이 동감을 외치게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어느순간 사랑을 싹틔워 알콩달콩 데이트를 즐기며 사랑을 키워가다가 그 사랑의 최종목적지이자 완성인 ‘결혼’을 하는데 왜 자꾸 부정적으로만 생각되는 것인지…… 우리나라 결혼관습에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요? 왜 남자는 집을 장만하고 여자는 예단과 혼수를 장만해야 하나요? 그건 누가 정해준것일까요? 아주 오래전엔 도처에 널려있는 여러가지 재료들을 모아 직접 집을 지었는데 무거운 것을 들거나 필요한 연장을 다루는데 더 능숙한 남자가 주로 집을 만들었기에 아직까지 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건지도 모르겠네요.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집안의 살림살이는 여자가 장만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물품이 아닌 현금을 주게되면서 ‘지참금’과 같은 맥락으로 전락해버린 예단은 왜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것인지……물론 물건으로 주는 것 자체도 우습지만 여자가 남자의 집안에 돈을 주고서까지 꼭 해야할만큼 결혼이란게 여자한테 값어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보아야겠네요. 혼자서 살아온 나날보다는 앞으로 함께 살아나갈 나날이 많은 남녀가 만나서 한 가정을 꾸리는건데, 공평한 위치의 사람 대 사람이 만나 살아가기 위한 한가지 의식에 불과한건데도 결혼이란게 그닥 공평한 의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남자쪽 형편이 좋지않아 집을 마련해오지 못해서 대출을 받아 구입하게 되었을 때 그 대출금은 결혼후 부부 공동의 빚으로 함께 갚아나가야 하면서도 혼수니 예단은 별도로 여자가 준비해야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죠. 양가 부모님 중 능력이 되는쪽이 집을 마련해 주고 나머지 살림은 두사람의 돈을 모아 장만하는건 어떨지? 혹 어느쪽도 집을 마련해줄 능력이 안되신다면 집부터 혼수까지 남녀가 공평하게 나누어 부담하는 평등한 결혼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남자쪽에서 거금이 드는 집을 장만하기에 그보다 훨씬 돈이 덜드는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여자가 유리하며, 예단 정도야 당연한걸로 여겨지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옛날 얘기라는걸 명심하시고 공평한 결혼문화를 정착시킬수 있게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여자에게 있어 결혼이란게 돈을 주고 몸까지 팔려가는 듯한 그런 ‘밑지는 장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알리는 글] 긴 글을 여기까지 모두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결혼생활을 소재로 글을 쓰고 있는데 시.친.결 방을 애용하시는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기혼여성 분들인것 같아 글 중 일부를 올려봅니다.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나머지 글들도 올릴 생각입니다. 주관적인 경험이고,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네요.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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