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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내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은 유민의 드라마 대본 책자를 처음 봤을 때다. 드라마 대사 아래 깨알같이 써 내려간 짤막한 메모들. 당연히 자신만 알아보면 되는 글씨들은 모국어 일본어로 쓰여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엔 또박또박 한국어가 적혀 있었다. ‘오,어 발음 제대로’ ‘시옷 새는 발음 주의’ ‘긴장 풀어!’…
참,노력이 갸륵했다. 그래서 더 예뻤다. SBS 수목 드라마 ‘유리화’(극본 박혜경·연출 이창순)에서 탤런트 이동건과 사랑을 나누는 한국의 여배우 장수연 역으로 출연한 뒤 영화 ‘청연’(감독 윤종찬·제작 코리아픽쳐스)에서 일본인 여류비행사 기베 역을 맡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였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발음이 떨려요 떨려.
한국에 온 지 3년. 언어를 체화하기에 넉넉한 기간은 아닌데 유민은 참 한국어를 잘했다. 아니,다른 것보다 ‘머리가 좋아야 언어도 빨리 배우는구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국어가 많이 늘었던데요?” 드라마 ‘유리화’에서의 ‘한국어 발음 논란’을 두고 하는 말인 것을 눈치챘는지 요지를 제대로 꼬집은 답이 나왔다.
“‘유리화’에서 저 발음이 이상하다는 질문 맞죠? 그게 참 카메라만 돌아가면 그래요. 그냥 보통 말하거나 대화할 때는 ‘한국사람 같다’는 칭찬도 가끔 듣는데…아,카메라 앞에만 서면 아직도 떨려요,떨려.”
한국어 시작 3년 만에 유민은 일반 사람들과 농담을 섞어 대화를 주고받을 만큼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요즘도 매일 세 시간씩 한국어 레슨을 곁들인 연기 지도를 받는다.
#내가 본 한국 사람들은요.
말 많은 연예계에서 올해로 연기 경력 3년차인 ‘일본여자’ 유민이 본 한국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처음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한국 사람들이 너무나 외모에 관심이 크다는 사실이었어요. 치아가 조금이라도 모양이 이상하면 교정받고,그래서 매력적인 ‘덧니’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성형 수술도 많고요. 일본에서는 한국만큼 성형 수술이 일반적이지는 않거든요. 뭐,많은 사람들이 외모를 중시하니까 여자들이 ‘공주병’으로 몰고 간 것도 같고요. 물론 지금의 저도 ‘한국 사람’ 스타일로 많이 바뀌었지만요.(웃음)”
몇 차례 열애설을 겪은 탓인지 한국 남자에 대한 생각도 분명했다. 일본 남자는 다정다감하고 다소 여성스러운데 한국 남자들은 무섭고 보수적인 편이지만 책임감이 강해서 좋다고 했다.
“근데 한국 남자랑 결혼하라고 하면,(저는 좋은데) 한국의 많은 어머니들이 일본인 며느리를 싫어하실 것 같은데요?”
#노력만큼은 ‘박사학위’ 줘야 해요.
유민은 국내 최초의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실제 삶을 그린 영화 ‘청연’에서 여주인공 박경원(장진영)에게 도움을 주는 동료 일본인 여류비행사 기베 역을 맡아 현재 국내 촬영을 하고 있다. 2003년 SBS 주말극 ‘올인’에서는 일본인 도박사 역에 이어 같은 해 MBC 수목드라마 ‘좋은 사람’에서는 재일동포 사진작가로 연기했다. ‘청연’은 오랜만에 선보이는 모국어 연기다.
“사실 저는 꿈도 한국어로 꿔요. 우리 엄마 아빠는 딸을 자주 보실 수 없다는 점이 섭섭하신지 ‘우리는 딸을 한국으로 시집을 보냈다’고 하시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