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2004년 연예계에는 예년과 달리 대중들을 경악케하는 각종 불미스런 사건사고들이 다소 적었던 반면, 엔터테인먼트 시장 자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결정적인 움직임들이 유난히 많았던 의미 깊은 한해였다. 배용준을 위시한 한국의 스타들이 범아시아의 문화상품이자,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급성장했고, 한국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천만관객의 고지를 넘어섰다. 경기침체 탓인지 그 어느 때보다 ‘파리의 연인’ ‘풀하우스’ 등 판타지드라마들의 인기가 높았고, 음반시장의 불황으로 연기자로 전업한 가수들이 줄을 이었다. 2004년 스포츠서울 연예부가 선정한 방송, 영화, 가요계의 10대 뉴스를 종합했다.
●‘욘사마’열풍=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빅히트를 치며 주인공 배용준이 ‘욘사마’라는 극존칭의 애칭과 함께 2004년 일본 사회를 풍미한 인물이 됐다. ‘겨울연가’의 주요 촬영지는 일본 여성팬들의 ‘순례지’가 됐고 아사히신문은 ‘욘사마’를 2004년 최고 유행어로 선정했다. AP 등 외신들까지 일본내 ‘욘사마’열풍이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리포트를 내놓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욘사마’외에도 ‘뵨사마’이병헌, ‘욘하사마’박용하 등 특히 일본 열도를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태풍처럼 불어닥쳤다.
●연예인 병역비리= 한재석 송승헌 장혁은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15일과 16일 차례로 군에 입대했다. 특히 한류 신예스타로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갖던 송승헌은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일부 국회의원까지 나섰지만 거센비난여론에 끝내 드라마에서 도중하차했다.
송승헌이 입소 당일 눈물을 보이고, 지난 17일에는 송승헌과 장혁이 각각 포병과 소총수로 배정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최근까지도 이들의 병역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승연 위안부누드 파문= 지난 2월 이승연은 일본 종군 위안부라는 민감하고 뼈아픈 역사적 주제로 누드집을 내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제작사가 누드집 원본을 태우고 이승연은 위안부 할머니들 앞에서 석고대죄함으로써 파문은 일단락됐지만 당시 여론은 이승연의 연예계 퇴출까지도 거론할 만큼 파장이 컸다. 이승연 누드는 ‘너도 나도 벗자’ 식의 연예계 누드 과열 속에 나타난 ‘무리수’였다.
수개월동안 잠적해 있던 이승연은 지난 10월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 집’에 출연해 연기를 재개했다.
●음원시장의 확대= LG텔레콤의 무제한 파일을 재생하는 MP3폰과 관련된 음악단체들과의 대립은 100억원 음악발전기금 조성에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음원시장은 이동통신업체들이 주도하는 ‘유무선 통합 음악서비스’로 옮겨갔다. SK텔레콤의 멜론, LG텔레콤의 뮤직온 등이 잇따라 서비스를 실시했으며 KTF는 내년초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음원단체와의 저작권문제, 음반업체와의 요율문제 등을 겪고 있다.
●가수 연기자 겸업 성행= 가수들의 연기자 변신이 줄을 이었다. 인기 절정의 가수 비와 신화의 에릭이 각각 K2TV ‘풀하우스’와 MTV ‘불새’에서 열연해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떠올랐고 가수로 큰 빛을 보지 못했던 이동건은 STV ‘파리의 연인’으로 연기 홈런을 날렸다. 또 유진, 신성우, 엄정화, 성시경, 쥬얼리의 박정아, 해체된 샵의 서지영 등도 연기에서 높은 가능성을 선보였다. 이같은 연기자 겸업붐은 가요계의 극심한 침체가 큰 원인이 됐다.
최근 한국의 브랜드 인지도를 한껏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전세계적인 ‘한류’붐도 이들의 연기자로의 대변신을 이끄는 한 원인이 됐다.
●한국영화 1000만 관객 돌파= 2004년 한국영화는 신기원을 이뤘다.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됐던 ‘천만 관객’의 고지를 한편도 아닌 두편의 영화가 연달아 정복했기 때문이다. 포문은 북파 공작원들의 숨겨진 얘기를 다룬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열었다. 설경구, 안성기, 정재영, 허준호 등 호화 캐스팅으로 개봉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는 2003년 12월24일 시네마서비스가 전국 83개 스크린에서 동시 배급했다. 서울에서만 256만명의 관객이 들었고 전국 1109만명으로 대장정을 끝냈다. ‘실미도’의 바람을 탄 덕분일까.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국전쟁 블록버스터 ‘태극기 휘날리며’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장동건, 원빈의 인기 스타를 투톱으로 내세운 ‘태극기~’는 2월5일 막을 올려 서울 305만, 전국에서 1174만명으로 ‘실미도’의 국내 최다관객 기록을 경신했다.
●연예인 빅스타 파경과 연예계 컴백= 똑같이 ‘세기의 결혼’이라는 주위의 부러움을 한껏 받으며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렸던 최진실과 고현정은 올해 똑같이 솔로로서 본격 활동의 기지개를 폈다.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이혼한 고현정은 1년여의 준비 끝에 올해 11월 9일 SBS 특별기획 ‘봄날’ 제작발표회에 등장해 10년만에 브라운관 컴백을 기정사실화했고, 고현정과 반대로 이혼전 MBC 주말극 ‘장미의 전쟁’을 통해 먼저 컴백한 최진실은 폭행까지 이어지는 극한 상황을 겪은 뒤, 결국 지난 9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결별 커플= 드라마 ‘올인’의 커플에서 실제로도 연인으로 발전해 세간의 깊은 화제를 모았던 이병헌-송혜교 커플은 올해 6월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결별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오랜만에 등장한 톱스타들의 열애에 큰 기대와 축복을 보냈던 대중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로를 극히 신뢰함에도 헤어짐을 선택한다’고 밝힌 두 사람은 이후 각자 더욱 활발한 활동으로 결별의 아픔을 달랬다. 특히 두 사람은 약혼이나 결혼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결별을 공개적으로 언론에 먼저 알린 최초의 커플이기도 하다.
●‘파리의 연인’ 신드롬= 2004년 한국의 여름 주말은 ‘파리의 연인’이 장악했다. 재벌과 신데렐라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물인 이 드라마는 진부한 스토리라인의 결점을 잊게 하는 귀에 쏙쏙 박히는 명대사와 김정은, 박신양, 이동건의 호연으로 시청자들에게 무더위를 잊게하며 즐거움을 안겨줬다. 타이틀롤인 김정은과 박신양은 이 드라마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됐고, 이동건 역시 일약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한국 영화 국제 3대 영화제 수상= 올해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를 ‘싹쓸이’했다. 지난 2월 제 5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감독상(은곰상)을 거머쥐며 포문을 연 수상 행진은 5월 제 57회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그랑프리인 심사위원대상을 낚아채 절정에 올랐다. 특히 칸 영화제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은 한국영화 사상 처음 있는 쾌거여서 한국 영화계는 축제의 분위기로 들썩거렸다. 또 9월에는 김기덕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마지막인 제 61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빈집’으로 또다시 감독상을 차지했다. 올 한해 굵직한 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세계는 한국영화의 힘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