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
한강변 신라호텔의 스카이라운지.
한강을 훤히 볼 수 있는 창가쪽에 두 사람의 청년이 마주앉아 김이 모락모락나는 따끈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커피의 향을 음미하듯 묵묵히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장신에 짙은 롱코트를 입은 잘 생긴 청년이 먼저 고요를 깨트렸다.
"대성아! 우리 술한잔 먹으면서 쌓인 얘기를 나누자!"
이에 짙은 빨강계통의 셔츠, 넥타이, 양복을 단색으로 조화롭게 입은 청년이 말을 받았다.
"그래, 지현아. 그런데 정말로 거물이 되었구나. 대통령각하 밑에서 일하다니..."
"나보다도 니가 더 거물이지. 요즘 매스컴에서 한창 너에 대한 얘기가 화제로 떠올라 '비지니스의 황제'로 떠받들던데... 내
친구지만,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
"하하하. 난 그 때의 약속을 지켰을 뿐이야."
양볼에 귀엽게 보조개가 들어간 대성이는 '그때의 약속'을 잠시 회상했다.
"그래, 나도 그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제껏 앞만보며 달렸지... 자, 자리를 옮기자고..."
대성과 지현, 두 사람은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고급세단을 타고 스카이라운지를 빠져나와 서울에서 한시간남짓 걸리는 외곽으로 차를 몰아 여름이라 철지난 한 스키장을 지나 오솔길로 들어섰다.
약 5분 정도를 들어가 '황금정'이라 새겨져 있는 장승을 지나자 대궐처럼 큰 전통한옥집이 나타났다.
황금정은 정계.재계의 거물들이 쉬쉬하며 찾아오는 고급요정이었다.
차가 서자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머리를 땋아올린 아름답고 지적인 여자가 다소곳이 다가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엄팀장님.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하고 눈웃음을 치며 마담인 듯한 여자가 엄지현을 반겼다.
"김마담. 친구하고 술마시러 왔어."
무뚝뚝한 엄지현의 말투에 김마담은 살짝 노려보며 그의 팔짱을 꼈다.
"자리를 마련해놨으니, 저쪽으로 가세요. 제가 모실께요. 친구분도요."
'저 김마담이라는 여자가 지현이를 꽤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씨익'웃다가 대성이 자신은 찬밥신세인 듯해 시큰둥한 얼굴로 그들의 뒤를 따라 걸었다.
마담이 안내한 방에는 이미 술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역시 한복을 곱게 입은 미인이 한명 앉아 있었다.
자연스럽게 엄지현 옆에 김마담이 앉고, 술상 앞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던 아가씨 옆에 김대성이 앉았다.
"엄팀장님, 친구분 소개 좀 해주세요."
하며 조르는 마담을 본 대성이.
일어나 목청을 가다듬었다.
"아. 아. 엄팀장에 비해 비천한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현재 대성그룹 회장으로 있는 김대성이 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