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다음날.
양 군은 한달동안 쉬던 전투를 다시 재개했다. 그 전투를 바라보며 담달은 중얼거렸다.
“유다… 넌 이제 곧 쓰러질 것이다.”
연의 군사는 담달의 지시대로 먼저 싸움을 걸고도 패주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현의 군사 유다는 패주하는 적을 섬멸하려 들지 않고 적이 물러서면 자신도 물러서고 있었다. 사태가 매일같이 이리 전개되자 현의 진영에서 장수들의 인내심은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군사! 어찌하여 승전하는데도 군사를 계속 물리시는 것입니까?”
“거짓 패배 입니다. 자칫 함정에 빠질 것입니다.”
군사 유다는 계속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그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정말 큰일이군…’
연의 진영.
대장군 유열기가 담달에게 최근의 전투에 대해서 근심어린 안색으로 말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가 아무리 패배를 위장하여 물러나도 적은 함정까지는 나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위장이라지만 이리 계속 패배를 한다면 아군에게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너무 심려 마시지요. 저는 이미 두 개의 함정을 준비했습니다. 그 함정은 저울과 같아서 한족으로 기울지 않으려 그 쪽에 무게를 줄이면 다른 한쪽으로는 더 깊이 기울어지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
그렇게 일주일 동안 연은 연전 연패를 했고, 현은 연전 연승을 했다. 그럼에도 현의 군사 유다는 군사를 계속 물리고 있었다. 이리하여 장수들의 동요는 점점 더 심각해 져 가고 있었다. 그들은 거의 매일 밤 야합을 하고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군사 유다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라면 언제 반란이 있을지 모른다… 어찌한다.’
밤을 지새워 고심하던 유다는 날이 밝자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그는 현의 장수들 마저 속이기 위해 스스로 독을 마신 후 병을 얻은 것이었다. 참으로 놀라운 계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병상에 눕고는 곧 모든 제장들을 불러 모았다.
“군사! 우리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저는 우선 후방으로 물러날까 합니다. 다만, 물러서면서 함정을 놓을 생각입니다. 적은 내가 병환이 깊어 후방으로 물러난 것을 안다면 틀림없이 총 공세를 해 올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 현은 군사를 둘로 나누어 후방의 현암성(玄巖城)에서 진을 치면서 군세를 정비할 것입니다. 실제로 군사를 이동하지 않으면 적이 속지 않을 것이니 7만의 병사를 후퇴시킬 것입니다. 남은 4만의 병사는 후퇴를 가장하여 물러나다가 중간에 부대에서 이탈해 매복하여 기다리다가 우리를 쫓는데 주력하느라 방심하고 있을 현의 20만 대병을 격퇴시킬 것입니다.”
“그럼 누가 후퇴를 하고, 누가 매복하여 적을 물리칩니까?”
“후방군은 대장군 서창우 장군이면 충분합니다. 나머지 장수들은 4만의 정예병으로 함정에 빠진 연군을 쳐서 큰 공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유다의 이 말은 그동안 불만에 다득해 반란까지 밀담을 나누던 장수들에게는 더 없이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앞을 다투어 공을 세울 수 있는 큰 기회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의 진행은 유다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연이 정말 함정에 빠지고, 그대들이 큰 공을 세운다면 이미 적과 내통하는 자가 되어버린 내 운명을 어찌될지… 결국, 내 운명은 연의 군사 유다의 지혜에 달린 것인가… 한스럽구나… 하지만, 그럼에도 그대들이 승전한다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찌 이리 우매했단 말인가…’
그날로 유다는 자신이 큰 병환을 얻었다는 소문을 내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곧 연의 담달에게도 전해졌다.
‘나를 방심하게 할 요량인가? 그런 하찮은 계책을 내어 놓다니… 내가 사람을 잘 못 본 것인가? 비록 책략을 부린 것이지만 그를 얻으려 한 것은 진심이었건만…’
그러나 며칠 후 연의 군사 담달은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이 퇴각을?”
“네, 그 동안 야간에 막사만 남겨놓은 채 퇴각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적진은 흔적만이 있습니다.”
“병환이 났다는 것이 정말이란 말인가?”
“어찌하지요?”
담달은 잠시 혼란에 빠졌지만, 곧 명을 내렸다.
“군사를 셋으로 나누어 추격하도록 합니다.”
“네?”
“틀림없이 주력군을 후방으로 이동하면서 방심한 우리 연군을 치기 위해 매복을 해 놓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현의 주력군은 후방으로 후퇴하고, 연은 쫓기를 하루 밤, 낮 동안 계속했다. 그리고 연주평야를 빠져 나와 첫 계곡이 있는 곳에서 현의 매복군은 연의 선발대를 포위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으로 우리는 큰 공을 세우게 되는 것입니다.”
“헌데… 그가 정말 내통했다면… 우리의 매복에 대한 정보는 어찌되는 것입니까?”
“그가 연국에 정보를 줄 시간적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전투에서 공을 세우고 가장 먼저 현과 내통하려 한 유다를 참해야 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전쟁은 벌써 승전했을 것입니다.”
그들이 그런 모의를 하는 사이 계곡으로 연의 선발대가 들어서고 있었다.
“이제 곧 때가 됩니다.”
연의 선발대가 계곡을 지나갈 때를 기다리던 현의 매복군이 이를 치려하는 찰라에 현군은 어디에선가 날으든 공격에 갑자기 혼란스러워 졌다.
“아니? 이건…”
현의 매복군은 이미 우회한 연의 2대 3대의 공격을 양면에서 먼저 받고 말았다.
“이럴 수가…”
현의 4만여의 매복군과 수 많은 장수들은 그 곳에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부질없는 짓이 되고 말았다. 매복은 실패했고, 현은 4만의 병사와 여러 장수들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이 소식은 곧 현암성에서 새로이 진을 구축하고 있는 군부에게도 전해고 이 소식을 곧 대장군 서창우를 통해 병상에 있는 유다에게 전해졌다.
“매복군이 오히려 당했다 합니다.”
“잘 되었습니다.”
“네?”
유다의 이 말에 서창우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군사?”
“장군만은 저를 믿어주셔야 합니다.”
“…”
“제 입장에서는 애초에 매복이 성공과 실패는 모두 현에게는 이득이었습니다.”
“어째서…”
“성공했다면 현을 구한 것이고, 실패했다 해도… 군영에 불란을 일으키려는 불손한 무리들을 제거한 것이니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군사…?”
“섞어 들어가는 손을 자르지 않으면 온 몸이 썩게 됩니다.”
유다는 담담했다. 그는 이미 내부의 반란의 기미를 알고 있었기에 이에 가담한 장수들을 모두 연으로 하여금 주살되도록 한 것이었다. 4만의 그들이 지휘하는 부대와 함께… 그러나 이것은 결과적으로 현을 구한 것이었다.
현암성(玄巖城)에 진을 친 현은 더 이상 물러나지도 나아가지도 않고 있었다. 그렇게 양 군이 대치한 채 전투를 수십여 차례 반복했지만 유다는 더 이상의 헛점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일이 이리 되자 연의 군사 담달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연의 진영.
연의 군사 담달은 그만 초조해져 버렸다. 그는 자신의 전략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이 전쟁으로 연을 얻으려 했으나…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것인가?”
양 군의 현암성의 대치는 그 후로도 또 다시 한 달을 끌었다. 이러한 사태의 진행은 현에게도 연에게도 소득이 없는 것이었다. 이제는 추수때가 가까워 지고 있었고, 더 이상의 징병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적진에 들어와 있는 연으로서는 말할나위도 없는 사태였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태가 불리하게 되자 대장군 유열기가 군사에게 말했다.
“추수 때 마저 지나면 곧바로 겨울 입니다.”
담달은 깊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저 유다가 죽기 전에는 현을 얻을 수 없을 듯 합니다.”
“군사…”
제국력 1330년 ‘혈의 대전(血의 大戰)’이라 불리는 이 전투에서 연국은 연주평야를 얻었으나 끝내 현국을 복속시키지는 못했다.
#04
패전에 대한 책임으로 현은 연일 몸살을 앓고 있었다. 더군다나 군사 유다가 많은 장수들을 사지로 보낸 사건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방에서 그의 적이 그를 참소하며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황제 이치우는 유다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유다”
“네 전하…”
“나는 그대의 충성을 단 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네.”
“전하…”
“그대가 소문 대로 많은 장수들을 사지로 보냈다면 나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겠다.”
“…”
“내가 그대에게 너무 미안하군…”
“어인 하문이십니까?”
“내가 부족하여 그대가 그 뜻을 미처 펴지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신이 부족하여 전하를 모시지 못한 죄가 크옵니다.”
“대장군 서창우 만으로 다시 현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전하…”
“역시 어렵겠지…?”
“소신을 죽여주시옵소서…”
“…”
곧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내 어명을 내리겠네.”
“…”
“나는 이 나라와 함께 죽을 것이네. 하나 그대들은 절대로 죽지 말게.”
“전하…?”
“서창우와 함께 타국으로 가서… 그 뜻을 이루게…”
“전하…!”
유다는 그만 크게 목놓아 통곡하고 말았다. 그러한 그를 황제 이치우는 위로하며 말했다.
“무능한 나를 모시느라 그 동안 노고가 많았네”
“전하, 절대로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소신은 반드시 병환을 다스린 후에 현을 반석위에 세울 것입니다. 전하!”
“말이라도 고맙네…”
황제를 알현한 유다는 큰 결심을 하고 다시 국가를 추스르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해가 다 가기도 전에 현국에서는 큰 변괴가 일어나고 말았다. 스스로 병환을 얻었던 유다는 황도에 돌아와 요양을 하며 병을 다스리려 했으나, 그만 그 병을 다스리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연의 황도 동창(瞳昶).
담달의 저택을 대장군 유열기가 찾았다. 그는 방에 들어서자 마자 화급히 현의 변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소식 들었습니까?”
“유다의 소식 말입니까?”
“끝내 지난번 얻은 병으로 죽었다 합니다.”
담달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모두 거짓 입니다.”
“네?”
“그는 자신의 장수들까지 속이기 위해 스스로 독을 마시고 병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치료가 가능한 독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 병으로 죽었다는 것은…”
“그럼…”
“누군가에게 독살 당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내 현을 복속하지 못한 이후로 반드시 그를 얻고자 했는데…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는 군요…”
“군사…”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지금 어처구니 없이 져버린 시대의 영웅을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유쾌하지는 않지만, 이제 곧 현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에 다시 군사를 이으킬 것입니까?”
“그럴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네?”
“현의 황제는 한쪽 날개가 잘렸습니다. 곧 다른 한쪽 날개도 잘릴 것입니다.”
“그럼…”
“스스로 자멸할 것입니다.”
그 해 하얀 눈이 내려 대륙 전체를 덮을 즈음, 현의 간신들은 황제 이치우와 그의 측근인 대장군 서창우를 참살하고 나라를 연국에 바쳤다. 그것은 제국력 1330년 겨울의 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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