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가 계속되는데다가 아기 젖먹이랴 새벽부터 일어나서 밥하랴...난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시골에서 어느 종류가 내게 안맞는지는 모르지만 다시 잔기침이 시작이 되었다.
시골에서 워낙 말 수 없는 내가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냥 입 다물고 한 달이 다 되어가니 또 다시 우울증이 도지기 시작했다.
랑은 아직 젊은 기운으로 저녁 밥을 먹으면 나와 아이들을 데리고 마실을 가려고 했지만 난 도대체 기운이 따라주질 않았다.
난 잠보인데 늘 잠이 모자랐다.
내가 자고 싶은 시간엔 아가를 봐야했고, 아가 자는 시간엔 집안 일을 해야했다.
남편 자는 시간과 시아버님 일어나는 시간을 맞추려니 하루 두 세 시간 밖에 내게 잠으로 할당되는 시간이 없었다.
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그래도 힘들게 일하고 들어오는 남자들을 위해서 끼니 때마다 정성들여 밥상을 차렸다. 육체노동을 하는 이들에게 밥은 아주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물을 말통으로 한 말통을 마시기 때문에 짭짤한 것도 항상 준비해야했다.
겨울에 담가놓은 오이지와 짠지 종류들이 그 진가를 발휘했다. 소금기 필요한 그들은 맛있게 먹어줬다.
매일 잘 놀던 윤희와 은비는 차례로 몸살 감기가 지나갔다. 가뜩이나 힘들던 시기에 아이들 병간호로 진이 다 빠졌다. 칭칭거리는 아이들 때문에 혹시라도 아버님과 랑이 제대로 쉬지 못할까 싶어 씨에스타 시간엔 아이를 들쳐업고 나무 그늘을 찾아서 나가든가 했다.
그러다 급기야는 내가 드러눕게 되었다.
온 몸이 펄펄 끓었다. 아무 것도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저녁을 대충 해먹은 랑이 들어와서 한 마디 했다.
"밥 먹을래?"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밥은 해먹었는데...설거지는 나중에 네가 일어나서 해라."
아파서 밥도 못먹고 누워있는데. 섭했다. 그래서 눈물도 났다.
잔기침은 계속 나서 가슴도 너무 아팠다.
엄마도 보고싶고,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사나 싶기도 하며 아프니까 짜증도 났다.
다음 날, 일찌감치 새벽밥을 해야했다.
더운 뙤약볕으로 일을 하러 나가는 사람들 굶겨 보낼 수는 없지 싶어서 억지로 일어나서 상을 차렸다. 힘들어 온 몸이 후들후들 떨렸지만 아침을 해주고 아이들을 챙기고 빨래를 해서 널고 온 몸에 진땀이 났다.
다시 날씨는 궂어져서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했다.
아버님과 랑은 일하다 말고 부리나케 다시 농장에서 나왔다.
아버님은 옆 동네 친구분네로 마실을 나가셨다.
점심을 해먹고 설거지를 했다.
힘들어 온 몸에서 진땀이 흘러내렸다. 도저히 끈적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랑에게 아가를 보라고 하고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잠자던 랑 옆에 아가를 냅두고 샤워를 하는데 우는 아가 데리고 가지 않는다고 랑이 있는대로 소리를 질렀다.
나 아픈데...나 너무 힘든데...어찌 저럴 수가 있을까?
물기를 제대로 말리지도 못하고 아가 있는 데로 갔더니 은비는 몸이 안좋은지 빽빽 울고 있었다. 랑은 그 옆에서 아가를 안아줄 생각도 안하고 등 돌려서 인상을 쓰고 자고 있었다.
너무 화가 났다. 저 아가가 내가 데려온 아기인가? 지 새끼아냐.
우는 은비를 안고 달래주며 랑에게 짜증을 내었다.
어떻게 목욕하던 사람이 나와서 아기를 봐야하냐 이치적으로 이럴 때는 아빠가 일어나서 봐야하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아가 키우는 사람은 나고 젖먹고 싶어서 우는지 어떻게 아냐며 날 윽박질렀다. 너무 화가나서 안고 있던 아가를 아빠가 누워있는 침대로 던지듯이 눕혔다.
"당신이 봐!"
랑은 내가 아기를 던진걸로 알고 화가나서 내 뺨을 한 대 때렸다.
안그래도 빈혈 기 많은 난 그 자리에서 핑 세상이 섞여 보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한참 누워있었다. 못 일어나겠다.
한참만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서 거울을 봤다. 한쪽 뺨이 빨갰다.
너무 서러워서 울었다.
세수하며 코를 푸는데 귀에서 뜨거운 바람이 훅~ 하고 나왔다.
본능적으로 고막이 찢어졌겠구나 싶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랑이 아기를 안고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제 절대로 이런 일은 없을 꺼라고 했다.
조용하게 말했다.
"고막 찢어진 거 같아"
따귀 한 대로 상황이 이렇게 되니 랑은 너무 놀라며 날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의사는 귀를 보며 고막이 찢어졌다고 빨리 수술을 하라고 권유했다. 거긴 시골이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서 하라고 했다.
의사가 어쩌다가 이렇게 찢어졌냐며 랑을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랑은 당황하며 얼른 말도 안되는 변명을 했다.
내가 혼자 길가다 전봇대에 부딪혀서 그렇게 됐다고 했다.
말도 안돼.
하지만 남편에게 뺨 맞았다고 한다는 거 자체가 창피했다.
게다가 나도 아가에게 화풀이를 했으니 잘못한거지 싶었다.
난 아무 말도 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