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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남자 유키*** <#17. 키스 스무 번의 시작>

길스진 |2005.02.02 18:32
조회 4,458 |추천 0

#17

<<키스 스무 번의 시작>>

 

 

 

지나는 새벽녁에 유키의 방에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첫날밤과는 다르게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없었다.

 

아직 그와의 격렬했던 밤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몇 시간 후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유스케는 아침일찍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했었다.  그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 것은 너무 미안했지만 그렇다고 그를 매몰차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아침식사라도 먹여서 보낼 마음으로 그녀는 긴 머리를 대충 올려묵고는 앞치마를 둘렀다.

 

보리는 주인을 보자 반가워 날뛰었다.  요즘에는 그녀 방문 앞에서 자는 경우도 있지만 레이 방문 앞에서 자는 경우가 느는 것은 틀림없었다.

 

"너 요즘에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거 알아?  나한테 잘보여야지 왜 레이한테 잘 보이니?"

 

그녀는 괜히 보리의 콧잔등을 손가락으로 살짝 쳤다.

 

"날씨가 갈수록 더 더워지는데요?"

 

한 손에 신문을 든 유스케가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일본에 있을 때처럼 그는 항상 일찍 일어났다.

 

그가 벌써 옷을 갈아입은 것을 보고 그녀는 그가 돌아가는 것을 서두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의심심장한 눈길이 오랫동안 자신의 얼굴에 머무르는 것 같아 지나는 얼굴을 붉혔다.

 

그에게 전날밤 있었던 일을 들통당한 기분이었다.

 

한참을 지나의 얼굴을 꼼꼼히 바라보던 그의 눈동자가 그녀의 입술로 향했다.

 

바로 전날 유키의 뜨거운 입술이 닿았던 곳을 유스케의 눈길이 뭔가를 찾듯 헤매고 있었다.  누군가의 흔적을 찾기라도 하는 듯...

 

시선을 그녀의 얼굴에 고정시킨 채로 그가 말했다.  늘어지는 듯한 그의 말투였다.

 

"아침날씨치고는... 덥군요.  홋카이도와는 다릅니다."

 

한국은 사계절이 거의 뚜렷하지만 일본은 지형이 가늘고 길기 때문에 북쪽과 남쪽의 기온차가 매우 크다.

 

특히 일본의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폭염과 장마가 없고 태풍의 피해조차 거의 없는 곳이다.

 

반면에 남단 쪽은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매우 덥고 강수량이 많다.

 

"네..."

 

"지나씨.  난, 지금 돌아갈 겁니다.  전날 내가 했던 얘기..."

 

"죄송해요, 유스케."

 

지나는 떨리는 음성으로 서둘러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

 

"전... 여기 있을 거에요."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얼른 주방으로 가서 아침식사 준비를 했다.  그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아침식사를 대접할 생각이었다.

 

"맛있군요."

 

유스케는 지나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기분 좋게 말했다.  그는 아직... 그리 쉽게 그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커다란 쟁반에 음식이 담긴 그릇을 담고 있었다.  누군가의 식사를 차리는 중이었다.  그 음식이 유키의 아침식사임에 분명했다.

 

"내가 대신 가지고 올라가죠.  떠나기 전에 인사도 할겸."

 

"그, 그래요?"

 

 

 

 

유키는 노크소리 다음에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지나가 아니라 유스케였던 것이다.

 

그가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아직까지 일본으로 안 돌아가고 뭐하는 거지.

 

그는 김 지나가 일본으로 동행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유스케가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무슨 일이야?"

 

그의 신경질적인 말투에 문밖에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기다렸던 사람이 아니라서 실망했나?  유키.  떠나기 전에 얘기 좀 하자."

 

"난 별로 할 얘기 없다.  있으면 너나 해."

 

유키는 서재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그는 기분이 언짢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김 지나가 곁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새벽에 자신의 침실로 돌아간 것이다.  유스케를 의식했는지는 몰라도 일찍 그의 방에서 도망치듯 나간 것이 기분 나빴다.

 

"사토 유키.  넌, 사고 전만해도 넌 이러지 않았어."

 

"사람은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

 

"..."

 

아마 유스케는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을 작정인 것 같았다.

 

밤이 아니라서 방안이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지만 시커먼 커튼때문에 어느정도 방안이 침침했다.

 

유키는 천천히 문손잡이를 돌렸다.  조그맣게 열려진 문틈 사이로 하얀 와이셔츠에 검정 정장바지를 입은 친구가 보였다.

 

유스케는 아침식사가 든 쟁반을 그에게 내밀고는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래층 거실 빼고는 2층 복도와 그의 방은 아직까지 한밤 중 같았다.

 

"이런 곳에서 살았냐?  7, 8년 동안?  대단하군."

 

유스케는 뒤돌아서서 테이블에 앉은 친구를 힐끔 쳐다봤다.

 

머리는 언제 잘랐는지 제법 덥수룩해보였다.  제멋대로 잘린 자국이 있는 걸 보면 집에서 자기 손으로 직접 자른 것 같았다.

 

"난 네 맘 이해 못 한다.  네가 겪은 고통과 좌절같은 것도 난 몰라.  그래서 네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길 기다렸어.  하지만 넌... 결코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더군."

 

유키가 어느 정도 식사를 다 할 때까지 유스케는 기다렸다가 말문을 열었다.

 

유키는 물잔을 입에서 떼고 그를 올려다봤다.

 

"그 여자... 만약 그 사고로 죽지 않았다면... 내가 그 여자를 죽였을 지도 몰른다."

 

"그렇게 힘들었냐?"

 

"숨도 쉬기 싫을 만큼... 지옥을 갔다 온 기분... 넌 모를거다, 유스케."

 

"그래서... 전날 내가 지나씨와 있는 걸 보고 죽일 듯이 그렇게 화가 났던 거냐?"

 

"..."

 

"8년 전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유스케!"

 

유키는 사나운 눈으로 앞에 서서 미소를 짓고있는 남자를 노려봤다.

 

유스케는 그리 밝지 않는 방안에서 유키의 얼굴에 난 기다란 상처를 쳐다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넌... 지나씨를 가질 자격이 없는 녀석이야."

 

"..."

 

"지금은 내가 돌아가지.  하지만 난 지나씨를 포기하지 않겠어."

 

"맘대로 해."

 

유키는 다문 잇사이로 차갑게 내뱉었다.  유스케가 누구와 연애를 하든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가 서재로 향하자 뒤에서 유스케가 따라들어왔다.

 

"하아!  관심없다 이건가?  정말 지나씨에게 조금도 감정이 없나?"

 

"..."

 

"그럼 내가 지나씨와 같이 일본에 간다고해도 말리진 않겠군."

 

유키는 획 돌아서서 소리쳤다.

 

"말리지 않아.  데려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해 봐.  하지만 그 여자가 쉽게 간다고 하던가?

 

자기 말로는 이곳에서 가정부로 있겠다는데?  월급을 적게 줘도 있겠다는 여자를?  흥!"

 

그는 켜진 모니터 앞에 앉아서 마우스를 움직이더니 이내 키보드를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

 

팔짱을 낀 채로 그를 보고있던 유스케는 당장에 이 자식을 두들겨 패주고 싶었다.

 

사람 마음이 얼어도 이렇게 잔인하게 차갑게 얼 수 있는지... 그게 가능한지 알고 싶었다.

 

이런 자식을...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마음에 두고있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났다.

 

유스케는 문으로 돌아섰다.  방문을 열던 그는 잠깐 멈추고 조용히 말했다.

 

"유키.  그 상처, 그렇게 끔찍하지 않다.  아직까진 네 얼굴 봐 줄만해.  그럼, 간다."

 

"..."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음이 있는대로 얼어붙은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를 조금이라도 먼저 만나지 못 한 것이 안타까웠다.

 

 

 

 

아래층에서는 레이가 아침밥을 먹고있었다.

 

비행기 출발시간 내에 공항까지 가려면 빠듯하다는 걸 알고 그는 방으로 가서 겉옷을 챙겨들고 나왔다.

 

"지금... 가실 건가요?"

 

지나는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거실로 나왔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눈길이었다.

 

유스케는 그녀가 이토록 미안한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할 사람은 자신과 저 위에서 살고있는 어리석은 한 남자였다.

 

유스케가 간다는 말에 레이는 입가에 케찹을 묻힌 채로 주방에서 튀어나왔다.  아이는 그가 간다는 것이 약간 서운한 것 같았다.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또 보자.  다음에 볼 때는 지금보다 더 씩씩해져 있길 바란다."

 

"네.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유스케는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일본말로 아이에게 뭐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의 눈이 커다래지더니 옆에 선 지나에게로 갔다.  레이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두 사람 뭐라는 거지?'

 

지나는 그들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 해 궁금했지만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앞치마 주머니에서 포장해둔 선물을 꺼내어 유스케에게 내밀었다.

 

"뭡니까?"

 

"비행기에 타시면... 풀어보세요."

 

그녀는 대문까지 그를 배웅했다.  레이는 식사를 해야했기에 현관에서 그와 작별했다.

 

대문 밖에서는 언제 왔는지 콜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는 아마 십 분이나 이십 분 정도 기다렸을 것이다.

 

"나만 선물 받아도 되는 겁니까?"

 

"네?  아... 선물이랄게 있나요, 뭐..."

 

"저도 그럼... 선물 하나 드리죠."

 

"???"

 

지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유스케는 그녀에게 오른 손을 내밀었다.  단순한 악수를 하려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러나 그는 힘주어 그녀를 끌어당겼다.

 

"키스...해도 됩니까?"

 

"네...?"

 

"당신한테 주는 선물로..."

 

"???"

 

"그리고 작별인사로..."

 

지나는 어디선가 유키가 보고있을 거란 생각에 얼른 대답하지 못 했다.  하지만 유스케는 이제 떠날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일방적인 감정을 주고서 말이다.  함께 일본행을 하지 못 한 미안함에 지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잠깐이며 돼.'

 

유스케는 그녀의 머리뒷쪽을 한 손으로 받히고 다른 손을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너무나도 부드러운 키스였다.  평온함과 안전함을 주는 듯한 키스였다.  그는 키스조차 매너있게 하는 남자였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에서 가볍게 움직였고 그녀의 입술 사이를 살짝 비집고 들어온 뜨거운 혀는 그녀가 쉽게 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자, 그는 지나의 턱을 살면시 눌렀다.

 

'안 돼!'

 

지나는 당황해 얼른 그의 가슴을 떠밀었다.  단순한 키스가 뜨거운 키스로 발전하는 것은 싫었다.

 

"미, 미안해요."

 

"아뇨.  나에게 미안할 필요 없습니다."

 

"유스케... 당신은... 정말 좋은..."

 

지나는 고개를 숙이고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좋은 남자라구요?  그런 말은 이미 했는데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과 마주했다.  그의 눈길은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안타깝네요."

 

그의 손길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는 그녀를 두고 떠나기가 싫었다.  발길이 쉽게 떨어질 것 같지가 않았다.

 

"네... 그랬다면... 유스케의 마음을 받아들였을 지도 모르죠."

 

반짝거리는 눈물이 눈가에 맺히는 것을 본 유스케는 그녀의 뺨에 입술을 맞추었다.

 

"언제든지 마음이 바뀌면 나에게로 와요.  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럴 일은...없을 거에요."

 

"만약에..."

 

그는 몸을 돌려 택시 뒷자석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택시에 오르기 전 그도 가볍게 목례하듯 인사를 한 후, 이내 떠났다.

 

지나는 잠깐 그곳에 선 채로 조금씩 작아지는 택시의 모습을 바라봤다.

 

유스케... 그는 멋진 남자임에 틀림없었다.  과분할 정도로 멋있고 매너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 이상이 필요했다.  그에게서는 아무런 정열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전 키스에서도 어떠한 긴장감도... 애절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미안해요, 유스케.'

 

 

 

 

검은 커튼 사이로 보이는 조금 전의 광경에 유키는 속이 뒤틀리른 것을 느꼈지만 참았다.

 

김 지나는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아있겠다고 큰소리쳤었다.

 

하지만 떠나는 유스케의 품에 안겨 열렬히 키스를 받고있는 그녀를 보자 또다시 웅크리고 있던 질투심에 목이 탈 지경이었다.

 

그녀의 애인도 아닌 자신이 이토록 그녀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깨닫지 못 했다.

 

그녀에 대한 감정이 단순한 호기심이라면 이런 집착이나 질투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녀에게서 강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유키는 덥수룩한 머리를 긁적거리며 창가에서 물러났다.

 

마당으로 들어서던 그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는 그의 쪽으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노크소리가 들렸다.

 

"저에요, 사장님..."

 

또다시 사장님으로 돌아간 건가?  그렇게 사장님 소리를 집어치우라고 했거늘...

 

"사장님..."

 

그는 언짢은 기분으로 방문을 획 열어재꼈다.  그리고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유키!  유키라고 했소!  도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는 거요?  귀가 어두운 거요, 아니면 머리가 나쁜 거요?  혹시... 닭머리요?"

 

"뭐, 뭐라구요?"

 

"두 번 다시 사장소리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닭머리가 학교선생질을 어떻게 해요?"

 

"그게 정말 의심스럽소.  거짓말이 아닐까하는..."

 

"하!  기가 막혀서... 아침부터 왜 그래요?  분명히 내가 차려드린 밥은 아무 이상이 없는데..."

 

"나한테 거짓말 한 거 아니오?  그 머리로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쳤을 지..."

 

지나는 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기뻤다.  그가 문을 열고 나타난 것이 놀라웠다.  그녀는 이제부터 계획에 들어갈 참이었다.

 

"날 화나게 하지 말았으면 하군요.  나도 가만히 안 있을 거에요, 사장님!"

 

유키의 눈썹이 올라가는 것이 어두운 복도에서 보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 어둠 속에 있으면 된다.  이 집에서의 침침함은 곧 사라질 테니...

 

"당신은 머리가 나쁘거나 아니면 무식하게 고집이 세거나 둘 중에 하나일 거요."

 

"제가 편한대로 부를 겁니다."

 

지나는 갑자기 그를 밀치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놀란 유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의 침실로 가더니 커튼과 창문을 열어제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서재까지 들어가서 마찬가지로 창문을 열었다.

 

"지금 당신 뭐하는 거요?!"

 

지나는 속으로 많이 놀랐지만 이를 악물고는 스스로를 다독거려댔다.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된다고...

 

"보면 몰라요?  청소하려는 거잖아요.  죄송하지만 나각계실래요?"

 

"뭐, 뭐요?"

 

"아래층에 냉커피 만들어놓은 거 있어요.  그거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그리고 기사님좀 오후에 불러주세요.  외출할 거거든요."

 

그녀는 제멋대로 자기 혼자서 말하며 침실과 서재를 왔다갔다 했다.  유키는 화가 치밀었지만 가정부로 있겠다는 그녀를 말릴 수조차 없었다.

 

그녀를 내쫓게 되면 그 이후에 일어날 문제거리에 대해서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첫번째 일어날 문제는 바로 사토 레이였다.  아이는 분명히 그녀때문에 엉엉 울 것이고 예전처럼 또 혼자서 지내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그의 입맛에 맞게 요리를 해줄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괴팍한 성격에 비위맞춰 줄 가정부를 구하기가 어디 쉬운가?  그것을 알고있는 이상 그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유키는 잠시 복도에 나가있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이 여자가 미치지 않는 이상 갑자기 그의 규칙을 깨트릴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복도로 나오더니 복도에 있는 커튼을 아예 떼버렸고 창문을 휙 열었다.

 

"당신 미쳤소?  지금 뭐 하는 짓이오?"

 

"사장님도 머리가 나쁘신 것 같네요.  청소한다고 했잖아요."

 

지나는 청소기를 가지고 돌아와서는 전선을 길게 잡아당겼다.

 

"창문도 열고 도둑놈 소굴도 아니고 침침해서 어디 청소를 하겠어요?  전 예전에 가정부가 아니니까 불만스러우면 쫓아내시던가요.

 

하지만 전 나가지 않을 거에요.  돈 안 받아도 되니까요.  그럼 더이상 말 시키지 마세요, 사장님.  도와주실 거 아니면요."

 

"지금 나한테 잔소리하는 거요?  당신이 나한테 그럴..."

 

그의 말소리는 시끄럽게 윙-거리는 청소기 소리에 이내 묻히고 말았다.

 

"아, 안 바쁘시면 이것 좀 들어주세요, 사장님!"

 

"???"

 

유키는 그녀가 슬리퍼도 신지 않은 맨발로 작은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의 입술이 신경질적으로 씰룩거렸다.

 

그녀는 전혀 겁을 내지 않았고 그가 뭐라고 소리쳐도 도망치지 않았다.  전면으로 그에게 대들고 있는 것이다.

 

"어서요.  난 할일이 많은 사람이라구요."

 

그는 어금니를 질끈 물고는 테이블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자까지 들어달라고 했다.

 

'참자, 참자...'

 

침실청소를 끝낸 지나는 이번에 서재로 향했다.  책상 위에 흐트러져 있는 많은 책들과 종이들을 보고 지나는 기겁했다.

 

"내가 치울까요, 아니면 사장님께서 직접 치우실래요?"

 

"뭘?"

 

"저거요."

 

"됐소!  그냥 여긴 놔두고 가요."

 

"무슨 소리... 통풍도 안 된 방에서 계속 있으면 두통이 따르는 법이라구요.  습기 냄새도 나고 그러잖아요."

 

그녀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다시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니면 제가 직접 치우죠.  나중에 뭐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도 전 몰라요."

 

"난 이렇게 일하는게 편해!"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신경쓰이게 하지 말아야죠.  시커먼 곳에서 사는 사람치고 속이 하얀 사람이 있는 줄 알아요?"

 

"그럼 지금... 내가 속이 시커멓다... 이거요?"

 

그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이 야릇한 미소를 띄우고 있자, 지나는 자신의 혀가 내뱉은 말에 후회했다.

 

"꼭 그렇다는 건... 아니에요."

 

"흐음... 번복하지 마시지.  내가 그렇게 바본 줄 아시오?  음... 인정하지.  시커먼 속내를 가지고 있다는 건 인정하오."

 

"..."

 

"하지만 그건 당신때문이지."

 

그가 바짝 다가오는 바람에 그녀는 뒤로 물러났다.

 

그의 간격이 좁아질 수록 그녀의 심장이 뛰는 소리는 청소기보다 더 시끄러웠다.

 

"뭐라구요?  어, 어째서 까만 속을 가진 게 제 탓이에요?"

 

"당신하고 있으면 어느 남잔들 속이 시커멓질 않을까?  당신 같은 여자라면 모든 남자들은 늑대가 되는 거요."

 

"..."

 

유키는 손을 들어 그녀의 탐스런 입술을 매만졌다. 그리고 긴장으로 벌써 몸이 굳어있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봤다.

 

"당신은 여기 있으면 안 돼."

 

"왜, 왜죠?"

 

"얘기했을 텐데... 당신은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해."

 

"그게 무슨..."

 

그가 만지고 있는 입술이 너무나도 화끈거렸다.  입술은 흥분으로 팔딱팔딱 뛰고있었다.

 

"당신은 위험한 여자요.  왜 굳이 위험한 모험을 하려는 거요?  대체 이유가 뭐지?"

 

"이유같은 건... 없어요."

 

"내가... 당신을 원해도?"

 

"..."

 

지나는 속으로 '나도 당신을 원해요.  당신이 날 원하는 것보다 몇 배로!'라고 소리쳤다.

 

"난... 지금도 당신을 원해.  지금도 당신의 몸을 가지고 싶어."

 

그의 말에 지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의 마음이 아니라 육체를 원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녀는 침을 힘겹게 삼키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자 유키가 그녀의 허리에 팔울 두르며 가까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몸이 닿고 말았다.

 

"키스하고 싶소."

 

"???"

 

그의 갑작스런 말에 지나는 놀라 시선을 들었다.  그가 쉽게 감정을 드러내리라곤 생각하지 못 했다.

 

"저... 처, 청소 해야되요."

 

"..."

 

"하던 건 마저 해야죠."

 

그녀가 천천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긴장으로 굳은 미소였지만 그의 눈에는 어느 여자보다 아름다웠다.

 

"좋소.  기다리지."

 

그후, 지나는 청소를 하는 동안 그의 방해를 더이상 받지 않았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는 그녀 말대로 책상 위에 어질러져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2층에 청소를 모두 돌린 지나는 젖은 걸레를 가져와 먼지를 닦았고 침대 시트를 갈아끼우는 것은 유키에게 부탁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시키는 것을 해주었다.

 

두 시간이 다 되어갈 쯤에 지나는 청소를 끝냈다.

 

아래층은 워낙 자주 청소를 해서 먼지가 거의 없었고 레이에게도 청소를 약간 시키기도 해서 예상시간보다 일찍 끝났다.

 

"커튼을 갈아끼울 거에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위로 올라온 그녀는 다시 커튼을 쳐놓은 그의 방을 보고 인상을 쓰며 말했다.

 

"어디?  여기 방?"

 

"그래요."

 

유키는 허리에 두 손을 무겁게 올리며 그녀를 차갑게 쏘아봤다.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난 이 집 주인이오."

 

"그래서요?"

 

"누가 누구한테 명령하는 거요?  당신은 내 말을 들어야하는 거요."

 

"그래서요?"

 

"..."

 

지나는 풀어진 머리를 다시 묶으며 어깨를 살짝 들어올렸다 내렸다.

 

그녀는 기사가 오면 차를 타고 나가서 예쁜 커튼을 알아볼 작정이었다.

 

이집에 있는 커튼 색깔이 모두 마음에 안 들었다.  그녀는 다 바꿀 생각이었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요?"

 

"또 시작이군요?  도대체 왜 그렇게 궁금한 게 많으시죠?  잘못 된 것을 바꾼다는데..."

 

"뭐가!  뭐가 잘 못 됐다는 거요?"

 

그가 언성을 높혔다.  일부러 청소를 다 끝날 때까지 키스하고싶은 것을 참고있는 그에게 그녀는 화를 만들고 있었다.

 

"이 집요!  제가 있는 이상 이런 집에서 레이를 살게 못 해요."

 

"뭐?"

 

"어떻게 자라는 애한테 이러실 수가 있죠?  아버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다 이런 소굴에서 아이보고 살라는 거에요?"

 

지나는 지지 않고 턱을 치켜들고는 대들었다.

 

"당신이 뭐지?"

 

그가 차갑게 물었다.  검은 눈동자도 어느새 처음의 차가운 유키로 돌아가 있었다.

 

"당신이 레이한테 뭔데?  엄마라도 되는 거요?"

 

"???"

 

"내 아들한테 상처줄 생각 마시오."

 

"뭐, 뭐라구요?  상처라뇨?  난 레이를 좋아해요.  누구보다도요!"

 

"그렇다고 당신이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도 없잖소.  그 애 엄마가 아닌 이상!  괜히 아이한테 기대를 갖게 하지 말라고.

 

당신에 붙은 정을 나중에 어떻게 떼려는 거지?  그땐 당신 어떻게 할 거요?  그때 아이가 받을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얘기할 수 있소?"

 

"..."

 

"당신이 레이를 좋아하는 만큼... 레이도 당신을 좋아한다는 거 알아둬요."

 

유키는 자신의 입으로 그 말을 하면서도 심장소리가 거칠게 뛰고있음을 알았다.

 

마치 그 말이 그녀에게 한 말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한 말이란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당신이 날 좋아하는 만큼... 나도 당신을 좋아한다는 거 알아둬요...'

 

미쳤군!  그는 획 돌아서서 서재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금방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자신에게 순결을 준 것은 하나의 욕망일 뿐이지 좋아하는 감정은 결코 아니었다.

 

'그녀가 날 좋아할 리가 없어!'

 

하지만 그는 조금 전 자신의 말에 충격을 받은 지나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레이를 사랑하는 것 같았다.  레이를 너무나도 걱정한 나머지 이 집을 바꾸고싶었던 것이다.

 

예전에 고용했던 가정부들 중에 레이를 진정으로 원하는 여자는 없었다.

 

그가 시키는대로만 했고 규칙적으로 끼니를 만들어줄 뿐이었다.

 

그런데 김 지나는 진심으로 레이를 염려했다.  그렇다고 아들녀석이 그녀에게 받을 상처를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가정교사로 왔지만 괜찮은 가정부를 찾게되면 그녀는 떠나야 했다.

 

아니... 좀 더 빨리 떠나면 그에게 좋았다.  그녀가 이곳에 있으면 그는 참을 수 없는 욕망에 허우적거리기만 했다.

 

그녀를 미친 듯이 원했고, 밤낮으로 그녀의 육체를 상상 속에서 더듬고 있어야 하는 고통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눈앞에 그녀를 두지 않으면 그녀와 밤낮으로 매일마다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그녀에게 집착하게 되는 사태는 막아야 했다.

 

'아냐... 그러기에... 너무 늦었는지 몰라.'

 

 

 

 

그날 커튼색상을 정한 그녀는 이틀 후... 배달된 커튼을 가지고 2층으로 올라왔다.  레이도 따라 올라오고 싶어했지만 그녀는 안 된다고 했다.

 

"네가 따라오면 보리도 따라오려고 할 거야.  그럼 아버지가 싫어하시겠지?"

 

"네...  하지만... 아버지 얼굴 보고싶은데..."

 

레이는 실망스런 표정을 제대로 감추지 못 했다.  커튼을 다는 것도 돕고싶지만 우선 아버지를 만나고 싶었다.

 

"며칠 있으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은 아버지 보셨잖아요."

 

"하지만 제대로 못 봤는데?"

 

아이의 순수한 눈동자가 정말이냐고 물었다.  지나는 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대신에 거실에 커튼 다는 건 도와줘야 해."

 

"네!"

 

그녀는 2층 자신의 방에 커튼을 단 후, 유키의 방으로 갔다.

 

"또 청소요?"

 

"아, 아뇨.  문 좀 열어주세요."

 

"그럼 뭐요?"

 

"..."

 

몇 초가 흐르면서 침묵이 따라오자, 그녀는 유키가 문을 열어줄 마음이 없으리라 생각하고는 돌아섰다.

 

아직 그의 마음이 쉽게 열려지리라 기대하긴 너무 일렀다.  그러나 막 돌아서려는 그녀의 뒤로 문이 '딸칵'하고 열렸다.

 

"그건 또 뭐요?"

 

심플하고 예쁜 색상의 천을 본 그의 긴장으로 딱딱해졌다.  지나는 밝은 미소를 최대한 지어보이며 말했다.

 

"이틀 전에 말씀 드렸잖아요.  커튼 바꾼다고."

 

"나, 이거야 원...  됐소."

 

그는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러나 지나는 손을 집어넣어 닫히려는 문을 막았다.

 

"제발요... 이렇게 주문까지 해서 가져온 건데..."

 

"난 그렇게 하라고 말한 적 없는데."

 

"그, 그건 알아요.  하지만... 사장님..."

 

"유키!"

 

"아, 유...키."

 

두 사람의 눈이 부딪혔고 곧 그의 눈빛이 새롭게 반짝거렸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검은 눈동자에 생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대신..."

 

"네?"

 

"조건이 있소."

 

"조, 조건이라뇨?  커튼을 다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해요?  다 집을 예쁘게 하기 위한 거고...  흠... 뭔데요, 조건이?"

 

"..."

 

지나는 그가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눈과 입을 번갈아 쳐다보는 것을 알고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의 조건이라는 건 바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바였다.

 

그와 또다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벌써부터 발끝에서 전류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흠... 벌써 눈치 채셨나?"

 

"지, 지금요?  그, 그럼... 해, 해요..."

 

유키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입꼬리가 치켜져 올라간 그의 얼굴은 상처가 길게 그어져 있어도 너무나도 잘생겼다.

 

"열 번."

 

"???"

 

"그것도 내가 하고싶을 때 언제 어디서든지."

 

"네?  지, 지금... 뭐, 뭐라고요?"

 

"아냐.  스무번으로 할까?  열 번은 너무 적은 것 같군."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에요?!"

 

지나의 얼굴은 완전히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그가 하고싶은 욕구가 생길 때마다 언제든지 옷을 벗어던져야 한단 말인가.

 

그때 유키의 검지 손가락이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가까이 내려왔다.

 

그녀가 반항할 틈도 없이 그의 입술이 공격해 왔다.

 

그녀는 그의 예고없는 키스에 자동적으로 그의 목에 팔을 둘렀고 적극적으로 응했다.

 

그의 혀가 입술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오면 그녀는 머뭇거리지 않고 입술을 벌려 그를 맞이했다.

 

두 사람의 혀가 만나면서 서로의 입안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었다.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그녀는 당장에 그가 자신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녀의 입술에서 신음이 들렸다.

 

그가 그녀의 입술과 혀를 점령하듯 삼키며 그녀의 손에 들려진 커튼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두 사람의 호흡은 점점 가빠졌고 들썩이는 가슴이 서로에게 맞닿았다.

 

"이런... 많이 늘었군?"

 

그가 간신히 입술을 떼고는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제 열 아홉 번 남았군."

 

"???"

 

유키는 그녀의 놀란 표정을 보고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었는지 알만했다.

 

"난 키스를 말했는데... 당신은 아닌가 보군?  뭘 생각한 거지?"

 

"아, 난..."

 

"흐음... 키스보다 더 진한 거?  이런... 쯧쯧쯧..."

 

그는 그녀의 턱을 거머쥐고 자신의 얼굴 가까이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장난스런 말투로 그녀를 놀렸다.

 

"여자가 너무 밝혀서야..."

 

"???"

 

"내 조건이 마음에 안 든다면... 당신이 원하는 걸로 바꿀 수도 있지.  키스가 아니라 격렬한 섹스를 원한다면..."

 

그는 그녀에게서 물러났다.  당연히 그녀에게서 떨어지는데는 엄청난 인내와 용기가 필요했다.

 

그는 그녀에게 커튼을 달 수 있도록 의자를 가져왔다. 하지만 집 안에 있는 커튼을 모두 그녀가 달려면 많이 힘들 거란 사실에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도와주기로 했다.

 

지나는 조금 전의 키스를 애써 떨쳐버리고는 그가 커튼을 달아준다고 하자, 좋아 기뻐했다.

 

'그래, 하나씩 천천히 하는 거야.  그가 커튼을 바꿀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린 것만도 많은 발전 아니겠어?'

 

그의 변화에는 그녀의 희생이 필요했다.  스무 번의 키스라니...  이제 열 아홉 번이 남았다는 것을 기억한 지나는 은근히 몸이 뜨거워졌다.

 

오늘 뿐만 아니라 다음에도 그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그의 얼어버린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이 뒤따를 것이다.

 

그녀는 언뜻 스치는 예감에 마음이 설레였고 앞으로 일어날 일이 매우 흥미롭게 여겨졌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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