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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Toys |2005.02.05 02:54
조회 607 |추천 0

 

오늘은 2월 2일

비록 옆에는 그림자도 없지만 오늘은, 오늘은 나와 만난지 1500일 되는 날입니다.

김범수의 리메이크 앨범을 들으며 이 글을 쓰는 지금 정말 적적하다고나 할까요

피곤하지만 눈이 안감기는 그런 기분.

옆에 없어서 미안한 사람은 한사람입니다. 절반으로 나뉘어져 다른 곳에 몸을 두고

있긴 하지만. 온갖 미사여구와 은유와 묘사를 총동원하여 참 아름다운 날이라고

격양된 억양으로 자화자찬하고 싶었지만 겨우 혼잣말 뿐이네요.

오랜만에 외로움을 단어로 자아내어 봅니다. 외로움이라니.

5년 가까이 한사람을 오직 한가슴에만 품었가는 날이 오늘인데 외로움이라니

혼자라는거 별거아니잖아요. 만나지 못하고 볼 수 없으면 그게 외로운거죠.

꼭 돌려 말아지 않아도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떨어져 있으면 그게

그게 외로운거죠.

멀리 있어도 행복하지만 오히려 슬픔을 느끼는걸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섞이지 못한채 갈피를 못잡은 채 부유합니다.

물어봅니다. 기분이 어떠냐고.

바람이 눈물이 나도록 시리고 눈발이 입김을 얼릴듯 흩어지는 날씨 속에서

더욱 더더욱 .. -아껴두고 싶은 단어였는데- 보고 싶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 있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낼 순 없는거겠죠.

혼자는 이제 정상이 아닌데. 나를 잃어버린 나는 내가 아니듯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내가 될 수 없습니다. 어느 사이에 이렇게 되버렸네요.

두명이니까 두명의 몫만큼 강해질 줄알았는데 하나로 녹아져 하나의 양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약한 것들.

1500일전 처음 만난 날. 유치하도록 많이도 꺼낸 그날의 풍경이지만

추웠는데 정말. 오늘처럼 아마 오늘정도만큼 추웠었는데.

그때 우린 서로의 손을 잡을 줄 몰랐어요. 서로의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더 따뜻하다는 것도 몰랐고 어깨를 붙이고 걸으면 더 따뜻하다는 것도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추위가 조금이나마 가실수도 있다는 것도 .

그렇게 가까이에서 걷고 있었으면서 그 어색함에 그 낯설음에 알지 못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멀리 있어도 다 알고 있는데. 얼어붙은 손을 어떻게 잡아야

빨리 데워질 수 있는지도 다 알고 있는데. 이렇게 멀리 있어도. 알고 있는데.

둘만의 날이고싶지만 둘만 같이 있고 싶은 날이지만 평소와 다름이 없네요.

눈을 뜨는 시간도, 집을 나오는 시간도, 혼자 다니는 것도, 전화기 목소리만으로

안부를 묻는 것도 다름이 없네요. 다르지 않으면 안되는데, 오늘 하루만이라도 다르고 싶은데

그날을 만들려고 나는 더 자랄 것입니다. 나를 더 아프게 하기 싫어서

이젠 '나' 라고 생각해도 아무 거리낌없는 우리의 모습이 멀어진 뒷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서로를 그리워할 날이 하루빨리 줄어들게 하기 위해서 더

더 자랄려구요. 하루빨리 나이를 더 먹고 더 근사하고 더 채워진 모습으로

'나'의 자리를 만들어 그림자까지 같이 쉴 수 있는 그런 날을 만들려고 해요.

그렇게 안하면 '나'는 죽을테니까. 나에서 우리로 우리에서 너와 나로 퇴화되어

각자의 반대편 길에서 시들어 버릴테니까.

서로의 이름을 알았던 첫해에는 종종 만나도 어찌할 줄을 몰라 낯설음과

망설임으로 어색한 웃음만 지으며 시계를 자꾸만 봤었는데 지금은 익숙하고

'같이'라는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은데 눈만 쳐다 보고 있어도 너무 좋은데

4년을 너무 더딘 해후로 지내오고 있네요. 이젠 괜찮은데 오랜 시간 같이 있어도

낯설지도 서먹하지도 않은데.

언젠가는 그날이 완성되겠죠. 그날은 아무리 생각해도 큰욕심이 아닌것 같으니까

백만장자가 되는 것도, 세계일주를 하는 것도, 스포츠카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그날은 그저 하나가 하나의 자리에 있을 날이니까. 서로의 이름도 존재도 몰랐던

두사람이 너와 내가 되고 우리가 되고 비로소 하나의 '나'가 되어 자리를 만드는

날이니까. 그 자리. 숨을 잃는 날에도 떠나지 않을 떠날 수 없는 떠나지 못할 그런

자리일테니까.

그날이 오기를 많이 바라죠. 원하고 기다리고 기도하고. 그때까지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우리 멀리 있어도 하나의 심장으로 숨을 쉬도록 해요.

우리 보이지 않아도 하나의 슬픔으로 그리워 하도록 해요.

곁에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도록 해요.

그날이 올테니까 그날은 우리의 날일테니까

그날은 더이상 떠남을 걱정하지 않아도될

이 모든 시련의 이유가 될 날이니까.


축하합니다. 오늘

그날까지 1500일만큼 가까워졌으니 남은건 더 사랑하는 일.

고마운 사람에게.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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