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에 시골 친정집에 간 동생이 설 전날 전화가 왔다. 방금 방송국 아저씨가
다녀 가셨다고. 방송국 아저씨... 기억은 2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읍내 딸부잣집" 동네 사람들은 우리 집을 이렇게 불렀다. 그 당시 공무원이신 아버지의
봉급으로는 일곱식구가 살아가기 힘들어서 시작한 하숙집.
그때 "읍내 딸부잣집의 하숙생 " 방송국아저씨.
읍내 유성방송국에서 일하시던 아저씨 였는데..우리 가족은 그 아저씨를
방송국아저씨라고 불렀다. 그 시절 총각인 아저씨는 우리 다섯자매를 동생처럼 잘 해주셨다.
21년전이라 아저씨의 얼굴도 , 목소리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확실하게 생각나는 한가지.......통닭!!!
어린이날 전날이였을것이다.
우리집 살림이 어렵다는걸 아시는 방송국 아저씨는 어린이날 선물 기념으로 우리 다섯 자매에게
요즘처럼 부위별로 잘라서 튀긴 치킨이 아닌 닭 통체로 튀긴 후라이드 통닭!
그 통닭을 사주신다고 약속하셨다. 우리 자매 중에서도 통닭을 너무나 좋아하던 난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저녁에 통닭 먹을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거의 오후 5시경에 너무나 배가 고파서 허기만 채우겠다는 생각에 집에 있는 찬밥을
물 말아서 조금만 먹고 기다린다고 하던것이 너무 급하게 먹어서 인지
급체를 하여 토하고 열까지 나고....결국 소화제를 먹고 , 열 손가락에 침으로 따고 ...
저녁내내 심하게 앓았다. 당연히 통닭은 나를 제외한 네자매만이 맛있게 먹을수가 있었다.
다음날인 어린이날! 흰죽으로 세끼를 먹을수 밖에 없었다. 그때 정말 서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일요일 오전 방송국에 당직이라고 나보고 같이 가자고
하셨다. 일요일이라 아이를 데리고 가도 된다고... 아저씨 자전거 뒤에 타고 읍내 유선방송국에 갔다.
이런저런 장비들이 신기하기도 했지만..그날 정말 정말 좋았던 것은 아저씨께서 점심으로 통닭을
사주셨다. 혼자 닭 한마리를 부여잡고 정말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 부터 21년이 지난 이번 설에... 방송국아저씨께서 "읍내 딸부잣집 하숙집"을 다시 찾아 오셨단다.
부모님들도 무척이나 반가웠다고 한다. 서울 어느 방송국에서 음향감독로 근무하신다고 하셨단다.
21년 어느 하숙집을 반갑게 찾아주신 방송국 아저씨! 내 머리속 가슴속에서 잠자던
21년전의 추억을 그리고 기억을 깨워주신 방송국 아저씨!
곧 봄이 오는데.... 따뜻한 봄날씨 찾아오면 통닭 사들고 아저씨 한번 찾아 가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