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날 아파트 계약을 했습니다.
시세보다 무려 2000만원 이상 싸더군요.
집도 집주인이 직접 쓰던거라 인테리어도 아주 잘되어 있었습니다.
권리관계도 아주 깨끗하더군요.
그런데 월욜날 전화가 오더군요.
광주로 발령난 남편 따라서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이사가기로 한 집의 집주인이 전세를 매매로 돌린다고,
계약금도 안 걸고 가계약만 해서 꼼짝없이 못가게 됐다고 하더라구요
.
여자친구가 이 집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기때문에,
혹시 전세시세를 모르고 너무 싸게 내놓아서 그런거라면
더 올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시세보다 2000이 싸게 나왔다고 다른 부동산에서 자기네가 다 쳐줄테니까
자기네랑 계약하자고 그러는게 아닐까 싶어서
2500정도 더 줄 생각도 했죠.
그런데 그런건 아니라고 합니다.
하긴...계약서도 다 써놓은 상태에서 전세금 올려달라는것보다는
차라리 핑계대서 계약을 깨는게 무리가 덜 갈거 같기도 하구요.
한편, 저는 이미 계약도 다 하고, 계약금까지 지불했겠다
주말에 부지런히 움직여서 가구를 맞췄습니다.
브랜드에서 사기는 했지만, 장롱도 붙박이형태로 짜기로 했고,
3+1소파로 맞췄지만 발올려놓는 것도 필요하지 싶어서
그건 별도로 똑같이 맞춰달라 했습니다.
이것저것 하니까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더라구요.
게다가 계약한 집의 인테리어가 하얀색에 앤틱풍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어서,
가구도 고심끝에 화이트 앤틱으로 했습니다.
아무 집에나 어울릴 가구들은 아니었지만
4년계약도 된다니까 그때가면 아파트를 사서 인테리어도 맞춰서 하자 했지요.
이렇게 주말에 바지런을 떤 탓에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저도 여러가지로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집주인이 주말에 자기네 계약이 깨졌으니 이 계약도 깨자고 너무 쉽게 말하는거 같아
어차피 입주일까지 20일정도 남았으니 다른데 알아보시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광주엔 아파트 전세가 하나도 없다고 하더군요
.
그러면서 위약금 없이 계약 해지해주면 안되냐고 하더라구요.
부동산에 연락을 했더니, 그렇게 하면 안된답니다.
자기네 수수료 받는 문제도 있고...
제 입장에서도 일단 계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
일단 위약금은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대안으로 다른 아파트를 구해볼테니까
한 일주일정도 더 알아보시라고, 그래서 계약대로 입주하게 되면
위약금은 다시 돌려주겠다 했습니다.
그랬더니 꼭 받아야겠냐고 되묻더군요.
또 되묻고
또 되묻고...
한 열번쯤...
자기네가 일부러 그러는것도 아니고,
광주 사정이 그런거니까 안받으면 안되겠냐고...
그 사이에 계약금은 다시 통장으로 입금됐더군요.
결국 위약금은 주겠다.
하지만 직접 받으러 오라 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동네의 학교에 출근한 여자친구한테 끝나고 들러라,
불편한 관계에서 혹시 돈 없다고 은행 같이가자고 하면 불편할테니까
미리 간다고 전화해서 돈 준비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얼마 뒤 여자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막상 갔더니
'경우없이' 정말 올줄은 몰랐다,
아깐 자기가 흥분해서 그렇게 말했는데 사실 돈 없다(그럼 왜 오라가라 했냐...)
요즘 어느 집이 백만원을 집에 두고 사냐...(인터넷뱅킹으로 계약금은 잘도 보내더만...)
나중엔 여자친구한테 '선생님이 경우없이 이러면 어떻게하냐'라고까지 했다더군요.
교사와 계약위반 위약금 받으러, 그것도 계약 이행하면 돌려주겠다고 하고 간건데
도대체 어디서 그런 몰상식한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제가 전화할테니까 일단 여친은 부동산에 가 있으라 했습니다.
아까 아침에 한 얘기 또 하더군요.
자기네 잘못도 아니니까, 그냥 없던일로 해달라.
위약금을 꼭 받아야겠냐...
사실 저도 이런 쪽으로는 남들보다는 좀 아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이 독하지도 못해서 위약금 백만원을 다 받을 생각도 없었거든요.
다만, 계약을 너무 쉽게 해지하고 이행할려는 노력도 안하니까
계약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 일단 이행증거금조로 받아놓으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법대로 해도,
중개수수료는 잔금납입일과는 상관없이 계약서 날인할때 지급의무가 생기고,
일방의 이유로 해지시 해지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계약금의 배액(2배)를 물어내거나,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지하게 되어있습니다.
암튼...
나중엔 "이제 결혼하는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해서 나중에 잘살꺼 같냐"는 말까지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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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언성높이는거 별로 안좋아 합니다.
흥분하면 말 더듬는 버릇이 있어서, 가능하면 흥분하기 전에 다른 방법을 강구하죠.
그래서 정 이렇게 나오면 법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라고 하면서 전화를 탁 끊더군요.
일단 그 자리에 있을 여친한테 너무 미안했습니다.
빚을 받으러 가는것도 마음 불편한건게,
이런 심부름을 시켰으니...
그리고 혹시 해꼬지 당할까 걱정도 되구요...
일단 부동산으로 가 있으라 해놓고,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법대로 해라...?
전 정말 법대로 합니다.
친구나 업무상으로 알고지내는 법무법인이랑 변호사들도 있고,
여친 사촌오빠도 검찰에서 서열 열손가락 안에 드는 간부검사거든요.
사실 그런데까지 말할정도로 복잡한 사안도 아니고,
이런 사소한 것까지 친구나 지인들 도움 받기도 낯부끄럽습니다.
암튼...
부동산으로 가면서 혹시 무슨 일 생긴거 아닌가 싶어서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기분을 가라앉힐려고 해도, 쉽게 가라앉질 않았습니다.
여친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법은 둘째치고
그 남편 불러서 밟아버리고 싶었습니다.
부동산이 보일정도로 갔을 무렵...
긴장이 머리 끝까지 올라왔습니다.
머릿속으로 나도 모르게 끝까지 차오른 살의를 간신히 누르면서...
자꾸만 떠오르는 여자친구가 험한꼴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애써 지우면서...
부동산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갈려는데...
여자친구가 발그레 웃으면서 맞이하더군요.
너무 배고팠는데 부동산 아줌마가 짜장면 시켜줬다며
맛있었다네요...
순간 다리가 탁 풀리면서 웃음밖에 안나오는 겁니다...![]()
결론은,
그 집은 안들어가기로 했고,
그 옆동에 같은 평에 더 좋은 집이 나왔지만 안하겠다 했습니다.
인간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말하는게 너무 경우없어서 불편한데,
살면서 마주치거나 그러고 싶지 않았거든요.
위약금은 처음부터 꼭 받겠다는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다만 부동산에서 많이 고생했는데 중개수수료는 받게 해줄려고
위약금은 적당한 선에서 알아서 타협을 보는 쪽으로 가오를 세워서
대신 중개수수료는 꼭 받으시라고 했습니다.
제가 정말 그렇게 경우가 없는 걸까요?
결혼하는 사람한테 "이렇게까지해서 잘살거같냐!"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제가 잘못이 있는 걸까요?
그 사람도 그렇게 나쁜 사람같아 보이진 않았는데
돈 백만원에 그렇게 추해지는걸 보고
다시한번 돈이 더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에효...
사는게 정말 왜 이런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