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혼이지만 왠지 이 게시판이 친근해요.
특히 '시' 자와 관련된 이야기들...
에혀...
저희 엄마께서는 친정이 없어요. 부모형제 모두 안계시거든요...
어려서부터 아는분 소개로 수양딸로 들어가 사셨는데, 그집 애들이 아들 넷, 딸 하나였죠...
엄마보다 나이가 어려서 엄마께서 네번째, 다섯번째 동생들을 키우셨구요...
양할머니는 성격이 못되서... 걸핏하면 틀니 씻은 물이나 걸레 빤 물을 엄마께 부으셨데요...
양어머니는 젊어서부터 지병이 있었구...
엄마는 집안일하랴, 애들 다섯 키우랴, 양어머니 병간호하시랴...
그렇게 사셨죠.
그리구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치가 떨리게 시집살이 하고 계세요...
이런말 하면내 얼굴에 침 뱉는것 같지만...
엄마를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우리 조부모님들이라... 걍 쓰게되네요...
신혼초부터 모시고 사셨는데... 저희 할머니 장장 10년간 병원에 계셨더랬어요...
매일 가서 병간호하고... 지극정성 돌보던 엄마였지만...
편찮으신 가운데 저희 할머니... 머리 하얗게 쇤다고 병원 화장실에서 염색 꼬박꼬박 하셨죠...
엄마는 그게 너무 싫으셨다고 해요...
딸이 셋인데... 딸한테는 머리감겨달라, 염색해달라 절대 말씀 안하셨구요...
며느리를 몸종 부리듯... 지금까지 그때와 똑같이 행동하고 계시죠...
시대가 변하든 말든 무조건 할머니 떠받들어 드려야 하거든요...
할머니께서 엄마를 제일 괴롭혔던건...
외출을 못하게 한다는 거예요...
잠깐 시장에라도 가면 난리가 나죠...
곧바로 딸들 셋한테 전화를 걸어서...
누구누구 엄마가 아직도 안들어오고 있다 이르시구요...
그럼 고모들은 액면 그대로 믿는건지...
울엄마 저녁즈음 집에 오시면 전화옵니다...
언제 들어왔냐구... 하면서요...
어이가 없죠...
엄마는 맘편하게 외출한번 제대로 못하고 사셨어요...
그리구 30년 가까이 되는 세월동안...
하루 세끼 밥상을 다 차리십니다...
늦잠도 못자니 아침일찍 일어나서 아침준비...
설겆이하고 청소하면 바로 점심준비...
쉬지도 못하시고 일하시다가 또 저녁준비해야되요...
근데 밥상을 차려드리면 잘 드시느냐...
그것도 아니죠...
식성이 까다로우셔서... 음식을 이것저것 해드려도...
입에도 안드십니다...
그러면서 반찬 투정이시죠...
뭐는 짜다... 뭐는 간이 안맞고... 뭐는 냄새가 나고... 기타 등등...
'얘야, 고맙구나... 내가 널 도와줘야하는데... 그렇게 못해서 미안하구나...
수고했어... 밥 맛있게 먹으마...' 라고 하신적은 한번도 없으셨죠...
엄마께서 조금 힘들다고 말하면...
'뭐가 힘드냐? 너네들 밥상에 내 수저 하나만 더 놓으면 되는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까지 얘기한것은요...
한 백만가지 중에 하나라고나 할까요...
2년전에 할머니 병원에 입원하신적이 있는데...
그때 새벽에 전화가 왔었어요...
고모셨는데...
'우리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엄마 옷가지랑...
입원해서 필요한 물건 챙겨놔' 라고 하시더라구요...
저희집 남은 식구들은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날 할머니 병원에 입원하신다고 고모께서 한마디 말도 없으셨거든요...
상의도 없이 입원하기로 다 결정해놓은 다음에 통보 받았죠...
그 배신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손위 형님의 말이라 알겠다고 하시던 엄마께서는...
짐을 꾸리시고 옷을 갈아입고계셨는데...
그사이 고모들 집에 오셔서...
짐들고 할머니 부축해서 나가시는데...
따라나서는 엄마께 올 필요 없다고 딱 잘라 말하시더라구요...
엄마 가지 않으셨죠...
황당하고 배신감 느끼고... 그러셨을텐데... 내색 안하셨어요...
그런데 입원을 하고서 고모들이 살뜰하게 할머니를 챙겼냐하면...
그게 아니었죠...
고모들 전부 전업주부이신데도... 궂은 일은 저희 엄마가 다 하셨구요...
정말 뜸하게들 오시더군요...
30년 가까이 한집에서 같이 산 며느리 덕을 톡톡히 보셨음에도...
나중엔 '니가 시집와서 한게 뭔가 있냐?' 고 하시더군요...
정말 미웠습니다... 치를 떨었죠...
여자는 친정이 있어야한다고...
엄마께서 누누히 강조하셨어요...
친정없다고 시집와서 받은 설움이 너무 많다고...
저 10살때 이혼하려고 하셨는데 참고 사셨죠...
저 엄마없는딸 만들기 싫다구요...
우리딸 시집 갈때까지는 어떻게든 살거라구요...
엄마... 외며느리 아니십니다... 형님 계시죠...
근데 그분은 친정이 빵빵하죠... 돈도 많고... 형제도 많고...
도리에 어긋나게 행동해도 다 봐주더라구요...
든든한 친정빽이 있으니까...
저희 조부모님... 아무말도 못하시더라구요...
너무 불공평한 세상이예요...
식성 까다로우신 할머니...
옛날분이셔서 김치 없으면 큰일 나시는데요...
어느날 갑자기 김치가 똑 떨어진거예요...
계속 달달 볶으셨죠... 김치 언제 담글거냐구...
엄마께서 이틀뒤에 하겠다 하셨는데도...
고모들께 전화해서 김치가 다 떨어졌는데 김치도 안담근다고 하셨죠...
근데 돌아오는 멘트도 황당하더이다...
울 엄마께 그러시더래요...
'김치 떨어지기전에 담궈놨어야지...' 라구...
그 분은 집에 다녀가실때면...
엄마께 누누히 말씀하세요...
'우리 엄마한테 잘해...' 라구요...
대체 어디까지 잘하라는건지...
지금 딱 봐도 식모살이인데...
고마운 줄 하나도 모르십니다...
결국... 그날 밤에... 김치가 배달되었죠...
엄마는 기막혀 하셨구요...
내일 담을건데 그걸 못마땅히 여기구...
김치 보낸 시누가 더 얄밉다구요...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는 말이 딱이네요...
이 외에도 울엄마 가슴에 한 맺히게 한 사건은...
무수하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밝게 미소지으며 살아오셨구...
밖에서 누구를 만나도 금새 웃음짓는 엄마이기에...
참 많은 사람들이 엄마를 좋아하세요...
저희집에서는 완전히 찬밥신세지만...
다음날 엄마랑 같이 김치를 담그는데...
왜이리 속으로 울컥 하던지...
시집올때도 고운 손이 아니셨지만...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이 고생하신 엄마 손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참 아프더라구요...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몇일째 마음이 진정이 안되서 엄마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요...
여기 오시는 분들...
시댁관계 힘드시죠?
왜이리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느껴지는지...
결혼도 아직 안한 제가 이러네요...
힘내시구요...
좋은날 꼭 올거예요...
그리구 너무 참지 마시구요...
그럼 홧병 생겨서 본인만 손해구...
며느리 앞세우는 시어머니들 많다고 하잖아요...
며느리를 잡아먹는거죠...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의사샘이 그러시더군요...
어느 책에서 읽은 건데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울엄마한테는 꽃대궐이 없었네요...
과거도 현재도...
대신 미래를 기대하며...
내일은 엄마께 꽃 한송이 사다드려야겠어요...
마음이 짠... 하네요...
우리 다같이 효도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