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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대

시암 선셋 |2005.02.25 17:26
조회 249 |추천 0

- 그의 이야기 -

 

요란스럽게 울리는 시계 알람소리에 잠이 깨었다.

맞다. 오늘 월차날이었지! 간만에 늦잠을 잘 수있는 기회를 이렇게 놓쳐버리다니..

아쉽군. 아쉬워.

머리를 긁적이고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먹는데, 어제밤에 늦게까지 잠을 못자선지

영 입맛이 없다. 국에다 대충말아 훌훌 퍼먹곤 일어섰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그동안 했던거라곤 아침 정신없이 먹고 회사 출근했던거라 막상 아침을 먹고나니 할일이 없다..

어머니는 운동가셨는지 보이지 않고, 민주 이녀석은 학교에 갔을테니 집에는 달랑 나혼자.

그래 심심한데 오랫만에 게임이나 해보자.

흠. 근데 이것도 오래간만에 하니까 잘 안되네. 아 재미없네. 뭘할까나

아침이라 텔레비전에서는 아침드라마 할텐데 그런건 영 취미없고.

그래! 간만에 뒷산에 약수터나 가자. 물도 떠오고 운동도 할겸.

오래간만에? 공기맑은데서 운동도 하고 약수도 마셔보자구.

그래. 일단 양치질부터 하고...  엉??

이거 누가 이런거야! 내 양치질컵을 세면대 바닥에다 엎어놨네.

어머니가 아침에 청소를 하셨나? 이상하다. 아침일찍 청소를 하실린 없고..

에잉. 내가 그렇게 얘기했었는데, 양치컵 엎어놓지 말라고, 저거 엎어놓은날은 재수없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하필이면 선 보는 날 저게 엎어져있냐!!

우씽. 어째 기분이 갑자기 팍 저기압이 되네.

나도 소심해지고 싶지 않은데, 나에겐 이상하게 묘한 징크스가 있다니깐.

나도 이런내가 싫단 말야. 날 소심하게 만들지 말아달라구!!

 

- 그녀의 이야기 -

 

새벽녘에 꿈을 꾸었다. 정확히 내용이 다 기억나진 않는데, 언니와 형부가 나오는 꿈이었다.

언니와 형부가 누워있는 시트에 빨간피가 흠뻑 배어있고 엄마가 그옆에서 통곡 하는 꿈.

소리를 지르다가 잠이 깨었는데 이마가 땀에 젖어 있었고 눈가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누우려는데 옆에서 세림이가 걱정스레 쳐다본다.

" 이모, 이모, 왜 그래 어디아파?"

평소 잠귀가 어두운 아이인데 내가 얼마나 소리를 질렀으면 이렇게 놀라 일어났을까 안쓰럽다.

자꾸 무슨 꿈을 꾸었냐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차마 얘기할수가 없어 그냥 꼭 안고 그냥

"있지. 이모가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저기서 악당이 막 쫓아오는거야 그래서 이모가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갔는데 저 쪽에 길이 막힌거 있지. 그래서 살려달라고 막 소리를 질렀는데

그때 스파이더맨이 나타나서 악당을 물리치고  이모를 거미줄로 구해서 이모가 살아났어"

내딴엔 애 안심시킨다고 주절주절 떠벌렸는데  막상 곁눈질로 세림일 보니 영 한심하단 얼굴이다

" 저기, 이모 앞으로는 자기전에 비디오 좀 그만봐. 괜히 그런 꿈 꾸잖아 나도 안꾸는 꿈을"

헉~ 졸지에 철부지 애가 되버리고 말았다. 그러게 스파이더 맨은 뺄걸 그랬나?

투덜거리며 이불속으로 다시 파고드는 세림일 붙잡고 김밥 싸자고 손을 잡아 끌었다.

"있지 있지 우리 이거 싸가지고 공원 놀러가자"

'저기 이모 밖에 무지 추울텐데. 나 어제도 유치원 갈때 엄청 추웠어. 이거 들고 공원가면

김밥이 꽁꽁 얼텐데 언 김밥은 어떻게 먹고.. 추워서 먹는동안 동태 되겠다."

줴길~ 무슨 애가 할망구 같은 소릴 저리 하는지. 딴 애들은 김밥 싸서 놀러가자면 좋아라 한다는데

얘는 무슨 애가 저리 말하냐. 에휴~ 기운빠져.

아 맞다 맞다 이거 싸가지고 뒷산 약수터나 가야겠다. 운동하고 김밥먹고 약수도 뜨고 좋잖아.

운동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세림이도 좋아할거야. 애들은 김밥 좋아하잖아 홋홋

"세림아, 이거 우리 싸가지고 뒷산 약수터 가자. 약수터 가면 공기도 좋고 김밥 맛도 좋을거야.

이모가 따끈한 녹차 싸가께. 국물이랑. 응 어때 어때?"

세림이가 할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알았으니 일단 김밥부터 만들잔다. 자기도 돕는다고

이궁이궁 저녀석은 좀처럼 속을 알수 없다니깐. 그래도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지 않을까

요즘은 피곤하다고 같이 나가지도 못했는데... 일단 운동하고 김밥 먹은다음 놀이공원이라도 가지 뭐

추운데 무슨 약수터 냐고 투덜대던 녀석도 일단 김밥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마니 재밌는 모양이다

웃으면서 게맛살, 단무지를 얻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내가 이 미소를 언제까지 지켜줘야 할텐데..

 

- 그의 이야기 -

 

대충 츄리닝을 챙겨입고 약수를 담을 생수병을 챙긴다음 집을 나섰다.

공기가 좀 쌀쌀하긴 하지만 오래간만에 맡는 풀냄새가 너무 기분이 좋다.

약수터에는 일찌감치 온 사람들이 줄서서 약숫물을 뜨고 있었다.

근데 사람들이 갖고 온 통을 보니 영 쪽팔리는구만.

나는 당일 먹을물만 생각해서 생수병 달랑 세병가지고 왔는데(1.5리터)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기본적으로다가 생수병은 다섯병.

큰 정수기용 생수통이 한 통이다.

끄헉~ 저건 넘 많은거 아냐. 무슨 사람들이 물만 먹는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내껀 너무 작아서 쪽 팔린다. 조금 더 가지고 올걸 그랬나

아니야. 어머니도 운동다니시면서 조금씩 떠오고 그러시잖아.

일단 처음 온거니까 이정도만 뜨고 담에 많이 뜨지 뭐.

아 근데 저기 생수통을 두통이나 들고온 아가씨가 있네.

세상에 아가씨가 기운도 좋다. 한통은 어깨에 번쩍 매는구만.

아니지 그 옆에 애도 있는걸 보니 애기엄만가?

아줌마들은 힘이 세다더니 정말인가봐

아니네. 저 어린애도 생수통을 하나 든다고 낑낑대니 저 집안은 천하장사 집안인가

커헉 ~ 저런 여자 남편은 싸우다 말 잘못하면 엄청 두들겨 맞겠다. 무서버라

어, 저애 어설프게 들려다가 생수통 놓쳤다. 데굴데굴 굴러오는데 방향이..

어어~~ 저 생수통이 이쪽으로 굴러오네.  피할데도 없구 여긴 경사졌는데..

어이쿠. 눈 앞에 별이 보이는구나. 아이구 머리야!

 

- 그녀의 이야기 -

 

큰일이닷! 세림이 녀석이 내가 안 도와도 된다니까 돕는다고 생수통을 어설프게

잡다가 손이 미끄러져 바닥에 굴려버리고 말았다.

커헉~ 어떡해!! 여긴 경사져서 빨리굴러가는데.

 이거 굴러가다가 저기서 올라오는 사람들 부딪히면 많이  다칠거란 말야

정신없이 잡으려고 쫓아갔는데 저 밑에서 어떤 츄리닝 입은 아저씨가 부딪혀서 엎어져 있다.

헉~ 많이 다친거 아냐. 어떡해. 난 잘못이 없어요. 얘가 굴러간거지...

움찔움찔하며 가보니 다행히 많이 다치진 않았다. 머리만 조금 찧었을뿐

피가 조금 나긴 하지만 괜찮은거 같은데..

그래도 어떡하지 성질 더러운 사람이면 난리난리 칠텐데. 이거 잘못 걸린게 아니여야 할텐데.

가까이 가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기요 하고 불러보니 눈을뜬다.

다행이다. 많이 다친거 아니구나. 쯧 깜짝 놀랐네. 어벙하게 말이야. 그것도 못 피하고

속으로 궁시렁 궁시렁 거리는데, 갑자기 그 남자가 씩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어머, 이남자 머리 많이 다쳤나봐 이마 쪽만 약간 까진줄 알았는데 많이 다쳤나?

겁이 덜컥나서 괜찮냐고 어깨를 잡아 흔드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피식 웃으며 나를 다시 쳐다본다.

"저기요. 아가씨 일하는데 가서 병원비 청구할 거에요."

헉~ 악질인가봐!! 나 일하는덴 어떻게 알았지? 당황해서 왜 그래요 많이 아파요 하며 다시 어깨를

잡아 흔드니 그 사람이 다시 피식 웃는다.

어, 이렇게 웃는 사람 전에 본거 같은데..... 누구더라??

어 어 어 지하철맨! 어제 그사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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