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울의 왈츠 : 제 8화
- 피도 눈물도 다 흘려보내라.
그래야 내가 슬프지 않을 수 있다… -
“………”
그날 그렇게 지훈은 여울에게 실망과 경멸의 시선을 마지막으로 등을 돌렸다.
아니, 딱 그렇게 지훈이 가줬더라면 여울은 지금 이렇게 강이 몰래
화장실에서 숨죽여 가며 울고 있지는 않을것이다. 분명
지훈이 뒤를 돌고 잠시 몇걸음을 떼더니 다시 몸을 비틀어 여울에게 자신의 지갑을 던져주었다.
'돈 좀 있으니까 쓰라고. 기분 나쁘면 그냥 팁이라 생각해.' 라는 파편의 말과 함께.
이 일이 나쁜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일을 하고 있다면 말한다면 바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는 것쯤이야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미치도록 슬프고, 미치도록 눈물이 나온적은 없었다.
“…흐……흐윽…”
세차게 내려치는 차가운 물줄기에 눈물을 함께 흘러내버렸다.
하지만 볼 위에 와 닿는 뜨거운 몇 물줄기는 여울의 마음을 후벼들었다.
여울에겐 강이가 아니었다면 그 일을 할 이유조차 없었다.
아빠가 없단 설움을 느껴지지 않게,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돈이 무척이나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게도, 몇십만원의 돈이 들은 통장뿐이였다.
그때에는 이 길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이 길을 선택한걸 최선이라 생각했다.
“……흐읍…흐……”
하지만 지금 처음 후회란걸 해본다.
강이를 위해서였다라지만 지금만큼은 커다란 후회를 해본다.
그의 눈이, 그의 말이 하나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경멸한다는 듯, 더럽다는 듯 그 눈빛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사랑했던, 아니 어쩌면 사랑하고 있을 그의 눈이, 말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
온 몸을 아프게 내려치는 차가운 물줄기 때문인것인지,
여울의 얼굴빛은 죽은 사람마냥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붉던 입술도 지금은 새파랗게 질려져있었다.
그리고 턱이 부들부들 떨리며 치아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울의 몸은 급속도로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기 시작했고,
간신히 잡고있던 의식은 점점 새카맣게 감기고 있었다.
더이상 여울은 안되겠는지 욕조에서 몸을 일으키고,
천천히 두어발자국 떼었을때쯤 눈 앞에 그대로 흐릿하게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강……아………강…아…”
들레는 15분째 쇼파에 앉아 뒤척이며 물소리만 줄기차게 들려오는
욕실문을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껄끄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분명 지금 일어났을 여울도 아니지만,
무슨 약속이 없다면 아침 일찍부터 저렇게 샤워할 이유가 없었다.
거실에 울리는 시계초침소리도 이젠 지겨워져갈때쯤,
들레가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몸 참겠다는 듯 욕실쪽으로 다가갔다.
“언니, 언니! 끝날라면 아직 멀었어?”
“………”
주먹으로 문을 쾅쾅 두드리며 여울을 불러봤지만,
여전히 들려오는 건 물소리들뿐이였다.
잠시 문을 열까말까 고민하던 들레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문고리를 잡고 돌려 문을 벌컥 열었다.
“언니! 도대체 오늘 무…슨………………언니! 언니!”
“………”
들레는 무작정 소리치며 문을 벌컥열고는 아직 찬물을 고스란히 맞으며
쓰러져 있는 여울을 보고 눈을 크게 뜨고 잠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꼭 죽은사람마냥 가만히 저렇게 쓰러져있는게 그저 불안해오기만 한다.
잠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들레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우선 물을 끄곤 여울을 일으켜세웠다.
정말 차가운 여울의 피부가 들레를 더욱 불안하게만 만들었다.
들레는 우선 다른것보다 얼른 왼쪽에 귀를 대보고 미세하게나마 들리는
심장박동소리에 안도의 숨을 내뱉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이라도 숨이 끊겨질것만 같은 여울의 모습에
들레는 입술을 꽉 깨물고 도저히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언니…언…니……“
“………”
아무리 여울을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들레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 건지 방금 방문을 열고 나온 강이는
축 늘어진 여울의 모습을 보곤 무작정 눈물부터 쏟아내기 시작했다.
강이의 울음소리가 들레의 이성을 마비시켜놓기 시작했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예쁘게 손질해놓은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던
들레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핸드백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었다.
그리고는 누가 뭐라할새도 없이 얼른 수화기를 들었다.
“………”
딱딱한 신호음과 같이 심장박동수가 더욱 빨리지고 있었다.
몇번희 신호음이 들리고 이윽고 수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들레는 이제 됐다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더욱 꼭 붙들었다.
“천사장님! 언니가 쓰러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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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오늘비 (d_dmino_o@hanmail.net)
글제목: 한여울의 왈츠
연재시작일: 2005 0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