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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YLOVESTORY-9

소소한행복 |2005.03.16 23:35
조회 191 |추천 0

 

미친사랑이야기-9


똑똑똑


소리에 눈을 뜬 규이는 무의식적으로 옆자리를 더듬는다.

하진이 없다.


“정하진”

“일어났어? 여기 부엌~”

규이는 비친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부엌으로 향한다.

향긋한 커피 냄새와 토스트 냄새..

자신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뭐하는거야?”

규이는 칼질을 하는 하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묵고 앞치마를 묶은 하진의 모습은

또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자 즐거움이었다.

규이는 그런 하진의 모습이 마냥 예뻐 뒤에서 하진을 안는다..

“음 .. 감자수프.

아침에 빵 괜찮지?.“

“당연하지 . 냄새 좋다. 요리하는 니 모습 이외다.”

 

“칫~ 마지막이야. 담부터는 니가 무조건 해. 그리고 설거지도.”

“알았어. ”


스페샬 요리인 감자수프와 토스트 ,계란 후라이, 샐러드. 그리고 커피...

이 행복한 순간을 깨는 것은 영원히 없을 것 같았다.

 

“잘 먹겠습니다.”

“어”

 

“야 ~ 진짜 맛있다. 역시 정하진 양파구만”

“왠 양파?”

 

“아무리 벗겨도 새롭지”

“치..”

 

“말 나온 김에 더 벗겨 볼까?”

“뭘? 옷?”

“야! 진짜 까져가지고”


하진의 이런 말 한마디에도 얼굴이 약간 상기되는 규이다.

그런 규이를 하진은 재밌다는 듯 쳐다본다.


“옷 말고 스무 고개 말이야. 아니 열 고개.”

“좋아.”


“너네 집 잘 살어?”

“아니.”


“너 능력 엄청 좋아?”

“나름대로. 왜 ? 날라리라서?”


“아니. 솔직히 니 나이의 젊은 여자가 혼자 살기에는 큰 집 아닌가?”

“궁금해? 말해줘?”

“어”

“후회 안 해?”

“어”


하진의 한 쪽 입가가 살짝 올라가 비웃는 듯한 형상이 지어지자

규이는 살짝 겁이 났다.

"전에 놀던 남자가 선물해줬어.“

“뭐?”

 

“걔는 내 가치가 이 정도래.”

“야! 정하진! 너 좀 많이 이상한 거 알아?”

“뭐가?”

흥분하여 어쩔 줄 모르는 규이와는 달리 하진은 마지막 남은 토스트 조각에 손을

뻗으며 태연하게 되물었다.


“내가 저랑 놀아주면서 얼마나 큰 쾌락과 행복을 줬을 것 같아?

나 사기 친 것도 아니고 강탈한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일하고 월급 받는 거랑 똑같이 대가를 받은 거야.

그게 뭐가 잘 못 된거야?“

“뭐? 그 남자랑 헤어진 거 아냐? 헤어진 남자가 사준 아파트에 어떻게 계속 살아?”


“회사 그만 뒀다고 받은 월급 되돌려 주는 거 받어?”

“뭐? 너라는 애 진짜 이해 안 된다. 그럼 또 뭘 받았는데?

딴 남자들은 또 뭘 사줬는데?“


“차. 골프회원권. 옷. 가방. 보석. ..뭐 이딴거.”

“너 정말! 실망이야. 너 진짜 소문대로 그러 애야? 너 경호 한테도 그런 식이었어?”


규이는  하진을 쏘아본다. 태연하게  규이의 말에 대답하던  하진도 규이의 마지막 말에

얼음같은 시선으로 규이에게 던진다.


“무슨 소문?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는데

아니 상관하지도 않는데 나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남한테 피해 준 적도 없고

크게 죄진 적 없어. 그딴 식으로 내 행동에 사사건건 참견하고 내 남성관에

훈계할 생각 하지마.  그리고 질문 열 개 다했어. 입 닥치고 설거지하고 꺼져“


하진은 화가 끝가지 나서 부엌을 나서서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문에 기대 방 안을 들러보는데 규이의 옷과 가방이 보였다.


규이의 채취가 느껴졌다. 희미한 담배 향...


규이가 밤에 불러줬던 자장가가 귀에 들려왔다.


하진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앉았다.

“너를 어떻게 하니... ”

 

하진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더니 오디오의 볼륨을 최대한 높였다.

아무생각 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하진의 방사이로 들리는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들으며 규이는 식탁에 가만히 앉아있다.

하진에게 너무 화가 났지만 그것 보다 상처받은 듯한 하진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맘대로 방으로 들어가다니...”

규이가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규이는 화진의 방쪽으로 흘깃 보더니 일어나서 방금 전 하진이 입었던 앞치마를 걸쳐 그릇을 씻는다.


아직 하진의 요리하던 뒷 모습이 남아있다.

앞치마에는 화진의 향기가 묻어난다.

귓가에는 하진의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너를 어떻게 하니...”


규이는 방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는 하진을 뒤로 하고 오피스텔을 나선다.

지갑도 핸드폰도 챙겨 나오지 못한 채 하염없이 집 쪽으로 걸어간다.


하진은 규이를 오피스텔 베란다로 바라본다.


한 시간 남짓 걸어가던 규이는 잠시 정류장에서 쉬기로 했다.


“다 왔네. 뭐. 생각보다 가깝네.

정하진, 그래. 지치면 쉬어갈게 .

대신 나 끝까지 갈 거다.

초반부터 너무 힘 빼서 중도에 나가 넘어지는 일 없이

천천히, 즐기면서, 쉬어가면서 끝까지 갈 거다.“


규이는 잠시 후 다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뗀다.


하지만 이제 그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인다.

            그의 발걸음은 즐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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