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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1부 19막 : 국지전(局地戰) #05 & #06)

J.B.G |2005.03.21 00:19
조회 114 |추천 0

#05

 

목진의 황도.

위창소와 그를 따르는 문, 무 대신들이 그의 저택에 모여 적령이 일으킨 일대의 사건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적귀대가 넉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겨우 5천의 군사로 벌써 용의 동부 세 개의 성을 함락시켰습니다. 이대로 두어도 정말 괜찮은 것 입니까?”

“그렇습니다. 이리 되면 적령을 따르는 무리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대신들의 술렁거림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위창소로서는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사실 이번에 적령이 다소 위기를 겪음으로 해서 그녀의 입지가 위축되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위창소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적령장군이 이번 전투에서 계속 신무기를 선보인다 합니다.”

“그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그 무기를 이용해서 제대로 싸움 한번 하지 않고 성을 얻고 있다 합니다.”

“그런…”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무기를 개발한 자는 약관의 15세 소년이라 합니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전투에서 그 소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럼, 군사께서는…”

“그렇습니다. 지금 적령장군에게 그 어떤 군대보다도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그 소년을 선루로 불러들여 황제 직속의 연구기관에 배속시킨다면 적령장군의 지금의 독주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명분이…”

“재주가 있는 인재를 국가에서 차출하는데 그보다 더 좋은 명분이 어디 있겠습니다. 인재의 등용을 기뻐하시는 황제의 어명이면 되는 것입니다.”

“오호.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역시 군사십니다.”

 

한편, 적령과 적귀대는 이미 장진(長進)성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막사에서 여산박이 묘기에게 물었다.

 

“적진은 이미 다 보았을 테고… 이번에는 어찌 공략할 생각이냐?”

“장진성은 이전의 다른 성과 달리 강을 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신형 활과 포차를 사용해도 사정거리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전차도 접근이 불가 합니다. 다리는 우리가 건너려 할 때 적진에서 먼저 불을 지르면 그만일 테니 지금까지의 모든 무기가 사실상 무용지물 입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묘기의 태도에 여산박이 다급한 마음에 물었다.

 

“꼬마야. 설마 이번에는 방도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자꾸 꼬마라고 부르지 말아요.”

“오호. 그 말에 화가 난 모양이구나. 그럼 뭐라 부르랴?”

“군사(軍師)라 불러 주세요.”

“뭐? 군사?”

 

묘기의 이 말에 갑자기 여산박은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 군사라고? 하!하!하!”

 

장수 여산박이 크게 웃어대자. 묘기는 그만 화가 나서 막사에서 나가 버렸다.

 

“그만 하시죠. 여 장군.”

“아… 죄송 합니다. 제가 그만 경솔했습니다.”

 

밖에서 잔뜩 화가 나 있는 묘기를 적령이 찾았다.

 

“군사가 이리 쉽게 감정을 드러내서야 되겠니?”

“놀리지 말아.”

“나를 적의 성에 들어 보내 줄 방도가 있니?”

“그건 왜?”

“적장의 목을 칠까 하는데…”

“은밀히 들어가야 하는 거야?”

“응…”

“알았어.”

“…”

 

사실 지금 적령은 너무나 쉽게 대답하는 묘기의 태도에 자신도 모르게 조금 당황했다.

 

‘이 녀석…’

 

그날 밤.

적령은 지휘를 부장인 여산박과 이자현에게 맡긴 채, 무위와 함께 한 소대를 이끌고 적진에 침투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 약속한 대로 목진의 적귀대는 출정하여 처음으로 선두에서 진군을 하려 하고 있었다. 선두에는 선봉장인 여산박이 있었고, 그 뒤에 묘기가 있었다. 그리고 후방의 본대는 이자현이 지휘를 하고 있었다.

 

“다리를 지키는 저 초병이 정말 우리 군이란 말이냐?”

“거 참. 의심이 많네요.”

“그런데 어찌 도하한 것이냐?”

“잠수를 했죠.”

“뭐? 잠수?”

“말로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모를 거에요.”

“이놈 봐라?”

“자 시간 다 되었어요.”

“그런데, 정말 적령장군께서 네가 선두에 서는 것을 허락하신 일이냐?”

“그렇다니까요? 날 군사(軍師)로 인정한다고 했어요.”

“…”

 

여산박은 묘기의 말이 조금 미덥지 않았지만 지난날의 자신의 실수를 생각해서 그냥 모른 체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지체하지 않고 진격명령을 내렸으며 적귀대의 붉은 기마대가 선두에서 진격해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에 본대와 함께 개량 된 화차와 전차, 포차가 따랐다.

 

장진성.

성벽에서 적진을 보던 한 장수가 다리를 지키는 병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빨리 다리에 불을 지르지 않고 무엇 하는 것이냐?”

 

그러나 어이없게도 다리의 초병은 진격해 오는 적군을 보면서도 전혀 불을 지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저건?”

“장군 적군이 이미 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이럴 수가, 저 초병은 설마 적병인가?”

“성문을 열고 나아가 다리에 불을 질러야 합니다.”

“아니다. 지금 성문을 열면 적의 기마대가 들이닥칠 것이다.”

 

적은 이미 다리를 건너 성으로 진격하고 있었고, 기마대에 이어 다리를 건너 궁수부대가 연발화살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묘기는 미소 지었다.

 

“되었어… 이정도 사거리면 성에 닿을 거야.”

 

그리고 기마대를 따라 신형 전차가 성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그때 성벽에서 한 병사가 외쳤다.

 

“장군! 성문이…”

“뭣이?”

 

어이없게도 이미 성문이 열리고 있었다.

 

“이럴 수가… 밤을 낮처럼 밝히고 강을 지키고 있었는데, 어느새 숨어든 것인가?”

 

그러나 그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성은 이미 피바다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아악!”

 

병사들의 비명과 날카롭게 섞이는 쇠가 부딪치는 소음이 장진을 피바다로 만들고 있었다.

 

‘슈각!’

 

살이 찢기는 소리와 화살과 포탄이 날아드는 소리… 그리고 죽어가는 자들의 비명… 말굽의 대지를 흔드는 소리… 그것은 아비규환의 지옥 같았다. 그리고…

 

“그만해!”

 

어디서인가 한 소년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그만! 그만하라니까! 으아악~!”

 

그것은 묘기의 비명이었다.

 

‘이건?’

 

용군의 옷을 입고 전투를 하고 있던 적령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묘기?”

 

그녀는 시체더미에서 피로 범벅이 되어서 울부짖고 있는 묘기를 발견했다.

 

“네가… 왜 여기에…”

 

묘기는 자신이 만든 발명품이 빗어내고 있는 참상에 그만 정신이 붕괴되어 엎드려 울부짖고 있었다.

 

“그만! 그만하라니까! 제발…!”

 

적령은 최 전선의 전장을 벗어나 황급하게 묘기에게 달려갔다.

 

‘안돼!’

 

적령은 가슴이 뛰고 있었다.

 

“제발… 그만하라니까… 흐흐흑~”

 

그러나 묘기의 소망과 무관하게 전투는 그 후로도 계속되고 있었다. 묘기의 신 무기가 사람들을 마구 찢어놓고 있었다.

 

‘난… 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도대체…’

 

결국, 반나절의 싸움으로 전투는 목진군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연주평야까지 진군하려던 적령의 계획은 그 시점에서 완전히 망가지고 말이다. 묘기와 함께…

 

다음날.

적령은 묘기가 있는 막사를 찾았다. 그녀는 묘기를 치료하는 의원에게 물었다.

 

“상태가 어떻죠?”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스스로 눈을 뜨려 하지 않습니다.”

“…”

 

적령은 참담한 기분이었다. 그때 황도에서 무위에게 파발이 도착했다.

 

 

 

#06

 

지금 무위의 부름을 받은 적령은 그의 막사를 찾았다. 적령은 심히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무슨 일이죠?”

 

이리 묻는 적령에게 무위는 황도에서 온 문서를 내어 주었다. 그리고 적령은 그것을 읽어 보았다.

 

“이건…”

 

적령은 두루마리를 들고는 심히 떨고 있었다. 그러한 그녀에게 무위가 말했다.

 

“적령 장군! 황도에서는 어명으로 묘기를 황제 직속 기술 연구기관인 연기청(硏究廳) 관료로 임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속히 환궁하여 명을 받으라 합니다.”

“교활한 자들… 같으니…”

 

적령은 그만 대노 하고 말았다. 그리고 무위에게 단호하게 선언했다.

 

“지금 저 아이를 보낼 수는 없습니다.”

“연기청은 군에 편제되어 있습니다. 그리 되면 어명 뿐 아니라. 군령을 어기는 것입니다.”

“묘기의 상태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것입니까?”

“저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 장군이 곤란해 집니다.”

 

무위의 이 말에 그만 적령은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당신… 변한 것입니까?”

“당신을 데리고 위로 올라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

 

긴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고 있었다. 그때 적령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더 이상 나아가지 않겠습니다.”

“장군?”

 

그녀의 이 선언은 무위에게는 사실 너무나 충격적이 것이었다. 그러나 적령은 이미 결정한 후였다.

 

“저 아이를 다시 중림의 친구에게 돌려보내겠습니다.”

“…”

“어찌하시겠습니까?”

“막지 않겠습니다. 허나. 위창소도 그 아이를 얻기 위해 가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

 

적령은 아무 말 없이 막사를 나가 그 즉시 묘기를 마차에 태우고 직접 중림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황도의 위창소에게도 전해졌다.

 

“군사 어찌하시겠습니까?”

“분명 군영을 이탈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군사! 어명도 어기고 군령도 어겼습니다.”

“이건 분명히 참수 감입니다.”

“잡아들일까요? 군사! 어서 결정을…”

“군사! 중립지역인 중림에 들어서면 일이 복잡해 집니다. 그러니 속히 군사를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위창소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사실 이 사태는 그의 예상을 뛰어넘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는 적령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묘기를 포기하리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 보다는 묘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어명이 내려진 이상 이제는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어명을 어긴 채, 묘기를 데리고 말을 달리던 적령은 염파에서 황명을 받은 일대의 군사와 마주쳤다. 그러나 그녀는 물러섬 없이 어명을 받든 자에게 단호하게 명했다.

 

“길을 여시오.”

“적령장군! 우리는 황명을 받은 군대 입니다. 묘기는 이미 군영을 이탈한 것입니다. 따라서 참수 감 입니다. 그러나, 곧 발길을 돌린다면 죄를 묻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길을 열라고 했다.”

“장군!”

“죽인다.”

 

그 말을 입 밖에 내는 적령의 태도에는 단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의지는 이미 어명을 위압하는 것이었다.

 

“장군…”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 앞에서 그만 황명을 받은 병사들은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장군!”

“황제가 죄를 묻는다면 내 기꺼이 받겠다. 그리 전하거라.”

 

그만 그들은 적령을 막지 못했고, 적령은 염파에서 배를 띄워 초류향으로 향했다. 이 소식은 황도를 다시 한번 혼란스럽게 했고, 곧 용의 미란에게도 이 변괴는 전해지고 있었다.

 

“그… 아이가 탈영해서 중림으로 갔다고?”

“그렇습니다. 적령이 황명을 어기고 그 아이의 누이인 초란에게 데려갔다 합니다.”

“지금 초란이라 했느냐?”

“그렇습니다.”

“이런…”

 

그날로 미란은 화급히 중림으로 말을 달렸다.

 

‘이건 기회야…’

 

초류향.

전장을 떠나 초류향에 돌아온 묘기는 많이 회복이 되어 산책을 하기도 하고 때때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옛날의 활기찬 묘기가 아니었다.

 

“미안하다.”

“무사히 데려왔으니 되었어…”

“…”

 

연못에 발을 담그고 물고기와 놀고 있는 묘기를 보며 초란이 말 했다.

 

“부탁이 있어.”

“뭔데?”

“묘기가 세상에 알려진 이상. 비록 중림에 있다 하나 다른 자들이 그냥 두지 않을 거야.”

“그렇겠지…”

“묘기는 항상 외국의 문물을 배우고 싶어했어. 그래서…”

“국외를 빼돌리자는 것이니?”

“어렵겠니?”

“아냐.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절포진으로 가서 율도로 배를 띄운 다음 남방대륙으로 보낼게… 물론, 돈도 필요하겠지…”

“고마워.”

“다 내가 벌인 일이야…”

 

다음날.

적령은 묘기를 데리고 절포진에 있는 수군 사령관인 달현을 찾았다. 그러나 은밀히 적령과 묘기를 맞은 달현은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제게 지금 황명을 거역하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장군?”

“어찌하시겠습니까?”

 

너무나 단호한 적령의 태도에 장군 달현은 깊이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그에게 적령이 지킬 수 없일지도 모를 조건을 내걸었다.

 

“이번 일을 도와주시면, 장군에게 대양 전체의 수군 사령관의 자리를 내어드리겠습니다.”

“네?”

“빈 말이라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저는 마음이 급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 하죠.”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서 은밀히 목진의 수군 사령관인 달현의 도움을 받은 적령은 묘기를 무사히 남방국가로 내어 보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은 당사자들 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초류향.

미란은 지금 초란을 만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묘기는 이미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한 발 늦은 것 같구나?”

“일찍 오셨어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왜… 그리 생각하느냐?”

“그 아이는 자신이 만든 무기가 만들어낸 참상을 보고 반 정신이 나가 있었습니다.”

“…그래…”

 

미란의 실망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나름대로 다시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묘기는 이미 목진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적령이 어명과 군령을 어긴 사건이 있었는데도 황도에서는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군사 위창소는 연성에 머물고 있는 적령을 찾았다.

 

“죄를 물으러 친히 온 것입니까?”

“묘기의 일은 무마 되었습니다.”

“그럼 감사 인사라도 받으러 오신 건가요?”

“무엇이 그리 장군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입니까?”

“나는 마음이 급합니다. 그뿐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곧 침묵을 깨고 위창소가 말 했다.

 

“목진의 군부는 내부에 큰 구멍이 생기고 있습니다.”

“…”

“작은 전쟁의 성공에 자만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렇게 말하는 군사 위창소를 적령은 노려보며 말했다.

 

“겨우 그 말을 하려 먼 길을 오신 것입니까?”

“…”

“아직 내 눈이 흐려진 것은 아닙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알겠소… 내 장군을 믿겠습니다.”

 

군사 위창소는 말과 함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나 황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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