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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또 애기를 데리고 가시네요~

철이마누라 |2005.03.29 14:36
조회 317 |추천 0

음...우리 시부모님 같은 분들이 또 있구나-싶어

예전 생각하며 입맛이 좀 쓰네요.

저희 시부모님도 그랬답니다. 특히 시아버님이 어찌나 아이에 대한 집착이 심한 지

거의 매일, 일주일이면 6일을 빠짐없이 아이가 태어나 남편의 근무지인

타지로 이사오기까지-4살 때까지 그러셨으니 지금 생각하면 어찌 그 스트레스를

다 감당하고 살았는지 스스로 대견하기까지 하네요. ^^;

예고도 없이 불숙 찾아와 아이만 옷입혀 데려갔다 데려오고-

그나마 좀 좋은 데 데려가주면 감사하기라도 할텐데,

또래 할아버지들 만나는 자리에 똥강아지마냥 데려가서는

담배 피우고 커피 숍 가서 레지한테 '어이 이봐~' 하고 차 시키는 것만 보게 해서

아이가 라이터를 장난감인 줄 알고,

게다가 집에 올 때면 탐내는 거 준답시고 라이터를 줘

주머니에 한두개씩 일회용 라이터를 집어넣고 오기 일쑤였으니 원...

함께 외출할 때 택시라도 잡을라치면 '어이 이봐~' 하고 소리치는 통에

소스라쳐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답니다.

 

아이가 할아버지 할머니랑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이 듬뿍 들어 찾기 마련인 건 당연한거고

시부모님 입장에서도 손주가 따르면 그게 예쁘고, 혹여라도

자주 보다가 뜸해지면 얼굴 잊어버릴까 싶어 집착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더 그러시는 겁니다.

 

아무튼 저는 이런 방법으로 '내 아들 되찾기' (?)에 성공했습니다.

어차피 늘 데려가시는 거 당장 달라질 것도 없고

그렇다고 '그러지 마세요' 했다가 시아버지 그 성질에 집안 풍비박산 나는 건

시간문제고 하니-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일단 아이를 봐주신다-생각하고

그 시간동안 친구를 만난다거나 쇼핑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봤더랬습니다.

"우리 지금 00이 데려다 주러 간다. 문 열어놔라"

"아버님, 어쩌죠? 아버님이 00이 데려가셔서 저도 친구나 좀 만날까 하고

밖에 나와있는데요, 좀 늦을 것 같아요 열쇠는 아파트 관리실에 맡겨뒀으니까요

저 갈 때까지 조금만 계셔주세요. 금방 갈게요~"

그리고는 한 두어시간 더 놀다가 느즈막히 들어갔답니다.

"아니 넌 애 두고 이 시간에 오냐?" 고 당연히-뭐라고 한마디 하시죠.

"아버님 어머님이 저 좀 편하라고 일부러 00이 데려가 봐주시는데

집에서 낮잠만 자봐야 뭐하겠어요? 친구 오랜만에 만나 얘기 좀 하다보니

늦어졌어요. 어휴, 길은 왜 이렇게 밀리는지-차 기다리는데만 30분은 더 걸렸다니까요"


처음 몇 번은 당신들이 아이 데리고 가는 죄(?)로 넘어가주시더니

나중엔 예상한 일이지만-데려 가실 때

"몇 시까지 세상 없어도 올테니 나가도 그 시간까진 들어와 있어라" 고 하시더군요. ㅎㅎㅎ

물론 그렇게 했습니다.

다만-시부모님이 아이를 데려가지 않는 날에도 일부러 전화해

"아버님, 지금 어디세요? "

"집인데 왜? "

"그럼 00이 좀 봐주세요, 00이가 할아버지 찾아요~"

손자가 찾는다는 말에 눈썹이 휘날려라-오신 시아버지에게

"아버님, 죄송해요, 제가 급한 일이 있어 좀 나가봐야 되는데요 오늘 00 이 좀 봐주세요"

하고 별 핑계를 다 대며 휘리릭~나가곤 했답니다.

처음엔 아이가 보고싶어한다니까 좋아라 오시곤 하던 시아버지도

그런 일이 차츰 반복되다 보니 나중엔-

아이를 봐달랄까 싶어 아예 전화를 받지 않거나,그러시더군요.

"00에미야, 나 오늘 일 있어서 못간다"

"그럼 내일은요? "

"음...내일도 선약이 있어서...내가 가기 전에 전화하마" 라고 하시데요.

결국 일주일에 6일은 손주 보러 오시던 분이

일주일에 2~3번까지로 횟수가 줄었습니다.

 

그 사이 아이도 자라고,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타지에 이사를 오게 됐는데요,

한 달 전 쯤 시부모님이 아이를 보러 오셨다가

데리고 가 하룻밤 재워 오신다고 하더군요.

남편도 그렇게 하시라고 적극 찬성이고-반대해봐야 달라질 것 없겠다 싶어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그 날 밤-

시댁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아이가 낮에 몇시간은 할아버지 할머니랑 있는 걸 좋아해도

어린 아이들은 자다가도 한 두번은 깨서 엄마를 찾잖아요?

자다가 옆에 엄마가 없으니 요녀석이 집안을 다 뒤집어 버린 모양이더군요.

"우리 엄마한테 간다" 고요.

한 밤에 깨 울고불고 하는 아이, 와 데려가라고 할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날이 밝자마자 두 노인네가 눈이 쾡해져 오시더니

"다시는 잠은 재우지 말아야겠다" 하시더군요.

 

아차피 이 문제는 감정적으로 대처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봐야 님만 중간에서 더 힘들어 질 수 있구요,

어차피 아이는 자랄수록 엄마를 찾기 마련인데

아직 어려 한때 그러는 것 뿐이니, 님이 마음 넉넉하게 먹고 요령을 좀 부리세요.

저처럼 그 시간에 님이 하고 싶었던 일인데

아이로 인해 미루었던 일도 해보고-홀가분하게 쇼핑도 하시구요.

아이 예뻐 죽겠어서 하루도 못 보면 죽겠다-는 시부모님에게는

아이를 보다 보다 힘에 부쳐 스스로 포기하게 하시는 수밖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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